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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이달의 잡지] 2026년 8월

■ 경향잡지 ‘이달에 만난 사람’은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창설자인 하느님의 종 방유룡(레오) 신부 등에 관한 자료를 보존하고 정리하는 기록 전문가 박수란(엘리사벳) 수녀의 이야기가 소개한다. ‘경향잡지 속 우리 교회 풍경’은 성모님의 대축일에 이뤄진 대한민국의 광복과 정부 수립, 유엔의 정부 승인 역사를 되돌아본다. ‘대중문화 속 그리스도의 향기’를 통해서는 최근 신조어에 깃든 조롱의 심리를 분석하고, 복음서를 통해 형제의 그릇됨을 꾸짖고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운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3900원> ■ 빛 최근 임명된 대구대교구 부교구장 김종강(시몬) 대주교 특별 인터뷰가 실렸다. ‘짓는 마음’ 코너에서는 야구와 신앙의 공통점을 생각해 본다. ‘성가로 만나는 주님!’에서는 엠마오 길을 걷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마음을 담은 영국 성가 <머무소서>에 대해 나눈다. ‘가 보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전태일 열사의 흔적을 따라간다. <대구대교구/2500원> ■ 생활성서 ‘여름과 외로움’을 주제로 꾸려진 특집은 김경은 심리상담사, 정희주 미술치료사 등의 글을 통해 뜨거운 열기 속에 가려진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발견하고, 그로부터 오는 아름다움과 희망을 전한다. 서울대교구 박준양 신부(요한 세례자·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오늘의 마리아 신학’을 통해 레오 14세 교황의 회칙 「고귀한 인류」를 그리스도교 인간학의 관점으로 해설한다. 김연수(프란치스코) 소설가는 ‘아름다운 성당과 작은 책’ 코너에서 서울대교구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국악인 이자람의 판소리 <눈, 눈, 눈>과 그 원작인 톨스토이의 「주인과 하인」을 소개한다. <생활성서/4800원> ■ 월간 꿈CUM 교부학 박사인 노성기 신부(루포·광주대교구 나주본당 주임)는 ‘1700년 전의 설교’를 통해 330년경 교부 대 바실리우스의 설교 중 ‘영혼의 시선을 자기 성찰로 돌리십시오’를 번역해 전한다. 한국분노관리연구소 소장 이서원 교수는 ‘상담 _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코너에서 인간관계 공식을 설명한다. 이소연(아녜스) 박사는 ‘과학으로 만나는 신앙’에서 키네신 단백질과 신앙에 대해 풀이한다. <월간 꿈CUM/5000원> ■ 참 소중한 당신 특집 주제는 ‘로그아웃’이다. 디지털 단식을 통해 익숙한 화면과 소음에서 벗어나 침묵과 여백의 시간을 갖고, 멈춤과 비움 안에서 흐트러진 마음을 돌아본다. ‘인터뷰-깨소금 신앙’에서는 스마트쉼 문화운동본부 김영한(노엘라) 본부장을 만나 디지털 기기가 일상의 필수품을 넘어 우리의 삶 그 자체가 된 시대에 어떻게 기술을 선용하고 영적 균형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미래사목연구소/4000원>

