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에 대전 만년동본당·의정부 창현본당

제21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에 대전교구 만년동본당과 의정부교구 창현본당이 선정됐다. 우수상은 수원교구 죽산본당이 받는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8월 19일 제21회 가톨릭 환경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공모 주제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활동’으로, 세 본당은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에너지 전환을 실천하고 지역사회와 연대해 창조 질서 보전에 힘쓴 점을 인정받았다. 시상식은 9월 1일 오후 3시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가 주례하는 제11차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기념 미사 중 열린다. ■ 대전교구 만년동본당, 지역사회와 연계해 햇빛발전 지원 대전교구 만년동본당(주임 김종민 요한 사도 신부)은 교구의 ‘2040 탄소중립’ 목표에 발맞춰 2023년부터 재생에너지 전환과 자원순환, 생태 교육과 연대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와 연계한 에너지 전환 활동이 눈에 띈다. 만년동성당은 건물 구조상 자체 햇빛발전소 설비 용량이 10.8kW에 그쳐, 부족한 발전 용량을 금액으로 환산해 다른 공동체의 발전소 건립을 지원했다. 이를 위해 2억7660만 원을 모금해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에 출자했고, 184.40k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해 연간 약 111t의 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1만2233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다. 본당은 LED 조명과 이중창을 교체하고 무동력 공기 순환 팬을 설치하는 등 고효율 설비도 구축했다. 실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노력까지 더해 연간 약 1000만 원의 전기료를 절감했다. 신자들도 손수건과 텀블러 등 다회용품 사용을 생활화하고 폐식용유 비누 제작, 녹색 기금 적립, ‘쓰레기 없는 본당의 날’ 등을 실천했다. 생태 교육과 탄소중립 실천 홍보는 물론 어스아워(Earth Hour) 소등 행사, 기후 정의 캠페인 등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와의 연대도 이어가고 있다. 2025년에는 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주관하는 ‘2040 탄소중립 SOL’ 인증을 교구에서 두 번째로 획득했다. ■ 의정부교구 창현본당, 신자들 직접 ‘에너지협동조합’ 설립 의정부교구 창현본당(주임 최종환 베드로 신부)은 전 신자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동참하며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2023년 ‘RE100’ 선언 미사 봉헌을 시작으로 본당은 성당 교육관 옥상에 39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연간 77.3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신자들을 중심으로 3억여 원을 출자해 ‘화도자연에너지협동조합’을 설립하고 500kW 규모의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가평자연에너지협동조합과 다산자연에너지협동조합의 설립과 에너지 생산도 지원했다. 남양주시민햇빛협동조합, 다산자연에너지협동조합, 남양주자연에너지협동조합과 함께 4개 에너지 협동조합 협의회를 구성해 RE100 달성을 위한 지역 연대 활동도 펼치고 있다. 성당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후위기 시계를 설치했으며,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탄소 포집 자연농법인 ‘퍼머컬처 농장’을 조성해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청소년의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수원교구 죽산본당, 발로 뛰는 ‘맞춤형 태양광 지원’ 우수상을 받은 수원교구 죽산본당(주임 장대식 토마스 모어 신부)은 주임신부와 본당 환경위원들이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신자 가정을 직접 찾아가 공적 지원과 연결하는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썼다. 성당과 신자 1300여 명의 가정에서 배출되는 월 탄소배출량을 13만kgCO2로 추산하고 본당 공동체의 탄소중립을 추진했다. 2025년 말까지 총 874k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45만745kgCO2의 감축 효과를 거뒀다. 이는 본당 공동체의 탄소 감축 목표 가운데 33.79%를 달성한 수치다. 본당은 자원순환 마켓을 운영하고 탄소기록지를 이용한 분리배출과 자원순환 운동도 펼쳤다. 그 결과 9072kgCO2가 감축됐다. 전기 사용과 자동차 이용 줄이기 운동을 통해서는 9239kgCO2 감축 효과를 얻었다. 2025년 한 해 본당이 감축한 이산화탄소는 총 48만466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나무 약 4만8467그루를 심는 효과에 해당한다.

