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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실천하는 삶으로…세대 잇는 신앙 못자리”

변경미
입력일 2026-07-22 09:05:23 수정일 2026-07-24 13:54:29 발행일 2026-07-26 제 350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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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와 노인의 날 기획] 믿음의 유산, 다음 세대에…조부모가 몸소 보여 주는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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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조기식·이승진 씨 부부와 손자 황시원·황예찬 군이 함께  모여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변경미 기자

7월 26일은 ‘조부모와 노인의 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제정하며, “조부모가 세대를 잇고 삶과 신앙의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연결고리”라고 강조했다. 또한 권고 「사랑의 기쁨」(192항)에서는 많은 이가 조부모를 통해 그리스도교 신앙생활의 첫걸음을 배운다며, 손자녀에게 믿음과 삶의 가치를 전하는 조부모의 역할에 주목했다.

개인주의가 짙어지고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오늘날, 조부모와 부모가 일상에서 기도하고 믿음을 살아가는 모습은 자녀 세대의 신앙을 형성하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조기식(소화 데레사·69·서울대교구 공덕동본당)·이승진(스테파노·74) 씨 부부, 딸 이연지(실비아·44·의정부교구 지축동 요한본당) 씨와 사위 황준협(요한 세례자·44) 씨 부부, 손자 황시원(프란치스코·11)·황예찬(바오로·8) 군 가족은 일상에서 기도와 신앙을 나누며 3대의 믿음을 이어 가고 있다.

맞벌이를 하는 이연지·황준협 씨 부부를 대신해 손자들을 자주 돌봐 온 조기식·이승진 씨 부부는 아이들의 신앙생활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다. 손자들에게 어떤 기도를 했는지, 주일미사에는 다녀왔는지 묻고 작은 실천에도 아낌없이 칭찬한다. 가족여행을 떠날 때도 인근 성당이나 성지를 찾아 미사를 봉헌한 뒤 일정을 시작한다.

조부모가 보여 준 신앙은 손자들의 일상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시원 군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기 전후 성호를 긋고 기도한다. 아침·저녁기도와 묵주기도도 꾸준히 바친다. 시원 군은 “기도하시는 모습을 자주 봐서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됐다”며 “묵주기도를 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신앙을 전하려는 부모의 노력은 배움으로도 이어졌다. 황 씨는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와 서울대교구 햇살사목센터가 주관하는 신앙 전수 프로그램 ‘어머니·아버지 학교’를 두 차례 수강했다. 자신의 신앙생활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녀에게 믿음을 전하는 것이 아버지로서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황 씨 가족은 부모와 자녀가 놀이와 나눔, 대화를 통해 함께 신앙을 배우는 햇살사목센터의 프로그램 ‘키로(Chiro)’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곳에서 또래 가정들과 신앙생활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며, 가족이 함께 신앙 안에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자녀의 신앙 실천은 다시 부모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시원 군이 복사단 활동을 앞두고 한 달 동안 새벽미사에 참례하게 되면서, 황 씨도 함께 성당에 갔다. 황 씨는 “아이와 미사를 드리면서 오히려 제 신앙이 깊어졌다”며 “가르치기보다 오히려 배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조부모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시원 군은 일상에서 기도를 실천했고, 그의 신앙생활은 다시 아버지를 새벽미사로 이끌었다. 세대가 서로의 믿음을 북돋우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다. 조 씨는 “신앙 교육을 교회와 사목자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우선 가정에서부터 먼저 기도하고 신앙을 실천하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서울대교구 햇살사목센터 천진아 연구실장 “부모의 신앙 다음 세대와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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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사목센터 천진아 연구실장은 “자신의 신앙을 삶으로 실천하고, 그 믿음을 다음 세대와 나누는 교회의 어른들이 많아질 때 아이들도 신앙 안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신앙을 삶으로 실천하고, 그 믿음을 다음 세대와 나누는 어른이 많아질 때 아이들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햇살사목센터 천진아(미카엘라) 연구실장은 어른이 다음 세대의 신앙 성장을 책임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햇살사목센터는 부모와 조부모가 가정에서 신앙을 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마련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본당의 어린이 교리교육이 중단되자, 부모가 자녀의 첫 번째 교리교사가 되도록 돕기 위해 2021년 ‘어머니·아버지 학교’를 시작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운영해 오던 ‘어머니 학교’를 이어받으면서 교육 대상을 아버지까지 넓혔다.

교육에서는 부모가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는 한편, 자녀의 성장 단계에 맞춰 신앙을 전하는 방법을 배운다. 부모와 조부모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더라도 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신앙교육을 둘러싼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천 연구실장은 “교육에 참여한 부모들은 자녀의 발달단계에 맞는 신앙 환경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돌아보기도 한다”며 “무엇보다 부모 자신의 신앙이 단단해야 자녀에게도 믿음을 잘 전할 수 있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앙 전수의 책임은 자녀나 손자가 있는 부모와 조부모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천 연구실장은 “인간의 발달 과정을 보면 중년기 이후에는 자신의 경험과 가치를 다음 세대와 나누고 공동체에 기여하려는 욕구가 커진다”며 “이러한 에너지가 교회 안에서 잘 연결돼야 다음 세대도 신앙을 키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천 연구실장은 신앙 전수를 위해 교회와 가정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공동체 안에서 신앙교육을 꾸준히 이어 가고, 가정은 자녀가 그리스도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두 역할이 함께 이뤄질 때 교회도 젊은 세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