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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미 기자

bgm@catimes.kr

교회 안 청소년들의 자리

주일 오전 9시. 서울 홍제동본당 주일학교 개학 미사 현장을 찾았다. 모처럼의 휴일,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뒤로한 채 성당을 찾았을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친구들을 다시 만난 탓인지 성당 안은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학생들의 웃음과 재잘거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은 흔치 않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평소 취재를 하며 여러 본당 주보를 살펴보지만, 교구나 본당에 따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때가 많다. 형식은 대부분 비슷하고, 달라 봐야 글꼴 정도만 다른 경우가 많다. 내용 역시 전례 시기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담당 취재처 주보를 훑어보다 보면 이 주보가 어느 본당 것인지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자주 있어 왔다. 그런데 지난주, 유독 눈에 들어오는 주보가 있었다. 알록달록한 색의 일곱 컷 만화가 실려 있었다. 바로 홍제동본당 주일학교 동아리 ‘봉우리’ 학생들이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린 ‘신앙 만화’였다. 단순히 그림이 예뻐서가 아니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신앙을 바라보고 표현한 장면들이 주보 한쪽 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개학 미사와 교리 수업을 마친 봉우리 학생들을 교리실에서 만났다. 다음 달 주보 지면 구성에 대한 회의가 한창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생각보다 더 의욕적이었다. 학업과 여러 활동으로 바쁜 시간 속에서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주보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어른들이 마련해 준 틀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언어와 시선으로 신앙을 표현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작은 교리실에서 이어지던 회의는, 청소년들이 교회 안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처럼 보였다.

발행일 2026-03-15 제3482호 23면

“우리들 이야기 주보에 담아요”

“다음 주제는 우리가 성당에 나오는 이유로 하자.” “그림은 누가 그리고, 글은 누가 쓸래?” 서울대교구 홍제동본당(주임 안재현 미카엘 신부) 주일학교 동아리 ‘봉우리’ 학생들은 주일미사를 마치고 교리 수업까지 끝낸 뒤 하나둘 동아리방에 모인다. 이들이 머리를 맞대는 이유는 다음 달 본당 주보 지면을 꾸미기 위해서다. 자신들의 시선으로 보고 느낀 이야기를 한 면 가득 담아내며, 공동체 안에서 또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3월 8일 모인 학생 7명은 4월 5일 자 본당 주보 ‘우리들의 이야기’ 코너 주제를 ‘우리가 성당에 나오는 이유’로 정했다. 학생들은 각자가 왜 성당에 오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어떤 형식으로 풀어낼지 함께 의논했다. ‘봉우리’는 ‘봉사하는 우리들’의 줄임말이다. 동아리는 고등학교 1학년과 3학년 학생들로 구성돼 있으며, 한 달에 한 차례 본당 주보 한 면을 맡아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일곱 컷 만화, 성지 소개, 인터뷰, 책 소개 등 형식도 다채롭다. 학생들은 이를 위해 한 달에 한두 번 성당에 모여 회의를 열고, 실제 작업은 각자의 태블릿을 활용해 진행한다. 피드백과 의견 교환은 주중 SNS 단체 대화방에서 이어진다. 봉우리 활동은 2025년 1월, 당시 본당 부주임 윤형원(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와 주일학교 교사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 본당 신자들에게 전하고, 학생들이 본당 안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가도록 돕자는 취지였다. 학생들은 지난 1년 동안 주보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왔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청년·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림 시기에는 아기 예수 탄생을 기다리며 직접 그린 크리스마스트리로 지면을 꾸몄다. 또 2026년 주일학교 회장단을 학생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인사말로 소개했고, 각자가 읽은 책을 바탕으로 책을 추천하는 글도 실었다. 이 같은 활동은 학생들의 신앙생활과 또래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왔다. 백호윤(베로니카) 양은 “활동 전에는 미사드리고 간식만 받은 뒤 바로 집에 가서 친구들을 많이 알지 못했는데, 지금은 친구들과 밖에서도 만나 놀고 성당에서 함께하는 활동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소윤(수산나) 양은 “성당에서 제가 맡은 일이 생기니까 더 열심히 나오게 된다”며 “주보를 만들기 위해 자료를 찾다 보니 새롭게 알게 된 성지와 성인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김아인(소화데레사) 양은 “결과물을 보면 뿌듯하고 부모님도 좋아하셔서 주보를 집에 가져가 보관하고 있다”며 “주일학교 친구들이나 어른들이 ‘우리들의 이야기’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앞으로 봉우리 활동이 주보 제작에만 머물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만드는 주보를 주일학교 미사 때 직접 소개해도 좋을 것 같다”며 “동아리 이름처럼 방학에는 유기견 보호센터 봉사,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플로깅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해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발행일 2026-03-15 제3482호 3면

