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WYD 세계 청년 한마당…“함께 놀며 문화·신앙 교류해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1년 앞두고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친교를 나누는 장이 마련됐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과 이주사목위원회는 8월 30일 서울 혜화동 동성중고등학교 일대에서 ‘2026 WYD 세계 청년 한마당’을 개최했다. ‘우리 함께 놀아요!(Let's play together)’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스페인,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청년 300여 명이 참가했다. 개막미사는 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 주례로 동성중·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영어로 봉헌됐다. 아울러 제1독서와 제2독서는 각각 몽골어와 인도네시아어로 봉독됐다. 참가자들은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베트남어, 영어, 한국어 등 각자의 모국어로 보편지향기도를 바쳤다. 이 주교는 강론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청년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가는 모습을 두고,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청년들은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며 새로운 땅에서 삶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환대를 베풀고, 함께 성장하는 길을 찾아가기 바란다”며 “외국 청년들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고 배우면서 서로의 다양성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풍요로움을 이루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 주교는 2027 서울 WYD 주제 성구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를 언급하며 청년들이 서로의 이야기와 꿈, 고민과 신앙을 나누면서 희망의 표징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러한 만남을 통해 우리는 누구도 혼자 걷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고, 함께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희망의 표징이 될 것”이라며 “오늘 이곳에 모인 여러분이 바로 그 희망의 시작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미사 후에는 운동장과 강당 등에서 문화 교류와 체험 부스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한국의 전통놀이인 ‘딱지치기’와 ‘고무신 던지기’, 일본의 전통 목제 놀이 ‘다루마오토시’, 필리핀의 전통 죽마 놀이 ‘까당까당’ 등 각국의 놀이를 체험했다. 또한 물총을 활용한 팀 대항전 ‘말씀을 지켜라’, 팀 협동 게임 ‘공 굴러가유’, ‘청홍판 뒤집기’, ‘붐샤카라카 챌린지’, ‘미션 릴레이’ 등의 부스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었다. 전통놀이를 체험한 베트남 유학생 응웬 투이 응언 씨는 “서울 WYD를 설레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내년에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스 봉사자로 참가한 이장범(모세) 씨는 “덥고 습한 날씨에 힘들기도 했지만 색다른 놀이를 체험하고 즐거워하는 외국인 참가자들을 보니 기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또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성 프란체스카 사베리아 카브리니, 성 요세피나 바키타, 성 가롤로 아쿠티스 등 수호성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2027 서울 WYD 수호성인 포토월’을 비롯해 ‘WYD 카드 짝 맞추기’, ‘수호성인 키링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등 서울 WYD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탄자니아 출신의 봉사자 마이클 보니파시오 음줄리 씨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내년 대회가 잘 치러지도록 계속 기도하고 있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교회뿐 아니라 한국 문화도 접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홍보단은 한량무와 소고춤 등 한국무용을 비롯해 케이팝(K-POP) 댄스를 선보이며 참가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유상혁(요한 세례자) 신부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국적의 청년들이 서울 WYD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늘의 만남이 내년 대회까지 이어져 청년들이 서로를 기억하고 다시 만날 수 있는 인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9-06 제3506호 17면

