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까지 성모님의 군사로 살아가는 건 제 의지를 넘어선 일이지요. 힘이 다할 때까지 당신의 군대를 지키고, 저 자신과 이웃의 성화를 위해 기도하며 여생을 보내라는 성모님의 뜻이라고 믿습니다.”
의정부교구 법원리본당(주임 안종찬 나보르 신부) ‘천상의 모후’ 쁘레시디움 정창모(91·에우제니오) 단장은 실제 군인과도 같은 기개를 보였다. 80대 단원도 찾아보기 어려운 레지오 마리애 단체에서 망백의 단장은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의 ‘행동 단원 복무 기록표’에는 1985년 입단해 38년 동안 레지오 활동을 해온 사실과 간부를 13번이나 맡았다는 화려한 이력이 적혀있다. 레지오 회합에서 바치는 묵주기도와 단원들과 함께하는 갖가지 봉사를 통해 참 신앙인다운 삶을 살게 되며 그는 레지오 마리애 신심에 푹 빠졌다.
“성당만 왔다 갔다할 때랑은 아주 딴판이 됐어요. 성모님께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구원을 확신하게 되니 계속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정 단장은 오토바이 사고로 생명의 고비를 넘긴 적이 있다. 그는 “목숨을 부지하고 멀쩡하게 걷게 된 것은 성모님의 보살핌 덕분”이라며 묵주를 더욱 강하게 붙잡게 된 사연도 설명했다.
60~70대 단원들이 있지만 그가 단장을 맡은 이유는 레지오 마리애를 향한 강한 애정과 책임감 때문이다. 고령화된 본당 상황과 코로나19가 맞물려 해체 위기도 있었지만 정 단장은 끝까지 단체를 지켰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단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성실한 신자들을 보면 다가가서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고 했다.
초고령의 나이에도 그는 단장의 의무에 소홀함이 없다. 매일 성경 묵상과 기도를 하고, 주 회합 훈화를 준비한다. 정 단장은 손수 써내려간 훈화 내용을 보여주며 “하느님과 소통하려면 성경을 읽어야 하고, 성모님과 소통하려면 묵주기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주 빠짐 없이 기도와 활동을 배당하고 점검하는 그의 열정 앞에 단원들도 충실한 성모님의 군사로 거듭나고 있다.
정 단장은 매일 병자들의 치유와 온전한 믿음을 갖지 못한 이들을 위해 묵주기도를 봉헌한다. 그는 “젊을 때 병원에서 일하면서 병마에 시달리는 이들을 보고 크게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예수님의 옷깃을 붙잡는 마음으로 병자들의 치유를 청하고 있다”고 했다. 또 “성당을 다니지만 신앙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참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라고 덧붙였다.
“성모님을 통하면 하느님과 가까워집니다. 그러면 내 신앙도 바르게 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거룩한 일상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지요. 하느님과 우리를 이어주시는 성모님의 도움과 사랑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