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완성하려면 이웃과 연대하며 관계 형성해야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현실을 악화시켰다기보다는 실상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인간관계보다는 상업적 관계로 구성된 세계화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즉 인간관계를 충족하거나 지원하지 못하는 이익과 소득은 최선의 거래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했다.”(루이지 마리아 에피코코 「깊은 곳의 빛」)
■ “모자가 왜 무서워?” 혹시 이 문장을 기억하십니까? 화가가 되려던 소년 생텍쥐페리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그렸는데, 이를 보고 어른들이 했던 말입니다. 이윽고 어른들은 그런 건 관두고 지리, 역사, 계산, 그리고 문법 쪽에 관심을 가져보는 게 좋을 거라 충고하지요. 셍텍쥐페리는 화가의 꿈은 접었으나 훗날 이 보아뱀 에피소드와 함께 「어린 왕자」를 저술합니다. “정말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사람들은 급행열차에 올라타지만 그들이 찾으러 가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해, 행복은 우리 주변의 물건에 있지 않아.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눈을 뜨기만 하면 돼.” 등의 영감 어린 문구에서 볼 수 있듯 이 작품은 어린 왕자와의 만남을 통해 점점 메말라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진정한 행복을 이야기합니다. ■ 나는 행복한 어른일까? 작품에는 여러 어른들이 등장합니다. 권력에 취해 완고해져서 보이는 사람은 누구든지 신하로 여기지만 정작 대화할 사람조차 없는 왕, 자신을 칭찬하는 말에만 반응하는 허영심 가득한 남자, 모순된 현실을 도피하려 항상 술에 취해 있는 아저씨, 숫자와 재물에 집착해 하루 종일 계산만 하며 살지만 삶이 공허하기 그지없는 사업가, 전등을 켜고 끄는 일을 성실히 하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데다 쉴 시간조차 없어서 잠 한번 푹 자 보는 게 소원인 점등인, 자신의 일만 중요시하다 보니 늘상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지리학자 등입니다. 각 인물은 언제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인간군상으로 공통점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모르고,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소중한 것들을 망각한 채 불행하게 산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그처럼 어리석게 살아가는 어른인지도 모릅니다. ■ 행복을 위해 필요한 건? 물론 모든 어른이 다 불행한 건 아닙니다. 또한 누군가 불행하다면 거친 세파와 삶의 힘겨움 탓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만약 삶이 진짜 불행하다고 여겨진다면 ‘중요한’ 뭔가를 잊고 잃어버린 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무엇일까요? 대박 나서 부자되려는 소망, 내가 원하는 일들, 많은 돈과 권력 같은 것들일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가족이나 친구, 따뜻한 이웃, 돌보고 배려해 주는 것, 나누고 걱정하는 것,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 하느님과 신앙이 아닐까요? 어린 왕자가 여우와 친해지면서 서로를 소중한 동반자로 여기고 책임감을 갖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전히 삶은 외롭고 고단하며, 각박하고 참담한 현실도 많을 겁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이겨 내는 방법은 바로 연대입니다. 진정한 연대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어려운 상황에 관심을 가지며 책임감을 갖고 친구가 돼 주는 겁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며 시작한 올 한 해, 나와 공동체, 세상의 행복은 그런 연대를 살아가려는 마음에서 싹틉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사랑받고 구원받은 모든 인간은 세상 안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사랑과 정의와 연대의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신을 완성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5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