발행일 2026-08-02 제3502호 15면

「한국 현대 교회미술」…1960년 이후 한국 현대 교회미술 흐름 집대성

박아림(임마쿨라타 마리아)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 교수가 1960년대 이후 한국 현대 교회미술의 흐름을 집대성한 책을 펴냈다. 앞서 「한국의 교회미술」을 통해 개화기부터 1960년대까지의 교회미술을 조명한 박 교수는 이번 책에서 한국 현대 교회미술의 역사와 현장, 작가와 작품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한국 교회미술에 관한 학문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올해 2월 교회미술학회와 교회미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심포지엄을 개최한 데 이은 작업이다. 책의 출발점은 2025년 성탄 연휴에 떠난 현대 성당 답사였다. 그 여정에서 만난 전주교구 완주 고산성당은 이번 책을 구상하는 계기가 됐다. 김정신(스테파노)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가 설계한 건축과 조광호(시몬) 신부의 제단 벽화와 스테인드글라스가 조화를 이룬 공간이다. 이후 답사는 한국교회사의 기억과 현대 성미술의 현장을 잇는 여정으로 확장됐다. 책은 개별 성당과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 변화 속에서 교회미술이 신앙을 어떻게 표현하고 전례 공간을 형성해 왔는지를 짚는다.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성당, 마산교구 양덕동 주교좌성당, 춘천교구 죽림동 주교좌성당, 부산교구 남천 주교좌성당, 대구대교구 범어 주교좌대성당 등 한국 현대 교회미술의 주요 현장을 두루 소개한다. 강화도 성 베드로 성당과 새문안교회·사랑의교회·영락교회·광림교회 등을 통해 성공회와 개신교 건축도 함께 살펴본다. 김세중(프란치스코)·최종태(요셉)·이춘만(크리스티나)·최영심(빅토리아) 작가와 최봉자(레지나) 수녀, 마르크 수사, 김인중(베드로)·조광호 신부 등 한국 현대 교회미술을 이끌어 온 작가들의 작품 세계도 다룬다. 이들이 빛과 색채, 형상과 공간을 통해 신앙을 시각화한 방식을 살피며 한국 현대 교회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보여 준다. 순교성지에 구현된 영성과 미술·건축의 관계를 비롯해 2017년 바티칸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성 베드로 광장에 세워진 성 김대건 신부상 등도 다룬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 성미술이 순교 신앙과 민족의 역사, 현대 건축과 조형예술을 만나 어떻게 변주돼 왔는지를 짚는다. 박 교수는 “첫 번째 책이 한국미술사라는 학문의 영역 안에 하느님의 성을 다시 세워 가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책은 한국 교회미술 연구의 토대를 넓히고 기초 자료를 충실히 쌓아 가기 위한 작업”이라며 “한국 교회미술을 이해하고 알리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발행일 2026-08-02 제3502호 15면

