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그들을 만나 나는 행복했다 / 신상옥

신상옥 안드레아(생활성가 가수)
입력일 2023-04-18 수정일 2023-04-18 발행일 2023-04-23 제 3340호 2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지치거나 병들면 날개를 드리워주고/가던길 멈추고 쉬었다 갈 길 찾아서/다시 일어날 때까지 날아오를 때까지/언제나 기다리는 기러기로 살아보리라.’

이 가사는 갓등중창단 1집에 실린 곡이다. 갓등중창단OB는 수원가톨릭대학교를 1990년에 입학한 신학생들이 함께 노래하고자 모인 공연팀이다. 신학생이었을 때 만났던 분들과 다시 모인 자리. 32년 전 풋풋했던 이들은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됐지만 마음만큼은 처음 만났을 때와 그대로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신부님 12명, 평신도 3명으로 구성된 갓등중창단OB는 2022년 11월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찬미 공연 중이다.

신학생이었던 1992년 당시, 나는 부제품을 앞두고 있었지만 길을 바꿔 평신도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렇게 찬미하는 사람으로 30년을 살고 있다. 삶의 길은 달라졌지만 항상 가슴 깊은 곳에는 신학생으로서의 구체적 삶들의 역사, 그리고 추억들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마음 깊이 남아있는 그리움들은 나의 노래에 스며들게 됐다.

신학생 시절 만나 신부가 된 동기들은 어느새 사제생활 25년이 넘었다. 부르심의 본질, 아버지의 사랑, 다시 돌아갈 하늘나라를 생각하며 걸었을 사제의 길. 그 안에는 세상살이의 고단함과 고독함도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그런 그들을 불러 모아 2019년 갓등중창단OB의 첫 모임을 가졌다. 오랫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걷다가 목소리를 맞춰보는 떨리는 순간.

달라진 삶의 모습만큼 목소리를 맞추는 것도 어려울 거라 우려했지만 연습할수록 신학생 시절의 찬미에 대한 기쁨과 감동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 내 머리 속에는 ‘이거다! 순회찬미공연!’이 떠올랐다.

갓등중창단의 시작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대였던 신학생들이 1990년 처음 발간한 갓등중창단 1집 음반. 그 이후로 콘서트 한번 하지 못하고 우리들의 목소리를 많은 분들에게 들려주지 못한 채 나는 평신도로, 신부님들은 각자 부임지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처음 갓등중창단을 생각한 나는 ‘신부가 되자고 노래처럼 살자고’ 동생이었던 신학생들을 모아 연습을 지도했다. 그리고 얼마 뒤 나는 마치 베드로가 도망치듯이 신학교를 나왔고, 그때의 아쉬움과 죄송함이 마음 깊이 남아있었다.

2019년 봄 어느 날, 문득 그분들과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걱정도 앞섰다. ‘그분들을 다시 한번 만나게 해서 찬양하고 싶은데! 그때는 동생들이었지만 신부님이 된 그분들이 나를 받아줄 수 있을까?’

그리고 첫 만남을 가졌다. 그분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를 받아 주었고, 함께 연습하고 밥을 먹고 농담도 하며 우리는 벌써 여섯 번째 공연을 함께 했다.

젊은 시절 추억을 함께했던 이들과 추억의 장소였던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정을 밟았던 순간, 나는 눈물이 나왔다. 다시 일어날 때까지 날개를 드리워주고 안아주는 그들, 후배이자 사제의 모습에서 깊은 사랑과 행복을 느꼈다.

또한 함께 노래한 신부들도 사제로서의 보람과 행복을 고백했다. 하느님은 정말 자비하시며 그분의 뜻이 있음을 우리는 믿는다. 달라진 시간, 달라진 자리에서 다시 만났지만 우리는 부르심의 열정을 재발견하며 오늘도 신자분들과 즐기며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삶은 장엄함보다 단순함에 있다는 것, 그리고 주님께서 빈 무덤에서 조용히 부활하셨듯이 나도 어느새 우리가 되어 조용히 기도한다.

신상옥 안드레아(생활성가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