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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젊은 교회’ 이끌어 갈 ‘젊은 주교’ 탄생

최광희(마태오) 신부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한국교회 주교단 중 가장 젊은 40대 주교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둔 서울대교구는, 말씀을 매개로 한 젊은이 사목과 미디어·홍보 분야에 능통한 새 목자를 맞이해 청년과 함께하는 사목에 더욱 힘을 실으며 ‘젊은 교회’로 나아가는 발걸음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주한 교황대사관은 7월 8일 오후 7시 레오 14세 교황이 최광희 신부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와 엘레판타리아 디 마우리타니아 명의주교(Titular Bishop of Elefantaria di Mauritania)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내용은 교황청 공식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에도 발표됐다. 같은 시각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최 주교의 임명 소식을 전했다.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사제단, 교구청 직원들이 자리에 함께해 최 주교의 임명을 축하했다. 최 주교 임명으로 서울대교구 현직 주교단은 정 대주교와 보좌주교 4명 등 총 5명이 됐다. 한국교회 현직 주교는 대주교 3명, 주교 21명 등 총 24명으로 늘어났다. 원로 주교를 포함하면 추기경 2명, 대주교 7명, 주교 33명 등 모두 42명이다. 최 주교는 주교 임명 발표 후 첫 공식 일정으로 8일 정 대주교를, 9일 전임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을 예방했다. 이어 13일까지 글레이손 데 파올라 소자 차관을 비롯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과의 WYD 특별기획단 회의 등 2027 서울 WYD 준비 일정을 소화했다. 최 주교는 2012년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성서신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가톨릭청년성서모임에서 성경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 사목에 집중했다. 또한 2023년부터는 교구 문화홍보국장을 맡아 미디어 사목에 힘써왔으며, 이로 인해 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열린 주교 임명 발표식에서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젊은 세대 주교님을 보내주신 것에 대해 거듭 감사드린다”면서 “특히 젊은이들의 성서모임을 지도하시면서 청년성서 봉사자들과 신자들을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사랑과 열정으로 돌봐주시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경상(바오로) 주교도 “(새 주교님과 함께) 2027 서울 WYD를 함께 준비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최 주교는 또한 2023년부터 현재까지 교구 문화홍보국장과 홍보위원회 총무, 교구 대변인 등의 역할을 맡으며 교구 사목의 핵심 인력으로 활동해 왔다. 교구장의 사목 방침과 교구 사목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 앞으로 교구 운영과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 대주교는 최 주교에게 “우리 교회에 큰일을 함께해 나가도록 하느님께서 최 주교님을 선택해 주심에 감사한다”며 “‘사제는 사제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 있듯, 주교로서 주교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함께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최 주교는 “교구장님 뜻에 따라 교구가 일치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발걸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부족하고 부족한 저를 위해서 다시금 기도를 청한다”고 전했다. 최 주교의 서품식은 8월 28일 오후 2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1면

김민석 국무총리,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예방

김민석 국무총리가 7월 10일 수원교구청을 찾아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를 예방했다. 김 국무총리는 이 주교를 예방한 자리에서 “우리 국민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약자를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을 알고 있고, 정부도 조금 더 많이 찾아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방문했다”면서 “종교가 종교의 역할을 넘어, 사회의 지도자로서 민간의 대표 영역으로서 정부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주교는 “천주교회는 선교나 신자 관리는 물론 사회사목 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새벽총리’가 되겠다고 한 것은 부지런히 많은 것을 챙기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을 다니면서, 소외계층과 가난한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 서러워하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수원교구 사무처장 윤재익(바르톨로메오) 신부, 성직자국장 심재형(예로니모) 신부, 홍보국장 이철구(요셉) 신부, 관리국장 이재현(요셉) 신부가, 정부 측에서는 민기 국무총리비서실장, 심종섭 사회조정실장, 김도형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이 배석했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21면

