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이들, 빗방울 피할 안식처라도… 보호 종료된 19~24세 거주시설 경제·부동산·진로취업 교육하고 심리적 어려움 등도 함께 풀어가
대부분 청년은 부모의 그늘 아래서 어른이 될 준비를 한다. 이들과 달리 세상에 홀로 내던져지는 청년들이 있다.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지내다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돼 준비 없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이다.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이사장 이용권 베드로 신부)에서 2010년부터 운영하는 인천광역시청소년자립지원관 ‘별바라기’(관장 송원섭 베드로 신부)는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만 19~24세 자립준비청년들의 첫걸음을 함께한다. 현재 별바라기는 입소 청년 5명과 별바라기를 떠나 홀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청년 30여 명의 자립을 돕고 있다.
살기 위한 유일한 선택 “저는 인간 샌드백이었어요. 아무 이유 없이 아빠한테 맞아서 일주일에 2번씩 응급실에 갔어요. 중학생 때는 소주병으로 제 머리를 내리치고, 저보고 죽으라면서 제 손목을 붙잡고 칼로 긋기도 하고…. 다시는 가족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 정현규(가명·23)씨는 5~6cm가 넘어 보이는 손목의 긴 흉터를 보여줬다. 흉터는 하나가 아니었다. 동생 중 한 명은 아버지에게 맞아 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는 17살 때 가족과의 이별을 결심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아빠가 지구 끝까지 쫓아와서 저를 죽일까 봐 그냥 도망쳤어요.” 김희찬(가명·21)씨도 유치원생 때부터 아버지에게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했다. 김씨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이죽거리며 “네까짓 게 뭐가 된다고 공부를 하냐? 나가서 돈이나 벌라”며 어린 마음을 짓밟았다. 여느 때처럼 아버지에게 맞고 경찰서에 온 16살 김씨에게 경찰이 알려줬다. ‘쉼터’의 존재를. 그 길로 그는 집을 나왔다. “엄마랑 동생들도 매일 맞으니까 제가 보호해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가장 마음 아파요. 근데 저는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도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통계’를 보면, 보호대상아동 발생 원인의 48.3%가 부모 학대다. 부모의 이혼과 사망이 뒤를 잇는다. ‘가정 폭력’ 탓에 세상에 홀로 던져진 청년들은 깊은 상처를 입은 채로 여러 쉼터를 전전하다 별바라기에 왔다. 꺾인 날개 보듬어 주는 곳 자립준비청년들은 학대 경험 탓에 공황장애와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 약을 먹지 않으면 과거 겪은 악몽들이 밤마다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자해로 근원적인 아픔을 잊으려 몸부림친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고 주저앉은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정서적 지지와 심리 안정이다. “오늘은 네가 유독 힘든 날이구나.” 별바라기 관장 송원섭 신부는 청년들이 아픈 마음을 표출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품어주고 전문 심리치료를 지원하며 치유의 시간을 갖게 한다. 송 신부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는 시설에서 두 번 상처 입고 거부감을 갖게 된 청년들이 많아 이들이 스스로 찾아오기보다는 직접 찾아다니거나 다른 청년을 통해 데려온다”고 했다. 보육원에서는 규칙을 따르지 않거나 마음의 상처를 행동으로 드러내면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며 통고제도를 이용해 소년원이나 장애인센터로 보내는 사례가 많다는 게 송 신부 설명이다. 과거 개신교 쉼터에 머물렀던 정씨도 “교회 안 다니면 퇴소시킨다”는 말과 “행동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다”는 경고를 들었다. 김씨는 “이곳 선생님들은 ‘네 삶은 결국 네가 책임지는 것이니 뭐든 네가 먼저 해결해 보라’면서도 무슨 말이든 경청해 주고 도와준다”며 “세상에 믿을만한 어른들이 있고 저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