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식별하면서 조화와 협력의 결과 도출
17개 주교회의 대표단 80명
수정안 발표와 토론과정 거쳐
대륙별 최종문서 안 승인
한국서 이용훈 주교 등 참석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아시아 대륙회의가 2월 24~26일 태국 방콕 반푸완(Baan Phu Waan) 사목센터에서 열렸다.
2박3일간 이어진 아시아 대륙회의는 2월 24일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사무총장 기쿠치 이사오 대주교 주례로 봉헌된 미사로 시작돼 아시아 대륙회의 ‘최종문서’ 안(Final Draft)을 검토·승인하고, 26일 FABC 의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이 주례한 폐막미사로 마쳤다. 이번 아시아 대륙회의 진행과정과 논의 사항을 알아본다.
■ 아시아 각국 대표단 참석
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회의는 지역교회 단계에 이어지는 두 번째 단계를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5개 대륙별 주교회의(유럽,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 아시아, 오세아니아)와 북아메리카(미국과 캐나다), 중동지역(특별히 동방 가톨릭교회)으로 구분해 대륙별 회의가 이뤄지며, 3월 31일까지 대륙별 회의 ‘최종문서’를 제출하게 된다.
7개 대륙별 회의 중 하나인 아시아 대륙회의에는 17개 주교회의 대표단과, 아시아 29개국이 구성하고 있는 FABC를 대표하는 주교단이 참석했다. 참석인원은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 등 추기경 6명, 대주교 5명, 주교 18명, 사제 28명, 수녀 4명과 평신도 19명 등이다.
한국 주교회의는 FABC로부터 주교회의 의장 주교, 시노드팀 또는 시노드 과정 참여자 1명, 여자 수도자 1명을 선정해 파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지난해 12월 6일 상임위원회를 통해 주교회의 사무국장 신우식(토마스) 신부와 노틀담 수녀회 정봉미(마리 유스티나) 수녀를 대표로 선정했다. 이용훈(마티아) 주교를 비롯한 한국교회 대표단은 2월 23일 출국해 아시아 각국 주교회의 대표단과 일정을 함께했다. 또한 FABC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도 이번 아시아 대륙회의에 FABC를 대표해 참석했다.
■ 공동 식별해 가는 시노드 여정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공동체의 현안들을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식별해 간다. 시노달리타스는 하느님 백성들의 공동 참여와 공동 책임을 본질로 한다. 2박3일간 이어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아시아 대륙회의 모든 과정은 공동 참여와 공동 책임의 정신 아래 참석자들이 함께 토론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이었다.
첫날 오전 8시30분 개막미사를 봉헌하며 아시아 대륙회의 일정을 시작한 참석자들은 9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오리엔테이션과 소그룹 나눔 시간을 가졌다.
개막미사를 주례한 기쿠치 이사오 대주교는 강론에서 “무관심은 생명을 죽일 수도 있으므로 우리는 사람을 살리는 희망을 만들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며 “교회는 희망을 만드는 일에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생명과 희망의 복음을 가졌고, 시노달리타스를 향한 여정에서 함께 연대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의 근원이 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까지는 ‘최종문서’안에 담긴 내용들을 참석자 전체가 읽고 소그룹을 나뉘어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다른 참가자의 의견을 들은 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초점을 맞춰야 하는 주제들을 선정해 나가는 과정을 밟았다.
둘째 날에는 소그룹 나눔으로 시작해 첫날 토의한 사항들에 대한 수정, 보완 의견들을 그룹별로 모아 제출한 뒤 전 파키스탄 카라치대교구장 조셉 카우츠 추기경 주례로 ‘아시아를 위한 미사’(Mass for Asia)를 봉헌했다. 이번 아시아 대륙회의에 참가한 여성은 모두 12명으로 이들은 둘째 날 여성 신자로서 아시아교회에 바라는 점을 발표했다. 방글라데시 주교회의를 대표한 리타 로셀린 코스타씨는 “시노드 과정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존중돼야 하고 여성들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필리핀 주교회의를 대표한 조이 칸델라리오씨는 “필리핀의 본당과 교구에서 나온 모든 목소리를 모아 회의에 참석했다”면서 “상처받고 소외된 모든 여성들도 역시 교회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들도 시노드 과정에 참석할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 ‘최종문서’ 안 승인과 폐막미사
마지막 날은 ‘최종문서’ 도출을 위해 전 참석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룹 기도를 시작으로 ‘최종문서’ 수정안(Amended Draft) 발표와 토론을 거쳐 ‘최종문서’ 안(Final Draft)을 도출하고 승인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은 회의 마지막날 강연에서 모든 사람의 연주와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교향곡처럼 아시아교회가 조화와 협력을 이룰 것을 요청했다. 올러리슈 추기경은 “대표단으로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하나의 악기이고 교향곡이 되려면 모든 악기는 합주 안에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교향곡은 반복적인 훈련과 타인과의 조화 속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노달리타스는 겸손을 요청하고 겸손 안에서만 우리가 시노달리타스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시노드를 추구하는 교회는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의 모든 백성에게 이타적인 봉사를 해야 할 사명을 그리스도에 의해 부여받는다”고 강조했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3일간 진행된 아시아 대륙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참석자들의 시노드를 향한 여정은 열매를 맺을 것이고 보편교회는 여러분들의 노고를 기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폐막미사는 이날 오후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이 주례했다. 보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시노드 여정은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걸으셨던 여정과도 같다”며 “교회가 경청, 만남, 식별을 거쳐 복음을 더 잘 증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폐막미사 성찬의 전례를 마치며 아시아 대륙회의 참가자를 대표한 12명이 보 추기경에게 3일간 진행된 상호협력의 상징으로 초를 봉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