[서울대교구 최광희 보좌주교 임명] 이모저모·인터뷰

“레오 14세 교황님은 최광희 신부님을 서울대교구의 보좌주교이자 엘레판타리아 디 마우리타니아(Elefantaria di Mauritania)의 명의 주교로 임명하셨습니다. 새 주교님으로 임명되심을 축하하며 새 주교님께 필요한 모든 은총이 풍성히 내리기를 침묵 속에 기도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7월 8일 오후 7시 서울대교구청에서 신임 보좌주교 임명 소식을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최광희(마태오) 주교를 위해 기도하자고 청했다. 기도로 시작된 최 주교의 임명 발표와 이후 모습을 전한다. “4보좌 인사드리겠습니다.” “신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본당 규모에 따라서 1보좌, 2보좌 신부님들이 계신 본당이 있었습니다. 아주 큰 본당은 잠시 3보좌 신부님까지 계셨던 기억도 납니다. 네, 서울대교구 4보좌 인사드리겠습니다.” 최광희 주교는 마치 처음 본당 보좌신부 발령은 받은 새 신부가 본당 신자들에게 인사하듯이, 주교로서의 첫인사를 전했다. 최 주교의 재치 있는 인사에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 주교는 “새롭게 주교님이 되신 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항상 준비된 분들이고 꼭 맞는 옷을 입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임명 소식에) 제게 맞지 않는 옷이 눈앞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은 저를 위한 기도를 간절히 청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많은 신자분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들, 사회 곳곳의 아픔과 괴로움들을 들을 때마다 예수님의 애달파 하시는 마음과 당신의 눈동자를 떠올린다”며 “교구장님 뜻에 따라 교구가 일치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최 주교의 임명을 축하하며 “교구에 새롭고 젊은 주교님을 보내주신 것에 거듭 감사하면서, 서울대교구가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혼연일체가 돼서 이 시대에, 한국 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나아가는 그런 새로운 출발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순택 대주교·염수정 추기경 예방 발표 후 최 주교는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을 찾아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했다. 정 대주교는 최 주교를 맞이하며 “최 주교님을 하느님께서 선택해, 우리 교회를 위해 큰일들을 함께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기쁨을 전했다. 또한 “(최 주교가) 준비한 게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준비를 넘어서서 일하시는 분”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하느님께 내어 드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격려하고 최 주교에게 「주교예절서」를 선물했다. 최 주교는 주교 임명 다음날인 9일 구요비 주교와 함께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주교관을 찾아 전임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을 예방했다. 염 추기경은 “젊은 주교님이 나오셔서 더욱 기쁘다”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위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였을 때 특히 최 주교님이 희망의 전달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최 주교의 사제 서품 성구인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를 친필로 적은 성경책을 선물하며 “이 말씀처럼 주교님도 ‘세상 끝 날까지’(마태 28,20) 우리와 함께해 달라”고 격려했다. 예방을 마친 최 주교는 가톨릭대 성신교정 대성당으로 이동해 제단 위에 안치된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유해 앞에서 기도를 바쳤다. ‘2027 서울 WYD’ 준비로 분주 만 47세로 한국 주교단에서 가장 젊은 최 주교는 임명 후에도 ‘2027 서울 WYD’ 준비 일정으로 분주했다. 최 주교는 7월 8일부터 12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과 함께 WYD 특별기획단 회의를 진행했다. 최 주교는 대표단과 함께하는 5박6일 간의 빼곡한 회의 일정에 더해 신임 주교로서의 여러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동안 교구 문화홍보국장으로서 2027 서울 WYD 준비에 함께해온 최 주교에게 축하를 전하기 위해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은 주교 임명 발표 현장을 찾기도 했다. 이경상(바오로) 주교는 주교 임명 발표 자리에서 “함께 생활하고 일하면서 곁에서 보면 최 주교님은 항상 주어가 ‘최광희’가 아니라 ‘하느님’으로, 교회와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면서 “후배고, 또 제가 신학교에서 가르친 제자였던 분인데, 마음속으로 든든하게 생각했고, 존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차대한 과제 중 하나인 2027 서울 WYD를 함께 준비하게 돼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터뷰] 최광희 주교 - “교회 구성원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성령 움직임 따라 동행할 것” “제 뜻이나 의지가 드러나는 것보다는 교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들과 만나 듣고, 기도하며 고민하는 가운데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 드러날 것이라 믿습니다.”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최광희 주교는 주교 임명에 자신은 “합당치 않은 사람”이라며 겸손한 마음을 비쳤다. 그러나 “대주교님과 추기경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준비해서 갈 수 있는 직무도 아니고 오히려 더 청하고, 더 기도하고, 제 부족함을 고백하면서 가는 자리라 생각했다”며 “당신께서 불러주셨으니 당신께서 채워주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최 주교는 앞으로의 주교 직무에 있어 시노드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노드 정신은 최 주교가 그동안 사목해 온 방식에도 그대로 배어 있다. 특히 가톨릭청년성서모임에서는 시노드 정신으로 청년들과 함께해 왔고, 그를 통해 말씀을 살아낸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최 주교 자신도 성장해 왔다. 최 주교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강력하게 추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이 제 몫은 아닌 것 같다”면서 “‘성령의 움직임’을 통해 동행하고 함께 성장하는 길에 필요한 지혜와 방향성이 보이게 될 것이고, 그 길에 순종하면서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최 주교는 젊은 세대와 소통을 위한 자세로 ‘인내와 기다림’을 제시했다. 최 주교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일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지만, 교회의 모습은 효율적인 것보다는 혹시 늦어지고 무너지고 실패하더라도 동반하면서 성장해 나가길 기다려주는 모습일 것”이라면서 “꼭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가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라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심이 되고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주교는 앞으로 주교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함께해 나갈 사제단과 신자들에게 가르침과 기도를 부탁했다. 최 주교는 사제단에 “신부님들이 얼마나 본인을 희생하고 사제로서 충실히 살기 위해 노력하시는지 늘 봐왔다”면서 “그래서 선배 신부님들께 많은 가르침을 청하고, 동료·후배 신부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우리의 삶이 정말 삶의 큰 힘과 기쁨이 되길 바랍니다. 그 길을 신자분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11면

