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특집] 부활의 기쁨 누리는 성분도보호작업장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04-04 수정일 2023-04-04 발행일 2023-04-09 제 3338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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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로 다시 태어난 흙처럼… 오늘도 우리는 부활을 삽니다
장애인 자립능력 키우기 위해
노동 가치 일깨우며 상품 제작
22년째 도자기 생산에 힘 쏟아
친환경 ‘에코컵’ 전국적인 인기

경기도 광주 성분도복지관 관장 김명옥 수녀(맨 오른쪽)와 성분도보호작업장 장애인 및 교사들.

신앙인에게는 매일 매일이 부활의 삶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며 주님께서 모든 사람들을 구원하고 새 삶을 선물해 주시기 위해 부활하셨다는 사실에 신앙인들은 기뻐한다. 이 기쁨은 주님 부활 대축일에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 안에서 주님 부활을 체험할 때 참 기쁨이 될 수 있다.

어느 곳보다 주님 부활을 기뻐하고 매일의 삶에서 부활의 기쁨을 누리는 성분도보호작업장(원장 최용근 안토니오)을 찾아갔다.

■ 존재가 부활인 곳

주님 부활 대축일을 앞두고 있던 지난 3월 31일 오전,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성분도보호작업장 근처 야외 운동장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에 장애인들의 함성 소리가 울려 퍼져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듯했다.

성분도보호작업장은 일반업체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환경 속에서 각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업적, 사회적 기능훈련과 고용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장애인들의 직업적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고 자립생활의 기반을 조성해 궁극적으로는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001년에 사업을 개시했다. 벌써 23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쌓아 가면서 수많은 장애인들이 성분도보호작업장에서 각자의 재능대로 일하고 약정된 임금을 받아 자립능력을 키워 왔다. 성분도보호작업장은 그리스도께 봉사하듯이 병든 형제들에게 봉사하기를 원한 베네딕토 성인의 뜻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병든 형제들에 대한 봉사는 모든 것에 앞서고 모든 것 위에 있다.

함성소리를 뒤로 하고 성분도보호작업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정숙한 내부 분위기가 전해지는 가운데 학교 교실 크기의 작업장에서 장애인들이 임가공 생산품을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고요함 속에 바쁘게 움직이는 손길이 느껴졌다. 비장애인들이 볼 때는 단순한 노동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성분도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오랜 재활과 교육 과정을 거쳐 이 자리까지 왔다.

성분도보호작업장을 운영하는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성분도복지관 관장 김명옥(크레센시아) 수녀는 “성분도보호작업장 장애인들은 성분도복지관에서 생활하며 업무 능력을 키운 후 정해진 시험 절차를 통과한 분들”이라며 “성분도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장애인들이 다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장애인들 중에서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자기 생활을 개척한 이들만이 성분도보호작업장이라는 당당한 직장을 갖게 된다. 성분도보호작업장에 입사한 장애인들이야말로 주님 부활의 의미를 매일 매일의 노동 속에서 체험하고 생생하게 드러내는 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 장애인 자신은 물론이고 그 부모님들은 성분도보호작업장에 높은 만족감과 신뢰감을 보인다.

성분도보호작업장의 특화된 사업인 도자기 제품들.

■ 도자기에 담긴 부활의 의미

성분도보호작업장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도자기’다. 도자기 사업은 전국 장애인 시설 중에서도 22년이라는 오랜 기간 운영되고 있다. 도자기 명인인 최용근 원장 지도 아래 장애인기능올림픽 도자기 부문 국가대표 2명을 배출해 낼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성분도 도예관’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서 있는 작업장에 들어서자 성분도보호작업장에서 8년째 장기 근무 중인 한종원(토마스·29)씨와 올해 1월 입사한 정지훈(요한 사도·26)씨가 정성이 담긴 손놀림으로 ‘에코컵’을 깨끗이 닦고 있었다. 맞은편 테이블에서는 다른 장애인들이 에코컵을 포장했다. 에코컵은 성분도보호작업장 자체 도자기 제작품으로 4주라는 긴 제작기간을 거쳐 나온 친환경 제품이다. 공깃돌, 황토 소금 등과 더불어 성분도보호작업장의 주력 생산품인 에코컵에는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모든 이에게 사랑을, 모든 일에 정성을’이라는 관훈의 정신이 담겨 있다.

작은 에코컵이지만 그 안에서 장애인들의 자립 기반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소비되기를 바라는 소망과 함께 전 지구적인 생태위기를 극복하는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도 읽을 수 있다. 성분도 도예관에서 최은하·김용하 교사의 지도를 받아 장애인들이 닦기, 포장, 스티커 붙이기 순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최은하 교사는 에코컵의 장점에 대해 “천연유약을 사용해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내구성도 높아 종이컵 대용으로 사용하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명옥 수녀는 “자연의 흙을 구워 에코컵을 만들고 제품으로 탄생시키기까지 과정이 예수님의 부활을 닮았다고 생각한다”며 “성분도보호작업장에서는 장애인들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가시오가피와 블루베리 등도 장애인들과 함께 가꾸면서 생명 탄생의 모습에서 부활의 의미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한종원(토마스)씨는 입사 초기에는 작업장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원예, 도자기 등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안정을 찾았다. 그는 “선생님들이 저에게 잘해 주셔서 고맙고,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하는 일을 자랑한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입사 3개월차로 일에 대한 만족감을 찾아가는 정지훈(요한 사도)씨도 “성분도복지관에 8년 동안 다니면서 보호작업장에 입사해 평소 좋아했던 형들, 누나들과 함께 일하고 싶었다”면서 “첫 월급을 받아 김밥, 떡볶이 등 맛있는 음식을 사먹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성분도보호작업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여러 일들을 배우고 좋은 친구들도 사귀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문의 031-799-0339 성분도보호작업장

경기도 광주 성분도보호작업장 교사 김용하(왼쪽에서 첫 번째)씨가 한종원(왼쪽에서 두 번째), 정지훈씨와 함께 도자기 에코컵을 닦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