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생 동갑내기 본당들…시련 딛고 ‘100년’ 열매 맺다

100년 전인 1926년 5월 29일. 대구대목구장 드망즈 주교(Florian Demange·한국명 안세화·1875~1938) 주례로 성 유스티노 신학교 소속 부제 11명의 사제서품식이 거행됐다. 한국교회가 아직 넉넉지 않은 사제 수와 어려운 사목 환경 속에서 신앙 공동체의 뿌리를 넓혀 가던 때였다. 서품식 다음 날인 5월 30일, 드망즈 주교는 새 사제 11명을 각 지역으로 파견하는 사제인사를 단행했다. 이 인사를 통해 7개 본당이 새로 세워졌다. 한날 한뜻으로 뿌려진 복음의 씨앗은 100년의 시간을 지나 오늘의 공동체로 자라났다. 그 가운데 대구대교구 남산본당과 성동본당, 전주교구 부안본당, 마산교구 옥봉동본당은 오늘날까지 신앙의 맥을 이어 오며 5월 나란히 설립 100주년을 맞이한다. 한 세기 전 사제서품과 본당 신설로 시작된 공동체의 여정은 100년의 시간을 지나 오늘, 신앙의 열매로 맺어지고 있다. ■ 기도가 끊이지 않는 공동체 ‘대구대교구 남산본당’ 대구대교구 남산본당(주임 박덕수 스테파노 신부)은 석종관(바오로) 신부가 초대 주임으로 부임하면서 1926년 5월 30일 설립됐다. 당시 정식 성당이 없어 교구청 내 평신도 교육 공간이던 ‘명도회관’을 개축해 사용했지만, 공동체의 활동은 활발했다. 1928년에는 본당 차원으로는 이례적으로 라틴어 그레고리오 성가와 우리말 성가 수십 곡을 담은 성가집 「공교셩가집」을 발행했다. 신자 수가 늘어나자 본당은 2대 주임 남대영(루도비코) 신부 주도로 1929년 5월 새 성당 건립 준비에 나섰다. 공동체가 합심해 현재 성당 맞은편 자리인 대명동 언덕의 토지를 매입했고, 1936년 가을 새 성당을 착공해 이듬해 10월 10일 봉헌식을 거행했다. 본당 소재지가 대명동으로 옮겨지면서 ‘대명동성당’으로 불렸다. 일제의 압력으로 1945년 3월 11일부터 성당을 집단수용소로 내주는 아픔도 겪었다. 대구대교구가 1952년 4월 2일 여성 고등교육 기회 제공을 위해 효성여자대학을 설립함에 따라 성당과 부지는 대학이 사용하게 됐다. 같은 해 가을 본당은 교구청 부지인 성모당 남쪽 현 위치에 새 성당을 지었고, 1953년 5월 5일 제6대 대구교구장 최덕홍(요한) 주교 주례로 봉헌식을 거행했다. 성당이 다시 남산동으로 옮겨지면서 본당 명칭도 현재의 남산본당으로 변경됐다. 남산본당은 수많은 사제와 수도자를 배출한 공동체이기도 하다. 본당 출신 사제만 39명에 이른다. 본당 출신 첫 사제는 제2대 마산교구장을 지낸 장병화(요셉) 주교이며, 하느님의 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도 본당 출신이다. 남산본당은 성모당과 인접해 설립 초기부터 오늘까지 기도가 끊이지 않는 공동체로 자리해 왔다. 본당은 설립 100주년을 맞아 「남산본당 100년사」 편찬을 비롯해 전 신자 성지순례, 100주년 기념 바자와 음악회 등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5월 30일 오전 10시30분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주례로 10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한다. ■ 신심 운동 매진하며 지역사회 발전 이끌다 ‘전주교구 부안본당’ 전주교구 부안본당(주임 김정훈 스테파노 신부)의 역사는 1903년경 전북 부안군 하서면 등용리 일대에 교우촌이 형성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8년 12월에는 대구대목구장 드망즈 주교 주례로 등용리공소 경당이 봉헌됐다. 이후 본당 신자들의 요청에 따라 드망즈 주교는 1926년 5월 30일 이기수(야고보) 신부를 초대 주임으로 임명하고, 공소를 본당으로 승격시켰다. 초대 주임 이기수 신부는 등용리가 외진 곳에 있어 교세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하고, 1935년 옛 부안문화원이 있던 자리에 새 성당 터를 마련했다. 이후 성당 이전과 함께 4년제 소학교를 세워 지역사회 문맹 퇴치에 앞장섰고, 교리교육을 통해 교세를 넓혀 갔다. 일제의 탄압으로 1941년 소학교는 강제 폐교됐지만, 당시 성당 자리는 훗날 청우실업학교로 발전해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6·25전쟁 중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 본당은 1957년부터 새 성당 건립을 추진했고, 1963년 8월 27일 제4대 전주교구장 한공열(베드로) 주교 주례로 새 성당 봉헌식을 거행했다. 본당은 1950년대 후반부터는 농촌 부흥 운동의 일환으로 간척사업을 실시해 신자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도록 도왔다. 1980년대 들어 신자들은 신심운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한때는 매년 100명 이상의 새 신자가 탄생하기도 했다. 성직자와 수도자도 다수 배출했다.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본당은 성당과 사제관, 수녀원 등을 리모델링하고 쉼터를 조성했다. 또 100주년 기도문을 함께 바치며 신자 재교육 특강, 성지순례, 성경쓰기와 성경통독, 묵주기도 봉헌 등 신심을 살찌우는 다양한 영성운동도 전개했다. 본당은 5월 17일 오전 10시30분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주례로 10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한다. 김정훈 신부는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믿음을 놓지 않았던 선배 신앙인들의 기도와 희생이 오늘의 본당 공동체를 세웠다”며 “다가올 100년도 더 따뜻하고 더 열린 공동체, 젊은이와 어린이들이 기쁘게 머물 수 있는 교회, 지역사회 안에서 복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는 본당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28개 본당의 모본당 ‘대구대교구 성동본당’ 대구대교구 경주 성동본당(주임 김태한 바오로 신부)은 이성인(야고보) 신부가 초대 주임으로 부임하면서 1926년 5월 30일 설립됐다. 당시에는 ‘경주본당’으로 불렸다. 천년 고도(古都) 경주 지역에 처음으로 복음의 씨앗을 뿌린 공동체로 경주 11개, 포항 17개 본당의 모본당이다. 1983년 9월 1일 성건본당을 분리하면서 본당명을 성동으로 바꿨다. 본당은 1992년 4월 1일 발생한 화재로 1959년부터 사용하던 성당을 잃었다. 이후 1999년 새 성당 공사에 들어가 2001년 1월 28일 제8대 대구대교구장 이문희(바울로) 대주교 주례로 현재의 성당을 봉헌했다. 2026년 3월 현재 2514명의 신자들이 지역 복음화에 헌신하고 있는 본당은 박재수(요한) 신부를 시작으로 그동안 사제 9명, 수도자 30명을 배출했다. 본당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나눔 활동도 꾸준히 이어 왔다. 2023년 1월 부임한 제31대 주임 김태한 신부는 코로나19 이후 감소한 신자들을 다시 교회로 초대해 공동체의 활력을 높이고, 100년을 이어 온 신앙 공동체에 걸맞은 영적 쇄신을 이끌고 있다. 노후화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한편, 예술적 감각을 담은 십자가상과 성모 마리아상 등을 배치해 신자들과 지역 주민, 경주를 찾는 타 지역 신자들에게도 특별한 감흥을 전하고자 힘쓰고 있다. 본당은 5월 31일 오후 2시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주례로 설립 100주년 기념미사를 거행한다. 현재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파티마 국제 순례 성모상’도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성당을 찾는다. 김 신부는 “본당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우리 공동체를 구원의 도구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며 “복음화의 사명을 새롭게 되새기고, 지난 100년의 삶을 돌아보며 회개하는 가운데 살아 있는 신앙 정신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산청 성심원 설립 등 지역사회에 사랑 실천 ‘마산교구 옥봉동본당’ 마산교구 진주 옥봉동본당(주임 이진수 스테파노 신부)의 역사는 19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1년 4월 8일 대구대목구 설정 이후, 초대 대목구장으로 부임한 드망즈 주교는 미국교회 한 신자의 성금을 받아 진주 읍내 동북쪽, 옥봉동 산 아래 땅 120평을 구입해 공소를 마련했다. 당시 초대 회장을 맡은 이낙종(스테파노) 씨는 전교에 헌신했고, 그의 아들 이상석(가브리엘) 씨도 ‘가톨릭청년회’를 조직해 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많은 이의 정성이 모여 1923년 목조건물이 신축됐고, 정수길(요셉) 신부가 초대 주임으로 부임하면서 문산본당 소속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됐다. 설립 당시 본당명은 진주본당이었다. 진주·사천·삼천포·합천·의령·하동·남해 지역을 관할했다. 이후 1967년 제10대 주임으로 박정일(미카엘) 신부, 훗날 마산교구 제3대 교구장이 부임한 뒤 현재의 옥봉동본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오랜 역사만큼 본당이 지역 복음화에 미친 영향은 컸다. 현재 경남 진주 소재 12개 본당의 모본당으로 ‘진주 지역의 어머니 성당’으로 불린다. 또한 해성학원‧해성유치원 등을 운영하며 교육사업을 펼쳤고, 한센인 공동체인 산청 성심원을 설립했다. 노인 요양 시설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사랑의 실천도 이어 왔다. 이진수 신부는 “진주대로의 끝자락, 낙후된 지역에 본당이 자리 잡았기에 오히려 그리스도교 신앙에 더 부합하는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며 “본당은 지역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빛과 소금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말씀 그대로 살고자 노력해 온 공동체”라고 전했다. 본당은 설립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친다. 2025년 대림 1주일부터 ‘본당 설립 100주년 기도’를 봉헌해 왔으며, 올해 사순 시기에는 역대 주임신부 특강을 마련했다. ‘열일곱이다’ 음악 피정(4월 19일)에 이어 5월 8일에는 기념 음악회 ‘은총의, 100년 찬미의 노래’와 기념 사진전을 열었다. 100주년 기념미사는 5월 10일 10시30분 교구장 이성효(리노) 주교 주례로 봉헌한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9면