제21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에 대전 만년동본당·의정부 창현본당

제21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에 대전교구 만년동본당과 의정부교구 창현본당이 선정됐다. 우수상은 수원교구 죽산본당이 받는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8월 19일 제21회 가톨릭 환경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공모 주제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활동’으로, 세 본당은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에너지 전환을 실천하고 지역사회와 연대해 창조 질서 보전에 힘쓴 점을 인정받았다. 시상식은 9월 1일 오후 3시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가 주례하는 제11차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기념 미사 중 열린다. ■ 대전교구 만년동본당, 지역사회와 연계해 햇빛발전 지원 대전교구 만년동본당(주임 김종민 요한 사도 신부)은 교구의 ‘2040 탄소중립’ 목표에 발맞춰 2023년부터 재생에너지 전환과 자원순환, 생태 교육과 연대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와 연계한 에너지 전환 활동이 눈에 띈다. 만년동성당은 건물 구조상 자체 햇빛발전소 설비 용량이 10.8kW에 그쳐, 부족한 발전 용량을 금액으로 환산해 다른 공동체의 발전소 건립을 지원했다. 이를 위해 2억7660만 원을 모금해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에 출자했고, 184.40k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해 연간 약 111t의 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1만2233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다. 본당은 LED 조명과 이중창을 교체하고 무동력 공기 순환 팬을 설치하는 등 고효율 설비도 구축했다. 실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노력까지 더해 연간 약 1000만 원의 전기료를 절감했다. 신자들도 손수건과 텀블러 등 다회용품 사용을 생활화하고 폐식용유 비누 제작, 녹색 기금 적립, ‘쓰레기 없는 본당의 날’ 등을 실천했다. 생태 교육과 탄소중립 실천 홍보는 물론 어스아워(Earth Hour) 소등 행사, 기후 정의 캠페인 등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와의 연대도 이어가고 있다. 2025년에는 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하는 ‘2040 탄소중립 SOL’ 인증을 교구에서 두 번째로 획득했다. ■ 의정부교구 창현본당, 신자들 직접 ‘에너지협동조합’ 설립 의정부교구 창현본당(주임 최종환 베드로 신부)은 전 신자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동참하며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2023년 ‘RE100’ 선언 미사 봉헌을 시작으로 본당은 성당 교육관 옥상에 39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연간 77.3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신자들을 중심으로 3억여 원을 출자해 ‘화도자연에너지협동조합’을 설립하고 500kW 규모의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가평자연에너지협동조합과 다산자연에너지협동조합의 설립과 에너지 생산도 지원했다. 남양주시민햇빛협동조합, 다산자연에너지협동조합, 남양주자연에너지협동조합과 함께 4개 에너지 협동조합 협의회를 구성해 RE100 달성을 위한 지역 연대 활동도 펼치고 있다. 성당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후위기 시계를 설치했으며,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탄소 포집 자연농법인 ‘퍼머컬처 농장’을 조성해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청소년의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수원교구 죽산본당, 발로 뛰는 ‘맞춤형 태양광 지원’ 우수상을 받은 수원교구 죽산본당(주임 장대식 토마스 모어 신부)은 주임신부와 본당 환경위원들이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신자 가정을 직접 찾아가 공적 지원과 연결하는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썼다. 성당과 신자 1300여 명의 가정에서 배출되는 월 탄소배출량을 13만kgCO2로 추산하고 본당 공동체의 탄소중립을 추진했다. 2025년 말까지 총 874k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45만745kgCO2의 감축 효과를 거뒀다. 이는 본당 공동체의 탄소 감축 목표 가운데 33.79%를 달성한 수치다. 본당은 자원순환 마켓을 운영하고 탄소기록지를 이용한 분리배출과 자원순환 운동도 펼쳤다. 그 결과 9072kgCO2가 감축됐다. 전기 사용과 자동차 이용 줄이기 운동을 통해서는 9239kgCO2 감축 효과를 얻었다. 2025년 한 해 본당이 감축한 이산화탄소는 총 48만466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나무 약 4만8467그루를 심는 효과에 해당한다.