발행일 2026-08-30 제3505호 17면

[칼럼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25) 기후위기 극복에 필요한 대안 개념 - ②적정기술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 수준과 속도는 그야말로 눈이 부실 정도이다. 전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AI)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모든 사물 영역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고, 여기서 생산된 정보가 빅데이터로 저장되며, 물리적 생물학적인 아날로그 영역들이 디지털로 재생산되는 통합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인간의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창의력, 육체 노동력까지도 AI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도대체 왜 여기까지 와야 했고, 왜 멈추지 않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긴 지는 오래지만, 여전히 답은 공허하다. 경제학자인 슈마허(Ernst F. Schumacher)는 기술의 속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인간을 포함하는 자연 세계의 모든 것에는 규모, 속도, 힘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인간이 지배받고 있는 기술은 규모, 속도, 힘 측면에서 스스로 제한하는 법을 모른다. 다시 말해 자기 균형, 자기 조절, 자기 정화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로 인해 자연환경을 통해 수많은 거부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슈마허가 말하고자 했던 거부반응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 가지 위기에 해당하는데, 첫째, 인간 본성이 기계에 종속되거나 침해되는 문제. 둘째, 환경오염의 문제. 셋째,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의 남용과 고갈의 문제이다. 이러한 위기는 슈마허의 주장이 있었던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다. 팽창일로의 과학기술과 이를 통해 발달해온 자본주의는 스스로 멈추지 못한다. 근본적으로 자기제어 기능이 없으므로 진지한 성찰의 과정이 없다면 해결이 안 될 지경이다. 과학기술에 인문학적인 성찰이 가미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연의 순환 원리와 생태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과학기술의 작동 원칙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 적합한 기술 그것이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다. 적정기술은 1960년대 중반 슈마허 박사가 주창한 이래 전 세계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대되었다. 당시에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적정기술을 보급하였다. 저렴하고 어렵지 않은 과학 원리와 기술로 일자리를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그렇지만 기후위기를 초래하고 심화시킨 것은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이다. 따라서 선진국에서의 적정기술은 다른 맥락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자연 에너지원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화학비료나 제초제 같은 농약을 쓰지 않는 농업으로 식량을 생산하며, 플라스틱 제품을 멀리한다. 자연으로부터 물질을 얻고 되돌린다는 것의 중대함을 깨달아 순환의 원리에 맞는 방식의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져야 하며, 쓰레기로 매립되거나 태워지는 일을 줄여야 한다. 자연의 구성원으로서의 인간 존재를 인정하고, 생태계를 존중하며 보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과 생명체는 디지털 기술로 창조되거나 대체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디지털 기술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려는 과학기술이 있다면 그것이 곧 적정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적정기술의 사례가 있는지 다음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글 _ 강신호 스테파노(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발행일 2026-08-30 제3505호 17면

광주 은혜학교, ‘환경교육 우수학교’ 지정

광주대교구 은혜학교가 지체장애 학생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생태·환경교육 성과를 인정받아 ‘2026년 환경교육 우수학교’로 지정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7월 22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2026년 환경교육 우수학교 지정서 수여식’을 열고 은혜학교를 포함한 전국 5개교를 우수학교로 새롭게 지정했다. 올해 지정된 5개교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21개교가 우수학교로 지정됐다. 환경교육 우수학교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보전원이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환경교육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를 지정하는 제도다. 특수학교가 환경교육 우수학교로 지정된 것은 2022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있는 은혜학교는 사립 특수학교로, 사랑의 씨튼 수녀회가 운영하고 있다. 학교는 ‘장벽 없는 실천, 경계 없는 성장, 무장애 탄소중립 이음학교’를 비전으로 삼고 지체장애 학생의 신체적 특성과 발달 단계를 고려한 맞춤형 생태·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전국 특수학교 최초 수소 통학버스 도입과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무장애 친환경 높임텃밭 운영, 포용형 자원순환 프로그램 등이 우수사례로 인정됐다. 환경교육 우수학교는 3년간 지정 지위를 유지하며 포상금 1000만 원과 우수환경도서, 교구 등 환경교육 교보재를 지원받는다. 이영삼(스테파노) 은혜학교 교감은 “기후위기 등 여러 환경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특수교육 현장에서도 환경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선화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학생들이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6-08-16 제3503호 17면

