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특집] 주교회의 2023년 춘계 정기총회 주요 결정 사항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03-21 수정일 2023-03-21 발행일 2023-03-26 제 3336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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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 강화
사제 양성 지침 일부 수정
교황청에 개정본 제출 예정
전국위원회 위원장 선임 및
세계주교시노드 정총 대표 선출
한국-교황청 수교 60주년 맞아
명동대성당서 기념미사 봉헌

한국 주교단이 3월 14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 개막식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 주교단은 3월 13~16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춘계 정기총회를 열고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개정안)을 승인했다. 그동안 교회 현실에 많은 변화가 있어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이하 「사목 지침서」)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올해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오랜 논의를 이어오던 「사목 지침서」(개정안)을 승인하게 됐다. 춘계 정기총회 주요 결정 사항을 살펴본다.

■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개정안) 승인

한국 주교단은 춘계 정기총회에서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위원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가 제출한 「사목 지침서」(개정안)을 승인했다. 현 「사목 지침서」는 1995년에 발표된 것으로 처음 발표된 지 28년이 지나면서 「사목 지침서」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를 반영해 교회법위원회는 ‘사목 지침서 개정 소위원회’(주교회의 상임위원회 2017년 12월 4일 승인)를 구성해 현 「사목 지침서」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규범적인 내용 중 수정이 필요한 것과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할 지침들을 전체적으로 검토해 「사목 지침서」 개정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개정안은 교황청 인준 절차를 거친 다음 공포될 예정이다.

이용훈 주교는 3월 16일 춘계 정기총회 주요 결정사항에 관련한 교계 언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의 큰 줄거리는 교회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신자 생활의 전부를 교회법에 담을 수 없어 「사목 지침서」는 교회법보다 구체화된 측면이 있다”며 “「사목 지침서」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이런 정도는 신앙생활에서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기대하며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목 지침서」가 발표되고 30년 가까이 지나면서 교회 용어도 변화됐고, 문화 사목 시대를 맞아 대폭 손봐야 하는 조항들도 있었으며, 사장돼 있는 조항들은 활성화를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춘계 총회에서 승인받은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개정안)은 교황청 인준 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출판해 전국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국 주교단은 주교회의 2020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승인한 「한국 천주교 사제 양성 지침」(개정안)이 교황청의 추인을 받았음(교황청 성직자성(현 성직자부) 2021년 9월 14일자 공문(Prot. N. 2021 2760))을 확인했으며, 성직자부의 요청에 따라 몇 가지 수정사항을 반영한 개정본을 교황청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주교는 「한국 천주교 사제 양성 지침」(개정안)에 대해 “사제 성소가 감소하는 현상은 심각하지만 사제가 되기에 부적격한 인물은 식별 과정을 거쳐 분별해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어떤 사람이 사제가 될 수 있는지, 사제가 되기에 꼭 필요한 지적, 영성적 요소는 무엇인지와, 사제가 될 사람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가 소상히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 ‘학교 밖 청소년 노동자’에 사목적 배려하기로

올해 주교회의 차원의 사회적 약자로 9세부터 24세까지 ‘학교 밖 청소년 노동자’를 선정하고 이들을 사목적으로 더욱 배려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번 춘계 정기총회의 중요 결정이다. 이에 앞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 노동사목소위원회는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뛰어든 학교 밖 청소년들의 불합리한 노동환경을 지적하며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탈해 취업기회를 얻지 못하는 이들을 교회 차원에서 돕고자 지난해 11월 8일 ‘학교 밖 청소년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교회의 역할’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교회의는 토론회 결과보고서를 전국 각 교구 청소년국과 사회사목국에 보내 학교 밖 청소년들의 노동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바 있다.

이 주교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노동권 문제뿐만 아니라 인격적 대우를 못 받는 상황에 대해서도 교회가 억울한 이들을 변호한다는 마음으로 목소리를 더 많이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주교단은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표현하고자 주교들이 자율적으로 기부해 조성한 ‘착한 사마리아인 기금’의 2023년 사용처도 이번 춘계 정기총회에서 검토하고, 외국 교회의 수도자 양성과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에 거주하는 가난한 나라들의 사제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이용훈 주교(가운데)가 3월 16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전국위원장 선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기도의 날 행사 개최 등

이번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주교회의 전국위원회 위원장도 선임했다. ▲교리교육위원회 위원장에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에 이용훈 주교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에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서상범(티토) 주교 ▲순교자현양과 성지순례사목위원회 위원장에 구요비(욥) 주교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에 김종강(시몬) 주교 ▲천주교용어위원회 위원장에 조규만(바실리오) 주교가 선출됐다.

한국 주교단은 10월 4~29일 로마에서 개최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위해 성모 성월 마지막 날인 5월 31일 ‘성모 기도의 날’ 행사를 각 교구에서 교구장 재량으로 갖기로 했다. 이것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이탈리아 로마, 제1회기 10월 4~29일, 제2회기 2024년 10월)에 참가할 주교회의 대표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교체 대표로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를 선출했다.

또한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 세계청년대회(8월 1~6일) 기간에 3일간 진행되는 교리교육을 담당할 주교로 김종강 주교, 한정현 주교(스테파노·주교회의 해외선교·해외교포사목위원회 위원장), 신호철 주교(비오·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를 선출했다.

대한민국-교황청 수교 60주년(12월 11일) 기념미사는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하기로 했고, 대한민국과 교황청의 수교 역사를 조명하는 심포지엄을 올해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에서도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시복시성에 관심을 기울여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김종강 주교)가 마련한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시성을 위한 전구 기도 안내 리플릿’을 최종 선정하고 전국 공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한편, 전국 16개 교구에서 주교회의로 보내 온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피해 복구 지원금(3월 13일 기준 총 42억6530만9986원)을 교황청에 전달하기로 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