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비잔틴 이콘으로 표현한 예수님 초상
그리스에서 직접 배워 작품화
말씀 그대로의 주님 표현하며
관람자에 치유·평안 전할 목적
13일까지 서울 갤러리1898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다양한 예수 초상 이콘을 감상할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 판토크라토 전’이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이어지고 있다. 판토크라토(Pantokrator)는 그리스어로 전능하신 만물의 구세주라는 뜻이다.
4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여서현(소화데레사) 작가가 9년 전, 한 미술관 전람회에서 본 비잔틴 시대 이콘 작품에서 느낀 편안함과 안정감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마련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대회에서 디자인 팀장 등으로 활동한 여 작가는 당시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자부심과 뿌듯함도 컸지만, 이후 대학에서 강의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공허감도 크게 느꼈다. 새롭게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고, 그는 2014년 자신을 매료시켰던 비잔틴 시대 이콘 작품을 떠올렸다. 완벽한 균형, 조형미에 안정감을 느꼈던 여 작가는 내적으로 평안함과 쉼을 얻을 수 있는 그와 같은 작업을 하고 싶었고, 그 성화의 원형을 찾아 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여 작가는 2020년과 2022년 두 차례 그리스로 연수도 다녀왔다. 전 아테네미술대학 특임 교수이자 그리스 아테네 이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소조스 야누디오스 교수에게 교육받으며 붓 놓는 법과 물통에 물 채우는 법 등 기본기부터 세심하게 확실히 배웠다.
비잔틴 시대 초기 작품들 중 비례와 균형이 뛰어난 작품들을 여 작가는 소조스 야누디오스 교수와 함께 선정했고, 사이프러스 아라카스성당에 있는 12세기 작 ‘만딜리온’, 그리스 아토스산 바토페디 수도원에 있는 13세기 작 ‘만물의 주관자 예수 그리스도’ 등을 모사했다.
2022년 그리스를 방문했을 때는 직접 메테오라 수도원을 찾아 16세기 원작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를 보고, 이를 작품으로 만들었다. 전시에서는 이 작품들과 함께 ‘길을 안내하는 성모자상’을 포함한 비잔틴 시대 이콘 작품들, 연필 드로잉 등 10여 점을 선보인다.
여 작가는 “종교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교회 미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상의 작품을 주님께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작업해야 한다고 배웠다”며 “비잔틴 시대 이콘 작품의 아름다움을 재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 이단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유혹들에 흔들리지 않고 정통 이콘을 보면서 말씀 그대로 주님의 모습을 마음속에 잘 새기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여 작가는 “제가 조화와 균형, 색감 등을 잘 표현한 작품에서 마음의 치유와 평안을 얻었듯이 관람자들도 치유와 평안을 얻고, 자연스럽게 묵주기도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시길 기도하는 소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소조스 야누디오스 교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여 작가는 비잔틴 이콘 성화의 정통성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해 온 예수 초상화의 다양한 시각적 표현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