서울평단협, ‘제14회 사랑·생명·가정 전국 사진 공모전’ 수상작 발표

‘제14회 사랑·생명·가정 전국 사진 공모전’ 대상에 새 생명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순간을 담은 <행복한 기다림>(우은희 作)이 선정됐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사제 김연범 안토니오)는 7월 10일 서울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가 공동 주최한 ‘제14회 사랑·생명·가정 전국 사진 공모전’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모전에는 하느님의 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 120여 점이 출품됐다. 금상에는 <구순 할만의 미소>(김지안), <그리운 엄마>(윤경희), <두근두근 설레이는 첫 아이 목욕시킨 날>(이규현)이 뽑혔다. 이어 은상 6점, 가작 10점, 입선 20점이 선정됐다. 수상작들은 8월 8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제2전시실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안재홍 회장은 "2004년 김수환 추기경님의 사랑과 인간 존중 정신을 이어받아 시작된 사진 공모전을 다시 개최해 감회가 새롭다"며 “내년에도 공모전을 열어 우리 사회에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족의 가치와 친밀성, 따뜻함을 보여주어 건강한 가정과 건전한 사회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5면

[서울대교구 최광희 보좌주교 임명] 삶과 신앙

속 깊은 아들, 어느 사람이든 존중으로 대하던 어른, 가장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려 애쓰는 사제. 서울대교구 새 보좌주교로 임명된 최광희(마태오) 주교를 만난 이들은 최 주교의 삶이 ‘겸손과 배려가 녹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라는 말씀에 의탁해 사제의 길을 걸어 왔고, 또 주교의 길을 걸어갈 최 주교의 삶과 신앙을 들여다본다. 사제가 된 착한 아들 최 주교의 어머니 이연복(데레사) 씨는 최 주교가 어려서부터 “점잖고 어른스러웠다”라면서 “‘싫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부모의 관점에서 헤아리려 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다”라고 최 주교의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어린아이라면 싫은 것도 있고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일도 있기 마련이지만, 최 주교는 투정을 부리는 법이 없었다. 최 주교는 도리어 부모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해 행동하곤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전주교구 숲정이본당에서 첫영성체를 하고부터는 더 반듯한 성품으로 성장해 나갔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예비신학생 모임을 다니며 성소의 씨앗을 키웠고,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며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 최 주교가 딱 한 번 부모의 반대를 무릅쓴 일이 있었다. 바로 진로를 결정할 때였다. ‘사제가 되고 싶다’라는 최 주교에게 아버지 최동준(보나벤투라) 씨는 “좋은 학교에 갈 실력이 되는데 왜 신학교에 가느냐”라며 반대했다. 최 주교는 그런 아버지의 반대를 깊은 대화로 풀어 나갔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아버지 최 씨는 깊은 생각과 뚜렷한 주관으로 사제의 길을 걷고자 하는 최 주교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돌렸다. 경청하는 존중하는 ‘스승님’ 최 주교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곤 했다. 어린 시절 집에 손님이 오시면 자리를 피하는 보통 아이들과 달리, 최 주교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있곤 했다. 친구나 동생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은 물론이었다. 덕분에 동생과도 한 번도 싸우지 않고, 늘 친했을 정도로 우애가 좋았다. 최 주교의 동생 최현주(엘리사벳) 씨는 “(오빠가 있는) 다른 사람들은 자매나 동생이 있는 집을 부러워한다는데, 저는 오빠가 너무 좋아서 그런 불만을 가진 적이 없었다”면서 “늘 제 말을 잘 들어주고, 배려해 주는 오빠였다”라고 말했다. 사목현장에서 최 주교를 만난 이들도 경청하는 최 주교의 모습을 기억했다. 최 주교의 경청은 그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존중과 배려가 담겼다. 