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에 깊은 우려… “평화와 정의의 길 택해야”

박지순
입력일 2026-01-05 17:52:04 수정일 2026-01-05 17:52:04 발행일 2026-01-05 제 347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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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종기도 후 메시지 통해 폭력 중단 촉구…베네수엘라 주교단도 평화와 안정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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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1월 4일 교황청 사도궁 창문에서 삼종기도를 바치고 있다. 교황은 삼종기도 후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군사공격을 가한 행위에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OSV

[외신종합]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규모 군사공격을 가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실리아 플로레스 영부인을 미국으로 압송한 행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교황은 1월 4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자들과 함께 삼종기도를 바친 뒤 “사랑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안녕이 다른 모든 고려보다 우선해야 하며, 폭력을 극복하고 정의와 평화의 길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베네수엘라의 주권과 헌법에 명시된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인간적, 시민적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고통받는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면서 협력과 안정, 조화 속의 평온한 미래를 함께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일 야간 군사작전을 명령했고, 이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을 체포해 ‘마약 테러 공모’ 혐의로 뉴욕으로 이송했다. 베네수엘라 당국자들은 미국의 공격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주교단은 SNS를 통해 “하느님께서 모든 베네수엘라인에게 평정과 지혜, 힘을 주시기를 청하자”며 “부상자들과, 숨진 이들의 가족들에게 연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주교단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 체포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우리 민족의 일치를 위한 기도를 바치자”고 당부했다.

이어 “사회의 평화를 위한 희망과 뜨거운 기도 안에 살아가고, 어떤 형태의 폭력도 거부하라”면서 “앞으로 내려질 결정들이 언제나 우리 국민의 안녕을 위한 것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주교회의 의장 헤수스 곤잘레스 데 사라테 대주교는 별도 논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며 새벽 2시부터 깨어 있었고, 우리 국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여전히 국민들이 충격 속에 있는 상황이지만, 나는 하느님을 신뢰하고 우리 국민들의 가치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동쪽에 있는 페타레교구장 후안 카를로스 브라보 살라사르 주교는 1월 3일 교구 인스타그램을 통해 “베네수엘라 국민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없는 혼란과 불확실, 고통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며 “우리의 힘과 희망은 생명과 평화의 주님께 있기 때문에 평정과 기도하는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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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1월 3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OSV

한편, 미국 노트르담대학교 메리 엘런 오코넬 법학 및 국제평화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임시 통치하겠다고 밝힌 계획에 대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는 매우 중대한 발언”이라며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를 통제할 권리는 없고, 그러한 행동이 합법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하는 경우뿐”이라고 말했다.

오코넬 교수는 “국가 주권, 인권, 분쟁 해결 등 국제법의 가장 중요한 규범들의 바탕에는 근본적인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놓여 있다”며 “예수 그리스도는 무엇보다 평화를 가르치셨고 그분은 또한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분명히 돌보셨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