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소리 맞추듯…배경 달라도 마음은 하나”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이주노동자지원센터 ‘김포이웃살이.’ 주말이면 이곳 지하에서 기타와 드럼 소리가 새어 나온다. 음악 소리를 따라 지하 1층 음악 연습실로 내려가면 일렉과 베이스 기타, 드럼, 피아노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다. 각 악기를 맡은 학생들은 영국 싱어송라이터 스팅의 노래 <Englishman in New York>를 맞춰 나간다. 서툰 대목에서는 서로 눈짓을 주고받고, 다시 박자를 맞추며 곡을 이어 간다. 한국 청소년과 이주 배경 청소년이 함께 만든 센터의 하나뿐인 청소년 밴드 ‘이쁜이 쉐이크’다. 네 명으로 구성된 밴드 멤버 가운데 두 명은 한국 청소년, 두 명은 어머니가 외국인인 이주 배경 청소년이다. 밴드는 보컬이자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이재영(요셉) 군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고1 여름방학 때 밴드를 만들어 음악을 해 보고 싶었어요. 친한 친구들 가운데 악기를 조금이라도 다룰 줄 아는 친구들과 모여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이주 배경 청소년인 이 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센터가 이주 배경 청소년을 위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 ‘꿈터’에서 처음 기타를 배웠다. 음악 선생님에게 통기타와 일렉 기타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베이스 기타에도 관심이 생겼다. 중학생이 된 뒤에는 센터가 이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작은 공연 무대에도 올랐다. 고등학생이 된 2025년에는 센터에서 만난 친구들을 모아 직접 밴드를 만들었다. 기타를 배우던 공간은 이제 친구들과 함께 연습하는 밴드 연습실이 됐다. 이 군은 악기를 처음 접하는 친구들에게 직접 연주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센터는 이주 배경 청소년뿐 아니라 지역 청소년들에게도 열려 있다. 이 때문에 밴드도 국적이나 배경을 따지기보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꾸려졌다. 같은 이주 배경 청소년인 원대연 군은 드럼을 맡고, 한국 청소년인 구예찬 군과 양희훈 군은 각각 베이스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한다. 원 군은 중학생 때 이 군과 함께 센터 공연 무대에 오른 경험도 있다. 이들은 5월 10일 김포시 제2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리는 ‘이주민 장기자랑’ 무대에도 함께 서고 싶었다. 센터 담당 김주찬(알베르토) 신부의 색소폰 연주에 맞춰 합주하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학교 시험 기간과 연습 일정이 겹치면서 이번에는 이 군만 무대에 오르기로 했다.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 친구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내년이면 고3이 되는 만큼 앞으로 밴드 활동을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센터 안에서 음악을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 맺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꿈도 조금씩 키우고 있다. 원 군은 간호사, 구 군은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 군은 성인이 되면 악기를 들고 도심에 나가 버스킹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센터는 이주민과 이주 배경 가정, 지역 주민이 구별 없이 어울리는 공동체를 지향해 왔다.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함께 활동하며 사회성을 키워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이 밴드는 단순한 취미 모임을 넘어 센터가 꾸준히 이어 온 교육과 돌봄의 결실이기도 하다. 센터가 지자체 등과 연계해 청소년들에게 음악과 미술 등 예술 활동의 기회를 마련해 온 시간이 밴드라는 모습으로 이어진 셈이다. 센터 사회복지사 서효정(미카엘라) 팀장은 “2014년부터 공모 사업을 통해 예산을 지원받아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왔다”며 “음악 연습실과 악기를 갖춘 것도 관심 있는 학생들이 누구나 배우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음악 안에서 친구가 되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센터의 운영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17면