“이성당 줄서기 전…이 ‘성당’ 어때요?”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간직한 적산가옥과 철길마을 등 옛 풍경을 품어 ‘레트로 도시’로 통하던 전북 군산시가 최근 영화와 책, 미술 등을 만날 수 있는 문화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군산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의 통계에 따르면, 군산시 외지인 방문자 연인원은 2024년 2562만 명에서 2025년 2681만 명으로 약 120만 명 증가했다. 군산 관광·여행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언급량도 같은 기간 25만8599건에서 38만1280건으로 상승했다. 오랜 역사 위에 새로운 시간을 덧입히며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도시로 변화하고 있는 군산을 걸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군산 여행은 이 ‘성당’부터! 군산 여행은 도심에 나란히 자리한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작된다. 근대문화유산이 즐비한 원도심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전주교구 둔율동성당을 만난다. 한산한 주택가 골목의 빌라와 상가 사이로 첨탑을 높이 드러낸 이곳은 야트막한 언덕 위에 세워진 군산 지역 최초의 본당이다. 본당에는 군산 천주교회의 역사가 응축돼 있다. 병인박해 이후 금강과 만경강 하구로 피신한 신자들이 교우촌을 이루면서 사옥개·회현·나포 등에 공소가 세워졌다. 군산항 개항 뒤 신자가 늘자 이들 공소를 관할하던 나바위본당은 1929년 군산본당을 분가했다. 현 둔율동본당의 전신이자 군산과 익산에 25개 본당을 분가시킨 모본당이다. 이곳은 역사적 가치뿐 아니라 건축적 의미도 지녔다. 1955년 건립된 현재의 성당은 1945년 군산경마장 폭발 사고로 크게 파손된 옛 성당을 보수해 사용하다가 신자들의 정성을 모아 새로 지은 건물이다. 장방형 평면의 성당은 종탑과 장미창, 아치형 창문 등을 갖춰 고딕양식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안으로 들어서면 북쪽 출입문에서 남쪽 제대까지 길게 이어진 공간과 넓은 중앙 통로를 둔 바실리카양식의 구조가 눈에 띈다. 전후 호남 지역에 세워진 최초의 대형 성당이자 전통적인 성당 건축에서 현대적 건축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 2017년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록됐다. 건축 도면과 자재, 공법, 신자들의 봉헌 내역 등 착공에서 준공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성당신축기’와 ‘건축허가신청서’도 2020년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성당 한편에 마련된 유물전시관에는 본당과 함께해 온 성물들과 역사를 담은 기록물 등이 전시돼 있다. <임 쓰신 가시관> 등의 시를 남긴 시인이자 본당 초대 보좌를 지낸 하한주 신부(요셉, 1909~1984), 전주교구 제5대 교구장을 지낸 김재덕 주교(아우구스티노, 1920~1988)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8월과 크리스마스 성당을 나와 원도심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8월의 군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1998년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 ‘초원사진관’이다. 영화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사진사 정원과 그의 앞에 나타난 활기찬 주차단속원 다림의 사랑을 그린다. 영화의 대부분은 정원의 일터인 사진관과 그 주변에서 촬영됐다. 사진관이 만들어진 과정에도 소소한 사연이 담겨 있다. 제작진은 촬영 장소를 찾기 위해 전국의 사진관을 돌아다니다 군산 월명동의 한 카페에 들렀다. 그곳에서 창밖으로 무성한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차고를 발견했고, 촬영이 끝나면 철거한다는 조건으로 이를 사진관으로 개조했다. 초원사진관이라는 이름은 정원 역을 맡은 배우 한석규가 어린 시절 살던 동네의 사진관 이름에서 따왔다. 촬영이 끝난 뒤 철거됐지만, 군산시가 2013년 영화 속 모습으로 복원하면서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개봉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사진관을 향한 관심은 꾸준하다. 인스타그램에는 초원사진관을 해시태그한 게시물이 약 10만 건에 이른다. 사진관을 찾은 평일 오후, 연인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사진관 앞에서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영화 속 장면을 재현했다. 사진관 주변에는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1908년 지어진 옛 군산세관을 비롯한 근대문화유산들이 반경 1㎞ 안에 모여 있다. ‘군산시간여행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군산시간여행 안내소도 마련돼 있어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군산 대표 먹거리인 짬뽕을 맛볼 수 있는 ‘짬뽕특화거리’와 빵집 ‘이성당’도 가까워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좋다.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원도심을 벗어나 군산의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떠오른 나운동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군산회관(옛 군산시민문화회관)과 JB문화공간이 자리한다. 군산시민문화회관은 현대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의 제자이자 한국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이 남긴 유작이다. 1989년 개관한 뒤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지만, 2013년 군산예술의전당이 들어서며 주요 기능이 옮겨간 뒤 오랫동안 문을 닫았다. 이후 2019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 선정으로 리모델링을 거쳐 2024년 ‘군산회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김중업 건축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오늘의 감각을 더해 예술과 일상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연·전시를 비롯한 행사가 열리는 ‘너른홀’, 건축·디자인·예술 분야 책을 다루는 서점, 개방형 아카이브실 등이 들어서 있다. 2024년과 2025년에는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군산북페어’가 개최됐다. 2025년 사흘간 열린 행사에는 9800명이 방문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군산회관에서 약 500m 떨어진 JB문화공간은 군산시와 전북은행의 문화교류 업무협약으로 2023년 개관했다. 기존 은행 지점을 새롭게 단장한 공간으로, 전북은행미술관과 카페 등이 운영되고 있다. 미술관은 한국 근대미술 대가 김환기, 유영국(바오로) 등의 작품을 선보인 개관 기념전 이후 다양한 전시를 마련했다. 최근에는 ‘당신이 보지 못한 유럽 명화전’을 열어 파블로 피카소와 마르크 샤갈, 조르주 루오 등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간직한 군산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문화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발행일 2026-08-02 제3502호 10면

[인터뷰] 배요한 작가 “작품 통해 다양한 생명의 존재 알리고 싶어”