발행일 2026-08-30 제3505호 17면

[칼럼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25) 기후위기 극복에 필요한 대안 개념 - ②적정기술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 수준과 속도는 그야말로 눈이 부실 정도이다. 전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AI)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모든 사물 영역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고, 여기서 생산된 정보가 빅데이터로 저장되며, 물리적 생물학적인 아날로그 영역들이 디지털로 재생산되는 통합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인간의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창의력, 육체 노동력까지도 AI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도대체 왜 여기까지 와야 했고, 왜 멈추지 않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긴 지는 오래지만, 여전히 답은 공허하다. 경제학자인 슈마허(Ernst F. Schumacher)는 기술의 속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인간을 포함하는 자연 세계의 모든 것에는 규모, 속도, 힘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인간이 지배받고 있는 기술은 규모, 속도, 힘 측면에서 스스로 제한하는 법을 모른다. 다시 말해 자기 균형, 자기 조절, 자기 정화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로 인해 자연환경을 통해 수많은 거부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슈마허가 말하고자 했던 거부반응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 가지 위기에 해당하는데, 첫째, 인간 본성이 기계에 종속되거나 침해되는 문제. 둘째, 환경오염의 문제. 셋째,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의 남용과 고갈의 문제이다. 이러한 위기는 슈마허의 주장이 있었던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다. 팽창일로의 과학기술과 이를 통해 발달해온 자본주의는 스스로 멈추지 못한다. 근본적으로 자기제어 기능이 없으므로 진지한 성찰의 과정이 없다면 해결이 안 될 지경이다. 과학기술에 인문학적인 성찰이 가미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연의 순환 원리와 생태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과학기술의 작동 원칙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 적합한 기술 그것이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다. 적정기술은 1960년대 중반 슈마허 박사가 주창한 이래 전 세계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대되었다. 당시에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적정기술을 보급하였다. 저렴하고 어렵지 않은 과학 원리와 기술로 일자리를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그렇지만 기후위기를 초래하고 심화시킨 것은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이다. 따라서 선진국에서의 적정기술은 다른 맥락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자연 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화학비료나 제초제 같은 농약을 쓰지 않는 농업으로 식량을 생산하며, 플라스틱 제품을 멀리한다. 자연으로부터 물질을 얻고 되돌린다는 것의 중대함을 깨달아 순환의 원리에 맞는 방식의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져야 하며, 쓰레기로 매립되거나 태워지는 일을 줄여야 한다. 자연의 구성원으로서의 인간 존재를 인정하고, 생태계를 존중하며 보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과 생명체는 디지털 기술로 창조되거나 대체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디지털 기술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려는 과학기술이 있다면 그것이 곧 적정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적정기술의 사례가 있는지 다음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글 _ 강신호 스테파노(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발행일 2026-08-30 제3505호 17면