제주교구 사회사목국, 청년 사목 패러다임 진단

청년의 실제 삶에 진정으로 응답하는 새로운 사목으로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제주교구 사회사목국 주관으로 5월 2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10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에서 살레시오회 박정우(요한 세례자) 신부는 “청년들의 고립된 삶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상처 입은 청년들과 나란히 걷는 인격적 동반”이 청년 사목의 본질이라며, 청년 사목의 패러다임이 ‘관리에서 동반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신부는 ‘함께 걷는 여정’으로서의 가톨릭 청년 사목 재조명: 영적 동반 사목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하며 오늘날 청년들이 처한 위기를 짚었다. 특히 신앙이 공동체적 투신이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 위안을 위한 도구로 축소되는 ‘사사화(私事化)’ 현상에 주목했다. 교리적 권위에 일방적으로 순응하기보다 다양한 영적 시장에서 개인 취향에 맞는 묵상과 영성만 선별해 소비하는, 이른바 ‘영적 옴니보어(Omnivore)’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박 신부는 2022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서 20대와 30대의 주일미사 참례율이 각각 7.1%, 7.7%에 그친다는 점도 제시했다. 그는 이 수치가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교회가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영적 안식처가 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교회 내부의 구조적 문제도 다뤘다. 수평적 소통에 익숙한 청년들에게 맹목적 순종을 강요하는 본당 문화, 청년을 사목의 주체가 아닌 행사 유지를 위한 기능적 인력으로 취급하는 태도, 봉사를 거절할 때 밀려오는 죄책감과 의무감의 이중고가 청년들을 교회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신부는 ‘성사적 동반’을 강조하며, “섣부른 훈계를 멈추고 청년의 언어에 겸손하게 귀 기울이는 ‘경청하는 교회’, 절망한 청년들 곁에 조건 없이 다가가는 ‘동반의 여정’, 인내로운 경청을 통해 닫힌 마음을 여는 ‘전인적 치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시노달리타스에 기반한 성찰적 제도화, 청년들을 사명 수행의 온전한 주체자로 격상시키는 구조 재편, 나이별 분리 사목을 넘어서는 통합적 세대 사목 등도 과제로 제안했다. 특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가 청년들을 단순히 동원하는 행사가 아니라 기획부터 실행까지 청년들에게 실질적 권한을 위임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2027 서울 WYD를 앞두고 지역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교회와 지역사회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이어지며, 다양한 방식으로 청년들의 참여를 이끌 예정이다.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은 2022년 시작됐다.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 교구 종합 보고서에서 교구민들이 지역사회의 현실 문제와 교회 공동체 문화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교구는 인권·평화·생태·환경 등 현실 문제에 교회가 적극 참여하는 장으로 포럼을 열어 왔다. 그동안 제주 4·3 사건, 희년과 생태적 회개, 제2공항과 도민 자기 결정권 등 제주 사회의 주요 현안을 다루며 교구민의 소통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포럼에서는 사회적기업 ‘섬이다’ 대표 김종현 씨의 ‘창조적인 사람과 교회 - 안전지대, 문화 경험, 소명 의식’ 주제 발표도 있었다. 김 씨는 청년들을 위한 안전지대로서의 교회, 문화 활동을 통한 높은 단계 욕구를 향한 경험 제공, 성장의 기회 제공 등을 젊은 교회를 위해 나아갈 방향으로 강조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17면

“4대강 성과 미미…‘재자연화’ 국가가 주도해야”

4대강 사업이 남긴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다시 짚고, 강을 살리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의 물 문제를 토목 개발 중심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강의 흐름과 생태계를 회복하는 통합적 생태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제언이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4월 22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4대강, 실상과 대책’을 주제로 ‘제60회 가톨릭 에코포럼’을 열었다. 위원회는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한 환경운동의 여정을 공유하고, 무분별한 개발이 강 생태계와 미래 세대에 끼친 영향을 성찰하기 위해 이번 포럼을 마련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당시 물 부족 해소와 수해 예방, 생태계 복원 등을 명분으로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준설과 보 건설을 추진한 국정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 이후에도 강 흐름 정체, 녹조 발생, 물고기 집단 폐사 등이 반복되고 있으며, 인근 주민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추적>(2025)을 연출한 최승호 PD는 첫 발제에서 4대강 사업의 실상을 짚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17년간 강의 변화를 기록해 온 과정을 소개하며 “낙동강 수심을 6m까지 팠지만 가뭄이나 홍수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PD는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낙동강이나 한강 등 4대강 본류 인근보다 지방하천과 산간·해양 지역 등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4대강 문제는 특정 지역의 환경 현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물 관리와 생태 회복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환경운동연합 생명의 강 위원회 이철재 부위원장은 역대 정부 4대강 정책을 비교하며, 시기별 환경운동의 흐름과 한계를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보 수문 개방 등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이후 국민적 관심이 줄고 반대 운동의 흐름도 약화하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4대강 사업 계승 움직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럼에 참석한 일부 신자들은 “4대강 사업이 물과 음식, 생활 전반에 어떤 위험을 주는지 알게 됐다”며 “이제는 국민이 강을 살리는 일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정부가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포럼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대통령 후보 시절 제시했던 ‘4대강 재자연화 및 수질 개선’ 국정 과제를 실제 정책으로 어떻게 구체화할지가 앞으로의 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발행일 2026-05-03 제3489호 17면

