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태국 타래 마을, ‘불교국가’ 박해 넘어 140년 신앙 지키다

변경미
입력일 2026-01-06 17:26:19 수정일 2026-01-06 17:27:20 발행일 2026-01-11 제 3474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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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 명 신자, 박해 피해 정착한 곳…태국 최대 가톨릭 공동체로 자리매김

태국 북동부 사꼰나컨주 타래(Tha Rae) 마을은 불교국가 태국에서 가장 큰 가톨릭 공동체가 자리한 곳이다. 1884년 박해를 피해 농한(Nong Han) 호수를 건너온 신자들과 선교사들이 정착하며 형성된 마을은 140년 넘는 세월 동안 신앙을 지켜왔다. 공동체의 중심에는 배 모양의 독특한 외관을 지닌 성 미카엘 대천사 주교좌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작은 신앙 공동체에서 출발해 오늘날 5만여 명의 신자를 둔 타래농쌩대교구의 뿌리가 된 타래 마을의 역사와 오늘을 따라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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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사꼰나컨 주 타래 마을에 있는 성 미카엘 대천사 주교좌 대성당 입구 전경. 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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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4일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성 미카엘 대천사 주교좌 대성당에 모인 신자들. 변경미 기자

1884년, 신앙 공동체의 역사가 시작되다

현재 타래 마을에는 약 1만5000명의 신자가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태국은 인구의 대다수가 불교 신자이지만, 이곳은 보기 드물게 가톨릭 교세가 뿌리 깊은 지역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가톨릭 공동체였던 것은 아니다.

타래 마을의 역사는 18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이주한 신자들이 사꼰나컨 일대에 도착했지만, 이곳에서도 여전히 정치적·종교적 탄압에 시달렸다. 이들을 보호하고자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하비에르 게고(Oliver-Jean Xavier Guego) 신부는 약 150명의 신자와 함께 뗏목을 타고 태국 북동부 최대 호수인 농한 호수를 건넜고, 지금의 타래 지역에 정착했다.

이듬해인 1885년, 게고 신부는 신자들과 함께 성 미카엘 대천사 주교좌 대성당을 세웠다. 올해로 설립 141주년을 맞은 이 성당과 타래 마을은 태국 가톨릭교회의 상징적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공동체는 꾸준히 성장해, 현재 타래농쌩대교구에는 70여 개의 성당이 설립돼 있으며, 70명의 성직자가 사목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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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카엘 대천사 주교좌 대성당 성전 입구에는 미카엘 대천사의 조각상이 놓여 있다. 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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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사꼰나컨 주 타래 마을에 있는 성 미카엘 대천사 주교좌 대성당은 1884년 박해받은 가톨릭 신자들이 농한 호수를 건너올 당시 탔던 뗏목을 형상화하고 있다. 변경미 기자

뗏목 닮은 성당, 공동체의 기억을 품다

성 미카엘 대천사 주교좌 대성당은 멀리서 봐도 단번에 눈에 띄는 독특한 건축양식을 지녔다. 외관이 배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1884년 신자들이 뗏목을 타고 농한 호수를 건너온 여정을 형상화한 것이다. 박해를 피해 물길을 넘어 신앙을 지켜낸 공동체의 기억이 성당의 형태에 새겨져 있는 셈이다.

게고 신부는 성당 건립뿐 아니라, 사제관과 학교를 세우고 도로를 정비하는 등 지역사회 기반을 다지는 데도 헌신했다. 신앙 공동체는 단순한 신앙의 공간을 넘어 교육과 일상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대성당 내부에는 공동체의 신앙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공간이 마련돼 있다. 감실 옆에는 태국 교회의 복자 7위의 유해가 모셔져 있으며, 지하 역사관에는 초창기 성당 건축 모습과 변천사를 담은 사진, 게고 신부의 동상, 역대 주교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성탄의 신비를 상징하는 동굴 벽화와 성모 마리아·성 요셉상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전례 공간을 넘어,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낸 공동체의 기억과 현재의 신앙이 맞닿는 장소다. 타래 마을과 성 미카엘 대천사 주교좌 대성당은 그렇게 태국 가톨릭교회의 ‘살아 있는 역사’로 오늘도 숨 쉬고 있다.

[인터뷰] 성 미카엘 대천사 주교좌 대성당 주임 찰름 씬 짤라(미카엘) 신부 , “한국-태국교회, 신앙 안에서 계속 연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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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카엘 대천사 주교좌 대성당 주임 찰름 씬 짤라 신부는 “태국 청년들도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로 한국을 찾을 예정인 만큼, 이번 크리스마스별 퍼레이드가 양국 교회가 신앙으로 연결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변경미 기자

태국정부관광청 초청으로 성 미카엘 대천사 주교좌 대성당을 찾은 한국 기자단에게, 타래농쌩대교구 주임 찰름 씬 짤라(미카엘) 신부는 한국 방문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국교회에 대한 깊은 인상을 전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첫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동료 순교자들을 언급하며, “선교사 없이도 신앙이 뿌리내린 역사는 매우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신자들의 신앙 태도를 ‘자생성’이라는 단어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짤라 신부는 2019년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타래농쌩대교구 성지 담당 사제였던 그는 아시아 9개국에서 온 성직자·평신도 60여 명과 함께 ‘천주교 서울 순례길’에 동참하며, 한국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신앙을 체험했다.

“한국에서 만난 신자들은 매우 자발적이고 열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열정을 우리 태국교회 신자들도 본받을 수 있도록, 매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 이곳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별 퍼레이드’에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동방 박사들이 별을 따라 아기 예수님을 찾아갔듯, 한국의 신자분들도 그 별을 따르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주길 희망합니다.”

짤라 신부는 “한국에서 열리는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 “태국교회 청년들도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곳 타래 마을의 크리스마스별 퍼레이드처럼, 한국과 태국 교회가 다양한 기회를 통해 신앙 안에서 계속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2025년 12월 22일부터 27일까지 태국정부관광청의 지원을 받아 ‘2025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스타 페스티벌’ 팸투어에 참가해 현지를 취재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