농촌 덮친 ‘기후 양극화’…갈라지는 논바닥에 타들어 가는 농민의 마음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전까지는 비가 와야 해. 비 안 오믄 다 타고 없어. 근디 또 영남 지방만 비가 안오네. 다른 데는 비가 너무 많이 와가 그라고. 여긴 장마도 없어. 덥기만 더 덥고.” 7월 31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우리농) 언양분회 황자야(프란체스카·85) 씨는 달력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말했다.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에 기온은 섭씨 32.5도까지 치솟았다. 비가 내리지 않은 지 한 달 가까이 되면서 논과 밭은 물론 길까지 바싹 말라 흙먼지만 풀풀 날렸다. 황 씨가 매일 새벽 5시부터 아들과 함께 돌보는 고추는 말라 비틀어지기 직전이었다. 다른 사람의 논농사를 대신 지어 주는 영농 대행 논도 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황 씨는 “개울과 가까운 논은 양수기로 물을 대 그나마 자박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그 물도 하루 이틀이면 다시 바싹 마른다”고 호소했다. 같은 장마철이었지만 지역별 날씨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중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린 반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등 남부 지방에는 폭염과 가뭄이 이어졌다. 이른바 ‘기후 양극화’가 나타난 것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6년 7월 기후 특성’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에는 353.8㎜의 비가 내렸다. 반면 부울경의 강수량은 68.0㎜로 평년 304.7㎜의 21.9%에 불과했다. 지역별 강수량이 크게 엇갈린 것은 정체전선이 주로 중부지방에 영향을 미친 반면, 남부지방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폭염과 폭우, 가뭄이 한 시기에 공존하는 기후 양극화의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있다. 지구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늘어나 집중호우의 강도는 커지고, 비구름이 형성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심해진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공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지역 내 관리 저수지 82곳의 유효저수율(저수량 가운데 실제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비율)은 42.5%로, 평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울산의 주요 식수원인 회야댐의 유효저수율도 7월 30일 기준 25.6%로 떨어졌다. 황 씨는 농작물이 더위와 가뭄에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두렵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벼가 자라는 시기에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은 데다, 가을에는 오히려 많은 비가 내려 쌀알이 제대로 여물지 못했다. 결국 정상적인 쌀보다 알이 잘고 부서진 싸라기쌀이 많이 나왔다. 언양분회 소속 농민들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논에 우렁이를 넣어 잡초를 제거하는 친환경 농법으로 벼를 재배한다. 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후변화로 싸라기쌀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로 농촌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지만, 황 씨는 생명을 살리는 농업의 뜻을 놓지 않았다. 황 씨는 “생명을 살리고 먹여 살리는 농업이 우리농이 지향하는 생명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비가 내려 좋은 쌀을 거두고, 그 ‘생명의 쌀’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8-16 제3503호 17면

[칼럼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24) 기후위기 극복에 필요한 대안 개념 - ①자연자본

