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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생명학교 독서회는 하느님 나라 / 임경아

임경아 가브리엘라,제1대리구 흥덕본당
입력일 2023-06-27 수정일 2023-06-27 발행일 2023-07-02 제 335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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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학교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독서를 통해 만나고 있다. 이번에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를 읽고 나눈다. 딱딱하고 어렵지만 이해한 만큼 발제를 준비한다. 함께 읽고 나누다 보면 아무리 어려운 회칙도 척척 읽어나간다.

“인간은 사랑으로 구원받습니다. 살아가면서 커다란 사랑의 체험을 하는 바로 그때가 자기 인생에 새로운 의미를 주는 ‘구원’의 순간이 됩니다.”(26항)

“우리 한 사람 한 사람과 인류 전체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느님이 바로 희망의 토대입니다. 그분의 나라는 그분의 사랑이 우리에게 다다르는 모든 곳에 현존합니다.”(31항)

‘나에게는 사랑의 체험이 새로운 구원의 순간이 되었던 적이 있었나?’

교구 사회복음화국에서 봉사하면서 부서의 실무자로 잠시 일했던 적이 있다.

당시 미혼모 시설을 방문해 아기를 낳은 산모에게 ‘친정엄마 되어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산모에게 필요한 게 뭘까? 아마 친정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당시 국장신부님과 직원들이 직접 친정엄마가 되어 주기로 한 것이다. 산모와 아기에게 필요한 미역과 소고기, 분유 등을 직접 방문하여 전해주며, 우리의 작은 정성이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받는 사람에게도 선물이 됐지만,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부터 직접 전달하기까지 우리가 오히려 더 큰 선물을 받았다. 이들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함께하고 싶고,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줄 대상으로만 바라봤던 나의 시선이 사랑의 마음으로 변화되었음을 알게 됐다.

이들을 향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은 나에게 새로운 구원의 순간이었고, 하느님 나라가 지금 여기에 현존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체험이었다.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신뢰하고, 그분의 사랑이 우리 삶 곳곳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희망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생명학교 독서회는 올해 7년 여정을 향하고 있다. 독서를 통해 서로의 삶을 나누며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는다.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와 회복이 일어나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앎이 삶이 되는 지금 여기가 바로 하느님 나라. 생명학교 독서회는 하느님 나라다.

임경아 가브리엘라,제1대리구 흥덕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