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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스페이스 성북, 17일부터 ‘성북동 친구들’ 전시

서울 성북동을 삶과 예술의 터전으로 삼아 온 작가들의 우정을 조명하는 전시 ‘성북동 친구들’이 5월 17일부터 27일까지 스페이스 성북에서 열린다. 김상일(그레고리오) 작가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지역 안에서 이어진 예술적 유대와 기억을 회화, 조각, 설치 작품으로 풀어낸다. 전시에는 김상일 작가를 비롯해 노주환·신영성·이해성·이훈·조권익 작가 등 8명의 작품이 소개된다. 오랫동안 성당 건축과 성상 작업을 해 온 김상일 작가의 <광야에서>는 척박한 땅 위에 선 인간의 고독을 통해 길을 묻는 구도자의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2023년 세상을 떠난 고(故) 김철우, 임승오 작가의 유작도 함께 전시된다. 김철우 작가의 <에베레스트>는 수채 특유의 부드러운 색감과 여백으로 설산의 장엄함을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성북동’이라는 장소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삶과 관계를 품어 온 기억의 공간임을 보여 준다.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지닌 작품들은 각 작가의 개별적 세계를 나타내는 동시에, 같은 동네에서 서로의 작업을 바라보고 삶을 나누었던 시간의 흔적을 함께 품고 있다. 관람객들은 작품 사이를 거닐며 한 지역 안에서 예술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을 잇고, 떠난 이들의 존재를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오는지 마주하게 된다. 김상일 작가는 “이번 전시는 성북동 친구들의 유대가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경험하는 시간”이라며 “성북동이라는 공간의 예술적 향취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람료는 무료다.

발행일 2026-05-24 제3492호 14면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안병철: 물성에서 생명으로’ 개최

“영원한 물질은 없고 다 사라질 거라 본다. 다만 시간의 차이가 다를 뿐이다. 좋은 것은 남고 좋지 않은 것은 없어지고 말 것이다.” 40여 년 동안 조각을 이어 온 안병철(베드로) 작가의 말이다. 철과 청동, 스테인리스 스틸, 한지 등 각기 다른 재료를 탐구해 온 작가는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생명의 이미지를 조각으로 풀어내 왔다. 서울대교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기획전시실에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초대전 ‘안병철: 물성에서 생명으로’를 5월 30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초창기 조각과 입체 작품부터 청동과 스테인리스 스틸 작업, 2016년 한지 작업과 최근의 생명 연작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걸어온 여정을 한자리에서 보여 준다. 1980년대 작품 <바디로부터>는 민속공예품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직물을 짤 때 쓰는 베틀의 ‘바디’에서 출발해, 반복적이고 촘촘한 구조를 현대적인 조각 언어로 풀어냈다. <門의 이미지> 연작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문’은 안과 밖을 나누는 동시에 이어 주는 경계다. 작가는 문이라는 형상을 통해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는 지점을 표현했다. 2000년대 <생명의 기원> 연작에서는 생명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보다 뚜렷이 드러난다. 작품은 구체적인 생명체를 묘사하기보다, 씨앗이 움트거나 생명이 차오르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특히 <생명-영(影)>은 이번 전시의 흐름을 잘 나타내는 작품이다. 매끈하게 다듬은 스테인리스 스틸 표면은 빛과 공간, 관람자의 모습을 함께 비춘다. 관람자는 작품을 바라보는 동시에 작품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작업하는 자신을 ‘수행하는 수도자’에 비유했다. 재료를 다듬고 깎고 닦아내는 반복의 시간이 단순한 제작 과정을 넘어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전시는 작가의 미공개 초기작도 다수 선보인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흩어져 있거나 잊혔던 과거 작품을 다시 모으고 복원했다. 또한 그의 부친이자 1세대 조각가인 안찬주 작가의 작품도 함께 공개된다. 1957년 태어난 안병철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8년 포스코 미술관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 전시에 꾸준히 참여해 왔으며, 1988년 제24회 경기미술대전 대상, 2019년 제15회 미술세계 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조각학과 명예교수인 그는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회장, 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등을 지냈다.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14면

