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경기도 안성으로 이사 와서 주변 성당부터 찾았다. 알아보니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대천동성당이 있었다.
봉사라고는 주일학교 교사 경력이 전부여서 일단 평일 미사부터 열심히 다녔다. 반모임도 찾아서 참석하고, 레지오마리애 주회에도 참석하면서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강 마티아 신부님이 부임하셨다. 신부님은 선교에 사목 중점을 두시고 모든 신자들이 구역별로 돌아가며 기도하고 선교하기를 강조하셨다.
난 신부님의 사목 방침에 크게 감동하여 열심히 그 뜻에 동참하며 선교 운동을 하러 다녔다. 마치 우편배달부처럼 오전에 성당가서 미사에 참례하고 오후에는 주변 지역을 다니면서 하느님 전파에 힘을 쏟았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거리 선교도 하고 이웃에게도 하느님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선교에 불이 붙자 예비신자가 한 명, 두 명 늘기 시작하더니 거짓말같이 1000명 가까운 입교 신청서가 들어왔다.
신부님은 이제 이 많은 예비신자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그리고 예비신자 교리교사 양성이 시급하다고 하시며 신자 중에 할 만한 사람을 선발해서 본당 자체적으로 양성 교육을 하게 됐다.
그때 마침 유학하고 돌아오신 지금의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님이 교리교사로 오셨다. 20명쯤 되는 평신도들이 모였고 교리교사 교육이 진행됐다. 한번은 교안을 작성해 갔는데 A를 받았다. 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런 가운데 내가 인도한 예비신자만도 10명이 넘었다. 난 선교에 무한매력을 느꼈고 선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피어올랐다. 예비신자들이 1000명 가까이 되다 보니 성당은 매일 북새통을 이뤘다. 이 사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세례를 받게 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대단했다. 성당에 총괄상황실을 만들어놓고 고리 기도를 시작했다. 24시간 단 한 순간도 끊이지 않고 9일 기도를 드렸다. 총괄상황실에서 먼저 기도하고 한 구역으로 연락을 주면, 이를 받아서 기도하고 끝나기 10분 전에 다음 구역으로 연락했다. 만약 어느 구역이 기도를 바치지 못할 상황이면 상황실에서 받아서 하고 다시 다른 구역으로 알렸다.
그렇게 입교식도 성대하게 하고 교리 수업도 진행했다. 처음에는 영세를 다 하지 못했지만 260여 명이 세례를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 못했던 사람들이 그 이후에 계속 교리를 받고 영세했다. 지금은 당시 입교했던 이들 모두 다 세례를 받은 것으로 안다.
이때 나는 성령이 충만해서 하느님을 모르는 곳에 가서 선교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아마도 결혼 전에 일찍 하느님을 알았더라면 선교사가 되어 지구 어디쯤인가에서 열심히 복음을 선포하며 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하느님을 믿으시오”라고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