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무너져 가는 집에서 혼자 생활하는 여말선 할머니

이나영
입력일 2025-08-13 00:02:01 수정일 2025-08-13 00:02:01 발행일 2025-08-17 제 345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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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 할머니의 소원 ‘쥐·벌레 없는 집’, 60년째 무허가 조립식 건물에서 거주
냉난방 없이 선풍기 한 대로 폭염 견뎌…기초수급비 70만 원에 월세까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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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여말선 할머니가 경북 성주군 금수강산면에 있는 본인의 집 오르막길에 앉아 있다. 작년 여름 할머니는 이곳에서 미끄러져 다리를 다쳤다.이나영 기자

“집에 벌레나 쥐 이런 것들 좀 안 들어오면 좋겠어. 잡을 힘도 없는데 자꾸 들어와. 바라는 거? 딱 그거 하나야.”

경북 성주군 금수강산면. 여말선(86) 할머니는 산속에 있는 이 집에서 60여 년째 살고 있다. 길가에 축대를 쌓고 축대 위 땅을 다져 세운 조립식 집. 결혼과 동시에 이곳에 보금자리를 꾸렸고, 세 딸과 아들 하나를 낳아 길렀다.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40여 년 전, 그 해에 남편은 세상을 떠났다. 간암이었다. 모든 재산을 병원비로 바쳤어도 남편을 살려내진 못했다. 

이후 할머니는 남의 집 농사일을 거들며 네 남매를 키웠다. 본인은 학교 문턱을 밟지 못해 한글도 읽지 못하지만, 가난을 물려주기 싫어 아이들은 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끼니 해결도 어려운 가족에게 교육은 사치였다. 교육비를 내지 못한 아이들은 하나둘 학교를 그만뒀고, 네 남매는 초졸 혹은 중졸로 학업을 마쳤다. 자녀들은 공장에 취직하며 집을 떠났고, 현재는 각자 가정을 꾸려 살고 있다. 형편은 하나같이 어렵다. 월세살이를 전전하며 전화로 안부나 전할 뿐, 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돌볼 여력이 없다.

그 시간 동안 할머니와 집은 나이를 먹었다.  무허가 조립식 건물은 세월과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축대가 먼저였다. 폭우를 버티던 축대가 조금씩 허물어졌고, 축대 위 집도 균형을 잃었다. 집의 바닥과 벽이 틀어지며 곳곳에 틈이 생겼고, 외부로 뚫려버린 틈을 통해 벌레와 쥐들이 실내로 들어온다. 

허물어진 축대를 걸어 올라가야 하는 구조도 문제다. 작년 여름, 할머니는 그 오르막길에서 미끄러져 다리를 다쳤다. 몇 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어 동네 주민의 도움으로 병원을 찾았고 현재까지 치료 중이지만 지팡이 없이는 거동이 어렵다. 지팡이를 짚고 오르막을 오르는 할머니의 모습은 위태롭기만 하다. 냉난방은 할머니가 평생 누려본 적 없는 사치다. 어디선가 얻어온 선풍기 한 대로 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보일러가 설치돼 있지만, 기름값 걱정에 냉골에서 버티며 겨울을 난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할머니가 받는 돈은 월 70여만 원. 남의 땅에 무허가로 지은 집에 살고 있기에 10만 원은 월세로 내야 한다. 각종 세금과 병원비, 식비를 해결하고 나면 늘 빠듯하기만 한 생활이다. 창문이라도 열면 시원할까 싶어 방충망을 설치하고 싶지만, 방충망을 마련할 돈도 힘도 없는 형편. 할머니에게 집 공사나 이사 같은 건 엄두도 못 내는 ‘큰일’이다.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돈이 원수’라고 말했다. “죽어라 일해도 돈이 없어서 애들 못 가르치고, 돈이 없어서 시집‧장가갈 때 옷 한 벌 못 해준 게 평생 한인데, 뭐만 하려면 돈이 들어서 못해. 그러니 돈이 원수지.”

쥐나 벌레가 안 들어오는 집. 할머니의 소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 대규모 공사 혹은 이사가 해결책이지만 결국 또, 돈이 문제다.

할머니를 물심양면으로 돌보고 있는 파티마재가노인지원센터 센터장 황정숙(엘리사) 수녀는 “지자체와 힘을 합쳐도 저희 힘만으로는 부족했다”면서 “힘들게만 살아온 어르신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 아니라 ‘안전한’ 방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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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말선 할머니는 60여 년째  무허가 조립식 건물에서 살고 있다. 이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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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