[성모 성월 특집-세계 성모 발현지를 가다] 프랑스 ‘루르드 성지’

피레네산맥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이 이는 아침에도, 마사비엘(Massabielle) 동굴 앞에는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휠체어를 밀며 온 가족, 목발을 짚은 노인, 어린아이 손을 잡은 어머니. 저마다 다른 언어로 기도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이들은 동굴 앞에 다다르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 같은 자리에 손끝으로 바위를 가만히 짚는다. 인구 1만 5천 명의 소도시에 해마다 수백만 명이 모여드는 곳, 프랑스 ‘루르드 성지’다. 18번의 발현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 루르드의 이야기는 1858년 14세 소녀 베르나데트 수비루의 증언에서 시작된다. 베르나데트는 그해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마사비엘 동굴에서 모두 18차례 ‘흰옷을 입은 여인’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여인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쳤고, 회개와 보속, 죄인들을 위한 기도의 메시지를 들었다고 전했다. 또 동굴 안 샘에서 물을 마시고 씻으라는 요청도 받았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1858년 3월 25일 찾아왔다. 베르나데트는 그 여인이 자신을 “나는 원죄 없이 잉태된 이”라고 밝혔다고 증언했다. 이는 비오 9세 교황이 1854년 선포한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와 맞닿아 있었다. 여러 해에 걸친 조사 끝에 1862년 타르브 교구장 베르트랑-세베르 로랑스 주교는 루르드 발현을 공식 인정했다. 이후 루르드는 세계적인 성모 순례지로 자리 잡았다. 1907년 비오 10세 교황은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을 보편 교회 전례력에 넣었고, 1933년에는 베르나데트가 성인품에 올랐다. 오늘도 루르드를 찾는 순례자들은 마사비엘 동굴 앞에서 기도하며, 병든 이와 지친 이, 위로를 찾는 이들을 향한 성모님의 초대를 되새긴다. 루르드 성지 전경. 총면적 약 53만m²의 성지는 마사비엘 동굴을 중심으로 성당과 경당, 광장과 샘터, 가브 강 건너편 기도 공간까지 아우르는 복합 순례 공간이다. 이주연 기자동굴에서 강 건너까지 총면적 약 53만m²의 루르드 성지는 마사비엘 동굴을 중심으로 성당과 경당, 광장과 샘터, 가브 강 건너편 기도 공간까지 아우르는 복합 순례 공간이다. 동굴 위 언덕에는 시대를 달리해 세워진 성당들이 층을 이루며 자리한다. 가장 먼저 세워진 곳은 1866년 착공된 크립트(Crypt)다. 동굴 바로 위에 자리한 성당으로, 발현 직후 루르드의 첫 공식 성당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다. 베르나데트가 루르드를 영원히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미사에 참여한 자리로 성녀의 유해 일부가 모셔져 있다. 크립트 위로는 네오고딕 양식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 솟아 있고, 아래쪽 전면에는 로마노-비잔틴 양식의 로사리오 대성당이 자리해 광장 전례의 장엄한 배경이 된다. 광장 지하에는 1958년 발현 100주년을 기념해 축성된 성 비오 10세 대성당이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지하 공간이지만 2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국제 미사와 병자 미사,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곳이다. 대성당 오른쪽 언덕에는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걷는 십자가의 길이 펼쳐진다. 1912년 조성된 이 길은 총 1500m에 이르며, 자연 지형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따라 이어지는 조용한 개인 묵상의 공간이다. 강변 가까이에는 2008년 조성된 십자가의 길도 있어, 거동이 불편한 순례자도 수난의 신비를 함께 묵상할 수 있다. 베르나데트의 발자취를 따라 성지 담장 밖 루르드 시내에 베르나데트의 삶이 남아 있다. 볼리(Boly) 방앗간 생가는 그가 태어나 열 살까지 살았던 자리다. 산업화의 물결 속에 방앗간 운영이 어려워지며 가족의 삶은 내리막을 걸었고, 1857년 결국 폐쇄된 옛 감옥을 얻어 살게 됐다. 그곳이 까쇼(Cachot)다. 불과 16㎡의 좁은 방에서도 베르나데트의 가족은 작은 제단을 만들고 묵주기도를 바치며 살았다. 가브 강 위의 퐁비외(Pont-Vieux)는 중세부터 이어져 온 돌다리다. 마지막 발현을 제외한 17차례, 베르나데트가 동굴로 건너가던 통로였다. 시내 아스팔트 바닥 곳곳에 박힌 황동 못은 ‘베르나데트의 길(Chemin de Bernadette)’ 표지다. 그 못을 따라 걸으면 성녀가 동굴로 향하던 길을 그대로 밟게 된다. 병자 행렬, 침수, 기적 그리고 밤의 촛불 루르드의 하루는 성지의 정해진 리듬을 따라 흐른다. 새벽부터 마사비엘 동굴과 성당 곳곳에서 미사가 봉헌되고, 묵주기도와 성체 행렬과 강복, 촛불 행렬이 계속된다. 낮 시간의 핵심은 병자 행렬과 성체강복이다. 휠체어와 이동 침대, 들것에 몸을 의지한 병자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행렬에 참여한다. 병자와 장애인들이 앞줄에 서고,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성직자와 수도자, 순례자들이 그 뒤를 따르며 성체 앞에 함께 무릎을 꿇는다. 가장 아프고 약한 이들이 언제나 공동체의 앞자리에 서는, 루르드만의 풍경이다. 의료진을 포함한 수천 명의 봉사자가 병자와 장애인들을 곁에서 돕는다. 루르드가 전하는 또 하나의 희망의 표징이다. 저녁이 되면 동굴 앞에 촛불이 모인다. 성체 행렬과 촛불 묵주기도 행렬은 주님 부활 대축일이 있는 4월부터 11월까지 열리지만, 순례 시즌 내내 동굴 앞 묵주기도는 계속된다. 베르나데트가 처음 발현을 체험한 그 자리에서 성모님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쳤듯, 순례자들도 같은 기도로 성모님 곁에 머문다. 한국 순례단이 찾은 3월에는 행렬 없이 촛불 묵주기도가 봉헌됐다. 대표 한 명이 선창에 참여하면서, 성모송이 한국어로 동굴 앞에 울렸다. 침수(浸水)는 순례의 중심 체험 가운데 하나다. “가서 마시고 그곳에서 씻으라”는 성모 마리아의 말씀에 직접 응답하는 행위로, 동굴 샘물을 채운 욕조에 온몸을 담그는 예식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시설 개선으로 2020년 문을 닫았던 침수장은 2024년 8월 다시 열렸다. 루르드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기적이다. 발현 이래 수많은 환자가 치유됐다고 전해진다. 그간 7000건 이상의 치유 사례가 보고됐지만, 가장 최근인 2025년 인정된 사례를 포함해 공식 기적으로 발표된 것은 72건에 불과하다. 의학적 검증, 과학적 분석, 영적 심사를 거쳐 진정한 기적 여부가 판단된다. 그 엄격함이 역설적으로 루르드의 기적을 더욱 소중하게 만든다. 루르드와 한국교회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 중앙 제대 왼편 경당 벽면. 라틴어와 한문 사이, 세로로 흘러내리는 옛한글이 새겨져 있다. “셩총을 가득히 닙우신 마리아여 네게 하례ᄒᆞ나이다.” 19세기 조선 천주교의 고어체로 된 한글 성모송 첫 구절이다. 한국 순례자라면 누구나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석판의 봉헌문은 이렇게 전한다. 