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숫자가 아닌 사람” 관심과 형제애 지녀야
“사람이 진정한 재산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노동 공동체도, 기업도, 경제도 없습니다. 일터의 안전은 인적 자원의 보호를 의미합니다. 인적 자원은 하느님의 눈과 선한 기업가의 눈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닙니다. 그러므로 합법성은 사람이라는 최고의 자산을 보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한 노동은 모든 이로 하여금 매일의 일용할 양식을 벌어 자기 자신을 최고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가 노동의 존엄을 더 챙길수록, 노동의 질과 아름다움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더욱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2022년 1월 20일자 바티칸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노동자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 유연한 노동? 최근 정부의 노동시간 정책이 논란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 근무제도를(51조 2항) 이른바 ‘주 69시간’으로 개편하자는 내용인데, 이는 근무 총량은 유지하되 일하는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서 노사의 이익과 생산성을 향상하자는 의도로 보입니다. 일할 때 바짝 일하고 쉴 때 쉬자, 더 많이 일해서 더 많이 벌자는 취지인 셈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거나,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업무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분들에게는 좋은 제도일 겁니다. 더 많이 일하는 것이 기회가 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재계는 기업활동 촉진을 위해 과도한 노동규제 철폐와 노동시간 유연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습니다. 현 정부가 자유와 공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듯 이번 정책도 노동과 경제 분야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규제 완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저 내일 쉬겠습니다, 가능하세요?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일선 사업장에서 납품기한, 공사기한, 프로젝트 완성에 매이다 보면 일과 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괄임금제가 대부분인 한국 상황에서 휴식이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에 쫓겨 연차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를 정부와 고용노동부가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한 주에 69시간을 일하고 차주에 쉰다고 치더라도 그렇게 일하면 병이 날 겁니다. 그래서 장시간 노동보다 더 무서운 게 불규칙 노동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출산과 육아가 가능할까요? 요컨대, 개인과 직종의 차이는 있겠으나 많은 경우 정당한 소득과 휴가가 보장되기 어려울 확률이 크며 건강과 생명이 침해될 것이란 우려가 많습니다. ■ 정부의 역할, 우리의 역할 정부는 문제점들을 개선해서 노동시간 유연화를 실행한다고 합니다. 여러 문제를 풀어야 하고 제도 도입에 앞서 노사합의도 선행돼야 합니다. 기업을 포함해 일하는 사람들과 다른 여러 관점들도 수렴해야 합니다. 또한 국민들을 정치적 소비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며 소통하고 정말로 필요한 것을 마련할 수 있는 정부가 돼야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제는 정부에게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관심과 형제애가 그것입니다. 동료가 정당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가, 마음의 곤궁함은 없는가, 나는 그에게 감사할 것이 무엇인가, 이런 마음들은 제도를 완성하고 선용하게 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우리의 품격 있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이웃을 어떠한 예외도 없이 또 하나의 자신으로 여겨야 하고 무엇보다도 이웃의 생활을 고려하여 그 생활을 품위 있게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수단들을 보살펴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132항)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