전주교구 피정의 집 ‘윤호요셉의 집’ 축복식

전주교구는 2월 28일 전북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 198 현지에서 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주례로 피정의 집 ‘해월리 윤호요셉의 집’ 축복식을 열었다. 윤호요셉의 집은 대지면적 5만9504.13㎡(1만8000평), 건축면적 1067.76㎡(323평) 규모로 식당동과 숙박동으로 구성돼 있다. 숙박동에는 경당과 강당, 사무실을 비롯해 3인실 12개, 6인실 6개를 갖추고 있으며 최대 7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교구는 1998년 건립돼 청소년 신앙 활동의 중심지로 사용된 건물이 시설 노후와 안전 문제로 사용이 어려워지자 2023년 신축을 결정했다. 새 피정의 집은 2025년 3월 공사에 들어가 1년만에 완공된 것이다. 김선태 주교는 축복식 강론에서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실을 언급하며, 그들에 대한 관심과 동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주교는 “어린 나이에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신앙을 증거했던 조윤호 요셉 성인처럼, 이곳에서 신앙을 배우고 삶으로 증거하는 청소년들이 자라나길 바란다”며 피정의 집 명칭에 담긴 뜻을 설명했다. 윤호요셉의 집은 올해 안으로 주변 조경과 포장 공사를 마무리하고, 수영장과 둘레길·등산로를 조성해 교구 청소년 사목 프로그램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발행일 2026-03-08 제3481호 2면

서울대교구 구파발본당 ‘탄소포집벗’, 어린이 환경신문 창간

서울대교구 내 첫 어린이 하늘땅물벗인 구파발본당 ‘탄소포집벗’이 최근 환경신문 창간호를 펴냈다. ‘탄소포집벗’ 1기는 2025년 한 해 동안 이어온 생태 활동을 환경신문에 담았다. 초등부 어린이 30명은 매달 마지막 주일 모여 생태 감수성을 키우고 생활 속 환경 실천을 이어왔다. 환경신문 제작을 위해 어린이들은 1월 25일, 1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단신 기사와 기획 기사, 특집 기사 등을 직접 작성했다. 남은빈(콜레타) 초대 단장의 기고문을 싣고, 부모들의 글을 받아 칼럼을 구성하며, 본당 부주임 최정현(힐라리오) 신부를 인터뷰해 생태 보호의 의미를 담았다. 기사 작성과 편집, 구성까지 모든 과정을 어린이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완성된 신문은 본당 주보 사이에 간지로 삽입됐다. 어린이들은 2월 14일과 21일 본당 어린이미사 전 신자들에게 직접 신문을 나눠주며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알렸다. 신문은 1년간 이어온 실천을 정리한 결과물이자, 본당 공동체에 생태 감수성을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흙으로 만든 맑은 물’ 제목의 특집기사를 작성한 윤진우(라파엘·13) 군은 “흙공을 직접 만들어 하천에 방류하는 활동은 처음이었다”며 “흙공이 하천을 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전히 쓰레기가 과도하게 발생하고, 분리배출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중학생이 되어서도 탄소포집벗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며 “동생들에게도 재미있고 유익한 활동이라고 꼭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탄소포집벗은 지난 1년간 다양한 생태 활동을 펼쳤다. 그림 작가와 함께 멸종위기 동물을 그리며 사라져가는 생명을 기억했고, 하천 정화를 위해 EM 흙공을 만들어 던졌다. 자전거 페달을 굴려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는 체험을 진행했으며, 2025년 6월 15일 열린 본당의 날 행사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피켓 캠페인도 벌였다. 한편 본당 탄소포집벗 2기 32명의 어린이 생태사도는 2월 28일 창단 미사를 봉헌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발행일 2026-03-08 제3481호 17면

