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사제, 캔버스 위 하느님 집을 짓다
인천교구 원로사목자 이찬우 신부
세계 각국 성지 성당 80여 곳 그려
20~31일 인천교구청에서 전시
기도와 믿음으로 쌓아 올리는 하느님의 집 ‘성당’. 신앙심과 예술혼을 담아 지은 웅장한 성당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심을 드높인다.
이찬우 신부(요셉·인천교구 원로사목자)가 2022년에 작업한 성당 그림을 한자리에 모아 ‘그림으로 만나는 세계 유명 성당 성지순례전’를 연다. 이 신부가 수채화로 물들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성당, 각국의 성지 성당 80여 곳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한 노사제는 은퇴 후에야 붓을 들 수 있었다. 사목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목자로서 양 떼를 위하는 마음에는 마침이 없었다. 보는 맛에 아는 맛을 더하고 신자들의 신앙을 살찌우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느님을 향한 찬미와 믿음이 깃든 ‘성당’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다.
작품들은 펜 드로잉 위에 수채 물감을 옅게 칠하는 어반스케치 기법을 활용해 맑고 포근한 느낌을 발산한다. 건물의 작은 부분까지도 세밀하게 표현해 생동감 있다. 동서양을 넘나들 뿐 아니라 계절의 냄새조차 달라 다양한 시공간을 거니는 듯한 경험도 선사한다.
교회법 박사인 이 신부는 전시에서도 학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알고 보면 더 와닿기에’ 각 성당의 역사를 공부해 직접 해설을 붙였다. 성당이 지어진 사연, 주보성인의 영성, 건축양식의 특징과 의미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림을 보고 글을 읽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도록 사이사이 정물과 풍경화 20여 점도 함께 선보인다.
이 신부는 작품 판매 수익금 전액을 인천교구 서창2동본당의 새 성당 건축기금으로 봉헌할 계획이다. 또 하나의 하느님집을 짓는 일에 보탬이 되려는 뜻이다.
이 신부는 “수십 수백 년에 걸쳐 지은 신앙의 ‘작품’들을 그리고 공부하는 과정이 참 행복했다”며 “전시가 신자분들의 신앙 성숙에 도움이 되면 더없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림으로 성지순례를 하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성당들을 눈에 담아가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3월 20일부터 31일까지 인천교구청 1~3층에서 복도전시회로 열린다. 관람 시간은 11시부터 17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