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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광주가톨릭박물관, 양계남 작가 기념전 ‘지상, 파라디소’ 선보여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이 모두 / 그분의 길을 걷는 이 모두!”(시편 128,1) 광주가톨릭박물관이 1월 23일 고(故) 양계남 작가(크리스티나·1945~2023) 기념전 ‘지상, 파라디소(Terra e Paradiso)’를 개막하고 8월 31일까지 전시를 이어간다. 이번 전시는 ‘전통이라는 자신만의 별’을 지키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의 유족이 박물관에 작품을 기증함에 따라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1945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양계남 작가는 조선시대 산수화의 거장 허백련과 구철우, 양수아를 사사하며 한국화와 서예, 데생 등을 익혔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 학·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1974년 광주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나섰다. 국내는 물론 유럽 각지에서 전시를 열며 창작에 매진한 작가는 초기에는 묵(墨)에 숨겨진 다양한 색과 여백의 깊이를 탐구했다. 이후 채색화를 통해 화사한 색채와 세필 묘사, 한국적 정서를 결합한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했다. 자연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 일상의 풍경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다. 1991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 세례받은 이후, 작가의 작품 세계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았다. 스승에게서 배운 ‘삼애 사상(애천·애토·애인)’에 ‘복음적 사랑’을 더하며, 인간의 유한한 사랑을 넘어서는 초월적 사랑과 구원의 의미를 화폭에 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전통미와 서양의 추상미, 종교적 숭고미를 아우르는 예술관은 이 시기에 완성됐다. 깊은 묵상을 바탕으로 인간의 유한한 사랑을 넘어서는 초월적 사랑을 화폭에 담으며, “함께함으로써 즐거워지고 행복해지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자신의 예술적 지향을 실천해 나갔다. 전시는 지상에서 천상으로 이어지는 사유와 고뇌의 여정을 ‘지상’, ‘여정’ 등의 주제로 구성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심미적으로 풀어낸 <구름이 쉬어 가는 곳>을 비롯해 대표작 40여 점이 공개된다. 특히 <그 분이 가시는 길 - 십자가의 길>은 이승과 저승, 고통과 승화가 교차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성스러운 새와 포도나무, 붉은색과 보라색의 배경 속 중앙에 놓인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구원 여정을 더욱 또렷이 드러낸다. 전시 기간에는 나비에 이름을 붙여 채색하는 ‘나비에 생명을’, 전통 먹을 직접 갈아 수묵화로 표현하는 ‘오만 가지 묵색 속 나의 별 찾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일·공휴일 휴관. 입장료 무료.

발행일 2026-02-08 제3478호 14면

[성미술 산책] 조르주 루오 <꽃다발,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알프스 자락에 아시 평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20세기 초중반 결핵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 고지대의 신선한 공기가 폐에 좋다고 하여 결핵 요양원들이 들어섰고, 환자와 신자들을 위한 안식과 위로의 공간인 ‘아시성당’이 지어졌습니다. 이 작은 산골 성당이 최초로 현대 작가들의 작품들로만 꾸며진 현대 성당의 이정표와 같은 곳이 되리라 누가 상상했을까요? 이는 또한 전 시대의 유산을 답습하는 데 그쳤던 정체된 교회의 높은 벽이 허물어진 상징적인 순간을 의미합니다. 동시대 ‘최고의 예술’이 성당에 들어와야 진정 살아 숨 쉬고 영감을 주는 ‘영성의 공간’이 된다는 신선하고 의식 있는 발언은 도미니코회의 레가메(P. Régamey) 신부, 마리-알랭 쿠튜리에(Marie-Alain Couturier) 신부 등 소수의 성직자에 의해 일깨워졌습니다. 특히 프랑스 현대 성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쿠튜리에 신부는 아시에 현대 작가들을 섭외한 장본인으로 다음은 그의 목소리입니다. “모든 진정한 예술가는 영감을 받은 자다. 예술가는 그의 속성과 기질적으로 그러한 성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영적인 직감에 준비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가 원하는 곳으로부터 불어오는 성령의 부름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여기 ‘아시 프로젝트’에 1순위로 초대받은 이는 바로 20세기 종교미술의 거장,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입니다. 성당 출입문 벽면 다섯 개의 작은 스테인드글라스 아치창 중 세 번째인 <꽃다발,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는 이사야서 53장 7절 “학대받고 천대받았지만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미 양처럼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를 묵상한 결과물입니다. 창 하단에는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et il n'a pas ouvert la bouche)'고 직접 써놓아 그의 필체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랏빛 탁자 위에 푸른 화병이 있고 만개한 꽃다발이 꽂혀 있습니다. 꽃의 화려한 향기에 매료되어 계속 바라보노라면 우리 시선은 자연스럽게 푸른 화병에 그려진 그리스도의 얼굴에 이르게 됩니다. 골고타 언덕을 오르던 중, 피땀 흘리는 얼굴이 닦인 ‘베로니카의 수건’ 그리고 에데사 왕을 치유한 ‘만딜리온’을 연상시키는 성안(聖顔). 이 눈부신 꽃다발은 인류 구원을 위해 수난당하고 희생한 그리스도에 대한 헌정이자 그의 상처받고 지친 마음과 육신에 바치는 위로이자 찬미입니다. “하느님, 예술로써 찬미 받으소서, 저희 마음에 함께 하시듯 저희 창작에도 함께하소서, 아멘.”(국제 크리스천 예술가 협회 기도문 중)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발행일 2026-02-08 제3478호 14면

