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두산순교성지 순교자박물관, 최종태 작가 ‘50년 만의 초대’전
한국교회 조각 토착화의 선구자
조각·회화·판화 등 작품 65점 전시
순교성지 내 조각 공원 조성 계획도
“예술의 경계 넘어선 종교적 도상”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관장 원종현 야고보 신부, 이하 순교자박물관)이 한국 조각계의 원로이자 교회 조각의 현대화와 토착화에 크게 기여한 최종태(요셉) 작가 초대전을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순교자박물관은 지난 7월 29일 특별전시실에서 최종태 작가 초대전 ‘50년 만의 초대’를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조각과 회화,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최종태 작가의 장르별 대표 작품 65점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일제강점기와 해방, 근현대의 사회적·정치적 혼란을 관통하며 성장한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와 예술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저서 및 화보집 26종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최종태 작가와 순교자박물관의 인연은 1973년 ‘순교자를 위한 기념상’ 봉헌으로 시작됐다. 이 기념상은 최 작가가 41세에 처음으로 제작한 교회 조각으로, 이후 수많은 교회 조각의 출발점이었다. 기념상은 순교자박물관 초입에 세워져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50년 만의 초대’는 최 작가가 교회 조각을 세웠던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회귀하며, 스스로 구도의 길을 완성해 가는 여정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는 ‘아름다움의 끝은 성스러움’과 ‘믿음이 담긴 조형’이라는 두 주제로 펼쳐진다. ‘아름다움의 끝은 성스러움’에서는 소녀상과 여인상 등 한결같이 인간을 주제로 활발히 작업을 펼친 최 작가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믿음이 담긴 조형’에서는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예술에 녹여내고 한국교회 미술의 토착화에도 큰 영향을 줬던 작품들이 전시된다. 2018년 문재인(티모테오) 전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했던 청동 부조 ‘그리스도’와 청동 조각상 ‘성모’도 감상할 수 있다.
1932년 대전에서 태어난 최 작가는 대학 시절 불교 사상에 심취했고, 1958년 대학을 졸업한 후 세례를 받았다. 이후 삶과 종교, 예술이라는 근원적 주제를 평생의 과제로 삼아 예술작업을 해왔다. 평면과 조각,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초월한 작품들을 통해 독보적 예술세계를 구축한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순교자를 위한 기념상’ 제작 이후 본격적으로 성상 조각을 해온 최 작가는 한국교회 조각의 토착화를 구현해왔다. 이 과정에서 서구의 정형화된 성상 일색이었던 한국 교회 미술에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여기에는 불교와 불교 예술에 대한 그의 이해가 그 바탕이 됐으며,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있는 성모상 형태의 ‘관세음보살상’이 그 대표적 작품이다.
순교자박물관장 원종현 신부는 “최종태 작가는 한국의 전통적인 미감을 계승하고 수용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현대화시켰으며, 궁극의 간결하고 단순한 형태를 통해 절대적이며 성스러운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태 작가의 작품은 예술의 경계를 넘어 종교적 도상으로서, 우리를 하느님께 이끄는 순례의 여정으로 초대하고 있다”면서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많은 순례자들이 각자 자기 신앙을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종태 작가 초대전은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절두산순교성지는 오는 11월 성지 야외 한편에 최 작가의 돌조각으로 작은 조각 공원을 꾸밀 계획이다. 성지는 이곳을 기도와 묵상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 작가는 시대별, 재질별 다양한 작품들을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내년 1월 상설전시관을 마련해 최 작가의 기증 작품들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