[순례, 걷고 기도하고] 수원교구 양근성지

물을 머금은 땅에서도 강인하게 뿌리내리는 버드나무. 남한강변에 줄지어 선 버드나무는 거센 바람에 가지가 흔들려도 뿌리만큼은 좀처럼 뽑히지 않는다. ‘버드나무 뿌리’를 뜻하는 양근(楊根)에 자리한 수원교구 양근성지에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꿋꿋이 신앙을 지켜낸 신앙 선조들의 얼이 곳곳에 남아 있다. 신앙과 함께한 삶과 죽음이 겹쳐 있는 양근 성지는 천진암 강학을 주도한 권철신(암브로시오)과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형제가 태어난 곳이자 복자 조숙(베드로)·권천례(데레사) 동정부부가 태어나 신앙을 증거한 곳이다. 초기 신앙 선조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만큼 양근 일대에는 순교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기록에 따르면 순교자들은 양근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오밋다리 옆 백사장에서 치명했다고 한다. 현재 오밋다리는 사라졌고, 성지에서 1.7㎞가량 떨어진 양근대교 인근을 순교터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2014년 시복된 조숙과 권천례 동정부부를 비롯해 윤유오(야고보), 윤점혜(아가타), 권상문(세바스티아노) 등 여러 신앙 선조가 순교했다. 이들의 순교를 기리기 위해 성지는 양근대교 옆 양강섬에 순교 상징 조형물 ‘영원으로 가는 사다리’를 세웠다. 9월 말 성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완공되면 다시 양강섬을 오가며 기도할 수 있다. 성지에서 8㎞가량 떨어진 도곡리 능말에서도 순교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능말은 초기 한국교회 지도자 조동섬(유스티노)과 그의 아들 하느님의 종 조상덕(토마스), 복자 조용삼(베드로)과 조숙, 병인박해 때 순교한 조중구(타대오)와 조인달 등 신앙 선조들의 고향이다. 한양 조씨 한흥군 후손들이 400여 년간 집성촌을 이루며 천주교 신앙을 이어온 곳이기도 하다. 성지는 이곳에 순교자 현양비를 세우고 2021년 5월 29일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로 축복식을 거행했다. 순례의 발걸음을 양평역으로 옮기면 또 다른 순교의 흔적과 마주한다. 양평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옛 양근 관아에서 순교한 신앙 선조들을 기리는 표석이 서 있다. 이곳에서는 조상덕, 장사광(베드로), 손 막달레나 등이 1801년 신유박해 때 옥중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표석을 뒤로하고 양평 읍내를 걷는다. 건널목을 건너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 양평읍사무소 쪽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죽음의 흔적이 아니라 신앙 선조들의 ‘삶의 자리’를 찾아가는 길이다. 읍사무소 건너편에는 한국교회 창립의 주역인 권철신·권일신 형제의 고향을 알리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이름난 학자였던 권철신의 문하에는 여러 젊은 학자가 모여들었다. 하느님의 종 이벽(요한 세례자)·이승훈(베드로)·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을 비롯해 복자 홍낙민(루카)·윤유일(바오로) 등이 양근에서 권철신과 교류하며 천주교 신앙을 접했다. 관아와 순교 터에서는 신앙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이들의 마지막을 만나고, 권철신·권일신 형제의 고향에서는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믿음을 받아들였는지를 마주한다. 양근의 순례길에는 이처럼 신앙 선조들의 삶과 죽음이 한 길 위에 겹쳐 있다. 죽음에서 다시 ‘삶’으로 양근 곳곳에 흩어져 있던 신앙 선조들의 흔적은 성지에 이르러 하나의 역사로 이어진다. 순교 터와 관아가 신앙 선조들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곳이라면, 성지는 그들이 살아낸 신앙과 그 신앙이 한국교회 안에 뿌리내린 과정을 되새기는 자리다. 양근은 한국교회 초기 신앙공동체가 형성된 중요한 터전이었다. 1784년 북경에서 세례받고 돌아온 이승훈이 이곳에서 권철신과 이존창, 유항검(아우구스티노)에게 세례를 베풀었고, 신앙을 받아들인 이들은 아침·저녁기도를 바치며 공동체를 이루었다. 이후 이존창과 유항검을 통해 신앙은 충청도와 전라도로 퍼져 나갔다. 학문으로 시작한 진리에 대한 탐구가 신앙이 되고, 그 신앙이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국으로 뻗어간 것이다. 이 때문에 양근은 단지 여러 순교자를 배출한 땅이라는 의미를 넘어 ‘한국교회의 요람’으로 불린다. 한국교회 초기의 탄생과 성장, 복음 전파와 순교의 역사가 모두 이곳에 포개져 있다. 성지는 이 기억을 오늘의 순례자에게 이어주고 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지가 조성되기 시작했고, 순교자기념성당과 십자가의 길, 조숙·권천례 동정부부상과 여러 순교 조형물이 들어섰다. 2011년에는 새 성당과 시설이 축복됐다. 성지 곳곳에 세워진 권일신상과 윤점혜상, 권철신·권일신 형제상은 이름으로만 남은 역사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성당 옆에 자리한 정자 ‘감호정’도 양근의 신앙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떠올리게 한다. 성지에서 남한강을 따라 1㎞가량 떨어진 곳에는 감호암(鑑湖岩)이 있다. 과거 이 바위 위에는 감호정이라는 정자가 있었고, 선비들이 이곳에 모여 시회(詩會)를 열거나 서학에 관해 논했다고 전해진다. 학문을 좋아했던 권일신은 이곳을 자주 찾기 위해 양근리 갈산에서 감호정 인근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감호암은 현재 성지의 수상 성지순례 코스를 따라 모터보트를 타고 찾아볼 수 있지만 옛 감호정은 남아 있지 않다. 성지는 그 기억을 이어가기 위해 성지 내에 같은 이름의 정자를 세웠다. 감호정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걸어온 순례길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진다. 학자들은 이곳에서 진리를 물었고, 그 질문은 서학서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신앙으로 이어졌다. 신앙은 공동체를 만들고 이웃에게 전해졌으며, 박해가 닥치자 그 믿음은 목숨까지 내놓는 증거가 됐다. 순교자를 가두었던 관아에서 시작해 순교 터를 지나고, 신앙을 공부하고 받아들인 이들의 고향을 거쳐 성지에 닿는다. 죽음의 흔적을 따라 걸어온 길의 끝에서 순례자는 다시 신앙 선조들의 삶을 마주한다. 성지는 그렇게 흩어져 있던 삶과 죽음의 기억을 한데 모아, 오늘의 신앙으로 이어주는 자리다.

