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기후위기와 홍수·태풍·산불

최용택
입력일 2025-09-10 08:51:53 수정일 2025-09-10 08:51:53 발행일 2025-09-14 제 345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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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누에바 에시아의 한 여성이 지난해 11월 18일 슈퍼 태풍 ‘만이’로 물에 잠긴 집 앞에 서 있다. OSV

필리핀에서는 수십억 페소를 들여 수백 건의 치수(治水) 사업을 벌였지만, 특히 불라칸주에서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었다. 필리핀 상원은 최근 조사에서 시공업체들이 가짜 사업, 예산 부풀리기, 부실시공을 했다고 폭로했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청문회에서 “부패가 너무 만연해 수사기관이 감당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기와 부패에 관한 법 집행도 미약해, 오히려 뇌물로 덮이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부패한 정치인들은 시공업체와 결탁해 사업을 승인한 뒤 리베이트를 챙기고, 이로 인해 시공업체들은 제대로 된 치수 시설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고통은 국민의 몫이다. 수인성 질환이 퍼지고, 도로가 끊겨 출근길이 막히며, 작은 집들은 무릎까지 차오른 물에 잠겨 재산 피해를 입는다. 전기가 끊겨 음식이 상하고, 수백만 명이 불편과 고통을 겪는다. 경제적 피해는 수십억 페소에 이르며, 복구 비용 또한 막대하다.

상원의원들에 따르면 이 모든 문제는 시공업체들이 충분한 배수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으며, 이는 결국 부패가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지반 침하와 급속한 도시화가 더해지면서 인구 밀집과 하천·수로의 막힘 현상이 나타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 때문이다. 석탄, 석유, 가스 연소로 인한 온도 상승이 계속되지만, 풍력·태양광 등 대체 에너지 전환은 더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태풍은 더욱 강력하고 빈번해지고 있다. 유럽은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며, 산림은 밤낮없이 불타 탄소 흡수원이 사라지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큰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바다는 또 다른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바다는 지구 온도 상승을 늦추며 1.5℃ 이내로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강렬한 열은 북극과 남극의 빙하를 녹이고 있다. 다른 지역 빙하도 마찬가지로 녹아 바다로 흘러들며 해수면 상승을 가속한다. 따뜻해진 바다는 생태계를 변화시켜 물고기들이 더 시원한 곳으로 이동하게 만들고, 먹이사슬은 교란된다.

온도 상승은 해양 산성화를 불러와 산호초 백화를 초래한다. 이는 어류 개체 수를 줄이고, 어종 이동과 멸종 위기를 낳으며, 다른 해양 생물종까지 위협한다.

필리핀에는 약 190만 명에서 230만 명의 어민이 등록돼 있다. 이들은 대체로 가난하며, 그날그날 잡아 올린 어획물에 생계를 의존한다. 이들이 공급하는 수산물은 국내 어획량의 절반에 달하며, 수십만 명의 어시장 상인들을 먹여 살리고, 국민에게 필수 단백질 공급원을 제공한다. 기후위기와 해양 온난화는 이 중요한 생계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10년 안에 마닐라만의 물이 산토 토마스 대학교(UST)까지 흘러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마닐라만 인근 부동산 소유주들은 앞으로 더 심각한 홍수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다는 막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거대한 위협이다.

마닐라전력회사 ‘메라코’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은 국민의 이익과 안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메라코의 발전 부문 자회사인 메라코 파워젠은 세부 톨레도와 케손 아티모난에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석탄 연소는 지구 온난화를 더 가속화하고, 홍수와 가뭄의 원인이 되며, 생물다양성을 파괴한다. 값비싼 전기를 공급하면서 주주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메라코는 사실상 국민과 환경의 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들은 10년째 사업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여전히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으며 인허가를 승인해 왔다.

환경단체들은 “석탄 화력은 최악의 오염원”이라며, 양심과 용기를 갖춘 사법부와 부패하지 않은 정의로운 정부만이 이를 멈출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상 상승했다. 기온은 계속 오를 것이며, 앞으로 더 강력하고 빈번하며 장기간 지속되는 기상이변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홍수, 가뭄, 폭염은 물론 인프라와 농작물 피해, 어류 이동, 해수면 상승 등이 현실화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발생하고, 이는 전쟁과 폭력의 가능성까지 높일 수 있다. 수백만 명의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이 더 부유한 지역으로 떠나게 될 것이다.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국가의 엘리트 계층은 탐욕과 부패에서 벗어나 도덕적 나침반을 찾아야 한다”며 “양심과 용기를 발휘해 국민과 환경, 국가를 위해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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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셰이 컬린 신부
1974년 필리핀 올롱가포에서 프레다 재단을 설립해, 인권과 아동의 권리 특히 성학대 피해자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가톨릭뉴스(UCA News) 등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