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하느님의 자비 주일 특집] 왜 ‘자비’는 부활 다음에 오나

이주연
입력일 2026-04-08 09:04:56 수정일 2026-04-10 15:30:47 발행일 2026-04-12 제 348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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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주님 안에서 죄의 용서·관계 회복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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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하느님 자비를 상징하는 고전이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 기념은 파우스티나 수녀의 신심과 부활 시기의 전례, 그리고 이날 복음에 대한 교회의 이해가 서로 맞물려 있다. 위키미디어.

주님 부활 대축일 다음 주일인 부활 제2주일을 교회는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낸다. 이 명칭은 200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수녀를 시성하면서 공식 선포했고, 같은 해 교황청 경신성사부 교령을 통해 전례력과 미사 경본 안에 명문화됐다. 

그러나 이 주일이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 된 데는 단순히 전례력에 기념일 하나가 더해진 것이 아니라, 파우스티나의 신심과 부활 시기의 전례 그리고 이날 복음에 대한 교회의 이해가 서로 맞물려 있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의 기원은 20세기 초 폴란드 파우스티나 수녀의 영적 체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일기」에는 예수님께서 “부활 후 첫째 주일이 자비의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다는 기록이 있다.(299항) 이 요청은 49항과 570항 등에서도 반복된다. 

그리고 699항에는 이 축일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예수님은 이 자비의 축일을 “모든 영혼, 특히 가련한 죄인들을 위한 피난처와 피신처”라고 부르시며, 그날 고해와 영성체에 오는 이들에게 특별한 은총을 약속하신다. 부활 제2주일이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자리 잡게 된 직접적인 영적·신심적 근거가 바로 이 기록들이다.

폴란드 크라쿠프대교구에서는 1985년 이 축일을 처음으로 전례력에 공식적으로 포함했고, 이후 폴란드 여러 교구로 확산됐다. 크라쿠프대교구장 시절부터 파우스티나 수녀의 시복·시성 절차에 깊이 관여했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서임 뒤 회칙 「자비로우신 하느님(Dives in Misericordia)」 등을 통해 하느님 자비를 교회의 핵심 주제로 제시해 왔다.

전례적인 면을 볼 때 교회는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부활 제2주일까지 여덟 날을 하나의 큰 축일처럼 지내는 부활 팔일 축제로 거행한다. 그 마지막 날인 부활 제2주일은 축제의 절정을 이루며 주님 부활의 의미와 신비를 고양한다. 

이날 미사에서는 전례력 가·나·다해 공통으로 요한복음 20장 19~31절이 봉독되는데, 여기에는 두 장면이 핵심으로 담겨 있다. 먼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닫힌 문안에 숨어 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받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 또 부활 소식을 믿지 못했던 토마스를 위해 예수님께서 다시 오셔서 상처 난 손과 옆구리를 직접 보여 주시며 의심 속의 제자를 믿음으로 이끄신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 전대사 교령 등은 이 복음에서 부활하신 주님께서 교회에 죄의 용서 사명을 맡기신 장면을 특별히 상기시킨다. 부활 사건은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셨다는 사실을 선포하는 동시에, 상처 난 몸으로 다가오시는 주님 안에서 죄의 용서와 관계 회복이 열리는 사건으로 교회 안에서 묵상 돼 왔다. 

부활 팔일 축제의 마지막 날은 바로 그 자비가 교회의 사명으로 선포되는 날인 셈이다. 그래서 경신성사부 교령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부활 제2주일을 이러한 은총의 선물을 특별한 신심으로 기억하는 날로 정하고, 이 주일에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라는 이름을 주었다”고 밝힌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