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열쇠 가게 운영하며 16년간 주일학교에 기부한 이기환 씨

박지순
입력일 2026-07-08 08:58:46 수정일 2026-07-08 08:58:46 발행일 2026-07-12 제 349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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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어린 시절 떠올라 아이들 도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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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수궁동본당 이기환(스테파노) 씨는 열쇠가게를 운영하며 구리와 고철 등을 모아 처분한 돈을 10년 넘게 주일학교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

“제가 어릴 적에 너무 힘들게 살아서 어린아이들을 보면 작은 것 하나라도 도와주고 싶어 시작한 일입니다.”

이기환(스테파노·서울대교구 수궁동본당) 씨는 본당 주일학교 자모들과 학생들에게 ‘유명 인사’다. 성당에서 가까운 서울 궁동에서 오랜 기간 열쇠 가게를 운영하면서 고철이나 구리 등을 모아 주일학교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시작해 16년째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 씨는 본당 주일학교에 기부하게 된 동기를 말하려다 순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제가 1950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직후, 아버지가 6·25전쟁 중 돌아가셨어요. 어머니도 제가 아홉 살 때 돌아가셔서 30년 동안 진도에서 공소회장을 하셨던 외삼촌 댁에서 자랐습니다. 외삼촌이 부모님처럼 저를 신앙 안에서 키워 주셨어요. 참 고마운 분이에요.”

이 씨는 가난한 형편에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1963년 13살 때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올라온 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고생한 세월은 이제 지나간 추억이 됐다. 외삼촌에게 물려받은 신앙을 재산 삼아 가정을 이뤘고, 열쇠 가게를 운영하며 본당에서 연령회 부회장, 구역장, 꾸리아 부회장, 차량 운전 봉사자 등 이웃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았다.

16년 전 어느 날, 그는 본당 주일학교 자모와 대화를 나누다 주일학교 축일잔치에 쓸 예산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때부터 열쇠 출장 수리 중에 나오는 금속류를 모아 처분한 돈을 주일학교 초등부와 중고등부에 번갈아 가며 매월 기부하기 시작했다. 이 소문이 본당 안에 알려지자 신자들이 안 쓰는 신발, 가방, 옷, 프라이팬 등을 모아 왔다. 열쇠 가게에 딸린 창고 공간에 보관하고 있다 처분하면 매월 최소 수십만 원의 소중한 기부금으로 재탄생했다.

“저는 어린 시절을 잊지 않고 ‘낮은 자세로 살겠습니다’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여깁니다. 다른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이겠지만, 생각 없이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자원들을 알뜰하게 모아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는 일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지금은 열쇠 가게에 창고 공간이 없어 출장 수리 중 생긴 금속류를 주로 모으고 있다. 과거처럼 매월은 아니지만 한 번 기부할 때 더 큰 액수를 주일학교에 전하고 있다. 7월 2일에도 주일학교 아이들을 위해 57만2000원을 보냈다.

70세가 훌쩍 넘는 고령에도 현업에 종사하다 보니 얼마 전에는 손이 아파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이 소식을 들은 주일학교 아이들이 “이기환 스테파노 할아버지, 저희를 도와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빨리 나으시기를 기도드려요”, “스테파노 할아버지, 항상 저희를 위해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젠 저희가 할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라고 쓴 손편지를 모아 전해 오기도 했다.

“아이들 손편지 받고 너무나 기뻤어요. 아이들에게 바라는 거요?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너무 예뻐요. 그저 하느님 잘 믿고, 구김살 없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기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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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궁동본당 이기환 스테파노 씨가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받은 손편지. 이기환 씨 제공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