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북치는 소년-박동욱의 삶과 음악」 펴낸 김혜자·박동욱씨 부부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04-11 수정일 2023-04-11 발행일 2023-04-16 제 333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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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속에 담아낸 하느님 숨결 “음악은 곧 신앙입니다”
타악기 연주 거장 박동욱씨
‘생명의 소리’ 중심에 두고
신앙을 음악으로 발현시킨
삶과 작품 세계 전반 조명

한국 타악기 연주의 거장 박동욱씨(왼쪽)와 남편 박씨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망한 책을 출간한 아내 김혜자씨.

김혜자·이민희 지음/380쪽/2만2000원/모노폴리
군악학교에서 북을, 그리고 신앙의 문을 두드리던 16세 소년은 한국 음악계에 ‘클래식 타악기 음악’을 뿌리내린 거장이 됐다. 「북치는 소년-박동욱의 삶과 음악」은 한국 타악기 연주의 거장 박동욱(요한·88)씨의 삶과 음악세계를 심도있게 조망한 책이다. 책의 저자이자 박씨의 아내 김혜자(헬레나·80)씨와 책의 주인공인 박씨를 만났다.

“한 연주자의 업적을 담은 책이라기보다는 한국현대음악사의 미시사(微示史)로서 의미가 있는 책이에요. 그리고 책을 통해 박동욱의 음악세계에 늘 바탕이 된 신앙도 함께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북치는 소년-박동욱의 삶과 음악」의 저자 김씨는 책을 “연주자 박동욱을 중심으로 한 한국현대음악사의 미시사”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한국음악사가 작곡가 위주로 서술됐다면 이 책은 박씨의 활동을 바탕으로 다양한 타악기 음악의 형태와 제도가 국내에 자리 잡은 과정을 추적하고, 박씨의 연주와 작곡 등의 활동을 정리·해설했다.

작곡가이자 대학교수로서 체계적으로 자료수집과 기록을 해온 김씨는 음악학자 이민희씨와 함께 그동안의 산재한 기록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냈다. 김씨는 박씨의 유년시절에서부터 타악기 주자, 지휘자, 작곡가, 교육자 등으로 살아간 음악에 관한 박씨의 생애사적 사건을 추적한다. 또 박씨의 주요 작품들을 3기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김씨는 “처음에는 업적을 정리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작업을 해나가면서 한국현대음악사에서의 위치와 역할을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해 책을 집필하게 됐다”면서 “다 해놓고 나니 ‘한 예술가가 가치 있는 삶을 살았구나’ 하고 느낀다”고 말했다.

“생명체의 움직임이나 비 오는 소리나 모든 자연은 생명의 소리를 내지요. 그 안에서 ‘하느님의 숨결’을 찾아 리듬으로 옮기려 했습니다. 이런 제 활동을 정리해주니 무한한 고마움을 느끼지요.”

김씨가 쓴 책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음악을 되돌아본 박씨는 자신의 음악세계가 “하느님의 숨결”로 요약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씨가 작곡·연주하는 음악들은 소리로만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마음도 몸도 함께 움직이는, 나아가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생명의 소리’다. 바로 박씨의 음악관이자 신앙관이다.

책은 박씨의 신앙과 관계없이 박씨의 삶과 음악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그에 대해 평가한다. 그러나 책을 받아본 신자 음악가들은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게 됐다”며 박씨의 신앙에 대한 감명을 전하곤 한다. 박씨에게 음악은 곧 신앙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책 중 박씨의 생애에는 교회 안에서 음악가로써 해온 다양한 활동도 기록돼있고, 특히 작품 중에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향을 받은 ‘평화(PAX)’, 떼이야르 드 샤르뎅 신부의 영향을 받은 ‘원추’ 등 직접적으로 신앙이 동기가 되는 작품들도 여럿 있다.

박씨는 “제게 주어진 탈렌트는 하느님을 통해 시작된 것이고 음악을 하면서 특별히 아이들이 리듬을 통해 하느님을 느낄 수 있게 해주려 했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하느님이 함께하심을 더욱 강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