제21회 가톨릭 환경상 공모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3월 18일부터 5월 1일까지 ‘제21회 가톨릭 환경상’ 수상자를 공모한다. 가톨릭 환경상은 신앙인의 책무인 창조 질서 보전을 위해 노력한 이들을 선정, 격려하고 활동을 알리기 위해 2006년 제정됐다. 2017년부터는 가톨릭교회 밖에까지 범위를 넓혀 후보자를 공모하고 있다. 2026년 공모 주제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활동’이다. 후보 대상은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 에너지 관련 활동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창조질서 보전에 힘쓴 개인이나 기관이다. 심사 기준은 ▲회칙 「찬미받으소서」 정신과의 부합성 ▲활동의 지속성 ▲활동의 내용적 깊이 ▲교회 공동체 혹은3 지역 사회와의 연대 ▲전 지구적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도 등이다. 후보자 추천은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이나 본당 사제, 교구 및 수도회 환경 담당 사제·수도자, 환경 관련 담당자, 교회 기관장이 할 수 있다. 추천서와 함께 주요 활동 내용이 담긴 증빙자료를 이메일(cbckcee@cbck.kr)과 우편(서울 광진구 면목로 74,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으로 제출하면 된다. 제출 서류는 주교회의 홈페이지(www.cbck.or.kr) 알림마당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가톨릭 환경상을 수상한 지 5년 이상이 지나면 재응모가 가능하다. 1차 서류 심사와 2차 실사 인터뷰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하며, 심사 결과는 개별 통보한다. 시상식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인 9월 1일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열린다. ※문의 02-460-7622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발행일 2026-03-08 제3481호 6면

후쿠시마 핵사고 15주기… 11일 ‘핵 없는 사회 위한 광화문 시국미사’ 봉헌

3월 11일은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 발생 15주기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동북부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최대 15m에 달하는 해일이 발전소를 덮치며 비상 전력 공급이 끊겼고, 원자로 노심용융과 수소폭발이 발생했다. 국제원자력사고 7등급(INES) 판정을 받은 이 사고는 체르노빌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한 핵발전 사고로 기록됐다. 이 사고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해양으로 확산했고, 발전소 반경 20km 이내 주민 등 약 16만 명이 긴급 대피했다. 사고 이후에도 논란과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3년 8월부터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부지에 보관해 온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을 정화 처리한 뒤 기준에 맞춰 방류했다는 입장이지만, 한국과 중국 정부는 안전성 우려를 이유로 일본 일부 지역의 수산물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폐로 작업 역시 최소 4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후쿠시마 핵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대형 핵발전소 사고의 위험성과 장기적 피해가 확인됐음에도, 최근 우리 정부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기조를 재확인하며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3월 11일 오후 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전 제주교구장 강우일(베드로) 주교 주례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광화문 시국미사’가 봉헌된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 양기석 신부(스테파노·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를 비롯해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양두승 신부(미카엘·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특별위원회), 임현호 신부(도미니코·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미사를 공동집전한다. 오후 2시부터는 후쿠시마 핵사고 15주기 탈핵 선언대회가 이어진다. 대회에서는 ▲후쿠시마 핵사고 15년의 의의와 탈핵 비상선언 ▲신규 핵발전소 유치 예상 지역 발언 ▲각계 연대 발언 ▲핵발전소 코스튬 활용 핵사고 퍼포먼스 등이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오후 3시부터 광화문역 4번 출구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인간 띠 잇기 퍼포먼스’를 하고, 청와대에 의견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발행일 2026-03-08 제3481호 17면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 캠페인 ‘손 내밀어 봄, 마음 열어 봄’ 실시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사순 시기를 맞아 자살 예방 캠페인 ‘손 내밀어 봄, 마음 열어 봄’(이하 봄봄 캠페인)을 실시한다. 2025년 3월 처음 시작된 봄봄 캠페인은 자살 위기 속에 있는 고립된 이웃을 공동체가 함께 돌보고 생명을 지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5월 자살 위험이 높아지는 이른바 ‘스프링 피크(Spring Peak)’ 현상이 나타난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4년 자살 사망자의 26.9%가 3~5월에 발생해, 겨울(25.4%)·여름(24.1%)·가을(23.6%)보다 봄철 비중이 가장 높았다. 본부는 사순 시기의 기도와 나눔 정신을 바탕으로 생명 보호 실천에 동참하자는 뜻에서 올해도 캠페인을 이어간다. 캠페인은 4월 12일까지 본부 홈페이지(obos.or.kr)를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정기·일시 후원 모두 가능하다. 3만 원 이상 정기 후원자에게는 ‘봄봄 묵주 키링’을 증정한다. 모금된 기금은 자살 예방 교육, 유가족 돌봄, 상담 및 긴급 지원 등 다양한 자살예방 사업에 사용된다. 본부는 “주변에 마음이 힘든 이웃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괜찮아?’라고 안부를 묻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며 “자살예방 활동을 위한 후원과 기도를 통해 위기의 순간에 놓인 이웃 곁을 함께 지켜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후원 계좌 우리은행 1005-380-307979 (재)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 ※ 문의 전화 02-774-3488 문자 1666-1056 이메일 donation@ohob.or.kr(재)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

