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성직자·신학자 중심에서 탈피한 평신도와의 파트너십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무엇일까. 우리신학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저자가 교황의 말과 실천을 기록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연재했던 글을 한데 묶은 책으로, 교황이 던진 질문을 한국교회 현실 안에서 되짚은 기록에 가깝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지향했던 교황의 사목적 비전과 평신도 신학 운동의 공명을 다룬다. 이어 교회 안의 문제가 드러났을 때 충분한 설명과 성찰 없이 행정적 조치나 침묵으로 넘겨 온 관행을 돌아보며, 성직중심주의가 교회 공동체 안에 남긴 상처를 성찰한다. 저자는 성직주의를 부추기는 신학이 사제와 평신도를 질적으로 다른 존재처럼 구분하고, 그 차이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저자는 교회 문화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제안하며, 교황의 2017년 교회법 제838조 개정을 그 사례로 든다. 라틴어 전례서의 자국어 번역이 교황청의 검토와 소수 전문가 중심으로 다뤄지던 방식에서 벗어나, 각국 주교회의가 자기 언어와 문화 안에서 전례문을 식별하고 승인한 뒤 사도좌의 확인을 거쳐 출판하도록 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서 권위주의적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교회의 역할과 책임을 확장하려 한 교황의 개혁 방향을 본다. 아무리 원본에 가까운 번역이라도 소수의 성직자와 신학자만을 위한 것이라면, ‘하느님 백성’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신도의 신앙 감각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책은 개혁을 교회 내부의 제도 변화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후반부에서는 여성, 전례,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함께 평신도와 성직자의 동등한 파트너십을 주요하게 다룬다. 평신도와 여성의 목소리, 지역교회의 경험이 배제되지 않는 교회, 세상의 고통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 교회를 교황이 남긴 과제로 읽으며, 이 책의 핵심인 ‘시노드’를 강조한다.
저자는 시노드를 교회 개혁을 위한 하나의 행사나 절차가 아니라, 교회가 스스로를 바꾸는 방식으로 읽는다. 주교들만의 회의가 아니라 ‘모든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식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한국교회 역시 시노드가 행정 절차나 일부 구성원의 논의에 머물지 않고, 본당과 신자들의 삶 속에서 평등한 대화와 공동협력의 문화로 이어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평신도와 성직자 사이의 동등한 파트너십과 공동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시노드 정신은 참된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적극 동참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남긴 유언과 같다”고 밝힌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황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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