영국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E. Schumacher)는 1973년 발간한 그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는 ‘인간이 만들 수 없고 단지 발견할 뿐이며, 자연으로부터 얻는 대체 불가능한 자본’을 자연자본이라고 정의하면서, 화석연료도 그중 일부라고 하였다. 인간은 과학기술 지식의 축적이나 자신이 투자한 자본자산 등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거대한 자연자본에 대해서는 간과하거나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화석연료를 낭비하는 일은 우리 문명을 위태롭게 하지만, 자연이 제공하는 자연자본을 낭비하는 일은 우리의 생명 자체를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인간이 아무 대가나 보완책 없이 자연자본을 소모하는 양은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더욱 가파르게 늘어났다. 심지어는 자연이 제공할 수 있는 ‘허용한도’를 넘어서는 속도로 고갈되고 있는데도, 인간은 이를 의식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높은 성장을 추구해 왔다. 이런 불합리를 지적한 보고서가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다. 슈마허의 책보다 한 해 빠른 1972년 출간됐다. 책은 인류 문명이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를 다룬 최초의 보고서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인류가 당시의 인구 증가 추세로 경제성장을 지속할 경우, 100년 이내에 지구의 환경 수용력을 초과하여 문명이 붕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었고 논란이 많았지만,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과 유한한 자원으로는 무한한 성장이 불가능함을 경고한 것이다. 이보다 앞선 1956년에 미국의 지질학자 킹 허버트(M. King Hubert)는 ‘피크 오일 이론’을 발표했다. 즉 전 세계의 재래식 석유 생산이 최대 수준에 도달한 후부터는 석유 채굴이 급격히 감소할 거란 분석이었다. 그의 예측대로 1970년에 미국 본토에서 석유 생산이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고, 1999년에 영국이, 2000년에 노르웨이가 석유 정점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렇게 피크오일 현상이 가시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탈화석연료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현재는 피크오일을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채굴하지 못했던 셰일 가스 등 시추 기술이 개발되면서, 오히려 인류가 접근할 수 있는 석유의 매장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기술혁신이 인류에겐 독배나 다름없다. 1970년대 석유파동 때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는 화석연료 사용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슈마허가 언급한 자연의 ‘허용한도’란 다름 아닌 환경이 오염을 흡수하고 자원을 재생하며 지구 시스템 내 순환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의 한도이다. 이 한계를 넘어섬으로써 기후 재난이 악화하고 있음에도, 세계의 기후 정책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란 전쟁이 불러온 화석연료 수급 불안정성에 세계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확인할 뿐이다. 자연자본의 고유한 가치는 간 곳이 없고, 권력과 무기가 된 화석연료에 인류가 휘둘리고 있다. 그렇다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다양한 대안적 움직임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안에 대해서 다음 칼럼에서 좀 더 다뤄보고자 한다. 글 _ 강신호 스테파노(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발행일 2026-08-16 제3503호 17면

종교환경회의 “홍천 양수댐 건설 즉각 백지화하라”

천주교창조보전연대를 비롯한 종교환경회의는 8월 3일 ‘김성환 장관은 스스로 인정한 잘못 꿰어진 첫 단추, 홍천 양수댐 건설을 즉각 백지화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 계획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홍천 양수발전소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일대에 추진하는 600㎿ 규모의 발전 시설이다. 상·하부댐과 지하발전소 등을 건설해 2032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천군은 2019년 양수발전소 유치를 신청했고, 같은 해 풍천리 일대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대규모 산림 훼손과 주민 이주, 생계 기반 상실이 우려된다며 반대해 왔다. 특히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된 잣나무 군락 훼손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종교환경회의는 성명에서 “극한 폭염으로 지구의 존속과 인류의 생존마저 염려해야 할 국가적 기후 비상사태”라며 “대규모 산림을 베어내고 대대로 살아온 터전에서 주민들을 추방하는 것은 야만적 국가 폭력”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연은 자본과 행정의 편의에 따라 착취할 이용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 할 동반자라며, 홍천 양수댐 건설은 명분과 경제적 실익이 없는 졸속 행정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앞서 종교환경회의 대표자들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사업 백지화와 풍천리 현장 방문을 요청했다. 김 장관은 7월 4일 현장을 찾아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시작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장관은 절차상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한 달간 공사를 중단하고, 최종 결정 전 주민 대표들과 다시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 대표들과의 간담회는 8월 5일 열릴 예정이다. 종교환경회의는 이번 간담회를 “장관의 진정성을 증명할 마지막 시험대”라고 규정하고, 절차 검토 내용과 주민 의견 수렴 결과, 향후 조치와 최종 입장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어 “주민들이 살아온 터전은 그 자체로 지켜져야 할 성소”라며 “김 장관은 스스로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라고 규정한 말에 책임을 지고 홍천 양수댐 건설을 즉각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입력일 2026-08-04

[인터뷰] ‘에코홀더’ 전도사 조성현 씨…“나만의 컵홀더로 환경 지켜요”

