성탄에 울려 퍼지는 소리를 떠올린다면 빠질 수 없는 소리 중 하나가 종소리다. 성탄에 불리는 많은 캐럴들도 ‘징글벨’, ‘실버벨’, ‘탄일종’ 등의 가사로 성탄의 종소리를 묘사한다. 오늘날 이 종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지만,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기 위한 노력은 아직도 우리 일상 속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아령(啞鈴, Dumb-bell)이다.
근력 강화를 위해 사용하는 아령은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의미의 덤(Dumb)과 종을 뜻하는 벨(Bell)의 합성어다. 우리가 사용하는 아령은 이 말을 직역해 한자로 옮긴 것이다. 운동을 위한 아령과 종의 모습은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벙어리 종’, 아령에는 종을 울리기 위한 중세 종지기들의 노고가 담겨있다.
교회의 종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기도시간뿐 아니라 마을의 모든 사람이 시간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만큼 종탑의 종은 크고 무거웠다. 동양의 종은 종을 밖에서 때리는 방식으로 울리기에 비교적 적은 힘으로도 소리를 낼 수 있지만, 서양의 종은 잡아당기는 힘으로 종을 흔들어 울리기 때문에 많은 힘이 들었고 종이 울리는 횟수를 맞추기 위해서는 요령도 필요했다.
이를 위해 종지기들은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하지만 연습을 위해 함부로 종을 울렸다가는 종소리로 시간을 아는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겪게 될 일이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소리가 나지 않는 ‘벙어리 종’ 아령이었다. 첫 아령의 모습은 종탑의 종처럼 무거운 추와 그 추를 흔들기 위해 달린 도르래와 밧줄의 형태였다. 당시 일부 성당과 주교좌성당들에는 이 아령이 설치되기도 했다.
종지기들의 연습용 종이었던 아령이 근력운동의 도구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영국에서다. 종 치는 일이 근력단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자 귀족 자제들 사이에서는 아령을 집에 만드는 것이 유행했다. 시대가 흐르면서 도르래와 줄은 사라지고 추만 남았다.
현재와 같이 손잡이 양쪽에 같은 무게의 추가 달린 아령은 19세기 초반 등장했으며 20세기에 들어 보디빌더나 운동선수를 중심으로 널리 보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