조선 반도의 선교사들이 바다에서 극심한 위험에 처했다가 원죄 없으신 동정 마리아의 도움으로 구출되었고, 그 은혜를 기억하며 서약을 지켜 이 돌을 세운다고. 연도는 1876년. 리델 주교와 리샤르·블랑 신부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루르드 발현이 공식 인정된 지 불과 14년 뒤였다. 박해의 땅 조선을 오가며 목숨을 걸던 선교사들이 풍랑 속에서 성모님의 보호를 받은 뒤 이 성지를 찾아 석판을 봉헌한 것이다. 루르드와 한국교회의 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후에도 루르드의 성모 신심은 루르드 인근 출신이었던 임 가밀로 신부(Camille Bouillon, 1869~1947) 등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을 통해 한국 곳곳에 스며들었다. 청주교구 감곡 매괴 성모 순례지, 대구대교구 성모당,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루르드 동굴 등 한국 땅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가장 약한 이들이 앞자리에 서는 곳 오늘의 루르드는 발현지를 보존하는 박물관이 아니다. 가장 느리고 가장 약한 이들이 공동체의 맨 앞자리에 자리하는, 살아 있는 순례의 현장이다. 병이 낫는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지만, 병이 낫지 않아도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 타르브-루르드교구 전임 교구장 쟈크 페리에 주교는 2008년 루르드 성모 발현 150주년을 기념해 가톨릭신문과 나눈 대담에서 “루르드를 순례하는 사람들은 단지 치유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희망을 품기 위한 힘과 용기를 얻으러 오는 것”이라고 했다. 루르드 성모 마리아의 메시지는 회개와 기도 그리고 모든 고통받는 이들과의 연대였다. 그 메시지는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168년 전과 같은 간절함으로 동굴에 모인 신자들의 입술에서, 순례자들의 손끝에서 면면히 이어진다. ▶ https://www.lourdes-france.org/ 루르드 성지 공식 사이트 ▶ lourdes.live/ko 루르드 TV 한국어 페이지 ◆ 가톨릭신문투어 순례 문의: 02-2281-9070, 1577-5006 카카오톡 ID: cttour 홈페이지:http://www.cttour.org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10면

[생명 주일 기획]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보호받지 못하는 생명들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입법 공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가장 보호받아야 할 태아의 생명과 위기 상황에 놓인 여성들은 모두 법의 보호 밖에 놓여 있다. 교회는 이제 낙태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태아와 임산부를 함께 살릴 수 있는 법과 제도, 문화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는 수정 순간부터 인간 생명이 시작된다고 가르치며, 낙태를 생명을 해치는 행위로 분명히 반대한다. 그러나 교회의 목소리는 단순히 “낙태는 안 된다”는 선언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 주교단도 올해 3월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생명 존중의 원칙을 담은 입법을 촉구하는 한편, 낙태를 둘러싼 다양한 제도적 쟁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가장 크게 떠오른 쟁점은 낙태약이다. 정부가 ‘낙태약 도입’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데 이어, 4월 15일 규제합리화회의에서는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낙태약 허용 필요성을 제기했다. 낙태약 허용 문제가 정부 정책 차원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하지만 낙태약은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길 뿐 아니라 부작용에 따른 사망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교회는 낙태 약물의 무분별한 유통을 막고,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관리 체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생명을 해치는 행위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의료인의 양심을 보호하는 제도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낙태를 단순한 ‘의료 서비스’로 보게 되면, 의료인은 환자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논리가 뒤따를 수 있다. 교회는 낙태가 질병을 치료하는 행위가 아니라 생명을 죽이는 행위라는 점에서,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양심에 따라 낙태 시술을 거부할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고 본다. 현재 논의되는 법안들에는 이러한 의료인의 양심적 거부권 보장이 충분히 담기지 않은 실정이다. 실효성 있는 숙려 기간과 상담 제도도 필요하다. 낙태 전 형식적으로 거치는 절차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 놓인 여성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생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낙태만을 유일한 ‘선택’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출산과 양육, 입양, 경제적·심리적 지원 등 다양한 선택지를 알리고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임신과 출산에 대한 남성의 공동 책임을 강화하고 ‘낳아 기를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하는 구조도 필요하다. 양육비 이행 지원을 강화하고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한 획기적 지원, 돌봄 시설 확충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는 우리 사회 안에 ‘생명의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낙태를 말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과연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혼모와 위기 임산부를 비난하거나 고립시키는 문화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떠받치고 동행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레오) 신부는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임산부들을 비난하기보다 그들이 용기 있게 생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따뜻한 손을 내미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면서 “신자들이 정부와 국회가 책임 있는 입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6-05-03 제3489호 6면