“이제는 값비싼 물건이 아니라 친환경 실천을 ‘플렉스(Flex)’할 때입니다. 내가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당당하게 보여줄수록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한성대학교 창의융합대학 교수로 12년간 후학을 양성하다 올해 초 정년 퇴임한 조성현(대건 안드레아·서울대교구 대흥동본당) 씨는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다회용 컵홀더 ‘에코홀더’를 직접 제작해 지인들에게 나누고 있다. 조 씨가 일회용 컵홀더에 주목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집에서 음료를 마신 뒤 버리지 않고 모아 둔 컵홀더가 불과 며칠 만에 수북이 쌓이는 것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 조 씨는 “컵홀더 하나는 사소해 보이지만 많은 사람이 음료를 마실 때마다 반복해서 사용하면 상당한 양의 폐기물이 발생한다”며 “환경 보호는 거창한 일이 아니라 작은 물건 하나를 다시 사용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회용품의 사용이 폐기물을 늘리고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이를 줄이는 실천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불편함’에서 찾았다. 그리고 이 불편을 덜기 위해 작고 가벼워 가방에 달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다회용 컵홀더를 구상했다. 에코홀더 구상에는 오랫동안 광고업계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광고대행사에서 공공 캠페인과 인식 개선 광고를 주로 제작해 온 조 씨는 TV와 신문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보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방식이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에코홀더는 평소에는 열쇠고리(키링)처럼 가방에 달고 다니다가, 음료를 구입할 때 쉽게 꺼내 사용할 수 있다. 귀여운 장식품으로 가방을 꾸미는 최근 문화를 활용하되,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실용성과 환경적 의미를 함께 담았다. 조 씨는 에코홀더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강조하는 생태적 책임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신앙적 가르침이 선언에만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에코홀더를 가방에 달고 다니는 모습 자체가 환경을 생각한다는 마음을 드러낼 수 있고, 이를 본 다른 사람의 관심과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에코홀더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홍보의 의미도 더했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 승인을 받아 공식 로고를 새긴 에코홀더를 제작한 것이다. 에코홀더를 가방에 달고 다니거나 사용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WYD를 알리는 ‘움직이는 홍보물’이 된 셈이다. 조 씨는 “에코홀더를 사용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직접 WYD를 알리는 홍보의 주체가 되는 것”이라며 “WYD가 끝난 뒤에도 해외 청년들이 고향에서 에코홀더를 계속 사용한다면 서울 WYD의 기억과 생태적 메시지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7면

교회 환경단체, ‘탄소중립기본법’ 즉각 개정 촉구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국회의 법 개정이 지연되자, 천주교와 환경단체들이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서울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를 비롯한 전국 11개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등 교회 환경단체들은 7월 15일 ‘탄소중립기본법의 즉각적인 개정을 촉구합니다’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제정됐다. 하지만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중간 감축목표를 제시하지 않아, 202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연도별 감축 계획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 과도한 감축 부담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천주교 단체들은 성명에서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5월 말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법 개정을 이루지 못했다”며 “산업계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일부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태도로 법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부처들도 기후위기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 지구적인 문제인 기후위기를 모든 인류와 모든 세대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기후위기를 촉발한 성장과 개발이라는 이념을 넘어 생명을 가장 중심에 품고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생명을 일구고 돌보라는 창조주 하느님의 명에 따라 행동하는 신앙인들은 탄소중립기본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가톨릭기후행동 등이 포함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제헌절을 하루 앞둔 7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부처와 국회, 산업계에 “헌법재판소 결정 이행의 발목잡기를 중단하고 모든 이의 기본권을 지킬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당장 나설 것”을 요구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7면

