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 기도가 딸에겐 신앙의 뿌리” 불교 집안 사위도 세례 받아…손녀에게도 신앙 물려주고파
“성가정 축복장을 받게 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기도로 살아온 시간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딸과 사위, 손녀까지 신앙 안에서 한자리에 서 있게 되었더라고요.”
성가정 축복장을 받은 날, 한창희(엘리사벳·제2대리구 서판교본당) 씨의 마음에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딸과 손녀였다.
2025년 12월 27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2025년 정기 희년 폐막미사’에서 한 씨는 남편 하몽호(루카) 씨, 딸 하은우(카타리나) 씨, 사위 박정걸(라파엘) 씨, 그리고 32개월 된 손녀 박아린(레지나) 양 등 3대가 함께 성가정 축복을 받았다.
한 씨는 농협은행에서 40년간 근무한 뒤 정년퇴직했으며, 2021년 가을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자신의 신앙을 깊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개신교 신자였던 그는 1996년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었고, 그 이후 30년 가까이 한 번도 냉담하지 않고 주일을 지켜왔다. 그는 이러한 여정이 모두 “주님의 은총” 덕분이라고 고백한다.
한 씨는 딸에게 신앙을 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으로 ‘친정어머니의 기도’를 꼽았다. 그는 “딸이 중학생 때까지 외할머니가 매일 초를 켜놓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며 “그 영향으로 딸은 ‘주일 미사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지금까지도 철칙처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대대로 불교 집안에서 자란 사위가 함께 성가정 축복장을 받은 순간도 특별했다. ‘가족의 종교와 개인의 신앙은 별개’라는 사위 부모님의 생각 속에서 사위는 2018년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한 씨는 “딸이 비신자 가정과의 만남 속에서도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받을 수 있었던 모든 과정은 주님의 이끄심”이라고 말했다.
“착하고 성실한 사위를 만나게 해주신 하느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대구에서 근무 중이라 자주 보긴 어렵지만, 이번 성가정 축복장 수여식에는 시간을 내서 함께해줘서 더욱 고마웠어요. 사실 이 상은 사위 덕분에 받을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한 씨는 딸과 함께 손녀 아린 양을 돌보며, 일상에서 신앙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있다. 기도하는 모습, ‘아멘’을 가르치는 시간 속에서 아이가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내 안에 살아 계신 주님의 모습을 손녀가 저를 통해 닮아 갔으면 좋겠어요.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주님께 의지하고, 매사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한 씨는 “완벽한 성가정은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잘 살고 있는 때”라고 말한다.
“친정어머니가 직장암 4기 판정을 받았을 때도, 가정이 힘들었던 시절에도 주님의 손을 놓지 않으려 애썼어요. 주님의 사랑과 은총을 잃지 않고 묵묵히 살아간다면, 주님 보시기에 기쁘고 행복한 성가정으로 살아가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
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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