수원교구 김태규 신부, ‘은경축’ 기념 앨범 발매

수원교구 수지본당 주임 김태규(판크라시오) 신부가 사제수품 25주년 은경축을 기념해 본당 신자들과 함께한 첫 번째 앨범 ‘나의 노래 하느님께로’를 발매한다. 2021년 6월 본당에 부임한 김 신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움츠러든 본당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2년 9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전 찬양미사를 봉헌해 왔다. 특히 수원가톨릭대학교 갓등중창단 멤버로 활동 중인 김 신부는 생활성가 가수 신상옥(안드레아) 선교사, 본당 신자들로 구성된 ‘수태고지’ 밴드를 결성했다. 마리아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 소식을 예고한 가브리엘 대천사처럼 ‘기쁜 소식을 알리는 전령이 되자’는 뜻을 담았다. 이번 앨범은 지난 4년간 합을 맞춰 온 김 신부와 수태고지 밴드의 합작품이다. 김 신부의 기도와 묵상이 담긴 자작시에 신 선교사, 밴드 멤버들이 직접 곡을 붙였다. 신학생 시절의 감상을 풋풋하게 녹인 <기다림>, 2001년 1월 사제품을 받은 직후 성직자로서의 마음을 담은 <이끄심>을 포함한 창작곡 9곡과 기존 생활성가 5곡 등 총 14곡이 수록됐으며, 전례시기에 따라 어울리는 곡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앨범에는 김 신부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경기 안성 마오로미술관 관장인 김형부(마오로) 이콘 작가의 작품도 담겨 있다. 김 신부는 “25년간의 사제 생활은 어느 것 하나 하느님의 은총이 아닌 것이 없었다”며 “밴드 멤버들과 기도로 작업한 앨범이 많은 사람에게 묵상의 시간으로 가닿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앨범은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에 발매되며, 수익금 전액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위한 기금 조성에 사용된다. ※문의: 031-265-2101 수지본당 사무실

발행일 2026-02-01 제3477호 14면

기업인에서 사진작가로…박용만 사진전 ‘휴먼 모먼트’