발행일 2026-08-30 제3505호 13면

[세상살이 복음살이] 혐오의 시대, 교회는 혐오 앞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나

혐오가 놀이가 되어 가고 있다. 역사적 비극은 마케팅 문구가 되고, 죽은 이에 대한 조롱은 온라인에서 광범위하게 소비된다. 특정 지역과 세대, 집단을 향한 비하 표현도 농담처럼 오간다. 그러나 혐오 표현은 단순한 ‘말’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인간을 존엄한 존재가 아닌 조롱의 대상으로 낮추는 행위다. 혐오 표현과 차별에 대한 사회적 대응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는 가운데, 교회는 혐오의 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할까. 혐오 표현, ‘놀이’가 되다 5월 스타벅스코리아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탱크데이’ 마케팅에 이어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5·18 조롱 응원 사태까지, 최근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특정 집단을 조롱하고 사회적 편견을 더 부추기는 표현이 잇따르고 있다. 혐오 표현은 단순한 막말이나 불쾌한 표현과 다르다. 성별·장애·종교·나이·출신 지역·인종·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모욕·비하·멸시하거나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조장하는 표현을 가리킨다. 따라서 혐오 표현인지 판단할 때는 말의 거칠기만이 아니라 누구를 겨냥하고 어떤 차별적 효과를 낳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최근에는 혐오 표현의 방식도 달라졌다.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홍성수(토마스 아퀴나스) 교수는 “과거에는 의도가 명확하고 목적의식을 가지고 혐오 표현을 했지만 요즘에는 유머나 조롱에 가깝게 재미나 놀이를 표방한 방식의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며 “사람들은 문제의식 없이 혐오 표현에 쉽게 동참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SNS와 알고리즘은 이러한 표현의 확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혐오와 차별 표현은 ‘밈(온라인 패러디 콘텐츠)’이나 ‘짤(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짧은 이미지)’의 형태로 가볍게 소비되고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누군가의 존엄을 훼손할 수 있다. 반복되는 조롱은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희화화된 대상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만들고, 또 다른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신자들은 혐오 표현을 어떻게 바라보나 본지와 서울대교구 굿뉴스팀이 공동 주관한 ‘가톨릭 POLL’ 조사에서도 신자들은 혐오 표현의 확산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5~19일 신자 4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5명(90.2%)이 혐오 표현의 확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신자 10명 중 9명꼴로 혐오 표현 확산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간극이 있었다. 혐오 표현이 밈이나 유행어, 장난으로 소비되는 문화를 접했을 때 ‘부정적으로 본다’거나 ‘불쾌하여 차단한다’고 답한 비율은 68.8%였다. 반면 ‘불쾌하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5.1%, ‘불쾌하여 관련 표현을 신고 등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응답은 9.3%에 그쳤다. 서울대교구 방종우 신부(야고보·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러한 간극의 원인으로 온라인에서 혐오가 일상화된 점과 ‘내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꼽았다. 방 신부는 “온라인과 일상에서 혐오 표현을 짧은 댓글이나 밈의 형태로 접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혐오에 대한 감수성이 자연스럽게 무뎌졌다”고 설명했다. 또 직접 자신이 받은 공격이 아니거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일이 아니면 한발 물러서서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혐오와 차별로 사회적 문제가 커지면서, 정부는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징벌적 손해배상, 이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사이트의 폐쇄 등 엄격한 조건 아래 처벌에 입각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가톨릭 POLL’에서도 온라인 혐오 표현 확산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대응 수준에 관해 ‘법과 제도를 통해 적극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34.8%, ‘일정 수준의 제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5.4%로 나타났다. 두 응답을 합하면 80.2%로, 정부와 사회의 제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았다. 반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거나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도 19.1%였다. 혐오 표현에 대한 대응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가의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과도한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 교수는 “조롱 형태의 혐오 표현은 법적으로 규제하기가 더 까다롭고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차별과 혐오의 양상이 더 다양해졌기 때문에 처벌을 위한 규제보다 먼저 무엇이 차별이고 혐오인지 사회적 기본 규범을 세우고,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혐오 앞에서 교회가 말해야 할 것 법적 규제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적 견해나 사회 현상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비판할 권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윤리신학적 관점에서 자유는 책임과 분리될 수 없다. 방 신부는 “자유의 목적은 다른 사람의 존엄을 파괴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을 선택하고 공동선을 이루는 데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인간 존엄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닌, 함께 지켜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23년 스웨덴에서 쿠란이 소각된 사건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존엄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교황은 “표현의 자유가 다른 사람을 경멸하는 구실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특정한 소속과 경계를 넘어 타인을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방 신부는 오늘날 신앙인에게 필요한 질문은 ‘나는 혐오하지 않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누군가 혐오 당하고 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혐오가 일상화된 시대에 교회가 신앙인에게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로 ‘인간 존엄’을 꼽았다. 방 신부는 “혐오에 대응하는 그리스도인의 태도는 ‘타인을 다시 사람으로 보는 일’에서 시작한다”며 “의견이 다르면 논쟁할 수 있고 잘못된 행동은 비판할 수 있지만 그 순간에도 상대가 나와 똑같은 존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8-30 제3505호 12면

[가톨릭 쉼터] 글라렛 선교 수도회 수제맥주 공방 ‘홉플로우’

