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삶에 많은 변화와 영향을 주었다. 나는 그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
시립합창단에서 근무한 지도 14년, 성가대 지휘자로 지낸 지도 11년을 지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전 당연하게 느껴졌던 모든 것들이 팬데믹으로 모두 멈추고 연주도 지휘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연주 연습을 안 하게 되니 나의 노래 실력은 점차 수준이 떨어졌다. 시간 날 때 조금씩 집에서 노래를 불러 봤지만, 노래하는 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노래를 잘 부를 수가 없었다.
큰 고민에 빠졌던 그때, 마침 아내의 친구 남편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인데 매일 2시간씩 무슨 일이 있어도 연습한다고 했다. 당시에 들었을 때는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시간이 많아지고, 노래가 안 되기 시작하니까 ‘나도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연습해보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바로 연습실을 대여해서 매일매일 똑같은 시간에 연습하러 갔다.
처음엔 ‘내가 이렇게 노래해 왔었나?’ 의심이 들 정도로 이상하게 힘이 들었다. 나는 기본기부터 천천히 다시 한번 쌓아가기로 결심했다. 말이 쉽지, 매일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연습을 반복적으로 한다는 것은 끝이 없는 사막을 걸어가는 수도자와 비슷한 것이었다. ‘좋은 습관을 만들면 어렵지 않다’는 말처럼, 나는 연습을 내 몸의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그 시간이 되면 아무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연습실로 나가서 연습했다.
몇 달이 지나고 성당에서는 미사 참례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성가대는 활동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신부님께 “성가대 대표로 매주 영성체 후 특송만 부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그렇게 의도치 않게 매주 부른 특송이 나의 실력을 향상해주는 연주 연습이 됐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19가 개인적으로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었고, 나의 연습도 계속됐다.
1년이 지나고부터는 정말 연습하러 가는 것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졌다. 내가 해오던 연습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있었고, 그 믿음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힘을 주고 있던 목의 힘이 풀리기 시작했고, 노래와 발성에 안정감이 생기면서 전보다 훨씬 노래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2년 후 합창단 ‘정기 평가’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전체 남자 수석’을 하게 됐다. 이번 일은 나에게 2년간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일이었다.
언제나 살면서 힘든 시기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는 내가 겪은 것 중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마도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하도록 도와주시기 위한 주님의 작은 입김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