“공모전 선정 소식을 듣고 기쁘고 설렜지만, 한편으로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책임감을 갖고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꽤 컸죠. 하지만 꾸준히 작업하다 보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되더라고요. 기대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 명동 갤러리1898이 올해 처음 마련한 ‘우수작가 공모전’에서 우수작가로 선정된 배요한(요한 세례자) 작가는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공모전은 갤러리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청년작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배 작가는 2023년 청년작가에 선정됐다. 그는 공모전 참여가 성미술 작가로서 활동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가톨릭청년미술가회 정기전과 ‘한국천주교회 첫 미사 230주년 기념 가회동성당 특별초대전’ 등 여러 전시에 참여했고, 지난 5월에는 강원도 춘천 소재 개나리미술관에서 개인전 ‘숲을 지나 바다’를 열었다. 배 작가는 “성미술을 구분하는 경계가 사라졌다”며 “성미술은 특정 양식이나 형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평화, 희망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주로 다루는 소재는 자연이다. 그에게 자연은 하느님의 사랑이 발현된 세계이자, 서로 다른 생명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자연의 생명 가운데 똑같은 모습을 한 것은 하나도 없어요. 사랑의 결과는 ‘다양’인 것 같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다양한 생명이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어요. 신앙 안에서의 묵상이 자연스럽게 작업의 주제가 되고, 그것이 작품 세계를 이루죠. 성미술 갤러리나 성당에서 여는 전시가 아니더라도 저만의 성미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과 생명에 관한 묵상을 이어 온 그는 현재 스테인드글라스를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우리는 씨앗입니다> 역시 색유리와 케임 기법으로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다. 땅에 떨어진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나무로 자라 다시 씨앗을 퍼뜨리는 모습을 통해,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표현했다. 전시 제목도 대표작과 같은 ‘우리는 씨앗입니다’이다. 다가오는 9월 순교자 성월을 생각하며 정한 주제로, 신앙 선조들이 남긴 믿음을 오늘의 신앙인이 이어받아 다시 다음 세대에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씨앗은 계속 나아가고 순환하거든요. 선조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에 온전히 집중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선조들이 남긴 신앙의 씨앗을 우리가 이어받고,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 주는 과정이 자연의 순환과 닮았다고 느꼈어요. 신앙에 집중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향이기도 하고요.” 전시는 8월 14일부터 23일까지 갤러리1898에서 열린다. 그는 “씨앗의 생애를 표현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를 돌아보고 고난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주시는 하느님을 묵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갤러리1898 관장 진슬기(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는 “성미술 청년작가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올해부터 창작 지원금과 더 넓은 전시공간을 지원하게 됐다”며 “작가들이 오롯이 영적 묵상과 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앞으로 지원과 기회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발행일 2026-08-02 제3502호 14면

‘1만3384자’ 황사영 핏빛 편지에 담긴 뜨거운 신앙 서사 「백서(帛書)」

역사학자 진복이 황사영(알렉시오, 1775~1801)의 무덤 앞에 섰다. 200여 년 전 극심한 박해 속에서 조선교회의 참상을 편지에 써 내려간 황사영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이상훈(힐라리오) 작가의 역사소설 「백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진복의 시선을 따라 이 역사적 물음에 다가간다. 하느님의 종 황사영의 생애를 시간순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복이 황사영 백서(帛書)와 초기 한국교회 인물들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1801년 신유박해의 시간을 오늘로 불러낸다. 진복은 한때 사제가 되려 했지만 그 길을 끝까지 걷지 못한 인물이다. 그는 사제가 되지 못했다는 내면의 부채감을 안고 천주교회사와 순교자들의 삶을 연구하며 살아간다. 그런 진복에게 박해의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삶은, 단순한 연구 대상을 넘어 자신의 신앙과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의 연구는 광암 이벽(요한 세례자)을 비롯해 이승훈(베드로), 정약용(요한 사도)과 정약종(아우구스티노) 형제, 정명련(정난주 마리아)과 정하상(바오로) 등 초기 한국교회 인물들의 삶으로 이어진다. 소설은 혼인과 혈연 등으로 얽힌 이들의 관계를 따라 서학 연구에서 출발한 천주학이 신앙으로 자리 잡고, 박해 속에서도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 중심에는 황사영이 남긴 한 장의 편지가 있다. 신유박해를 피해 충북 제천 배론의 토굴에 숨은 황사영은 북경교구장 구베아 주교에게 보낼 백서를 작성했다. 가로 62cm, 세로 40cm 크기의 명주천에 총 1만3384자로 쓰인 백서에는 조선교회의 사정과 박해의 전개 과정, 순교자들의 행적, 주문모(야고보) 신부의 활동과 죽음이 담겼다. 폐허가 된 조선교회를 재건하고 신앙의 자유를 얻기 위한 방안도 적었다. 편지 말미에는 청나라나 서양의 군사력을 빌려서라도 박해를 멈추게 해야 한다는 구상이 담겼다. 백서를 압수한 조선 조정은 이를 역모의 근거로 삼아 황사영을 처형했고, 천주교 탄압을 한층 강화했다. 소설은 조선 조정이 백서 일부를 축약해 청나라에 제출한 ‘가백서’와 원본 백서의 차이에도 주목한다. 가백서는 청나라와 관련된 내용은 생략한 채 서양 군대 파견 요청을 강조함으로써 박해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이용됐다. 독자는 진복의 추적을 따라가며 황사영이 처했던 시대와 선택의 무게를 마주하게 된다. 소설은 황사영이 죽은 뒤의 이야기도 비춘다. 제주 유배지에서 신앙을 이어간 아내 정명련과 조선교회 재건에 힘쓴 정하상의 삶을 통해 황사영의 죽음이 다음 세대의 신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1801년 압수된 백서 원본은 오랫동안 의금부에 보관되다 뮈텔 주교에게 전해졌다. 이후 1925년 한국 순교복자 79위 시복식을 계기로 교황 비오 11세에게 봉정됐다. ‘125년 만에 도착한 편지’라는 부제는 백서가 한 세기를 넘어 마침내 교황에게 이른 여정을 뜻한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추천사를 통해 “황사영 알렉시오의 편지는 보통의 신심으로 닿을 수 없는 경지이자 간절한 소망의 결정체”라며 “「백서」는 사람답게 살고자 천주의 사랑을 갈구하고, 그 사랑을 세상에 널리 퍼뜨리고자 하는 신앙의 뜨거운 연대와 희생의 처절한 서사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발행일 2026-08-02 제3502호 15면

