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든 천연 샴푸바로 ‘친환경 부활’ 준비해요
동물성 원료와 플라스틱 없이
천연 재료만 아낌없이 활용
제조과정서 쓰레기 남지 않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의 마지막 주를 보내며 우리는 생태적 회개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느님이 선사한 재화를 무책임하게 이용하고 남용한 결과 자연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훼손된 지구는 온난화라는 결과로 인류에게 화살이 돼 돌아오고 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많은 것의 나아갈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류 자신이 변화돼야 한다”(「찬미받으소서」 202항)며 생태적 회개를 강조한다. 다가오는 부활을 더욱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 생태적 회개를 실천할 수 있는 현장에 동행했다.
■ 초록지구 되찾고자 문 연 ‘초록맘생활연구소’
서울 종로구 체부동에 위치한 주택 지하 1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 안에는 아로마 향기가 가득하고 한 켠에는 ‘초록으로, 다시’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라이프 크리에이터 이진아(세레나)씨가 운영하는 ‘초록맘생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우리 삶을 생태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치열하게 이뤄지는 공간이다. 신문기자, 라디오 작가 등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이진아씨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생태환경에 관심이 커졌다. 해가 갈수록 달라지는 날씨와 잦아지는 자연재해는 이진아씨가 당장 변화해야 할 이유가 됐다. 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내 아이들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먹거리는 그나마 환경을 생각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공산품들은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좀 더 환경에 이로운 것들을 만들어 알려보자는 생각을 했죠. 그렇게 시작한 것이 샴푸바 만들기였습니다.”
연구소는 바디버든(Body Burden·체내에 쌓인 유해물질의 총량)을 줄이는 건강한 생활을 하면서 지구가 초록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자 ‘초록맘생활’이라는 이름을 붙여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연구소는 초록지구를 되돌리는 노력이 왜 필요한지 데이터와 자료를 근거로 구체적인 초록생활을 제안한다. 생태환경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연구소의 몫이다.
그중 하나가 소창과 무명으로 만든 수건이다. 이씨는 “기계로 대량생산하는 수건은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가 다량 배출되고 빨래하는 데 드는 물과 세제도 적지 않다”며 “가볍고 얇은 소창과 무명 수건은 손빨래가 용이하고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 친환경적이고 피부에도 건강하다”라고 말했다.
■ 예쁜 ‘부활달걀 샴푸바’ 만들기… 쓰레기는 제로!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이씨가 고민한 것은 생태적 회개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그렇게 떠오른 아이디어가 ‘부활달걀 샴푸바’다. 부활달걀 샴푸바의 특징은 동물성 원료와 독성화학성분, 환경호르몬이 들어가지 않는 비건 약산성이고, 전 과정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으레 주님 부활 대축일이면 성당에서 달걀을 나누는데, 보다 친환경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샴푸바를 떠올렸습니다. 동물성 원료와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달걀 모양의 샴푸바를 직접 만들면서 생태적 삶에 대해 생각하며 부활을 기다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죠.”
부활달걀 샴푸바 만들기를 체험하기 위해 찾은 연구소. 각종 가루와 오일을 사용해야 하는 체험이지만 책상에는 비닐장갑과 비닐팩, 종이컵 등 일회용품을 찾아볼 수 없다. 가루날림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들 체험 때만 제한적으로 비닐팩을 제공한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샴푸바 재료는 약산성 계면활성제인 소듐코코일이세치오네이트(SCI), 노폐물을 흡수하는 콘스타치를 기본으로 보습 역할을 하는 글리세린과 두피와 머릿결에 좋다는 맥주효모와 동백오일, 알로에, 병풀, 비타민E, 프로폴리스, 판테놀, 애플워시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샴푸바 자격증을 공부하면서 여러 재료들을 넣어보고 만들면서 두피에 자극이 없고 머릿결도 부드럽게 해주는 비율을 찾아냈어요. 탈모로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맥주효모도 첨가하게 됐죠.”
안이 깊은 식기에 재료들을 용량에 맞게 담은 뒤 원하는 색의 천연 분말과 아로마오일을 골라 넣으면 샴푸바 만들 준비는 끝이다. 보습에 좋다는 녹차 가루와 로즈 제라늄 오일을 넣고 손으로 주무르자 흰색 가루가 금세 녹색으로 변한다. 만드는 내내 향긋한 꽃냄새가 은은하게 번진다. 손가락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던 반죽은 수차례 치대자 한 덩어리로 단단하게 뭉쳐진다. 볼에 남은 가루까지 모두 모아 달걀 모양으로 샴푸바를 완성하니 버려야 할 쓰레기는 제로. 무명으로 만든 망에 샴푸바를 담으니 이날 연구소에서 체험자들이 남긴 쓰레기는 없었다.
이씨는 “생명을 해치는 소비가 아니라 환경을 지키고 자연을 생각하며 초록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록맘생활연구소의 부활달걀 샴푸바 만들기 수업은 주님 부활 대축일인 4월 9일까지 평일 오전 11시와 오후 7시, 주말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3·7시에 열린다.
※문의·신청 010-8989-0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