[순례, 걷고 기도하고] 안동교구 우곡성지

한국교회가 공식적으로 창립(1784년)되기도 전, 조선의 한 명문가 선비가 보장된 미래와 명예를 뒤로 하고 홀로 하느님 안에서 ‘진리’를 찾아 나섰다. 당시 세상의 눈으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이름 없는 산중에 은거하며 천주교 신앙을 고요함 속에 실천했다. 그가 바로 한국교회 최초의 수덕자(修德者)로 불리는 농은(隴隱) 홍유한(洪儒漢, 1726~1785) 선생이다. 선생과 그 후손들의 안식처인 안동교구 우곡성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신앙인에게 신앙의 맑은 샘물을 건네주는 영적 요람으로 빛나고 있다. 자발적으로 수용한 신앙을 실천한 신앙 선조의 고결함과 피와 땀이 깃들인 우곡성지를 찾았다. 칠극, 삶으로 몸소 증거한 신앙 경상북도 봉화군 봉성면 우곡리(愚谷里),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따라 중턱까지 걸어가니 해발 1206m에 달하는 문수산 자락에 안긴 우곡성지 입구가 보인다. 눈부시도록 빛나는 봄의 햇살과 푸른 하늘 아래, 저 멀리 십자가와 홍유한 선생의 동상이 순례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말끔하게 갓을 쓴 선비의 모습을 한 선생의 동상을 자세히 보니 책 한 권을 소중하게 가슴에 품고 있다. 바로 그의 평생 지침서였던 「칠극(七克)」이다. 「칠극」은 스페인 출신 예수회 회원 판토하 신부가 쓴 교리서다. 교만, 인색, 음욕, 탐욕, 질투, 분노, 나태 등 ‘칠죄종’을 극복하고 하느님 나라에 닿기 위한 노력이 담겨있다. 홍유한 선생은 당대 최고의 명문가인 풍산 홍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16세 나이에 당시 실학의 거성이었던 성호 이익(李瀷)의 문하에서 서학(西學)을 접하고 인간 영혼의 구원을 밝히는 절대적인 진리를 발견했다. 1750년경부터 자발적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그에게는 세례를 줄 신부도, 신앙을 함께할 신자 공동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세속의 일을 끊고 오직 기도에 전념했고, 육욕을 멀리하며 금식과 절제를 생활화했다. 자신의 삶을 엄격하게 규율한 그의 수덕생활은 충남 예산, 경북 영주를 거쳐 마지막 은거지인 우곡에 이르기까지 30여 년간 흔들림 없이 이어졌다. 겸손과 절제, 소박한 신앙의 향기 곳곳에 우곡성지 순례 여정의 시작은 ‘칠극의 길’이다. 안동교구는 1993년 홍유한 선생의 묘를 발견해 순차적으로 성지를 개발했고, 2015년 선생의 수덕생활을 기리기 위해 칠극의 길을 조성했다. 잔잔히 흐르는 맑은 계곡물을 따라 고즈넉하게 마련된 길 위에는 일곱 가지 죄의 근원을 이기는 덕목들이 바위 위에 새겨져 있다. 제1극 ‘복오(伏傲, 교만을 억누르다)’에서부터 제7극 ‘책태(策怠, 게으름을 채찍질하다)’에 이르기까지 선생이 스스로를 경계하며 닦았을 겸손과 절제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우곡성지 담당 윤성규(바오로) 신부는 “홍유한 선생은 세례를 받지 못했지만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분”이라며 “당시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사대부였지만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실천하고 철저하게 복음적인 삶을 사셨다”고 설명했다. 칠극을 묵상하며 주모경과 영광송을 바치고 걷다 보면 길의 끝자락에 ‘칠극성당’이 보인다. 화려한 장식은 없어도, 주변 자연 경관과 잘 조화된 소박한 외관은 홍유한 선생의 곧고 굳은 신앙심과 평소의 성품을 그대로 닮았다. 1995년 세워진 성당 내부는 비둘기가 날갯짓하는 모양을 묘사한 파란 스테인드글라스가 부드럽게 빛을 내며 신앙 공동체를 감싸고 있다. 