발행일 2026-03-08 제3481호 4면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새만금신공항’ 주제 에코포럼 개최

생태계를 파괴하는 개발 정책을 성찰하고, 통합적 생태 관점에서 공공정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2월 2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새만금 수라갯벌과 신공항’을 주제로 제59회 가톨릭 에코포럼을 열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대리인단의 최재홍 변호사는 최근 원고 승소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1심 판결은 그동안 자연환경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개발이익에 따른 공익만을 과대평가해 온 행정부의 재량 판단에 실체적·내용적 위법성이 있음을 인정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 변론기일을 앞둔 2024년 12월,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하면서 새만금국제공항 역시 조류 충돌 위험이 크다는 평가가 가능해졌다”며 “환경 문제를 넘어 항공 안전 측면에서도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재판 분위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2025년 9월 11일, 새만금신공항백지화 공동행동 소속 시민들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재판부는 국토교통부가 공항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조류 충돌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검토하지 않았고, 위험도를 축소해 평가한 점 등을 들어 기본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은 수라갯벌 보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오 단장은 “수라갯벌은 조류와 전투기의 충돌을 예상해 촬영할 수 있을 정도로 조류 충돌 위험이 큰 지역”이라며 “현재도 멸종위기종 9종을 포함해 총 54종, 9823개체가 서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3-08 제3481호 6면

