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기분이 조크든요 / 이소영 기자

이소영 아녜스 기자
입력일 2023-03-28 수정일 2023-03-28 발행일 2023-04-02 제 333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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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조크든요’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이 있다. 1990년대, 노출과 힙합 바지에도 튀는 패션이라며 의아함을 품는 기성세대에게 심은하 배우를 포함해 청년들이 의견을 밝히는 영상이다. 그중 배꼽티를 입는 등 ‘힙한’ 패션의 한 청년은 시선을 의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당히 말한다.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좋거든요).”

그 청년의 발음대로 ‘기분이 조크든요’라고 회자되는 말을 3월 26일, 세계청년대회 참가 준비 모임에서 들었다. 코로나19로 4년여 만에 올해 리스본에서 열리는 대회에 본지는 살레시오 수녀회와 동행 취재한다. 수녀회와 함께 올해 대회에 참가하는 청년들은 다 같이 처음 모였고, 담당 수녀는 여러 활동을 진행하며 이따금 말했다. “이렇게 하면 기분이 조크든요. 하느님께서 즐거워하는 우리를 보고 좋아하실 거예요.”

청년들이 어린아이와 같이 단순하게 즐길 시간이 필요한 연유를 대화하며 더 느꼈다. 참가 계기 등을 밝히던 청년들은 한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 질문이었다. 한 청년은 답하기 어렵다며 행복한 순간을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했다.

2021년 10~30대 사망 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였다. 20대 청년 절반 이상이 자살로 눈감았다. 잠시라도 기분 좋게 자유로이 사는 순간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가장 좋은 것만 하느님께서 주신다는 믿음, 모든 이를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랑이 있을 때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될 수 있다. 예수님도 말씀하셨다.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

이소영 아녜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