성당 옆에는 한복 차림을 한 흰색 성모상이 주변의 봄꽃과 수풀 사이에서 아름답고 빛나는 자태로 순례객에 인사를 건네고 있다. 한국교회는 유교적인 문화와 가톨릭 신앙이 조화를 이루며 탄생한 역사가 있다. 선비의 절제와, 하느님의 자애로움이 만난 영성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신앙의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후손들이 빚은 신앙의 열매 영원히 홍유한 선생의 고귀한 신앙은 후대에 이어졌다. 그의 뜻을 이어 신앙을 증거하다 13명의 후손이 순교한 것이다. 순교한 후손 중 홍병주 베드로와 홍영주 바오로 형제는 지난 1984년 한국을 사목방문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성 됐다. 홍낙민 루카 등 5명은 2014년 한국을 사목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됐다. 1801년 신유박해부터 1839년 기해박해, 1866년 병인박해에 이르기까지 후손들은 삶의 끝까지 선생의 신앙을 따랐으며 하느님 곁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칠극성당에서 다시 입구 방향으로 이동해 산기슭 쪽으로 가면 홍유한 선생 후손 순교자 13위의 가묘와 현양비가 보인다. 시복 시성된 후손들이지만, 그 유해를 찾지 못해 각 순교 터의 흙을 담아 묘를 조성했다. 비어 있는 묘이지만, 그 어떤 무덤보다도 소중하고 묵직한 신앙의 무게가 느껴진다. 가묘를 지나 홍유한 선생의 묘소로 올라가는 소나무 숲속 산길에는 십자가의 길 15처가 조성돼 있다. 신앙 선조들이 예수님 수난을 묵상하고 험한 산길을 오르며 바쳤을 기도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기면 중턱에 선생의 묘소가 나온다. 묘소는 소박한 모습이다. 작은 봉분에 간결한 비석은 평생 숨은 구도자로 살아간 생애를 보여주는 듯하다. 높은 산 능선을 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처럼, 그 누구보다도 맑은 신앙으로 예수님을 닮으려 했던 선생의 마음이 바로 이곳에 오롯이 머물고 있다. 우곡성지를 둘러 보는 순례길은 1~2시간 남짓 소요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순례자들은 수백 년 전 선조들이 평생에 걸쳐 지켜왔을 깊은 신앙과, 때로는 인간적으로 고민했을 삶의 본질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 윤 신부는 “순례나 피정을 위해 성지를 찾는 분들은 신자와 비신자를 구분하지 않고 홍유한 선생의 삶에 감동하며 자신의 삶도 돌아보는 기회를 얻는다”고 말했다. 우곡성지 순교자 현양비에는 “우곡의 골짜기는 이곳을 찾는 신앙인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신앙의 골짜기, 거룩한 땅, 성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신앙은 단순히 ‘관성적인 믿음’이 아닌 ‘끝없이 성찰하고 실천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보여준 홍유한 선생과 그 후손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우곡성지는 고요하지만 큰 울림을 주는 숲길에서 진정한 평화와 신앙의 가치를 우리 모든 신앙인에게 선물하고 있다. ◆ 순례 길잡이 주소: 경북 봉화군 봉성면 시거리길 397(우곡리 151-2) 미사: 오전 11시(화요일~주일) 후원 계좌: 우체국 702266-01-001352 재단법인 천주교안동교구 문의: 054-673-4152 우곡성지 사무실