레오 14세 교황 선출 1주년…분열의 시대에 평화 외치다

5월 8일은 레오 14세 교황 선출 1주년이다. 교황은 지난 1년 동안 전쟁과 분열의 시대에 평화를 호소하고, 성 아우구스티노 영성에 뿌리를 둔 일치와 친교의 교회를 강조해 왔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인공지능(AI) 시대의 인간 존엄, 그리스도인 일치와 사제직 쇄신에 관한 문헌도 잇따라 발표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을 이어 가는 동시에 자신의 사목 방향을 구체화했다. “일치된 교회”, 첫해를 관통한 사목 기조 레오 14세 교황의 첫해는 교회를 ‘일치와 친교의 표징’으로 세우려는 노력으로 시작됐다. 즉위 미사에서 교황은 “우리의 첫 번째 큰 바람이 일치된 교회가 되는 것이기를 원한다”며 “이는 곧 일치와 친교의 표징이 되는 교회, 화해하는 세상을 위한 누룩이 되는 교회”라고 밝혔다. 디지털 공간에 대한 관심도 이 흐름 안에 있다. 교황은 2025년 7월 29일 디지털 선교사들에게 “분열과 양극화의 논리,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논리를 허물 수 있는 친교의 주역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신앙의 본질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책임 또한 강조해 왔다. 전임 교황의 노선을 계승하면서도, 신앙이 사회적 실천의 근거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교황은 2025년 10월 9일 즉위 후 첫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Dilexi Te)를 발표했다. 권고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4년 발표한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의 흐름을 이어받아, 가난한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바라보라는 교회의 사명을 다시 환기했다. 권고에서 교황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강조하며,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나약함과 육신을 취하심으로써 가난을 택하셨기에 우리는 신학적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하느님의 우선적 선택을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의 시대에 던진 평화의 호소 교황의 평화 메시지 또한 첫해 선명하게 드러난 주제 중 하나다. 교황은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무기를 내려놓으며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를 향하여’ 주제 제59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평화는 폭력에 저항하고 폭력을 이긴다”며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 곧 열린 마음과 복음적 겸손에서 비롯되는 평화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평화를 위한 호소는 최근 중동 정세를 둘러싼 발언에서도 이어졌다. 교황은 4월 23일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이란 사태와 관련해 “목자로서 저는 전쟁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황의 이란 사태 관련 입장을 비판했지만, 교황은 직접적인 논쟁에 나서지 않고 “앞으로도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인공지능(AI) 시대, 인간 존엄을 지키는 교회 교황은 AI와 디지털 기술의 확산을 교회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보았다. 다만 기술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거나 지배하지 않도록 신앙과 윤리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12월 5일 교황청에서 열린 ‘가톨릭 연구대학 전략동맹’ 주최 학술회의에서 교황은 “인간은 창조 세계 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기술이 만들어 낸 콘텐츠의 수동적 소비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26년 2월 19일 로마교구 성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인공지능으로 강론을 준비하려는 유혹을 물리치라”고 당부했다. 이는 성직자의 사목적 식별과 말씀 묵상이 기술적 편의로 대체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교황은 AI 시대에도 사목의 핵심은 인간적 만남, 기도, 식별, 공동체적 책임에 있음을 일깨웠다. 문헌으로 제시한 교육·일치·사제직의 과제 교황은 첫해 발표한 교서들을 통해 교회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방향을 구체화했다. 2025년 10월 28일 발표한 교황 교서 「희망의 새로운 지도 그리기(Disegnare Nuove Mappe Di Speranza)」에서 교황은 가톨릭 교육의 과제를 ▲젊은이들의 내적인 삶 ▲인간적인 디지털 문화 ▲타인에게 비폭력적이며 평화를 세우는 언어 등으로 제시했다. 니케아공의회 개최와 니케아신경 제정 1700주년을 맞아 2025년 11월 23일 발표한 교서 「신앙의 일치 안에서(In Unitate Fidei)」는 그리스도인 일치를 지향하는 교회의 의지를 드러냈다. 2025년 12월 22일 공개된 교황 교서 「미래를 탄생시키는 충실성(Una fedeltà che genera futuro)」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과 「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 반포 6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교황은 교서에서 사제와 평신도의 공동 책임성을 요청하면서, “사제들에게 업무적으로 큰 압박이 가해지고 많은 요구가 쏟아지는 때 평신도의 은사를 알아보고 그들과 협력하면서 지지와 자유, 위안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외 사목방문, 일치와 평화의 현장으로 교황은 교회 일치의 상징적 장소와 분쟁·가난의 현장을 찾아, 문헌과 담화로 강조해 온 일치와 평화를 구체적 행동으로 드러냈다. 첫 해외 사목방문은 2025년 11월 27일부터 12월 2일까지 튀르키예와 레바논에서 이뤄졌다. 니케아공의회 개최 1700주년을 기념해 튀르키예를 찾은 교황은 동방정교회 수장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 등을 만나고, 이즈니크에서 열린 그리스도교 일치 기도회에도 참석했다. 이어 레바논에서는 그리스도인 일치와 종교 간 만남 행사에 참석했고, 2020년 베이루트 항만 폭발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교황은 올해 4월 13일부터 23일까지 아프리카 알제리, 카메룬, 앙골라, 적도기니 등 4개국을 사목방문했다. 교황은 분쟁과 갈등,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 지역에서 평화와 일치를 호소했고, 병원과 복지시설, 교도소를 찾아 위로를 전했다.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로마 총원에서 봉사하는 케빈 드프린치오 신부는 교황의 향후 행보에 대해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일치와 친교 증진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처럼 교황님은 앞으로도 만남과 대화를 촉구하고, 차이를 극복하며 양극화를 뚫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행일 2026-05-03 제3489호 11면

[성모 성월 특집-세계 성모 발현지를 가다] 포르투갈 ‘파티마 성지’

