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자리에서 펼치는 작은 날갯짓, 세상 복음화를 꿈꾸다
이웃 사랑 실천하기 위한 본당 조직
교구 사회사목과 연관된 4가지 활동
소외 이웃과 연대로 인간 존엄 수호
공동체의 소중함 느끼며 신앙 깊어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의무이자 과제다. 교회의 사회사목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을 세상 모든 이와 나누는 교회의 활동으로, 우리 각자 삶의 자리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의정부교구 사회사목국(국장 박성욱 엘리야 신부)은 신자들이 이웃 사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각 본당에 사회사목 조직 ‘천사회’ 설립을 안내하고 있다. 천사회는 어떠한 활동을 펼치는 단체인지 소개한다.
이웃 사랑에 목마른 신자들 위한 단체
“신부님! 강론에서 늘 이웃 사랑을 강조하시는데,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사회사목국장 박성욱 신부는 과거 본당 사목 중에 한 신자에게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평소 그토록 이웃 사랑을 강조했으면서도 이웃 사랑의 방법을 묻는 신자에게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박 신부는 부끄러운 마음을 안고 신자들이 사회사목에 참여할 방법을 고민하며 천사회를 만들었다. 박 신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기도’였다. 직접 활동하거나 후원하지 않아도 신자들이 기도로써 교회의 사회사목에 동참하게 하려는 뜻이었다.
박 신부는 2012년 운정본당을 시작으로 여러 소임지에서 천사회를 설립했다. 신자들은 기도 안에서 마음을 모아 소중한 재물을 봉헌했고, 실제적인 활동을 펼치기를 소망했다. 이처럼 사목 현장에서 이웃 사랑에 대한 신자들의 목마름을 발견해 온 박 신부는 지난해 사회사목국장 부임 후 정식으로 천사회 안내자료를 만들고 설립을 독려하고 있다.
천사회 회원들은 사회복음화를 향한 구체적 지향을 담은 ‘천사회 기도문’을 매일 1회 이상 바친다. 천사회에는 기도로써 이웃 사랑에 동참하고 다른 회원에게 힘을 불어넣는 ‘영적회원’, 재물을 봉헌하며 천사회 활동을 지원하는 ‘물적회원’, 현장 활동을 하는 ‘활동회원’이 있다. 활동회원은 각자 의향에 따라 좋은이웃천사팀, 민족화해천사팀, 이주난민사목천사팀, 환경농촌천사팀으로 나뉜다. 각 팀의 활동은 의정부교구 주요 사목 분야인 동시에 모두 하나로 연결된 사회 복음화의 영역들이다.
우리 지역과 우리나라에 따뜻한 온기를
현재 천사회는 호원동·전곡·운정·원당·마두동·교하·법원리본당 등에 설립돼 있다. 호원동본당 호원천사회와 마두동본당 소화천사회에는 각각 300명이 넘는 회원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각 본당 좋은이웃천사팀은 소외된 ‘동반 이웃’들에게 매주 밑반찬을 만들어 전한다. 음식을 전할 뿐 아니라 가정을 직접 들여다보고 대화를 나누며 ‘진정한 이웃되기’를 봉사의 핵심으로 삼는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지만, 불우 이웃 돕기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함을 지키고 이들과 연대하려는 활동이다.
좋은이웃천사들의 활동은 지역 안에서 안전망 역할도 한다. 전곡천사회는 정기 방문에서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해 생명을 구한 적이 있다. 이뿐 아니라 본당마다 차량 봉사, 연탄 봉사, 집수리 봉사 등을 추가적으로 펼치며 지역 곳곳에 사랑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이들의 도움은 신자와 비신자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회적 약자를 향하며, 지역의 가장 소외된 이웃이 겪는 고통을 발견하기 위해 회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발굴에 나선다.
천사회는 본당 활동을 넘어 교구 위원회 활동과 연대하며 교구 공동체의 일치를 지향한다. 민족화해천사팀은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서 펼치는 각종 평화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얼어붙은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원하며 일상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꾸준히 봉헌하고, 이산가족 위령 미사와 적군 묘지 위령 미사에 정기적으로 참례하고 있다.
모든 피조물로 향하는 천사들의 날갯짓
이주난민사목천사팀은 교구 이주사목위원회 EXODUS(엑소더스)의 활동에 협력하며 이주민·난민과 동행한다. 엑소더스가 주관하는 각종 나눔 행사와 한글공부방 운영에 봉사자로 활동하며 이들이 한국에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1본당 1난민 제도로 난민 가정과 교류하면서 생활비를 후원하고 명절 모임이나 친목 모임에 함께하며 이들에게 정서적 지지도 보낸다.
의정부EXODUS 위원장 최상훈(라파엘) 신부는 “천사회원들은 후원과 봉사뿐만 아니라 기도로써 이주민과 난민들에게 힘이 돼준다”며 “든든한 천사회 봉사자들의 활동은 위원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천사회는 궁극적으로 모든 피조물 간 만남을 지향한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을 위한 행동이 빠질 수 없는 이유다. 환경농촌천사팀은 교구 환경농촌사목위원회와 함께 농촌일손돕기를 하며 모내기, 가을걷이 등에 참여한다. 각 본당은 직접 작물을 수확해 동반 이웃과 나누고, 텃밭을 가꿔 수확한 작물로 이웃에게 전할 반찬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농 이용·판매, 에너지절약 운동, 기후환경문제 교육에도 적극 참여하며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실천에 앞장선다.
각 본당 안에서 4개의 천사팀은 따로 활동하지만 활동 내용은 전부 공유한다. 우리 동네, 우리나라, 전 세계, 지구환경은 모두 하느님 백성으로 연결돼 있으므로 내가 봉사하는 영역에만 관심을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천사회 활동으로 더 커지는 신앙의 기쁨
천사회 활동을 통해 회원들은 하느님과 이웃을 더 사랑하게 되고 신앙생활의 기쁨도 더욱 커졌다고 말한다. 전곡천사회 김영숙(엘리사벳) 회장은 “신자들과 협동하며 본당 공동체의 소중함도 느끼고, 미약한 힘으로 소외된 이웃에게 작은 희망을 전할 수 있게 하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며 신앙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호원천사회 이지영(체칠리아) 회장은 “천사회 활동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과 같은 하느님 백성으로서 세상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배웠다”고 말했다.
‘천사’는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천사(天使)를 뜻하기도 하지만 본당에 이 같은 지향을 가진 이들이 1004명을 훌쩍 넘어서서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고, 희생을 봉헌하며 교회 안팎의 형제자매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길 바라는 뜻도 담고 있다.
사회사목국장 박성욱 신부는 “복음화는 사랑받는 기쁨, 사랑하는 기쁨을 사회와 세상에 전하는 것”이라며 “천사회를 통한 작은 실천이 우리 본당과 교구 안에서 확대돼 세상의 복음화라는 교회의 큰 사명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사회 활동을 원하는 본당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설립을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