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친구들을 하느님께서 서로에게 천사로 보내주신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봉사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덕에 살아갑니다.”
원주교구 흥업본당(주임 김정연 베드로 신부) 술미공소 미사에서 전례 진행과 반주, 성가를 맡아 봉사하는 강경숙(올리바·원주 학성동본당), 신태준(체칠리아·서울 상도동본당), 엄영호(다리아·원주 봉산동본당)씨는 강원도 영월중학교 동기이면서 둘도 없는 친구들이다. 올해 74세 동갑인 이들은 모두 영월중 재학 중에 세례를 받은 뒤 모두 초등학교 교사·교장으로 일하다 퇴임했다.
동기생 3명이 원주 갈거리사랑촌 안에 있는 술미공소에서 봉사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가을부터다. 매월 첫 토요일 오후 4시에 봉헌되는 술미공소 미사에 성가 지도를 할 봉사자가 없어 공소 신자들이 같은 성가만 계속 부른다는 사연을 접한 강경숙 전 교장은 동기생 중 본래 성악가를 꿈꿨던 엄영호씨에게 술미공소 성가 지도를 제안했고, 여기에 신태준씨가 피아노 반주자로 동참하면서 이들의 아름다운 봉사가 첫발을 내딛게 됐다. 처음에는 1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봉사가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성가 봉사 제안을 받을 당시 엄영호씨는 긴 냉담 중에 있었고, 강경숙·신태준씨는 친구의 신앙 회복을 위해 오랜 기간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술미공소 봉사에 참여하는 것을 계기로 세 친구가 신앙 안에서 재결합된 것은 물론, 60년 넘는 세월 동안 쌓아온 우정도 더욱 깊어졌다.
지난 12년 동안 서울에서 원주를 오갔던 신태준씨의 고생과 희생이 특히 컸다. 서울에서 오전에 전철로 청량리역에 가서 기차로 원주역에 내리면 다른 두 친구가 차를 가지고 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함께 술미공소로 이동했다. 공소 미사가 끝나면 다시 원주역까지 가서 서울 청량리역에 내리면 늦은 밤이 돼 있었다.
공소 미사 한 대를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을 쓰고 고생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세 친구는 서로 묻고 답하면서 “박해시대 우리 신앙 선조들이 수십 리도 멀다 않고 걸어서 잠깐의 성사를 보았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 고생은 아무 것도 아니다”는 말로 서로를 격려했다. 그럴수록 사명감은 더 커졌다. 고생만큼 보람도 느꼈다.
동창생 세 사람은 10년 넘게 술미공소에서 봉사하면서 공소 신자들이 새로운 성가들을 꾸준히 배우고 부를 수 있게 된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 안타까운 것은 술미공소 역사의 주역이던 지역 어르신들이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미사에 나오는 어르신은 채 10명도 안 된다는 점이다.
“하느님께서 저희의 작은 탈렌트를 귀한 봉사의 도구로 써 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70대가 된 저희도 아픈 곳이 많아 봉사를 쉬는 때도 있지만 하늘에 보화를 쌓는다는 마음으로 술미공소 신자들을 위해 봉사하다가 하늘나라에 가서도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