전쟁이 멈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동의 포성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평화는 여전히 기도의 언어 속에서만 살아 있는 듯하다.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땅은 인류가 가장 절박하게 평화를 부르짖던 시절에 열렸다. 1858년 루르드, 1917년 파티마, 1932~33년 벨기에 보랭과 바뇌. 성모의 메시지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세상의 죄악을 슬퍼하고 회개하라. 끊임없이 기도하라.”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지금도 그 말의 무게는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3월 14일부터 25일까지 가톨릭신문투어 성모발현지 순례단에 동행해 네 곳의 성지를 직접 찾았다. 성모 성월을 맞아 세 차례에 걸쳐 그 여정을 전한다. 무릎으로 걷는 ‘참회의 길’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여를 달리면 중부의 작은 마을 파티마에 닿는다. 3월 중순의 이른 아침, 파티마 성지의 광장을 마주했다. 성모 성월인 5월이면 전 세계 순례자들로 가득 찬다는 그 광장이, 쌀쌀한 초봄의 냉기 속에 오히려 더 깊은 고요를 품고 있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참회의 길’이다. 성지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발현 경당까지 약 700m, 흰 대리석 길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아직 차가운 날씨에도 몇몇 순례자들이 무릎을 꿇은 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한 무릎씩 내디딜 때마다 돌바닥에 살이 닿고, 그 위로 묵주알이 넘어간다. 완주하는 데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1917년, 전쟁의 한복판에서 파티마 발현은 1917년, 제1차 세계대전이 유럽을 피로 물들이고 있던 바로 그때 시작됐다. 그해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성모 마리아는 세 어린이 루치아(10세)와 프란치스코(9세), 히야친타(7세)에게 나타났다. 동네의 가난한 목동 아이들, 세상에서 가장 낮고 힘없는 이들이었다.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확했다. 전쟁이 끝나고 세상에 평화가 오도록 매일 묵주기도를 바칠 것, 죄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희생할 것,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께 봉헌할 것. 10월 13일 마지막 발현 날, 7만여 명의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양이 빠르게 회전하며 다채로운 빛을 내뿜다가 땅으로 돌진했다. 폭풍우에 흠뻑 젖었던 옷과 진흙탕이던 땅은 그 순간 완전히 말라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발현은 1930년 파티마가 소속된 레이리아교구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 이후 비오 12세 교황은 1942년 파티마 발현 25주년을 기념해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께 세계를 봉헌하고, 1946년에는 파티마 성모상에 왕관을 씌워 성모님을 ‘세계의 여왕’으로 선포했다. 광장과 발현 경당, 로사리오 성모 대성당 등으로 이뤄진 지금의 성지는, 세 어린이가 양을 치다 첫 번째 섬광을 목격하고 성모를 처음 뵈었다고 전해지는 코바 다 이리아(Cova da Iria) 들판 일대를 중심으로 조성됐다. 백 년의 시간이 마주 보는 광장 광장에는 백 년의 시간차를 두고 지어진 두 성당이 서로를 마주 본다. 한쪽 언덕 위에는 1928년 착공해 1953년 축복된 네오 바로크 양식의 로사리오 성모 대성당(Basílica de Nossa Senhora do Rosário de Fátima)이 있다. 65m 종탑이 눈길을 끄는 파티마 성지의 랜드마크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묵주 기도 15가지 신비를 주제로 한 15개의 제대가 좌우로 늘어서 있고, 성모 마리아의 생애와 발현, 파티마 메시지를 담은 스테인드글라스가 빛을 머금고 있다. 중앙 제대 좌우와 바로 앞에는 세 목동의 묘소가 있다. 반대편에는 2004년 공사를 시작해 3년 만에 완공된 현대식 원형 구조의 삼위일체 대성당(Basílica da Santíssima Trindade)이 낮고 넓게, 땅에 엎드리듯 자리 잡고 있다. 9000여 명을 수용하는 이 성당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보낸 베드로 무덤 대리석으로 초석을 다졌으며, 로사리오 성모 대성당을 가리지 않도록 설계돼 넓은 광장을 포근하게 감싼다. 둥근 성체 모양의 외관은 성체성사를 상징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 맞은편 제대를 바라보면, 성경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한 공간에 담긴다. 제단 벽면의 금빛 모자이크는 세상 종말에 삼위일체를 경배하는 천상 교회를 웅장하게 그리며, 지상의 미사가 천상 예배로 이어지는 궁극의 목적을 상기시킨다. 이 두 거대한 건축물 사이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작고 소박한 발현 경당(Chapel of Apparitions)이다. 1917년 성모님이 발을 딛고 서 계셨던 참나무 자리에 세워진 이 작은 경당에는, 1920년 포르투갈 신자가 헌납해 같은 해 5월 13일 축복된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이 성모상은 발현 목격자인 루치아 수녀의 증언을 토대로 제작됐다. 성모상의 왕관에는 1981년 5월 13일, 발현 기념일 당일 로마에서 피격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4년 직접 봉헌한 총탄이 박혀 있다. 찔린 심장, 장벽의 파편 삼위일체 대성당과 기도 구역 사이 지하, 150m 길이의 복도식 공간에 고해소와 경당들, 그리고 24시간 불을 밝히는 성체조배실이 있다. 그 근처에는 파티마 성모발현 100주년을 기해 만들어진 티없으신 마리아 성심상이 놓여 있다. 루치아 수녀는 1917년 6월 발현 때 가시에 둘러싸여 찔리고 있는 심장을 보았다고 기술했다. 1925년 성모 마리아는 이 성심을 다시 보여주시며 호소하셨다. “너무 많은 이들이 가시로 내 심장을 찌르고 있는데, 이 가시를 빼주려는 이가 아무도 없구나.” 여기에 발걸음이 오래 머무는 것은, 그 말씀이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광장 오른편에 회색 콘크리트 덩어리가 유리관 안에 서 있다. 무게 2.6톤의 베를린 장벽 실제 파편으로, 장벽 붕괴 후 독일 거주 포르투갈 이민자들의 모금으로 구매해 1994년 성지에 봉헌됐다. 1917년 성모님께서 전쟁의 종식과 러시아의 회개,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라고 당부하셨던 메시지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응답받았는지를 증언하는 상징물이다. 발린호스와 십자가의 길 성지에서 도보 약 15분 거리에 있는 발린호스(Valinhos)에서는 1917년 8월 19일 네 번째 발현이 있었다. 파티마의 여섯 차례 발현 가운데, 코바 다 이리아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일어난 예외적인 발현이었다. 여기서 양을 치던 세 어린이에게 나타난 성모 마리아는 매일 묵주 기도를 바치고 죄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희생하라고 당부했다. 헝가리 가톨릭 신자들이 봉헌한 성모상과 석조 기념비가 그 장소를 표시하고 있으며, 인근에는 이들이 봉헌한 십자가의 길 14처와 부활을 기념하는 15처, 그리고 헝가리의 첫 번째 왕인 성 스테파노에게 바쳐진 성당이 자리한다. 그 길 끝 로카 도 카베수(Loca do Cabeço)에는 1916년 성모 발현에 앞서 세 어린이에게 두 차례 나타났던 평화의 천사 발현지가 있다. 파티마의 밤 밤이 되면 성지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매일 밤 9시30분, 발현 경당에서 시작되는 묵주 기도와 촛불 행렬은 파티마 순례의 절정이다. 순례단이 참가한 날,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대표가 각자의 언어로 기도를 선창했고, 모두 함께 초를 높이 들고 아베 마리아를 노래했다. 한국어로도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도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이어 성모상을 모시고 성지를 한 바퀴 도는 촛불 행렬이 진행됐다. 행렬은 1920년대 후반 루르드 성지의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됐으며, 날씨가 허락하는 한 연중 매일 열린다. 초 봉헌대 앞은 세계 곳곳에서 온 순례자들이 하나씩 봉헌한 불씨들이 모여 큰 불길을 이뤘다. 꺼져가던 불씨들이 모여 다시 타오르는 그 모습에서, 회개를 통해 하느님께로 다시 초대하시는 성모님의 메시지를 눈앞에서 보는 듯했다. 성모 발현지이지만, 성지의 가장 중앙에는 양팔 벌린 예수성심상이 있다. 성지 측은 이를 “파티마 메시지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중심성”을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성모 발현의 궁극 목적은 결국 예수께로 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파티마의 초대는 그렇게,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며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이다. ◆ 가톨릭신문투어 순례 문의: 02-2281-9070, 1577-5006 카카오톡 ID: cttour 홈페이지: http://www.cttour.org

발행일 2026-05-03 제3489호 10면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에 나타난 사목적 시사점②] 성직자·수도자 현황

