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이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주민은 F-4라고 듣게 됐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꽃보다 남자라는 만화의 F4(꽃미남 4인방의 줄임말)로 착각해 잘생겼다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곧 F-4는 재외동포 비자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주민들마다 다양한 비자가 있다는 것도 그 때 알게 됐습니다.
한국에 오는 이주민들은 정부에서 체류할 권리를 인정받는 공증 즉 비자를 받습니다. 그래서 체류 목적에 따라 비자 종류가 다양하며 비자에 따라 취업 종류가 제한됩니다.
이는 당연히 소득과 연결됩니다. 그래서 어떤 이주민은 10년 동안 D-4(어학연수) 비자로 시작해 D-2(유학) 비자, E-7(취업) 비자, F-2(거주) 비자, F-5(영주) 비자를 얻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주민들이 비자를 얻는 조건은 매우 까다롭고 현실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E-7 비자로 온 이주민이 F-2(거주) 비자를 얻으려면 먼저 한국에 5년 이상 거주하고 계좌에 3000만 원 이상 잔액이 있어야 합니다. 또 한국어능력시험과 사회통합프로그램(4급·4단계 이상)도 필요합니다. 이주근로자들의 소득과 환경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한국인들에겐 관심 밖의 일이지만 이주민들에겐 중요한 생존 문제입니다. 이처럼 한국에 정착하고자 하는 이주민들에게는 이웃이 되는 것도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비자·체류 관리 시스템은 이주민이 거의 없던 1960년대에 만들어진 틀에 새 비자를 덧대는 방식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대분류로 36개(A~H), 세세하게 나누면 250개나 됩니다. 비자 종류가 복잡해지면서 처음 온 이주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비자 체계와 체류관리 시스템은 이주민을 우리의 이웃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한국 사회의 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비자 취득 문턱을 높여서 ‘고급 인력’만 나의 이웃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조업 같은 단순 근로에 이주민이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자·체류관리 정책에 대한 개선과 개방적 이민 정책에 대한 한국 사회의 폭넓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누가 나의 이웃입니까?”(루카 10,2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