구하우스 미술관, ‘S.O.S.…’ 특별전…해양 오염 알린다

경기도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특별전 ‘S.O.S. – Save Our Seas’를 5월 20일부터 8월 23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지구 생태의 현주소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개최한 ‘기후위기의 경계 1.5℃’ 전시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다. 전시는 생명의 근원이자 기후 시스템의 핵심인 ‘바다’가 보내는 긴급 구조 신호에 주목한다. AI·미디어 작품을 주로 작업하는 김안나 작가는 가상현실 속에 기술과 생태가 교차하는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며, 김태균 사진작가는 동해안 풍경을 통해 우리가 보존해야 할 자연 본연의 모습을 포착한다. 양쿠라 작가는 해변에서 수집한 폐기물을 활용한 설치 작품으로 바다가 입은 물리적 상처를 드러내며, 이승수 조각가는 해양 쓰레기를 품은 인간을 형상화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나타낸다. 각기 다른 매체로 바다가 보내는 신호를 시각화한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감각적으로 환기시키고, 그 속에서 인간의 역할과 책임을 묻는다. 미술관은 환경 보호라는 취지를 확장하기 위해 전시 연출을 최소화하고, 재생 가능한 재료로 전시장을 꾸몄다. 또한 전시 기간 폐기물을 남기지 않는 체험 프로그램과 어린이 사생대회를 함께 운영한다. 구정순(아우구스티나) 관장은 “현대 사회의 시급한 과제인 기후위기를 직시하기 위해 총 4년에 걸쳐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번 전시가 일회성 감상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환경 행동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14면

최은영 소설가 “고유한 영혼 지닌 우리…절망 대신 희망 선택하길”

사랑과 우정,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 낸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상처와 연대를 이야기해 온 최은영(프란치스카 로마나) 작가가 청년들에게 절망 대신 희망의 길을 붙들 것을 당부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조직위원회는 5월 9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다섯 번째 WYD 수퍼클래스로 최 작가의 강연을 마련했다. ‘소설 읽기, 정직하게 나를 대면하는 시간’을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최 작가는 인간 내면의 어둡고 깊은 자리까지 마주하는 글쓰기와 독서의 의미를 전했다. 최 작가의 작품에는 청년뿐 아니라 성소수자, 사회적 참사 유족, 가정폭력 피해 여성 등 우리 사회에서 쉽게 들리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는 이날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사회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사람은 성별과 직업, 거주지 같은 것으로 규정될 수 없는 ‘고유의 영혼’을 지니고 있다”며 “책을 읽고 난 뒤 곁에 있는 사람이 영혼을 지닌 존재이고, 함부로 대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 작가는 사회에 만연한 무력감과 절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가만히 있으면 어둡게 생각하게 되고, 희망을 저버리는 일은 너무 쉽다”며 “이는 사람의 본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염세적인 태도는 멋지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가장 주의해야 할 태도”라며 “절망의 끝에는 결국 자기 자신마저 놓아버리는 결말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거창한 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절망의 목소리에 굴복하지 않고 내가 가진 희망은 붙들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작가는 어려움 속에서도 위로를 전하는 작품들의 뿌리가 된 신앙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중학생 무렵 세례를 받은 뒤 청소년기 까리따스 수녀원 모임과 대학 시절 청년 성서 모임, 떼제 공동체 등을 통해 신앙 안에서 위로를 얻었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인생을 살아가며 너무 외롭지 않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신앙을 갖게 됐다”며 “한때 굉장히 어두운 사람이었음에도 신앙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면서 신앙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참가자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참가자 홍성근(마르코) 씨는 인공지능의 영향력이 커지고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문학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물었다. 이에 최 작가는 “독서는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게 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까지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기회”라며 “이러한 시간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스스로에 대해서도 잔인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청년들에게 “자신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건너가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아무리 힘든 시간도 영원하지는 않기에, 언젠가는 현재를 돌아보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한편 최 작가는 소설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 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등을 집필했으며, 최근 첫 산문집 「백지 앞에서」를 펴냈다. 허균문학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제5회·제8회·제11회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21면

[제60차 홍보 주일 담화] 교황 “책임과 협력, 교육으로 기술 혁신 이끌어야”