한국교회가 신자 ‘600만’ 시대를 맞았다. 1975년 100만 명을 기록한 지 50년, 2008년 500만 명을 돌파한 지 17년 만에 세운 이정표다. 다만 군종교구를 제외하면 신자 수가 사실상 감소세로 돌아섰고, 교적을 둔 신자 100명 가운데 15명만 주일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자 감소에 따라 새 사제 수도 줄고 있으며,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28.9%까지 올라 고령 신자 중심의 인구 구조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 분석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통계가 한국교회에 전한 사목적 시사점을 통계 지표별로 살펴본다. ◆ 성직자와 신학생 현황 2025년 한국의 성직자(부제 제외)는 총 5797명이다. 교구 신부는 4772명으로 2017년까지는 2%대의 증가율을 보이다가 2018년부터 1%대로, 그리고 2023년부터 1% 미만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새 수품 신부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0년부터 100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5년 교구 소속 새 수품 신부 수는 총 70명으로 2015년 대비 42.1% 감소하였다. 새 수품 신부의 40%(28명)는 서울대교구에서 탄생했고, 교구 신학교를 갖고 있는 수원(10명), 대구(7명), 대전(6명) 교구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수품 사제를 배출했다. 사제 성소가 감소하면서 수품 신부가 없는 교구도 4개나 되었다.(춘천, 원주, 안동, 제주교구) 교구 신부들의 소임별 비율을 보면, 본당 사목을 하는 신부가 46.2%(2205명), 특수사목 23.7%(1131명), 국내외 연학 4.2%(201명), 교포사목 3.2%(152명), 해외 선교 2.4%(113명), 군종 2.1%(102명) 등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원로 사목은 13.3%(636명)를 기록했다. 본당 사목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2019년부터는 50% 이하로 나타났다. 특수사목은 10년 전과 동일하고, 교포사목은 감소 추세이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해외 선교는 팬데믹 이후 비율이 소폭 감소하였으며 지난 4년 동안은 동일한 비율을 나타냈다. 안식년 사제의 비율은 2015년 대비 0.7%p 증가하였다. 원로 사목은 2021년 전체 교구 사제의 10%를 넘은 데 이어 10년 전보다 6.2%p가 증가했다. 교구 신부 1인당 평균 신자 수는 1259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본당 사목 신부 1인당 평균 신자 수는 2724명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수도권 교구들에서 본당 사목 신부 1인당 평균 신자 수가 높게 나타났고, 2015년과 비교하였을 때 5.0%(129명) 증가했다. 교구 신부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10년 전에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연령대에 약 33% 사제들이 몰려 있었는데, 2025년에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거의 30%가량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65세 이상 교구 신부 비율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서 전체의 19.7%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한국 교회 교구 사제들의 전반적인 고연령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제를 지망하는 신학생 수도 계속 감소하는 추세여서 교구와 수도회의 신학생 총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09명에서 2025년 현재 854명으로 줄었다. 10년 전인 2015년보다는 42%(616명)나 줄었다. 교구와 수도회 신학생의 비율은 8대 2의 비율이 이어지고 있다. 신학교 입학생 수가 2022년 처음으로 100명 이하로 떨어졌고, 6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교회에는 6개의 신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나, 신학생 수 감소에 따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전국 6개 가톨릭대학교 신학과에서 공부하는 평신도는 89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3.8배 증가해 주목할 만한 변화로 나타났다. ◆ 수도회와 수도자 현황 2025년 한국교회의 수도회는 총 172개이고, 1만1170명의 수도자들이 수도 생활을 하고 있다(남자 1532명, 여자 9638명). 남자 수도자들은 10년 전에 비해 3.3%(53명), 여자 수도자들은 5.1%(517명)가 감소했다. 2025년에 수련자는 남자 35명, 여자는 129명이다. 수련자의 경우에도 남자는 2015년에 비해 40.7%(24명) 감소했고, 여자 수도자의 경우에는 61.5%(206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자 대비 수련자의 비율은 2015년에는 남녀 모두 3%대였으나 2025년에는 남자 2.3%, 여자 1.3%로 감소하고 있다. 남자 수도자들 가운데 종신 서원자는 지난 10년 동안 증가하고 있으나 유기 서원자들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련자와 유기 서원자들에서 외국인의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종신 서원자들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교황청 설립 수도회에서는 3%, 교구 설립 수도회들에서는 13.2% 증가했지만, 사도생활단에서는 14.1% 감소했다. 여자 수도회의 경우도 남자 수도회와 거의 비슷하다. 종신 서원자 수는 누적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유기 서원자는 10년 전에 비해 60%가량 감소했다. 이 가운데 남자 수도회들의 경우처럼 외국 출신의 수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별히 교구 설립 수도회의 경우에는 종신 서원자 수가 10년 전에 비해 18.8%(661명)나 감소했지만, 외국인 종신 서원자 수는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 서원자도 한국인 유기 서원자 수는 해마다 감소하여 2015년 대비 77.3%(160명) 감소한 47명으로 나타난 반면에, 외국인 유기 서원자는 2015년 대비 160.8%(82명) 증가한 133명으로 나타났다. 수련자 비율 역시 2015년 한국인과 외국인이 70.7% 대 29.3%였으나 2025년에는 16.7% 대 83.3%로 변화했다. 이런 경향은 사도생활단에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러 수도회가 해외 선교를 확대하면서 현지 신자들의 수도회 입회가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 입회자 수 감소 속에서도 해외 선교를 통해 한국 수도회가 현지 복음화와 세계 교회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수도자들의 사도직 활동 현황에서, 남녀 수도자 모두 기타 사도직 활동 비율이 점차 늘어나 2025년에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기타 활동은 여러 활동으로 나뉘는데, 그 가운데 수도회 내부 소임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남녀 수도회 모두 전교 활동을 비롯한 사도직 활동의 비율이 낮아지는 반면에, 수도회 내부 소임의 비중이 80%가량 되는 ‘기타 활동’ 비율이 지난 10년 동안 크게 늘어났다. 이것은 교회 안에서 역할뿐 아니라 수도회가 그동안 담당했던 사회적 역할 역시 크게 축소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대목이다. 성직자들의 고령화와 함께 수도자들의 고령화 현상, 그리고 팬데믹 전후 시기에 나타난 교회의 사회 복지 사업 축소 등 복합적인 요인이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징표와 복음의 말씀에 토대를 두고 성령께서 수도회와 수도자들을 어떻게 이끌고자 하시는지 특별한 식별이 필요하다.

입력일 2026-04-30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에 나타난 사목적 시사점①] 신자 현황

한국교회가 신자 ‘600만’ 시대를 맞았다. 1975년 100만 명을 기록한 지 50년, 2008년 500만 명을 돌파한 지 17년 만에 세운 이정표다. 다만 군종교구를 제외하면 신자 수가 사실상 감소세로 돌아섰고, 교적을 둔 신자 100명 가운데 15명만 주일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자 감소에 따라 새 사제 수도 줄고 있으며,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28.9%까지 올라 고령 신자 중심의 인구 구조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 분석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통계가 한국교회에 전한 사목적 시사점을 통계 지표별로 살펴본다. ◆ 신자 현황 2025년 현재 한국교회 신자 수는 600만6832명으로 우리나라 총인구의 11.4%에 해당한다. 신자 증가율은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점을 기록한 뒤 잠시 상승 국면을 보였으나 다시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신자 수를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과 남성 신자의 비율은 56.8% 대 43.2%로 여성 신자가 13.6%p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이후부터 여성과 남성 신자 비율은 6대 4를 넘어선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4세 이하 신자 수는 2019년보다 49.3% 감소하여 가장 큰 감소율을 나타냈고, 반면에 65-69세 신자 수는 53.3% 증가하여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범위를 넓혀 24세 이하와 60세 이상을 비교해 보아도 전자는 감소하고 후자는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2023년에 소폭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미 2019년에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를 넘어섰고, 2025년에는 28.9%에 달했다. 고령 신자 중심의 인구 구조가 더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군종교구를 제외하고 2021년부터 모든 교구에서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를 넘기 시작했으며, 안동, 춘천, 원주, 부산 교구 등 비수도권과 농촌 지역 중심의 교구들에서 고령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교구별 신자 비율은 서울대교구가 한국 교회 전체 신자의 25.4%를 차지하고, 수도권 지역의 교구들(서울, 인천, 수원, 의정부)에 소속되어 있는 신자들이 전체 신자의 55.9%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신자 분포를 드러냈다. 전입과 전출 역시 수도권 교구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2025년 신자 현황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한국교회의 교적상 신자 수가 드디어 600만 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비록 교적상 신자 수와 실제 활동 신자 수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팬데믹 이후 낮은 증가율이 지속되고, 최근 교구와 본당 차원의 교적 정리가 이루어진 상황에서도 신자 수가 600만 명을 넘어섰다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 성장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전체 신자 수 증가(+9,178명)가 군종교구의 증가(+10,996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이를 제외할 경우 전체 신자 수는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2025년 신자 증가율은 0.2%로 전년(0.5%) 대비 0.3%p 하락하여 2023-2024년에 나타났던 회복 흐름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입력일 2026-04-30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에 나타난 사목적 시사점⑤·끝] 신자 수 600만 시대의 과제