전남광주 나주시 남평읍.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어느새 푸른 숲길이 펼쳐진다. 많은 이가 고요한 묵상과 기도를 위해 찾는 글라렛 선교 수도회 남평 수도원이 자리한 곳이다. 평화롭고 한적하기만 할 것 같은 수도원 옆에는 의외의 공간이 들어서 있다. 국내 최초의 수도원 맥주 공방 ‘홉플로우’다. 그리고 그곳엔 맥주로 사람과 공간을 잇는 곽민재(율리아) 대표가 있다. 수도원에서 웬 맥주냐고요? 가톨릭과 맥주는 서로 밀접한 역사가 있다. 유럽의 수도원에서는 오래전부터 맥주를 빚어 왔다. 곡물로 만든 맥주는 수도원을 찾은 순례자와 여행객을 맞이하는 환대의 수단이었으며, 사순 시기에는 식사를 절제하는 수도자들의 열량을 보충하는 역할도 했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유럽의 수도원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곽 대표가 이러한 수도원 맥주 문화를 국내에서 시도해 보기로 한 때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대학원에서 도시·지역개발 공부를 마치고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하던 때였다. “코로나19로 해외를 나갈 수 없게 됐어요. 진로를 고민하던 무렵, 대학생 시절부터 연을 이어 온 수도원에서 피정객이 끊겨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그때 수도원 신부님이 취미로 맥주 키트를 이용해 맥주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모습을 봤어요. 대학생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하며 독일에서 수도원 맥주를 접했는데, 그 기억이 떠오르며 ‘이거다!’ 하게 됐죠.” 그때부터 한국맥주교육원에서 양조 교육을 받고, 전국의 브루어리를 탐방하며 사업 모델을 연구했다. 수차례 테스트를 거치는 등 오랜 준비 끝에 3년 전 홉플로우를 창업했다. 홉플로우는 맥주의 주재료인 ‘홉(hop)’과 영어 단어 ‘플로우(flow·흐르다)’를 결합한 말로, 맥주를 통해 재미와 낭만이 흐르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곽 대표의 포부가 담겨 있다. 곽 대표는 맥주 양조 체험과 수도원 투어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도 수도원 방식에서 착안한 맥주는 앞서 출시된 적이 있지만, 수도원과 연계해 누구나 직접 양조를 경험하도록 만든 ‘수도원 맥주 공방’은 홉플로우가 처음이다. 누가 봐도 수도원 맥주 같죠? 홉플로우의 맥주는 벨기에 수도원 양조 전통에서 착안한 ‘벨지안 블론드, 두벨, 화이트, 다크스트롱’ 등으로 구성됐다. 최근에는 국산 사과를 이용해 만든 논알코올 음료 ‘루멘 애플 화이트’도 출시해 보다 많은 사람이 홉플로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창업에 영감을 준 수도원 피정관장 김인환(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와 함께 시음과 레시피 수정을 수없이 반복한 결과물이다. 맥주의 이름은 라틴어로 빛을 뜻하는 ‘루멘(lumen)’으로 지었다. “빛은 하느님의 존재와 사랑을 의미하면서, 또 누구에게나 희망을 떠올리게 하잖아요. 홉플로우를 찾고, 루멘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빛의 따뜻한 이미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맥주 캔과 병에는 루멘과 함께 글라렛 선교 수도회를 상징하는 불꽃 문양이 새겨져 있다. 성령의 불을 세상에 전한다는 수도회의 선교 영성을 담은 문양이다. 루멘의 전용 잔은 성작을 본떠 만들었다. 5℃ 이하의 찬 음료를 담으면 흰 문양이 붉게 물든다. 유럽 수도원 맥주에 착안해 3년 전 창업…전문 교육·연구 끝에 맥주 ‘루멘’ 제작 수제 맥주 애호가·비신자 발걸음 이어져…새로운 문화·지역 성장 구심점 되고파 곽 대표는 누가 보더라도 가톨릭 수도원에서 나온 맥주임을 느낄 수 있도록 제품 곳곳에 수도원의 색깔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전하고 싶은 것은 맥주만이 아니다. 맥주를 매개로 신자와 비신자 모두가 가톨릭과 수도원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기를 바란다. “신자뿐만 아니라 신자가 아닌 누구나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에요. 대놓고 ‘우리 가톨릭이야’라고 하기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도 가톨릭의 한 역사와 문화였다는 걸 보여 주고 싶은 거죠.” 실제로 홉플로우에는 피정 온 신자뿐 아니라 수제 맥주 애호가와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이들이 찾아온다. 곽 대표는 한 일화를 들려줬다. 그가 공방을 비운 어느 날, 수도원을 찾은 한 방문객이 수도원 한편의 무인카페를 둘러본 뒤 ‘나만의 숨어 있는 아지트를 찾은 것 같다. 충분히 환대받은 느낌이 든다’는 글을 남겼다. “공간 자체의 분위기와 풍경이 사람을 환대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공방이, 또 제가 만드는 맥주가 하나의 선교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사람들에게 ‘내가 환영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장소가 되길 희망해요.” 맥주로 수도원과 지역을 잇다 하지만 수도원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은 그만큼의 책임감과 고민도 안겼다. 혼자만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가톨릭이나 수도원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됐어요. 그때 신부님이 ‘민재야, 뭐가 문제니. 수도원이 뒤에 있잖아’라고 해 주신 말씀이 큰 힘이 됐죠.” 곽 대표는 김 신부의 든든한 응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원을 출발해 남평 강변 일대를 달린 뒤 참가자들과 음료와 피자를 나누며 교류하는 ‘수도원 러닝’을 실시했다. 자연 풍경에 건강한 신체 활동과 미식을 결합해 수도원과 나주를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한 시도다. 또 전남관광재단의 ‘2026 관광기업 육성 및 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돼 수도원 성당에 미디어 파사드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양조 교육부터 러닝,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일까지 바쁜 나날이지만 곽 대표의 구상은 멈추지 않는다. 맥주를 매개로 수도원과 지역을 잇고, 홉플로우를 사람들이 나주를 찾는 이유로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대전에 성심당이 있다면, 나주에는 홉플로우가 있다는 걸 각인시키고 싶어요. 우리 지역에서도 먹고살고, 배우고, 꿈꾸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발행일 2026-08-23 제3504호 10면