발행일 2026-05-03 제3489호 13면

[칼럼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19) 인공지능은 기후솔루션이 될 수 있을까?

4월 중순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수요가 급증하면서 2025년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는 전년보다 3% 이상 늘었다. 데이터 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2030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 센터는 막대한 전력은 물론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하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도 배출한다. 특히 화석연료 기반 전력을 사용하는 경우 탄소 배출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AI가 기후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AI의 기후위기 대응 잠재력을 주목하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네이처」에 발표된 한 연구 보고서는, 전 세계 배출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력·식량·모빌리티 3개 부문에서 AI가 상당한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제시했다. AI에 따른 감축 잠재량은 2035년까지 연간 3.2~5.4GtCO2e(기가톤 이산화탄소환산량)로, 전 세계 배출량의 8~14%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도 AI가 전력망 최적화와 재생에너지 효율성 제고 같은 감축 부문뿐 아니라 재난 예방, 농업 방식 최적화 같은 적응 부문에서도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2025년 12월 유엔환경총회가 채택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관한 결의안’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다. 결의안은 유엔 회원국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환경 보호를 위해 AI 시스템을 활용할 것을 권고하는 동시에, AI가 초래하는 환경적 영향은 최소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AI의 활용이 또 다른 환경 파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권고는 이율배반적 성격도 지닌다. 유엔은 그 대안으로 AI 데이터 센터의 녹색화, 곧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또한 결코 무해하지 않다는 데 있다. 재생에너지에 필수적인 광물 대부분이 남반구에 매장돼 있고, 채굴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와 물 부족, 강제 퇴거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데이터 센터에 공급하더라도 전력 수요 자체를 조절하는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편 1990년대 이후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핵발전은 AI 데이터 센터에 안정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 영국, 프랑스는 물론 한국도 AI를 신성장 동력으로 채택하면서 건설 기간이 10년 이상 걸리고 안전성과 핵폐기물 처리 문제도 해소되지 않은 핵발전과 소형모듈원자로 확대에 나서고 있다. AI 이용을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다. 분야에 따라서는 분명 긍정적 역할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과열되는 AI 개발 경쟁은 이용의 폭발적 증가를 낳고, 이는 기후와 환경은 물론 사회·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AI 개발 속도와 경쟁을 규율하고, 안전성과 인권을 보장할 법적·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AI 의존도를 낮춰 전력 사용량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도 피할 수 없다. 글 _ 민정희(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

발행일 2026-05-03 제3489호 17면

[이웃종교] 천도교, 월간 「신인간」 창간 100주년 기념식 개최

천도교 기관지인 월간 「신인간」이 창간 100주년을 맞이했다. 신인간사는 4월 1일 서울 종로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신인간」 창간·신인간사 창립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1926년 4월 1일 창간 이후 ‘낡은 시대적 유물을 떨쳐 버리고, 새로운 시대와 문명을 개척한다’는 정신 아래 천도교 사상과 신앙을 바탕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을 기록해 온 「신인간」의 여정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서는 ‘개벽의 저널리즘 신인간, 다음 100년을 향하여’ 제목으로 새로운 100년을 여는 비전이 선포됐다. 신인간사는 비전에서 ▲이 시대의 ‘신인간’이 누구인지 ▲개척할 문명적 과제는 무엇인지 ▲「신인간」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계속 질문해 나가며, 천도교 정신을 사회와 세계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할 것을 약속했다. 일제강점기에 발행됐던 잡지들의 원본을 소장하고 있던 박차귀 씨가 이를 기증하는 순서도 있었다. 기증품과 창간호를 비롯해 그동안 잡지에 실렸던 주요 글과 시대별 특징을 보여주는 기록물, 사진 등은 4월 7일까지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10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공개됐다. 신인간사 윤태원 대표는 “지난 100년이 선배들의 헌신과 정성으로 이어져 온 시간이었다면, 오늘은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이라며 “「신인간」의 역사와 정신을 바탕으로 시대와 호흡하는 매체로서 역할을 더욱 확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천도교 박인준 교령은 “‘신인간’이라는 이름이 함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현재 급격하게 진행되는 지구 위기·생명 위기 사태와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해 시대정신을 선도해달라”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를 이끌어갈 새 인간을 창조하는 산실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웃종교의 축사도 전해졌다. 각 종교 대표는 물질문명이 고도화되며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가 경시되는 오늘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자는 선언은 사회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있음을 밝혔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신인간」이 주창해 온 상생과 평화의 정신은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받쳐주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두 종교가 진리를 향한 여정의 동반자로서,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고 소외된 이웃의 손을 잡아주는 길에 함께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신인간」은 창간 초기부터 종교적 메시지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문화·사상 전반을 아우르며 다양한 필진과 함께 시대적 의제를 선도해 왔다. 또 일제강점기 이후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한국 사회의 변화와 고민을 담아온 기록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동학혁명에서 3·1운동, 6.10만세운동으로 이어지는 민족운동사의 흐름 위에서 ‘사람이 곧 한울님’이라는 인내천의 이념과 민족 자주와 통일 등의 민족적 과제, 만물 동등의 미래적 담론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13면