한국교회가 신자 ‘600만’ 시대를 맞았다. 1975년 100만 명을 기록한 지 50년, 2008년 500만 명을 돌파한 지 17년 만에 세운 이정표다. 다만 군종교구를 제외하면 신자 수가 사실상 감소세로 돌아섰고, 교적을 둔 신자 100명 가운데 15명만 주일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자 감소에 따라 새 사제 수도 줄고 있으며,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28.9%까지 올라 고령 신자 중심의 인구 구조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 분석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통계가 한국교회에 전한 사목적 시사점을 통계 지표별로 살펴본다. 한국교회의 교적상 신자 수가 총인구의 11.4%인 600만6832명으로 집계되어 600만 시대를 맞이했다. 한국 전쟁의 잔해가 남아 있던 1955년에 전체 인구 대비 신자 비율 1%(18만9412명)였던 소수 종교로서는 비약적인 성장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 신자 수는 1975년에 처음으로 100만 명(인구의 2.98%)이 되었고, 2008년에 500만 명(인구의 9.9%)이 되었다. 100만이 된 지 50년 만에, 그리고 500만이 된 지 17년 만에 600만 명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숫자가 주는 기쁨 뒤에는 냉정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현실이 있다. 한국 리서치 조사의 2025년 조사에서 천주교 신자 비율은 전 인구의 11%로 나타난 반면, 한국 갤럽의 조사에서는 6%에 그쳤다. 이 두 수치의 간극은 교적에 등록된 신자와 실제로 신앙을 고백하며 살아가는 신자 사이의 거리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국가 기관인 국가데이터처의 ‘2025 인구주택총조사’ 종교 인구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적상 600만이라는 숫자는 하나의 이정표인 동시에, 교회가 직면한 과제의 출발점으로 읽혀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의 삶에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냉담 교우와 비활동 신자의 회복이 시급한 과제이다. 주일 미사 참여율이 전체 신자의 15.5%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은, 교적상 신자 가운데 압도적 다수가 실질적인 신앙 공동체의 삶에서 멀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세례와 첫영성체 이후 성사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는 신자들, 팬데믹을 계기로 본당과의 연결이 끊어진 신자들을 어떻게 다시 공동체로 초대할 것인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목적 질문이다. 단순히 행사를 안내하거나 연락을 취하는 수준을 넘어, 그들이 왜 떠났는지를 경청하고 이해하는 데서 회복의 길이 시작된다. 시노달리타스가 말하는 경청과 동반은 교회 안에 머무는 이들뿐 아니라 현재 교회의 문밖에 서 있는 이들을 향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청년·청소년 세대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24세 이하 신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주일 학교 학생 수는 10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는 단지 인구 감소의 반영이 아니다. 젊은 세대가 교회를 자신의 삶과 무관하다고 느끼거나, 신앙을 의미 있는 선택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화적·영적 현실이 그 이면에 있다.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질문하고 의심하며,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환영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기존의 주일 학교 운영 방식이나 청년 사목 프로그램이 과연 이 세대의 언어와 열망에 응답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고령화 또는 성소자 감소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교회는 사명 실천의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각종 성사 지표, 성직자 수도자들의 소임별 비율, 사회 복지 기관 현황 등을 통해서도 그 어려움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수도자 역시 수련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한국인 입회자 대신 외국인 수련자의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교회가 과거의 성장 모델, 곧 성직자 중심의 확장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위기인 동시에, 하느님 백성 모두가 교회의 사명에 함께 참여하는 시노드 교회로 전환할 수 있는 역설적인 기회이기도 하다. 평신도 신학 교육 이수자가 10년 사이 3.8배 증가한 것은 이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고무적인 신호이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의 통계 지표가 의미하는 사항들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왜 팬데믹의 한가운데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를 개최했는지 깨닫게 된다. 시노달리타스는 단지 신학적 당위일 뿐만 아니라 오늘의 교회를 위한 사목적 처방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는 2021년부터 시작된 교구와 전국 단위의 시노드 과정을 통해 이 통계 지표의 이면에 있는 다음과 같은 부정적 맥락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성직자 중심주의와 수직적 권위주의적 문화, 영성의 결핍과 세속화, 끼리끼리의 배타적 문화, 여성·청년과 사회적 약자의 소외, 사목 평의회와 같은 참여 기구의 형식적 운영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교회의 존재 방식이며 활동 방식인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가로막는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를 둘러싼 세속주의와 물질주의적 가치관과 더불어 이와 같은 교회 내적 장애물들이 교회의 사목 지표를 꾸준히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28년까지 이어질 시노드 이행 단계는 교회의 사명 수행을 위해 영적 쇄신과 구조 개혁의 길을 걸어가는 실천적인 여정이다(「최종 문서」 28항 참조). 이를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하느님 백성의 공동 책임을 실현하는 새로운 방식들을 구체적으로 탐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600만 신자 시대를 맞이해서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도전들에 충실히 대응하며 「시노드 최종 문서」를 창조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는 이미 교구와 주교회의 차원의 시노드 과정에서 그 구체적인 방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시노달리타스 영성 함양과 수평적 소통 구조 확립, 평신도와 여성의 역할 확대와 주체적 양성, 참여 기구의 실질화와 투명한 의사 결정, 주변부로 나아가는 가난한 이들의 교회, 가정·디지털 선교·생태와 평화를 위한 사목 패러다임의 전환 등이 그것이다. 이것이 시노달리타스가 한국 교회에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며, 600만 신자 시대가 교회에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요청이다.