[이웃종교] 개신교, 기후위기 대응…몽골에 나무 심는다

개신교계가 기후위기 대응을 과제로 삼고 몽골의 사막화 지역에 숲을 조성하는 환경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몽골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지구 평균기온이 1.2도 상승하는 동안 몽골의 평균기온은 2.22도 올랐으며, 전체 국토의 78%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2년 이상 지표면 아래의 온도가 섭씨 0도 이하로 유지되는 영구동토층도 지난 40년 동안 약 50%가 사라졌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몽골뿐 아니라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기후와 감염병 확산 위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염과 이상 고온 등 기후재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개신교계 단체인 사단법인 ‘나무가심는내일’은 여러 교회와 기업, 시민들과 함께 아시아 사막화 피해 지역에 숲 조성 사업과 주민 돌봄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설립된 단체는 몽골에 ‘한국교회의 숲’을 조성하고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로 삶의 터전을 떠난 기후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 숲 조성을 통해 산림·생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주민들이 삶의 기반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역 공동체 지원 활동도 펼친다. 단체는 설립 첫해 몽골 투브아이막 바양항가이 솜에 10ha(약 3만 평), 4000그루 규모의 ‘제1 한국교회의 숲’을 조성했다. 이어 현재는 셀렝게 아이막 바양골 솜에 12ha(약 3만6000평) 규모의 ‘제2 한국교회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단체에는 40여 개 교회가 동참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중앙감리교회는 기후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선교 활동을 펼치고자 2025년부터 몽골 나무 심기에 참여했다. 교회는 교인들이 생명을 살리는 선교에 동참할 수 있도록 ‘몽골 나무 심기 작정 헌금’ 봉투를 제작해 헌금을 모으고 있다. 참여자의 이름을 몽골 현지 숲의 표지판에 새겨 나무 심기가 일회성 후원에 그치지 않고 신앙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변재운 나무가심는내일 이사장은 “산업혁명을 거치며 인류가 창조 세계의 질서를 파괴했고, 자연 생태계의 회복력도 무너졌다”며 “미래 세대에 물려줘야 할 지속가능한 삶의 기반이 사라지는 가운데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부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창조질서를 보존하는 사명과 선한 청지기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인천교구 가톨릭환경연대도 2008년부터 민관 협력으로 몽골에 ‘인천 희망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2026 몽골 인천 희망의 숲 자원활동단’은 올해 5월 몽골을 방문해 사막화 방지림 조성 활동과 한·몽 합동 나무 심기를 진행했다.

발행일 2026-08-16 제3503호 13면

광주 은혜학교, ‘환경교육 우수학교’ 지정

광주대교구 은혜학교가 지체장애 학생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생태·환경교육 성과를 인정받아 ‘2026년 환경교육 우수학교’로 지정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7월 22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2026년 환경교육 우수학교 지정서 수여식’을 열고 은혜학교를 포함한 전국 5개교를 우수학교로 새롭게 지정했다. 올해 지정된 5개교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21개교가 우수학교로 지정됐다. 환경교육 우수학교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환경교육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를 지정하는 제도다. 특수학교가 환경교육 우수학교로 지정된 것은 2022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있는 은혜학교는 사립 특수학교로, 사랑의 씨튼 수녀회가 운영하고 있다. 학교는 ‘장벽 없는 실천, 경계 없는 성장, 무장애 탄소중립 이음학교’를 비전으로 삼고 지체장애 학생의 신체적 특성과 발달 단계를 고려한 맞춤형 생태·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전국 특수학교 최초 수소 통학버스 도입과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무장애 친환경 높임텃밭 운영, 포용형 자원순환 프로그램 등이 우수사례로 인정됐다. 환경교육 우수학교는 3년간 지정 지위를 유지하며 포상금 1000만 원과 우수환경도서, 교구 등 환경교육 교보재를 지원받는다. 이영삼(스테파노) 은혜학교 교감은 “기후위기 등 여러 환경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특수교육 현장에서도 환경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선화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학생들이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6-08-16 제3503호 17면

