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요!”
성소 주일 특집 취재를 위해 미리내 성 요셉 애덕 수녀회를 찾아 인도네시아 출신 수녀들에게 “한국에 와서 좋은 점”을 묻자 한 수녀가 해맑은 목소리로 외쳤다. 어찌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말하던지 눈(目)에 시선이 가서 눈(雪)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릴 정도였다. 평생 여름만 겪었을 수녀들에게 눈은 그 자체로 신비였을 것이다. 수녀들은 눈을 보면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사계절”을 찬미했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감사에, 찬미에 무뎌지곤 한다. 수녀들의 모습에 정작 해마다 눈을 맞으면서도 눈을 통해 찬미를 드린 적은 없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4월 19일 환경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평균보다 3배 빨리 온난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가면 어쩌면 우리 자녀들에게는 눈도, 사계절도 더 이상 익숙한 것이 아니게 된다.
그런데 사회 곳곳에는 생태를 지키기는커녕 파괴하려는 움직임이 팽배하다. 우리의 이 자연이 익숙하기에 감사하지도, 찬미하지도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익숙함을 통해 찬미할 줄 아는 이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 4월 23일 제주교구와 인천교구가 함께 제주의 생태를 위해 합동미사를 봉헌하고 제주 제2공항 추진에 우려하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한 모습이 좋은 사례다.
자연환경이 너무도 익숙했던, 생태문제가 없던 시절. 프란치스코 성인이 그 익숙함을 통해 바쳤던 찬미가 지금, 여기에 절실하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누이며 어머니인 대지로 찬미받으소서. 저희를 돌보며 지켜주는 대지는 온갖 과일과 색색의 꽃과 풀들을 자라게 하나이다.”(‘피조물의 찬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