레오 14세 교황은 5월 17일 제60차 홍보 주일을 맞아 인공지능(AI)의 양면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책임과 협력, 교육을 바탕으로 기술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인간의 목소리와 얼굴 지키기’ 제목의 담화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얼굴에 하느님 사랑을 반영하는 모습을 새겨 주셨다”면서 “인간의 얼굴과 목소리를 지키는 일은 하느님 사랑의 반영을 보존하는 일”임을 밝혔다. 이어 그는 “인간이 고유의 얼굴과 목소리를 지키지 못할 때 인간 문명을 디지털 기술이 완전히 바꿔버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AI가 정보 생태계를 교란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가장 깊은 차원인 인간관계까지 침투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이러한 현상은 AI를 모르는 것이 없는 전지적인 ‘친구’, 모든 지식의 원천, 온갖 조언을 주는 ‘신탁’처럼 여기는 순진하고 무비판적인 의존 때문에 더 만연하게 된다”고 짚었다. 또한 교황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기로 하고, 인위적 통계 모음에 안주한다면 결국 우리의 인지, 정서, 소통 역량은 저하되고 말 것”이라며 “핵심은 이 강력한 도구들을 현명하게 사용해 지식을 증진함으로써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가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매체와 커뮤니케이션 기업을 향해 무엇보다 ‘진실 추구’의 가치를 우선할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공공의 신뢰는 정확성과 투명성으로 얻는 것”이라며 “AI가 생성하거나 조작한 콘텐츠는 명확하게 표시되어 사람이 만든 콘텐츠와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디지털 혁신을 멈추는 일이 아니라, 혁신을 잘 인도하는 일”이라며 “모든 이해 당사자가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책임감 있는 디지털 시민 의식을 함양하고 실천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1면

강미영 작가·이콘연구소 전시…15일부터 갤러리1898

강미영(스테파니아) 작가와 이콘연구소가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각각 개인전과 회원전을 갖는다. 캐나다 브라이튼본당 신자인 강미영 작가는 제1전시실에서 첫 번째 개인전 ‘미영 한지화’를 연다. 작가는 전시에서 한지를 주재료로 한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대표작인 <우면동성당 십자고상>은 성당 내 십자가 동산의 십자고상부터 정원석과 비비추꽃까지 모두 한지로 표현한 작품이다. 닥나무에서 지난한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한지는 작가에게 친구와 같다. 오래전 이민을 떠날 당시 도배용으로 가져간 한지는 작가의 미술 재료가 됐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지녀 온 손재주와 한지에 대한 애정으로 작업을 이어 왔다. 작가는 “작품을 완성하며 예수님께서 ‘인류’가 아니라 ‘우리’, 곧 나를 위해 십자가의 고통을 받으셨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면서 “전시를 계기로 한지에서 영감받은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콘연구소는 제2·3전시실에서 19회 회원전 ‘영혼의 빛을 따라서’를 선보인다. 전시에 참여하는 41명의 작가는 이콘을 통해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찬미한다. 두 전시는 5월 15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진다.

발행일 2026-05-17 제3491호 14면

‘성모송 작전?’…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로 보는 대중문화 속 신앙의 언어