손희송 주교 “교회는 모든 신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체”…「주님의 교회 우리의 교회」

신앙의 개인화와 세속화가 깊어지고 있다. 일부 신자는 교회를 떠나고, 또 다른 이들은 교회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한다. 그럼에도 교회는 진정한 그리스도의 몸이며, 신앙인의 삶이 시작되고 자라나는 자리다. 그렇기에 신앙인은 교회를 자신의 몸처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오늘날 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우리는 왜 교회를 사랑해야 할까. 올해로 사제서품 40주년을 맞은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가 교회론을 전한다. 책은 체계적인 학술서라기보다 그간 손 주교가 서울 대신학교와 가톨릭교리신학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의정부교구장으로서 쌓은 사목 경험에서 얻은 통찰을 모은 것에 가깝다. 책은 ‘주님이 세우신 교회’와 ‘우리가 일궈 가는 교회’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교회의 기원과 신학적 토대를 다룬다. 구약 이스라엘의 역사부터 예수님의 공생활과 십자가 죽음, 부활, 성령 강림에 이르기까지 구원의 역사 안에서 형성되어 온 교회의 역사를 보여 준다. 이어 신약에 나타난 교회의 자기 이해인 ‘그리스도의 몸’, ‘하느님의 백성’, ‘성령의 성전’을 설명한다. 특히 손 주교는 거룩하면서도 동시에 죄스러운 교회의 모습을 성찰하며 그 본질을 살핀다. 사도신경은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를 고백하지만, 2000년의 역사 속에서 교회 구성원들은 십자군 전쟁과 이단자 박해, 마녀사냥 등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손 주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 8항과 2000년 대희년 사순 제1주일에 거행된 ‘용서의 날 전례’를 짚으며, 교회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정화되어 가는 공동체임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말을 빌려 “신경에서 ‘거룩한’이라는 낱말은 인간들의 성덕을 두고 한 말이 아니라 인간의 부정 한가운데 거룩함을 베푸는 신적 은혜를 가리키는 말”이라며 “교회의 거룩함은 하느님이 인간의 죄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행사하는 저 성화의 힘으로써 성립되는 것”이라고 밝힌다. 2부는 오늘날 신앙인이 교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전한다. 손 주교는 교회를 세상의 가치와 구별되는 공동체로 이해하며, 그 정체성이 무엇보다 미사를 통해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또한 보편 사제직과 직무 사제직의 차이와 연관성, 평신도의 사명 등을 밝히며 교회가 성직자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모든 신자가 각자의 카리스마를 통해 함께 만들어 가는 곳임을 강조한다. 이어 손 주교는 다음 세대에 신앙을 전하는 일은 교리 지식이나 관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지적하고, 평신도의 사명이 교회 공동체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각자의 가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신앙이 교회 안에서 자라난다면, 그 신앙이 처음 뿌리내리는 곳은 ‘가정 교회’이기 때문이다. 먼저 신앙의 길에 들어선 부모와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복음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줄 때, 그 삶 자체가 다음 세대를 신앙으로 초대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주교 스스로 “새롭거나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내용”이라고 밝힌 책에는 그가 교회를 통해 받은 하느님 은총에 대한 감사와 교회를 향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책은 교회의 의미를 다시 묻는 이들과 교회를 위해 크고 작은 봉사를 하는 모든 이들에게 길잡이가 된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5면