입력일 2026-04-30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에 나타난 사목적 시사점③] 성사 활동

한국교회가 신자 ‘600만’ 시대를 맞았다. 1975년 100만 명을 기록한 지 50년, 2008년 500만 명을 돌파한 지 17년 만에 세운 이정표다. 다만 군종교구를 제외하면 신자 수가 사실상 감소세로 돌아섰고, 교적을 둔 신자 100명 가운데 15명만 주일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자 감소에 따라 새 사제 수도 줄고 있으며,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28.9%까지 올라 고령 신자 중심의 인구 구조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 분석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통계가 한국교회에 전한 사목적 시사점을 통계 지표별로 살펴본다. ◆ 성사 활동 ◇ 세례성사 한국교회의 영세자 수는 2017년 10만 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팬데믹으로 2020년에는 200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5년 한국교회의 영세자 수는 6만4073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과 비교하였을 때, 79.1%의 회복률을 나타낸다. 세례 유형별로는 유아 세례 18.5%, 어른 세례 75.4%, 죽을 위험 중 세례 6.1%로 나타났다. 여기서 유아 세례는 2019년 유아 세례의 66.6%에 해당하며, 어른 세례는 83.1%에 해당한다. 코로나 이후에 어른 영세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유아 세례자는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출생률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도 있지만 부모 세대의 자유주의적 신앙 태도 역시 유아 세례의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의 영세자 수 증가에는 여전히 군종교구의 역할이 크다. 군종교구에서의 세례는 1만4897명으로 전체 영세자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군종교구를 제외하고 2025년에 한국교회의 평균 예비신자 수는 2019년 대비 31.3%나 감소했는데, 이것은 한국교회가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군종교구는 2019년 대비 예비신자 수가 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군종교구는 군 복무기간 단축, 휴대전화 사용 확대 등 변화된 군 사목 환경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선교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또한 2022년 헌법재판소가 육군 훈련소 내 종교행사 참석 강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군대 내 종교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군대 내 여건이 점차 안정되고, 군종교구의 적극적인 사목 활동이 더해지면서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세례자 수가 증가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 주일미사와 견진, 고해, 혼인성사 2025년 한국교회의 주일미사 참여자는 전 신자의 15.5%(92만8195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에 해마다 주일미사 참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2025년은 2019년 대비 85.9%까지 회복되었다. 한편, 2024년부터 추가하기 시작한 본당 외의 장소에서의 주일 미사 참여자는 전체 주일미사 참여자의 4.5%인 4만1736명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는 주일미사 참여자의 4.1%인 3만1182명이었다. 작년에 비해 1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본당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속지적 사목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성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첫영성체 건수는 큰 폭의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다. 성사별 참여 건수를 2019년과 비교하면, 견진성사 80.5%, 첫영성체 76.7%, 고해성사 83.2%가량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이후 증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증가율은 점차 둔화되고 있다.(전년 대비 병자성사 -4.7%p, 영성체 -11.1%p, 고해성사 -5.6%p) 2025년 교회 혼인은 총 1만1102건(성사혼 4,058건, 관면혼 7,044건)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의 혼인 건수 역시 급격한 감소 상태에 있었지만, 2021년부터 매년 소폭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2019년의 80.0%까지 회복하였다. 그러나 2025년 한국의 혼인 건수 증가율(8.1%)에 비하여 혼인성사 건수의 증가율(3.2%)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젊은 세대가 교회 안에서 혼인을 하고 혼인성사의 은총 아래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교리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당사자들과 가족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겠다.(교회 헌장 11항) 「시노드 최종 문서」는 혼인성사가 가정 생활과 교회 건설 그리고 사회 안에서의 임무에 관해 특별한 사명을 부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가정이 가정 사목의 대상이며 주체라는 인식이 커져 왔다고 가르치고 있다.(64항) 교회의 혼인 강좌 역시 2019년 대비 35.1%나 감소했음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입력일 2026-04-30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에 나타난 사목적 시사점④] 주일학교와 신앙교육

한국교회가 신자 ‘600만’ 시대를 맞았다. 1975년 100만 명을 기록한 지 50년, 2008년 500만 명을 돌파한 지 17년 만에 세운 이정표다. 다만 군종교구를 제외하면 신자 수가 사실상 감소세로 돌아섰고, 교적을 둔 신자 100명 가운데 15명만 주일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자 감소에 따라 새 사제 수도 줄고 있으며,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28.9%까지 올라 고령 신자 중심의 인구 구조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 분석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통계가 한국교회에 전한 사목적 시사점을 통계 지표별로 살펴본다. ◆ 주일학교 전국 1789개 본당 가운데 83.8%인 1499개 본당에 주일학교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주일학교 역시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17%에 가까운 본당에서 주일학교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2025년 주일학교 대상자 가운데 등록한 초등부 학생 비율은 55.9%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 발생과 함께 46.8%로 떨어진 후 2021년 41.5%까지 떨어졌으나 2022년부터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58.5%)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주일학교 대상자 가운데 중등부 학생 비율은 30.7%, 고등부 학생 비율은 15.5%로 나타났다. 초등부 주일학교 학생 수는 2015년 9만6410명이었으나 2025년에는 5만8471명으로 10년 사이 39.4%가 감소하였다. 중등부 주일학교 학생 수는 2015년 3만3366명에서 2025년 2만2945명으로 31.2% 감소하였으며, 고등부 주일학교 학생 수는 2015년 2만1336명에서 2025년 1만2450명으로 41.6%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주일학교 학생 수가 절반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과 비교해서는 초등부 학생 수는 34.6%(3만906명) 감소, 중등부는 19%(5366명), 고등부는 18.8%(2876명) 감소했다. 「시노드 최종 문서」는 어린이들을 동반의 대상이며 동시에 신앙의 모델로서 교회 공동체에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마르 9,33-37 참조; 61항) 교회가 어린이들의 기여 없이는 시노드 교회가 될 수 없다고까지 공언한다. 어린이들은 지금까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방식으로 복음을 전파하고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교적 잠재력을 갖고 있기에 교회에는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필요하고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주일학교 체제가 학생들을 지나치게 대상화해 온 것은 아닌지 성찰하면서, 다양한 어려움에 처한 어린이들을 위한 노력 역시 필요하다. 기존의 관성적 사고방식 아래서 주일학교를 계속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시노드가 가르치는 방향으로의 전환점을 맞이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신앙교육 2025년 신앙 교육 이수자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볼 때, 성령 쇄신 운동을 제외하고 모든 신앙 교육 부분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령 쇄신 운동 이수자는 2019년 대비 80.9% 증가하였으나, 신앙 강좌 이수자는 2019년 대비 63.7% 감소하였고, 성서 사도직(-45.1%), 피정(-39.7%), 혼인 강좌(-35.1%), M.E.(-34.9%), 꾸르실료(-3.3%) 순으로 높은 감소율이 나타났다. 교회의 삶에서 크나큰 단절을 경험하게 한 팬데믹 이래 한국 교회의 신앙 교육 역시 새롭게 정립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하느님 백성의 함께 걸어감을 강조하는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보편 교회의 강조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는 새로운 전환점을 이루고 있다. 「시노드 최종 문서」의 제5부 ‘나도 너희를 보낸다’(140-151항)는 별도 소제목 없이 하느님 백성의 시노달리타스 양성을 다루고 있다. 「최종 문서」가 말하는 양성은 통합적이고 지속적이며 함께하는 양성으로 시노드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강력하게 요청되었던 것이기도 하다(143항 참조). 남녀 평신도, 축성 생활자, 수품 직무자가 양성에 함께 참여하여 상호 이해와 존중, 상호 협력의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서로 배우고 나눔으로써 교회의 사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만남과 대화, 체험의 자리를 마련해야 함을 의미한다. 평신도들은 세례성사에서 비롯된 자신의 품위와 권한, 책임 의식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교회 사명 안에서 능동적 주체임을 자각하며 책임감을 지닐 수 있도록 양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 구성원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답게 말하는 능력과 경청 방법, 그리고 그 안에서 성령의 말씀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교육 기회가 다양한 신앙 교육 과정 안에서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한 ‘성령 안에서 대화’와 같은 공동체적 식별 방법을 교회의 다양한 모임에서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회 내에서는 이러한 공동체적 식별 방법에 대한 연구와 학습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신학적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갖춘 촉진자 양성 역시 필수적이다.

입력일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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