[사순 특집] 발달장애인들의 ‘자선’…도움받던 손에서 나누는 손으로

사순 시기는 자선과 절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러나 자선은 꼭 많이 가진 이들의 몫만은 아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발달장애인 보호작업장 ‘성모자애보호작업장’은 매년 수익의 일부를 바보의나눔을 통해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발달장애인을 지원하고, 사회 공헌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도움받는 이들이 다시 내어놓는 선택. 그 결단은 사순을 더욱 깊게 만들고, 우리가 맞이할 부활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그들의 일터를 찾았다. 서울 강남구 율현동 성모자애복지관. 이른 아침 대부분 대중교통으로 출근한 발달장애 근로자들이 복지관 내 ‘성모자애보호작업장’(이하 작업장)으로 하나둘 들어섰다. 먼저 도착한 이들은 담소를 나누다 기자를 보자 “취재하러 오신 분이시죠?”라며 웃으며 맞이했다. 이들은 작업장에서 비누와 샴푸, 주방세제 등 세정 제품을 만든다. 발달장애인들은 제품을 용기에 담고 라벨을 붙이며 포장 작업을 맡는다. 한쪽에서는 제품을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각자의 역할은 분명했고, 작업장은 분주하지만 차분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스스로 일하며 얻은 결실을 다시 사회로 이곳은 단순한 생산 시설을 넘어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직업재활 공간이다. ‘해달별’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수익의 일부는 다시 사회로 환원된다. 스스로 일하며 얻은 결실을 또 다른 이웃과 나누는 구조가 이 작업장의 특징이다. 2021년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열린 이종석(알베르토) 작가의 전시를 계기로 이러한 나눔의 방향이 구체화됐다. 다운증후군을 지닌 작가는 작품 <무지개의 휘파람>을 통해 밝고 선명한 색채를 선보였고, 이를 본 작업장 이상철 원장은 새로 출시할 액상 비누 용기에 그의 그림을 담고 싶었다. 저작권 사용을 위해 작가의 어머니에게 문의했지만, 어머니는 “그림이 많은 사람에게 보이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저작권료를 사양했다. 그 말을 듣고, 이 원장은 장애를 지닌 문화예술인들을 돕는 기부를 결심했다. 개신교 신자인 그는 2022년부터 바보의나눔을 통해 알베르토 작가의 작품이 들어간 제품 수익의 5%를 문화예술계 발달장애인 지원에 후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고형 비누 수익의 2%는 질병이나 장애로 치료가 필요한 이들의 진료비에 보태고 있다. 재난 현장에도 손을 보탰다. 2025년 3월 경남 산청 대형 산불 당시, 산청군 시천면사무소로 긴급히 사용할 수 있는 세정제를 이재민과 소방관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8월 안동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도 세정제를 전달했고, 2023년 안동시 남선면 한 복지재단 화재 당시에도 물품을 지원했다. 단순한 후원을 넘어, 현장의 필요에 맞춘 대응이었다. 이러한 실천은 자연스럽게 다른 보호작업장으로도 확산됐다. 소식을 접한 서천군장애인보호작업장 역시 수해 복구 지원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사순, 무엇을 내어놓을 것인가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26년간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해 온 이 원장은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 향상을 위해 힘써왔다. 그가 운영 철학으로 삼는 말씀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마태 19,19)이다. 그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우리를 위해 자신을 내어놓으신 것처럼, 우리도 이웃을 위해 무엇을 내어놓을 수 있을지,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부활의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은 작업장의 운영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주변 이웃이 재해와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고민했고, 가능한 방식으로 도움을 보탰다. 재난 피해 지역에 물품을 지원하고, 장애와 질병으로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수익 일부를 내어놓는 일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 원장은 “저희가 아주 작은 점인지, 선인지, 면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중요하지 않다”며 “어떤 역할이든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우리가 도와주나요?” 이러한 정신은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의 수익이 또 다른 장애인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장애인처럼 항상 그 사실을 인지할 수는 없지만, “가난하고 힘든 사람을 도와줘야 해”라는 것은 누구보다 순수하게 알고 실천하고 있었다. 20년 가까이 일한 정우수(마르첼리노) 씨는 제품 포장과 배송을 맡고 있다. 재난 지역으로 물량이 늘어났던 상황을 또렷이 기억하며, 최근 설 연휴에 발생한 산불 소식을 듣자 “이번에도 우리가 도와주나요?”라고 먼저 물었다. 일이 많아지면 힘들 법도 하지만, 그는 “택배가 많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형 비누를 생산하는 이미영(로사) 씨와 전선화(안나) 씨도 마찬가지다. “TV에서 집을 잃은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며 “우리가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전했다. 절제는 단순히 소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것의 일부를 기꺼이 내어놓는 선택이 자선이다. 이곳에서 만난 나눔은 넉넉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부족한 자리에서도 가능한 몫을 나누려는 실천이었다. 낮은 자리에서 낮은 이를 향해 건네는 손길이야말로 하느님을 더 닮은 모습에 가깝다. 그 손길이 모여 우리의 사순을 더욱 깊게 하고, 다가올 부활을 더욱 환하게 밝히고 있다. ■ 사순 시기 ‘자선’은 사랑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시간 사랑은 감정에 머물지 않고 행위로 드러나야 한다. 사순은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기도하고 단식하신 것을 기억하는 시기이지만, 그 여정의 끝은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내어놓는 사랑’이었다. 그러므로 사순의 자선은 단순한 구제가 아니라,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는 그리스도의 사랑에 동참하는 행위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자선을 회개의 열매로 이해해 왔다. 내가 덜어낸 시간, 소비, 물질, 관심이 타인을 향할 때, 회개는 개인의 결단에 머물지 않고, 이웃의 삶을 변화시키는 책임으로 이어진다. 자선은 개인적 경건을 넘어 공동체적 책임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사순의 정신은 오늘날 교회 안에서도 다양한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돕기(ACN)’는 사순·부활 시기를 맞아 볼리비아와 레바논, 남수단 등지에서 사목하는 선교사들을 지원하는 캠페인을 펼친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매년 ‘사순 저금통’을 제작해 각 본당에 배부하고, 저금통 뒷면에 기도 지향을 적도록 안내하며 모금을 이어 간다. 주교회의 역시 1977년부터 ‘사랑으로 가진 바를 나누자’를 주제로 사순 시기 실천 방안을 마련해 각 교구에 제시해 왔다. 이에 따라 각 교구는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순 모금을 전개해 오고 있다. ※ ACN 2026년 사순·부활 캠페인 ※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사순 저금통

발행일 2026-03-08 제3481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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