광주대교구 광산1지구, 본당 생태 활동 지역사회로 확장

광주대교구 광산1지구(지구장 김관수 시몬 신부)가 본당 단위에 머물던 생태 실천을 ‘지구’ 차원의 연대로 확장하며, 공동 교육과 행동,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생태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지구에 속한 6개 본당은 기후위기 등 지역 생태 이슈에 공동 대응하며 연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구 단위 생태 활동은 2024년 4월 장덕동본당(주임 손대철 안드레아 신부) ‘생태동아리’에서 출발했다. 당시 동아리 신자 9명은 교구 생태영성학교에 참여하며 하남동본당 생태분과장과 교류했고, 활동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지구가 함께 모여 활동을 교류하고 공동으로 실천해 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이 나오며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당시 장덕동본당 주임 최기원(에밀리오) 신부가 지구 사제회의에서 이를 제안하면서 ‘광산1지구 생태분과 모임‘이 결성됐다. 다만 대부분 본당이 생태환경 사목을 처음 접한 탓에 초기에는 활동이 더디게 진행됐다. 이에 장덕동본당을 중심으로 6개 본당을 순회하며 ‘생태학교’를 열어 신자들에게 생태 교육의 필요성을 알렸다. 이러한 노력은 점차 열매를 맺었다. 현재는 모든 본당이 생태분과 모임에 참여해 ▲기후위기 대응 ‘생태 소식지’ 공동 발간 ▲노후 핵발전소 연장 반대 서명 ▲재생에너지 확대 촉구 서명 ▲피케팅 등 다양한 공동행동을 펼치며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활동 범위를 지역사회로 넓힌다. 6월에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지역 생태 문화축제’를 열 예정이다. 각 본당이 역할을 나눠 기념 포럼을 비롯해 북콘서트, 음악제, 영화제, 사진전 등을 진행하며 주민 참여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축제의 핵심 주제는 ‘에너지 전환’, ‘생물다양성’, ‘선순환 공동체’, ‘먹거리’다. 특히 ‘1인 1지구 저금통 운동’은 생활 속 실천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목된다. 참가자들은 우유갑을 활용한 저금통에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 때마다 100원씩 모아, 이를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에 기부하게 된다. 이 운동은 2024년 장덕동본당 생태환경분과에서 시작된 활동을 확장한 것이다. 본당은 2024년 9월 지진으로 지붕이 붕괴된 함평호영본당을 위해 저금통 모금액을 전달했고, 함평호영본당은 같은 해 12월 직접 재배한 쌀과 꿀을 감사의 뜻으로 보내왔다. 이는 나눔이 다시 나눔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공동체’의 사례로 평가된다. 광산1지구 생태분과 모임 간사 박용주(요안나·장덕동본당) 씨는 “처음에는 ‘내가 본당에서 생태환경에 앞장서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싶어 망설였다”며 “활동을 하며 제가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큰 변화를 만들진 못해도 계속 깨어 있으려 노력하게 됐고, 그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진다는 점이 좋았다”며 “좋은 것은 나누며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17면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태양광 발전소 설치 설명회’ 개최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4월 2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2026년 태양광 발전소 설치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번 설명회는 본당과 수도회, 신자들을 대상으로 태양광 발전소 설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제 적용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생활 속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실천을 돕고, 교회의 생태적 회심을 촉진하며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도 함께 안내할 예정이다. 첫 강의에서는 한국에너지공단 최인영 과장(서울지역본부 에너지협력팀)이 ‘2026년 건물지원사업 설명’을 주제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제도를 소개한다. 이어 군종교구 오형훈(미카엘) 신부가 서울대교구 구파발성당의 태양광 발전소 설치 사례(2022년)를, 양승희(세레나·하늘땅물벗 게리벗)씨가 양재동성당의 설치 사례(2025년)를 각각 발표하며 태양광 발전소 설치 방법과 운영 경험을 나눌 예정이다. 환경사목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공동의 과제가 됐다”며 “교회 역시 피조물 보호와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한 책임 있는 실천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생에너지 전환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태양광 발전 확대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신청은 4월 22일 오후 6시까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문의 02-727-2283, 2278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17면