[칼럼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23) 국내 시민사회의 기후운동 20년의 희망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6년 5월 <불편한 진실(Inconvenient Truth)>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공개됐다. 전직 미국 부통령 앨 고어(Al Gore)가 주연으로 등장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가파른 증가 추이를 설명하는 장면을 보여줄 때, 전 세계인들은 비로소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눈앞에서 보는 듯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도 뒤늦게 상영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지구 온난화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과 토론을 벌였다. 정책 결정에 참여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2015년 12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리던 파리에 국내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대거 날아갔다. 이들은 총회 회의장 안과 밖에서 각국 협상단의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요구하면서 회의 기간 내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홍보 부스에서는 자연 생태계의 순환 원리를 농업과 생활에 적용하는 퍼머컬처(Permaculture), 지속 가능한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는 전환 마을(Transition Town) 등 다양한 대안적 개념이 소개돼 주목받았다. 파리 기후 협약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지구적인 전환을 시작하고자, 저탄소 경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간 동의를 얻어내는 성과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권, 개발권, 성평등, 기후 정의, 세대 간 형평성 같은 이슈를 다루면서,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패러다임이 전환했음도 보여준다. 이전까지만 해도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주제가 분리되어 다뤄져 왔지만, 총회를 계기로 통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총회가 열리기 6개월 전인 2015년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하소서」를 발표하였다. 이 회칙은 환경 및 생태 회칙으로서,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호하고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성찰과 구체적인 행동을 전 세계에 촉구하였다. 기후변화와 환경 오염, 생태계 파괴의 주된 원인으로 인간 중심주의와 기술 만능주의를 지적하면서,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였다. 생태적 감수성을 위한 교육과 영적 회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동시에 국제 정치의 반응이 미약한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이 회칙은 비단 가톨릭계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나 시민단체들을 기후변화 대응과 억제를 위한 활동으로 뭉치도록 견고한 방향을 제시했다. 영화가 개봉된 2006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면 이제 어엿한 20세가 되었을 것이다. 청년들이 만나는 기후는 선배 세대들이 겪었던 기후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다. 일찌감치 기후변화 완화와 대응을 위해 싸워 온 선배 세대로서는, 나아지기는커녕 악화일로로 치닫는 현 지구촌 상황에 대해 좌절을 느끼게도 된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끊이질 않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에 누구보다도 책임이 큰 강대국들의 기후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진다. 전쟁으로 인해 화석연료의 수입 길이 막히니 연료비가 뛰고 물가가 휘청이는 현실은, 지난 20년 동안의 기후위기 대응의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 앞당기고, 마을과 지역별로 에너지 자립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안 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난 20년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마중물이었기를 희망한다. 글 _ 강신호 스테파노(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7면

합천에 모인 원폭 생존자들…“후유증과 무관심 대물림 멈춰야”