[이웃종교] 국립중앙박물관, 불교 문화상품 개발 교육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23일 박물관 교육관에서 ‘제6회 문화상품 개발자를 위한 교육’을 개최하고, 불교공예의 미적 가치와 종교 문화상품 개발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을 살펴봤다. 이번 강연은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불교 ‘굿즈’가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전통 불교공예품의 의미와 가치를 문화상품 개발자의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강연에서는 상품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기본 요소와 디자인·상표 등 지식재산권 보호 방안도 다양한 사례와 함께 다뤄졌다. 국립중앙박물관 허형욱 교육과장은 ‘불교공예, 성(聖)과 속(俗)의 경계에서 아름다움을 찾다’를 주제로 강연을 맡아 불교 굿즈 제작 시 주의해야 할 사항과 지향해야 할 방향을 짚었다. 강연에서 허 과장은 일부 상품에 인공지능(AI) 생성 부처 이미지나 국적 불명의 불상 이미지가 활용되면서 고증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언급했다. 신앙 대상을 향한 존중 없이 제품으로 제작된 사례도 지적했다. 부처의 이미지나 불교 문화재 등이 음식 상품의 모양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강연에서는 2008년 독일에서 판매된 ‘예수 초콜릿’이 논란이 됐던 일도 함께 소개됐다. 허 과장은 종교 굿즈를 만들 때 종교 전통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과장은 “대상의 신앙적 특징이나 종교적 상징성을 잘 포착해 재구성하거나, 사실적으로 재현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가미해야 한다”며 “본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유머와 재치를 실용성 있게 담아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강연은 가톨릭교회 관련 상품 제작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1년여 앞두고 교회의 성인이나 성물 등을 활용한 굿즈 등 다양한 상품이 제작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제품이 신앙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발행일 2026-08-16 제3503호 13면

농촌 덮친 ‘기후 양극화’…갈라지는 논바닥에 타들어 가는 농민의 마음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전까지는 비가 와야 해. 비 안 오믄 다 타고 없어. 근디 또 영남 지방만 비가 안오네. 다른 데는 비가 너무 많이 와가 그라고. 여긴 장마도 없어. 덥기만 더 덥고.” 7월 31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우리농) 언양분회 황자야(프란체스카·85) 씨는 달력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말했다.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에 기온은 섭씨 32.5도까지 치솟았다. 비가 내리지 않은 지 한 달 가까이 되면서 논과 밭은 물론 길까지 바싹 말라 흙먼지만 풀풀 날렸다. 황 씨가 매일 새벽 5시부터 아들과 함께 돌보는 고추는 말라 비틀어지기 직전이었다. 다른 사람의 논농사를 대신 지어 주는 영농 대행 논도 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황 씨는 “개울과 가까운 논은 양수기로 물을 대 그나마 자박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그 물도 하루 이틀이면 다시 바싹 마른다”고 호소했다. 같은 장마철이었지만 지역별 날씨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중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린 반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등 남부 지방에는 폭염과 가뭄이 이어졌다. 이른바 ‘기후 양극화’가 나타난 것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6년 7월 기후 특성’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에는 353.8㎜의 비가 내렸다. 반면 부울경의 강수량은 68.0㎜로 평년 304.7㎜의 21.9%에 불과했다. 지역별 강수량이 크게 엇갈린 것은 정체전선이 주로 중부지방에 영향을 미친 반면, 남부지방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폭염과 폭우, 가뭄이 한 시기에 공존하는 기후 양극화의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있다. 지구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늘어나 집중호우의 강도는 커지고, 비구름이 형성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심해진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공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지역 내 관리 저수지 82곳의 유효저수율(저수량 가운데 실제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비율)은 42.5%로, 평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울산의 주요 식수원인 회야댐의 유효저수율도 7월 30일 기준 25.6%로 떨어졌다. 황 씨는 농작물이 더위와 가뭄에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두렵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벼가 자라는 시기에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은 데다, 가을에는 오히려 많은 비가 내려 쌀알이 제대로 여물지 못했다. 결국 정상적인 쌀보다 알이 잘고 부서진 싸라기쌀이 많이 나왔다. 언양분회 소속 농민들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논에 우렁이를 넣어 잡초를 제거하는 친환경 농법으로 벼를 재배한다. 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후변화로 싸라기쌀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로 농촌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지만, 황 씨는 생명을 살리는 농업의 뜻을 놓지 않았다. 황 씨는 “생명을 살리고 먹여 살리는 농업이 우리농이 지향하는 생명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비가 내려 좋은 쌀을 거두고, 그 ‘생명의 쌀’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8-16 제350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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