[이웃종교]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역대 최대 ‘25만 명’ 관람객 기록

4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열린 ‘2026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관람객 약 25만 명이 방문하면서, 불교박람회가 종교와 세대를 넘어선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난해 박람회 관람객 약 20만 명을 크게 웃도는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서울을 넘어 부산·광주·강릉 등 전국 각지에서 스님과 불자들이 단체로 찾았고, 20~30대 청년층이 전체의 73%, 무종교 관람객이 48%를 차지한 점이 눈길을 끈다. 관람객의 증가만큼 참가 부스도 한층 다양해졌다. 스님과 문답을 나누는 ‘공(空) 질문지·스님과 친해지기’ 프로그램과 AI 기술을 활용해 고민 상담을 진행하는 ‘AI 부처님’ 부스 등 단순 체험을 넘어서 불교의 핵심 사상인 ‘공’을 자연스레 체득하도록 돕는 기획이 마련됐다. 특히 4월 2일 서울 봉은사에서 열린 ‘반야심경 공파티’ 야간 공연에는 래퍼 우원재, DJ소다 등이 참여해 반야심경과 힙합, 디제잉을 결합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공연 당시뿐 아니라 영상이 업로드된 온라인상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제14회를 맞은 이번 박람회는 ‘불교가 놀이가 되고, 전통이 산업이 된다’는 슬로건 아래 435개 부스를 운영하며, 불교와 전통문화가 대중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교박람회를 주관한 불교신문사 사장 원허 스님은 “이번 박람회의 진정한 성공은 방문객 숫자보다 절반 이상이 젊은 세대였다는 점에 있다”며 “전통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모하는 생명체와 같다는 점을 인지하고, 전통문화가 미래 산업으로 당당히 이어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 준비 과정에서도 감지된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는 ‘만남·사목·순례·선교’를 축으로 교리교육과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준비를 구체화하고 있다. 아울러 각 교구대회를 통해 해외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신자들과 교류하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도록 하고, 홈스테이와 봉사·순례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불교박람회가 체험과 문화 콘텐츠를 통해 종교를 일상으로 확장한 것처럼, 교회 역시 신앙을 축제의 형식으로 풀어내며 청년과 비신자 모두에게 열린 장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 WYD 조직위원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WYD는 단순한 국제적인 행사 또는 사목적 이벤트가 아니다”라며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청년들이 개인의 구원뿐 아니라 사회의 쇄신을 위해 함께 모여 진리이신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4-19 제3487호 13면

[이웃종교] 원불교 ‘열린 날’ 개최…개교 정신 알려 “모두가 은혜입니다”

원불교가 4월 11일 전북 익산시 중앙체육공원에서 ‘제23회 아하!데이 나눔축제’를 열고 ‘열린 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열린 날’은 4월 28일로,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이 깨달음을 얻어 새로운 불법을 세상에 펼치기 시작한 날을 가리킨다. 나눔축제는 원불교의 개교 정신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대표 행사다. 공연과 체험, 나눔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서로 은혜로운 존재임을 되새기도록 하자는 취지다. ‘아하!데이’의 ‘아하’는 진리에 대한 깨달음을 상징한다. ‘나눔! 모두가 은혜입니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에는 전국의 원불교 교도와 익산 시민 등 약 1만 명이 참석했다. 1부 ‘나눔기도식’에서는 만물이 서로 의존하는 은혜의 관계임을 강조하며 전쟁과 폭력의 중단과 상생을 기원했다. 이어 마술과 저글링 등으로 구성된 매직쇼와 대중가수, 지역 예술인의 공연이 이어졌다. 행사장에는 나눔 마당과 체험 마당, 먹거리 마당도 마련돼 시민 참여를 이끌었다. 또 25개 학교와 기관 소속 청년들이 참여해 나눔 바자회, 웃는 얼굴 사진전, 아나바다 장터 등을 운영하는 참여형 축제로 눈길을 끌었다. 원불교는 이날 지역사회와 함께 이어온 나눔 활동 성과도 소개했다. 2014년부터 실시한 ‘희귀난치성 환자 돕기’ 사업을 통해 약 1억5800만 원을 지원하며 의료 사각지대 이웃을 도왔다. 또 ‘은혜의 쌀’ 나눔으로 지난해까지 쌀 2만2000kg과 라면 2000상자를 전달했다. 민성효 중앙교구장은 “이 축제는 지역사회와 함께 나눔을 실천하며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자리”라며 “시민들이 공연과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눔의 의미를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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