‘한국의 히로시마’라 불리는 경남 합천. 이곳에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당시 피폭됐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아 고국으로 돌아온 한국인들이 삶을 이어 온 공간이 있다. 정부 지원으로 1996년 문을 연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이다. 6월 29일부터 7월 2일까지 ‘정의로운 평화, 기억에서 배운다 - 핵 없는 세상을 향한 살아 있는 증거들의 호소’를 주제로 열린 한일탈핵평화순례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으며 핵 없는 세상을 향한 연대를 다짐했다.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들 6월 30일, 백학산 자락 아래 자리한 경남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한일탈핵평화순례단 42명이 도착했다. 순례단에는 일본 주교회의 생명평화인권위원장 모리야마 신조 주교(오이타교구장)를 비롯한 일본 참가자 17명이 함께했다. 원폭 피해자 1세인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과 이남재 합천평화의집 원장은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순례단은 원폭 피해로 숨진 한국인 1172명의 위패가 모셔진 위령각에서 묵념한 뒤 복지회관과 합천원폭자료관을 둘러보며 원폭 피해자들의 증언에 귀를 기울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여름방학이 끝나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순간 유리창이 박살 나고 옆집도 사라졌습니다. 어린 동생들이 있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동생들을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에 뛰쳐나갔습니다.” 81년이 지난 지금도 원폭 피해자 1세 이정우(94) 할머니는 1945년 8월 6일 그날을 또렷이 기억했다. 1945년 태평양전쟁 말기, 미국은 일본의 항복을 압박하며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이 원폭으로 23만여 명이 숨졌고, 강제동원 등으로 두 도시에 머물던 조선인 7만여 명도 피폭됐다. 이 가운데 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생존자 중 2만3000여 명은 해방 뒤 고국으로 돌아와 각지에 흩어져 살았다. 합천은 그 피해가 유독 깊게 새겨진 지역이다. 산지가 많아 경작지가 부족했던 합천에서는 일제강점기 먹고살 길을 찾아 일본으로 건너간 이들이 적지 않았고, 많은 이들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일하거나 강제 동원됐다가 원폭 피해를 입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70%가 합천 출신으로 알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합천이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이유다. 끝나지 않은 고통 원폭 피해자 1세들은 고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제대로 된 보상과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원인을 알 수 없는 병과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원폭의 피해가 1세에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자녀와 손주 세대도 피폭과의 관련성이 의심되는 유전적 질환과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원폭 피해자 2·3세는 아직 법적으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원폭 피해자 1·2세 증언 및 교류회에서 한정순 한국원폭피해2세환우회 회장은 “2·3세도 원폭 피해자로 인정받고 국가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히로시마에서 피폭된 한 회장 역시 피폭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는 “대퇴부괴사증으로 두 다리로 제대로 걷지 못하고 큰 수술만 12차례 받았다”며 “43세인 아들도 뇌성마비를 안고 태어나 현재 혼자 앉지도 걷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폭 후유증의 대물림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3세는 원폭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치료비나 수술비 등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가족에게 짐을 지운 채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이 2·3세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행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지원 대상을 피폭 당사자와 당시 임신 중이었던 태아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원폭 피해자 2·3세 실태 조사와 의료 지원, 피해자와 자녀에 대한 생활·복지 지원을 확대하는 개정안들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일본 원폭 당시 조선인 피해자 귀국 후에도 보상·지원 못 받고 원폭 후유증과 가난에 시달려 日 순례단, 정부 책임 언급하며 비핵·평화 필요성에 공감 영남 지역 핵발전소 찾아 연대 다짐 함께 짊어진 책임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이날 순례단의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말이었다. 원폭 피해자들의 고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만, 그 고통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말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모리야마 주교는 이 말 앞에서 일본의 책임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원폭을 투하했지만, 일본이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에 일본도 가해자라고 생각한다”며 “원폭 피해자 2·3세의 고통을 기억하고, 일본에서도 이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이어 원폭 피해 2세 환우 쉼터인 평화의 집을 찾았다. 일본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비핵과 평화의 메시지를 남겼다. ‘원전 없이 살고 싶은 미야즈의 모임’ 요시다 마리코 대표(교토교구 미야즈본당)는 “한국에도 원폭 피해자들이 있다는 사실과 이들의 활동을 알게 됐다”며 “전쟁의 책임을 외면하는 현실 속에서도 핵이 사라지는 그날을 기다리며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한정순 한국원폭피해2세환우회 회장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합천 출신 사람들이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일본 역시 이 고통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며 “한국의 수많은 원폭 피해 2·3세들이 아프면 아프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핵 없는 평화를 향해 순례단은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자신이 피폭 후유증을 앓는 원폭 피해자 2세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반핵평화운동가 고(故) 김형률 씨의 유해가 모셔진 봉안담도 찾아 묵념했다. 김 씨는 생전 한국원폭2세환우회를 설립하고 원폭 피해 2세 문제를 사회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는 2005년 35세의 나이로 피폭 후유증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일본 순례단은 이곳에 원폭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핵 없는 평화를 염원하는 종이학 수백 개를 바쳤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블라시오)는 “원폭 피폭이 세대를 거듭하며 전쟁의 잔상을 남기고, 피해자들에게 병을 유발하고 있는 현실을 더 깊이 인식해야 한다”며 “가까운 이웃임에도 이제야 알게 되고 찾아뵙게 돼 죄송한 마음이고, 교회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순례단은 합천 방문 다음날인 7월 1일에는 부산 기장 고리, 울산 울주 새울, 경주 월성 핵발전소를 차례로 찾아 탈핵단체들과 연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일탈핵평화순례는 7월 2일 마츠우라 고로 주교(나고야교구장)와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위원의 ‘핵과 평화’ 주제 간담회를 끝으로 나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발행일 2026-07-12 제3499호 17면
기사 더보기더보기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