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입을 막는 교회 분위기
- 박 국장: 주위 여성 신자들에게 교회 내 성차별 문제를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많다. 교회 내 여성 성차별 문제에 대해서 정작 여성 신자들의 날카로운 인식과 문제제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듯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박기남 부회장(이하 박 부회장): 현재 교회는 60대 이상 여성들이 활동의 중심축이다. 이미 교회의 여성 차별적 문화와 성 역할에 따른 활동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세대라 문제의식이 희미한 경우가 많다. 문제의식이 있다 해도 ‘어차피 말해도 변화는 없고 나만 희생된다’는 피로감이 ‘잘 모르겠다’의 반응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잘 모르겠다’는 ‘없다’가 아니다. ‘있다’고 대답했을 때 돌아올 비난도 침묵의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이 소장: 20~30대 젊은 세대는 차별을 민감하게 느낀다. 하지만 이를 교회 안에서 나누지는 않는다. 젊은 세대는 대화를 나누기에 안전한 공간이라고 여기면 자신의 체험을 털어놓지만, 말을 꺼냈다가 자신이 불편해질 상황이면 입을 다물거나 다른 안전한 공간을 찾아 떠나가 버린다. 강론에서 불편한 이야기를 듣거나 성당 활동 중에 성차별적 일을 겪어도 표출하지 않고 덮기 때문에 가시적으로는 불편한 사람들이 안 보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교회가 성차별을 이야기하기에 안전하고 열린 공간인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박 대표: 자신이 차별받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받는 차별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도 있다. 사회교리에서 줄곧 ‘공동선’, ‘인권’, ‘연대’ 등의 개념을 이야기해도 머리로만 이해할 뿐 실천적인 태도로는 드러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많은 사제가 ‘자신이 맡은 일을 말없이 고분고분 잘 해내는 여성 봉사자’를 좋게 본다. 사제의 이런 보수적인 태도가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게 막는 분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성차별 느끼게 하는 가부장적 문화
- 박 국장: 교회 내 성차별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을 것이다. 성차별을 고착화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박 신부: 성경에도 가부장적 내용이 많고, 교회 봉사직에도 여성을 배제하는 차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와 맞물려 교회 안에서 남성들이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여성들은 허드렛일을 맡는 등 성차별 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미국에서 여성신학이 등장하면서 교회 내 남성 우월적 관행이 지적됐고 교회도 이 문제를 개선해 왔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부터 여성 복사가 허용되고, 사목회에 참여하는 여성 수가 많아지며 여성 사목회장도 등장했다. 교회가 여성을 사제직에서 배제하는 것을 차별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데, 교회는 이를 차별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에게 다르게 주어진 소명으로 본다.
▲박 대표: 여성이 교회에서 대표직을 맡으면 남성이 우습게보거나 좋은 일을 한다는 명분 아래 여성에게 억압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본당의 경우, 여성 신자들이 같이 뜻을 모은 사안에 대해 사제가 결정을 뒤엎고 단독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경우도 많다. 본당 최고결정권자인 남성 사제들이 위계적이고 가부장적이니 성차별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