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의 사진 에세이

첫 등교 길

이호재
입력일 2025-09-10 08:53:10 수정일 2025-09-10 08:53:10 발행일 2025-09-14 제 3458호 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Second alt text

 

첫 등교 길 

Indonesia, 2013.

 

오늘은 아이가 처음 학교에 가는 날.

이른 아침 밭에 나간 엄마 아빠를 대신해

할머니는 서둘러 밥을 지어 먹이고

깨끗이 빨아 놓은 옷을 다려 입히고

동네 형아가 물려준 책가방을 메어준다.

아이는 첫 등교 길이 낯설고 떨려서

주눅든 어깨로 울먹임을 삼켜보지만

할머니는 엄정한 맨발의 걸음으로

아침 안개를 가르며 앞장 서 걷는다.

내일부터 아이는 혼자서 이 길을 가야 한다.

새로운 세계로 가는 길은 늘 떨리지만

가야 하는 길은 가야 한다고,

할머니는 속정을 감추며 앞만 보며 걷는다.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글·사진 _ 박노해 가스파르
※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02-379-1975)에서 박노해 시인 상설 사진전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