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 1면에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입법 청원 기자회견 소식이 실렸네요. 가톨릭교회는 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힘쓸까요?”
3월 22일 오전, 대구대교구 구미 신평본당에서 열린 ‘우리들의 날’ 시간 중 주임 성용규(도미니코) 신부가 신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 신자는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성 신부는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그렇지요. 그런데 가톨릭교회의 제안이 모든 국민에게 설득력을 얻으려면,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들어야 합니다. 사형제도 폐지를 두고 가톨릭교회가 정부에 제기하는 것은 ‘사회 계약’ 문제입니다. 국민이 정부에게 위임한 권한 가운데 과연 생명을 뺏을 권한도 포함됐느냐를 지적하는 것이죠.”
신평본당은 지난해 4월부터 매주 수요일 가톨릭신문을 교재로 신자 재교육을 하고 있다. 본당은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 줄여서 ‘비·상’으로 이름 붙인 공부 모임을 봄·가을 학기제로 운영하고 있다. 성 신부는 “신자 양성을 위한 교재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인 교재는 교계 신문”이라며 “보편교회와 한국교회의 방향 및 최신 소식, 타 본당과 단체의 모범 사례를 보면서 우리의 방향과 현재를 질문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도입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비·상’ 모임은 학기 중 매주 수요일 오전 미사 후 가톨릭신문 주요 기사를 읽고 그 속에 숨은 의미를 함께 찾고 나눴다. 학기가 종료되는 시점에는 신문에 소개된 장소를 직접 견학하는 현장학습도 진행했다. 지난해 1학기에는 광주 5·18민주화운동 현장을 찾아(본지 2022년 7월 3일자 5면 보도)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2학기에는 ‘2022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전시회를 관람하고자 충남 공주를 방문했다.
‘비·상’ 모임은 올해부터 ‘우리들의 날’ 프로그램으로 확대됐다. 3월 15일 봄 학기를 시작한 ‘우리들의 날’은 대구대교구 ‘친교의 해’에 발맞춰 본당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학기 중 매주 수요일마다 신자들은 ‘기도하고’(미사), ‘배우고’(비·상 공부 모임), ‘먹고’(점심식사), ‘사랑하라’(활동)는 주제로 친교를 나누고 있다. 특히 4월부터는 ‘사랑하라’ 활동으로 성당에 오지 못하는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병자 영성체를 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포함하기로 했다.
성 신부는 “‘비·상’의 목표는 본당의 ‘시노달리타스’ 실현”이라며 “성직자와 수도자, 신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하고 함께 식별하기 위해 공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