[인터뷰] ‘2026 성미술 청년작가’ 김지수·채수린 작가

서울 명동 갤러리1898은 역량 있는 성미술 청년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2021년부터 ‘갤러리1898 성미술 청년작가 공모전’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김지수(레지나·36·서울대교구 불광동본당)·채수린(가브리엘라·29·의정부교구 야당맑은연못본당) 작가가 청년작가로 선정됐다. 특히 올해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역대 청년 작가로 선정된 이들을 대상으로 처음 ‘우수작가 공모전’을 열고, 배요한(요한 세례자·39·서울대교구 시흥동본당) 작가를 우수작가로 선정했다. 공모전 선정으로 전시를 앞둔 세 작가의 예술과 신앙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김지수 작가 “성미술이 마음속 ‘믿음’ 보게 했죠”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길을 잃기 마련이잖아요. 이번 전시에는 개인적인 방황과 성찰이 담겨 있어요. 힘든 시간을 지나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작가는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시기, 서울가톨릭청년미술가회를 통해 성미술을 만났다. 미래에 대한 고민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그림을 다시 시작한 뒤였다. 그러나 2024년 회원들과 단체전을 마친 뒤 오히려 더 큰 회의감이 찾아왔다. 유아세례를 받은 김 작가는 “신앙에 대한 별다른 자각 없이 관성적으로 신앙생활을 했고, 냉담했던 시기도 있었다”며 “내가 신앙을 그림으로 표현할 만큼 깊은 신심을 지녔는지, 혹시 위선은 아닌지 하는 질문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깊은 고민 속에서 실마리를 찾은 곳은 어느 날 가족과 함께 방문한 공소였다. 공소 입구에 걸린 <자비의 예수님> 성화와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김 작가는 “혼자 힘으로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는 예수님께 맡기고 나면 언젠가 풀릴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며 “그동안 보지 못했을 뿐, 내 마음속에도 ‘믿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날의 깨달음은 ‘성미술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스스로를 옭아맨 시간에서 그를 자유롭게 했다. 당시 체험한 평화를 표현한 대표작이 <고요의 언덕>이다. 작품 속 달은 절대자를 상징한다. 마음에 바람이 불 때 돌아가 기댈 수 있는 언덕이자,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머물 수 있는 피난처를 그렸다. 성미술과 일반 미술을 구분하기에 앞서 그에게 작업은 내면의 치열한 고민을 기록하는 일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를 그림으로 옮기면서, 스스로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인 셈이다. ‘귀소: A Journey from the Wilderness’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전시장에 비치할 노트를 공유했다. “너의 믿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거창한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나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소박한 대답을 할 수는 있게 되었다. …막연한 안개가 걷힌 듯 그 어떤 가식도 없이 천둥벌거숭이처럼 솔직해질 수 있는 평온함과 고요의 언덕에 나는 마침내 도달해 있었다.” 채수린 작가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 만들고 싶어” 채 작가는 “오랫동안 꿈꿔 온 일을 향해 현실의 문 하나가 열린 것 같다”며 선정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금속공예디자인학과에 재학하고 있다. 주로 알루미늄으로 작업하는 채 작가는 금속 표면이 빛을 반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작품 안에서 실제 빛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게 금속 작업은 신앙의 빛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성미술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20대 초반 우연히 찾은 성물방에서 마주한 빛이었다. 채 작가는 “성물에 반사되는 빛이 무척 아름다웠다”며 “그때부터 금속과 성미술에 이끌리게 됐다”고 말했다. 예수님과 천사 등 전통적인 성미술 소재를 주로 다뤄 온 그는 최근 자연과 일상에서 얻은 영감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번 ‘당신 깃으로 너를 덮으시어’ 전시에서 선보이는 <존재만으로도>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담은 작품이다. 주고받는 관계로서의 사랑을 넘어, 한 존재가 그 자체만으로도 누군가를 지지하고 밝혀 줄 수 있다는 존재론적 의미를 표현했다. 그의 꿈은 성미술을 통해 하느님의 진리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사과정 진학과 성물 브랜드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성미술을 더 깊이 연구하고, 오늘날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이다. “모든 예술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외적인 형태에 담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성미술의 본질은 진리 그 자체이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진리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함께 빛을 이루고 전한다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도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끝으로 그는 자신이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전했다. 이미 성미술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신재협(요한 사도) 작가와 주동현(마르티노) 작가는 각각 그의 지도 교수와 학교 선배다. 채 작가는 “하루하루 신앙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과 동행하면서 일상과 작업, 신앙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알고, 즐겁게 작업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 작가의 전시는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채 작가의 전시는 8월 14일부터 23일까지 갤러리1898 제3전시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발행일 2026-07-26 제3501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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