두산그룹과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었던 박용만(실바노) 전 회장이 반세기 동안 카메라 렌즈에 담아온 기록을 세상에 내놓았다. 지난 1월 16일 서울 남창동 전시공간 ‘피크닉’에서 막을 올린 ‘휴먼 모먼트(HUMAN MOMENT)’는 기업인이 아닌 사진작가 박용만으로 처음 선보이는 전시로, 그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작가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교내 사진 대회에서 수상한 이후 사진에 대한 애착을 키웠다. 이후 대학과 일본 유학 등을 거쳐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들었고, 일상의 순간을 꾸준히 기록해 왔다. 한때는 전업 사진기자나 사진작가를 꿈꾸기도 했지만, 가족의 반대와 현실적인 제약 앞에서 사진은 끝내 본업이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았고, 70대에 들어서 사진작가로 정식 데뷔하며 오랜 꿈을 펼치게 됐다. 이번 전시를 위해 그는 국내외 여러 지역을 다니며 촬영한 필름 사진 가운데 80점을 엄선했다. 모든 작품에는 인물이 직접 등장하거나, 혹은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인물의 가장 편안하고 인간적인 순간을 포착하려는 태도가 사진 곳곳에서 읽힌다. 첫 전시 제목을 ‘휴먼 모먼트’로 붙인 이유다. 특히 작가는 각 사진에 별도의 제목과 촬영 시간, 장소 등의 정보를 배제했다. 관람객이 특정한 맥락이나 선입견에 기대기보다 사진 자체를 자유롭게 감상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시 동선 또한 눈에 띈다. 멀리서 찍은 사진, 혹은 뒷모습 중심의 사진으로 시작해 전시가 진행될수록 점차 사람의 얼굴과 표정이 드러나며 관객을 더 가까운 거리로 끌어당긴다. 멀리서 ‘관찰’하던 시선이 어느 순간 ‘대면’으로 바뀌는 구조다. 한 공원 벤치에 앉은 동양인 관광객 부부와 그 뒤로 애정 표현을 하는 젊은 커플이 대비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 중 하나다. 또 개방 초기 중국에서 만난 홍위병 출신 관리들의 표정 없는 얼굴, 카메라를 든 작가를 노려보는 한 할머니의 날 선 시선 등 다양한 얼굴들이 전시장을 채운다. 그뿐 아니라 기업인과 사진작가의 경계에 서 있는 그의 모습, 아내와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담긴 개인적인 순간들도 함께 선보여 ‘기록자’로서의 시선과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의 기억이 교차한다. 전시 후반부에는 흑백 사진으로 담아낸 노인과 노숙인, 재개발을 앞둔 판자촌의 풍경이 이어진다. 화려함이 강조되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아래, 소외된 사회의 주변부를 정면으로 비춘다. 작가는 그 장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환기하며 전시를 마무리한다. 작가는 “다시 보고 싶어지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 믿는다”면서 “사람이 직접 등장하는 사진뿐 아니라 인간의 흔적이 머문 풍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편 작가는 전시작을 포함해 사진 200여 점을 담은 동명의 첫 사진집 ‘휴먼 모먼트’도 함께 출간했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 이어지며, 관람료는 무료다.

발행일 2026-02-01 제3477호 14면

김기창 화백 <예수의 생애>,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서 전시

서울대교구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이 2026년 첫 전시로 운보 김기창(베드로, 1914~2001) 화백의 <예수의 생애> 연작 판화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전 ‘한국의 색을 입은 그리스도’를 2월 9일까지 선보인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수난과 죽음, 부활에 이르는 과정을 한국적 아름다움으로 재해석한 김 화백의 <예수의 생애> 연작은 한국 성미술 토착화의 대표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선녀의 모습으로 표현된 천사를 비롯해 아기 예수가 누운 구유 주변으로 보이는 초가집, 한복을 입은 성모 마리아,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 등은 한국의 풍속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6·25전쟁 당시 전북 군산으로 피란을 떠난 김 화백은 미국 선교사의 권유로 작품을 제작했다. 그는 참상을 겪는 민족적 아픔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떠올렸으며, 시대의 상처를 통해 ‘구원’을 바라보고자 했다. 운보문화재단은 2003년 <예수의 생애> 대중 보급을 위해 종이에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판화를 한정 수량으로 제작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2년에 걸쳐 판화본 30점 중 28점을 매입했으며, 전시에서는 <이집트로의 피신>,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심>을 제외한 <그리스도의 탄생>, <그리스도의 세례>, <물 위를 걸으신 기적>, <그리스도의 부활> 등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관장 원종현(야고보) 신부는 “한국의 색을 입은 성미술은 우리가 가진 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롭게 섞이어 익숙하지만 동시에 참신한 조형을 보여 준다”며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시기, 익숙한 일상에 활기를 부여하고 희망의 길을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1-25 제3476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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