최근 SF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관객 수 250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평범한 과학교사가 ‘종말 위기의 지구를 구하라’는 임무를 받아 고군분투하는 여정을 그린다. 지구와 인류를 살릴 마지막 희망이 된 주인공은 우주로 떠나고, 뜻밖의 동료를 만나 함께 최후의 임무를 수행한다. 영화의 제목 ‘헤일메리’를 단순한 작전명으로 알기 쉽지만, 이는 ‘성모송’을 뜻한다. 성모송이 라틴어로 ‘아베 마리아’(Ave Maria)라면, 영어로는 ‘헤일메리’(Hail Mary)다. 성모송이 영화 제목이 된 이유는 미국의 인기 스포츠 미식축구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마지막 순간 던지는 장거리 패스’를 가리키는 ‘헤일메리 패스’다. 1975년 12월 28일 미국프로풋볼(NFL) 플레이오프전, 상대팀에게 4점 차로 뒤지고 있던 댈러스 카우보이스 소속 쿼터백 로저 스타우바흐는 경기 종료 직전 전방으로 힘껏 공을 던졌다. 그의 패스를 받은 동료 선수는 터치다운으로 16-14 역전에 성공했고, 이어진 추가 득점까지 성공하며 팀은 17-14로 승리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스타우바흐는 경기 종료 후 기자들에게 “성모송을 바치는 심정으로 패스했다”고 설명했다. 절박한 상황에서 기적적인 희망을 바라며 최후의 승부수로 던진 패스는 이후 대중문화의 한 언어로 자리 잡게 됐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즐기는 대중문화에는 신앙의 언어가 숨겨진 경우가 많다. 많은 작곡가가 음악으로 남긴 <아베 마리아>는 다양한 영화, 드라마 등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 특히 2022년 개봉해 전 세계에서 7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낸 영화 <더 배트맨>은 그 대표 사례다. 영화에서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가 악당의 심리를 대변하는 모티프 음악으로 반복된다. 이 곡은 본래 전례용으로 작곡된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성모송의 라틴어 가사와 결합해 널리 불린다. 성모 마리아를 향한 기도는 영화 속에서 불안의 선율로 변주되고, 왜곡된 심판 의식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 ‘샌디에이고 파드리스’(Padres)는 지역의 가톨릭 선교 역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1769년 프란치스코회 신부 후니페로 세라는 현재 샌디에이고 지역에 캘리포니아 첫 선교지를 세웠다. 이 선교지는 스페인 알칼라의 성 디에고를 주보성인으로 삼았고, 훗날 샌디에이고라는 도시 이름의 배경이 됐다. 또한 ‘Padre’는 스페인어로 아버지 또는 신부, 수도자를 의미한다. 구단명 자체가 캘리포니아 첫 선교지를 세운 프란치스코회 신부들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단 마스코트 역시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수도자 모습을 띠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성당이 신앙의 공간을 넘어 ‘거룩하고 특별한 순간’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2025년 화제작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주인공이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이 방영됐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긴 회랑, 제대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이미지는 전례 공간인 성당을 순백의 결혼식과 인생의 전환점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소로 만들었다.

발행일 2026-05-10 제3490호 14면

김상유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전 ‘쉽게 닳지 않는 사람’ 열려

한국 동판화의 선구자 김상유(요한 사도·1926~2002)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4월 1일부터 작가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쉽게 닳지 않는 사람’ 전시회를 열고 있다.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난 작가는 연세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30대 중반에 독학으로 화가가 됐다. 1960년대 초 국내에서 최초로 동판화를 시도하며 한국 판화의 지평을 열었다. 독자적 실험과 성과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목판화와 유화로 영역을 확장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생전 배우자 고(故) 곽영옥(요안나) 씨와 함께 서울대교구 여의도동본당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15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다. 총 6개 장으로 이어지는 전시는 작가의 작품을 연대기 순으로 구성해 그의 삶과 예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동판화를 비롯해 목판화, 유화도 포함됐다. 작품과 함께 작가가 사용한 예술 도구와 유품, 전시 도록, 기사 등도 선보인다. 동판화와 목판화 제작 과정도 소개돼, 작가가 어떻게 자신만의 판화 세계를 구축해 나갔는지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전시에는 그룹 BTS의 RM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개하며 화제를 모은 작가의 <대산루> 시리즈도 공개됐다. 작품은 작가가 직접 전국의 오래된 건축물을 찾아다니며 만난 한국의 시간을 담고 있다. 고요하면서도 깊이 있는 화면 구성은 작가 특유의 사유와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힌다. 그의 작품은 화려함보다 비움의 길을 택한다. 화면은 절제되고 단순하며, 선과 면은 그 안에서 반복된다. 이는 평생 외부와 고립된 채 자기만의 리듬을 유지하며 작업해 온 작가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작가는 실명의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칼과 붓을 내려놓지 않았다. 전시에서는 황창연 신부(베네딕토·수원교구 성필립보생태마을 관장)와 나태주 시인, 조희숙 셰프 등 종교·문화계 인사들이 ‘쉽게 닳지 않는 삶’을 주제로 남긴 글도 함께 소개된다. 작가의 삶과 작품은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로 가득 찬 오늘날을 살아가는 관객에게 조용한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쉽게 닳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전시는 8월 17일까지 이어진다. 관람료는 2만 원. 매주 월·화요일은 휴관한다.

발행일 2026-05-03 제348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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