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OSV】 고통받는 이라크 그리스도인과의 연대를 전하기 위한 특별 기도회가 열렸다.
중동 지역 가톨릭교회와 정교회 수장들이 8월 12일 레바논 베이루트 인근 밥다 소재 대천사 라파엘 대성당에서 이라크 그리스도인을 위한 특별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에는 가톨릭교회와 정교회의 총대주교와 주교, 사제들이 참석했다.
칼데아 가톨릭교회의 미첼 카싸르지 주교는 “이라크교회는 현재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서 “우리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주님께서 우리를 보호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님, 당신의 빛을 펼치시어 우리와 우리의 목자, 사제, 당신의 백성을 비춰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이번 기도회는 지난 7월 칼데아 가톨릭교회 총대주교 루이스 사코 추기경이 총대주교좌를 바그다드에서 쿠르디스탄 지역의 한 수도원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열렸다. 압둘 라티프 라시드 이라크 대통령이 사코 추기경을 이라크의 칼데아 가톨릭교회 총대주교로 인정한다는 조례를 폐지하자 사코 추기경은 총대주교좌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바르함 살리흐 전 이라크 대통령은 2013년 사코 추기경을 칼데아 가톨릭교회 총대주교로 인정하고 교회 재산을 관리하도록 했지만, 지난해 취임한 라시드 대통령은 전임자의 조례를 폐지했다. 사코 추기경은 2013년 총대주교에 임명됐고, 2018년 추기경에 서임됐다.
사코 추기경은 라시드 대통령이 조례를 폐지한 후인 지난 7월 15일 “이라크가 사리사욕과 파벌주의, 위선에 사로잡혀 전례 없는 정치적, 국가적, 도덕적 혼란에 빠졌다”면서 “주님께서 무력한 이라크의 그리스도인을 도와주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사코 추기경은 조례가 폐지된 후 바그다드 총대주교좌를 떠나 쿠르드족 지역인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머물고 있다.
2003년 미국 침공 이전에 이라크 그리스도인은 150만 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20여만 명으로 줄었다. 특히 2014년 이슬람 무장단체 IS가 이라크를 점령한 이후에는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이라크를 떠나야 했다.
카싸르지 주교는 기도회에서 “아무리 시련이 크다 해도 우리의 신앙은 바위와 같이 단단하다”며 “우리는 이 땅에 신앙의 씨앗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의 종소리와 어려움에 맞서는 성직자들의 노력은 이 땅에 누룩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 세계에 알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도회는 레바논 가톨릭교회 최고 지도자인 벱싸라 라이 추기경이 후원했다. 라이 추기경은 중동 및 안티오키아 마로나이트교회 총대주교다. 라이 추기경은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마르 5,8)라는 복음 말씀을 언급하며 정치 지도자들을 비난했다.
라이 추기경은 “오늘날 지도자들은 주님 뜻을 거스르며 공동선 대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불의와 폭정을 일삼으며 분쟁과 전쟁에 불을 붙인다”면서 “악과 악의 힘이 이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님께서 우리 기도를 들어주시어 사랑하는 이라크에 평화라는 선물을 주시길 바란다”고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