후배 사제들은 물론이고, 청년들에게도 함부로 말하는 일 없이, 존댓말을 사용하며 상대방을 존중했다. 그리고 자신보다는 이웃을 위해, 그리고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 가장 오랜 시간 사목을 한 가톨릭청년성서모임 청년들에게 최 주교의 별명은 ‘스승님’이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최 주교는 고민이나 어려움을 나누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항상 진지하게 경청하고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했다. 청년들은 그런 최 주교에 존경과 친근함을 담아 장난스레 ‘스승님’이라 불렀다. 청년성서모임 봉사자들은 지금도 스승의 날이면 ‘스승님’ 최 주교에게 연락하곤 한다. 최 주교의 서품 동기이자 로마에서 함께 유학한 김남균 신부(시몬·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부관장)는 “최 주교님은 늘 친절하고 웃는 모습으로 무슨 일이건 솔선수범하는 분”이라면서 “제일 젊은 주교님이시기도 하고, 젊은이들과 호흡하고,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분이기에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전 세계 젊은이와 교류하는 다리 역할을 해줄 것 같다”라고 기대를 전했다. 문화로 소통하는 사목자 최 주교의 경청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최 주교는 늘 세상의 다양한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곤 했다. 학창 시절에도 그랬고, 신학교에서도 연극부를 비롯해 다양한 부서활동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어머니 이 씨는 “다른 아이들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보는데, 최 주교는 어릴 적부터 정치·경제·사회·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보곤 했다”라면서 “고3 때도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을 두기에 ‘학생이면 공부해야지 다른 데 신경을 쓰느냐’라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성품이 사목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갖추게 해주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던 최 주교는 문화를 통해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또 교회의 이야기를 세상 전하고자 진력해 왔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으로 일하면서는 다양한 문화사목을 펼쳐왔다. 최 주교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던지 부서 직원들에게 “일 좀 그만 받아오시라”라는 타박 아닌 타박을 받기도 했다. 문화홍보국에서 최 주교와 함께 일한 진슬기 신부(토마스 데 아퀴노·문화홍보국 부국장)는 “최 주교님은 제가 후배임에도 언제나 존댓말을 써주는 배려 가득한 분”이라면서 “개인보다는 교회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참 일꾼이시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성경에 진심인 신앙인 모든 사제가 그렇겠지만, 최 주교는 특별히 더 ‘성경에 진심’인 사제였다. 성서학을 전공한 최 주교는 성경을 어떻게 잘 풀어내면 신자들에게 도움이 될지를 늘 고민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방식은 최 주교의 방식이 아니었다. 최 주교가 청년성서모임을 지도할 당시 개정한 청년성서모임 교재는 지금도 수많은 청년이 말씀에서 힘을 얻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성경과 예술을 접목해 <바이블 갤러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신자들이 말씀을 더 가까이 받아들이도록 돕고자 애썼다. 최 주교와 청년성서모임 연구부 활동을 한 윤지은(다미아나) 씨는 “주교님은 늘 청년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해 주시면서, 바쁜 중에도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시간을 내주셨다”라면서 “주교님께서는 훨씬 지식도 많고 혼자 하는 것이 더 편하셨을 텐데도, 늘 청년들의 생각에 귀 기울여주셨고 그걸 교재 제작에 반영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 주교 자신이 말씀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이었다. 최 주교는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라는 자신의 서품성구처럼, 말씀에서 힘을 얻고, 말씀과 늘 함께하려고 노력해 왔다. 최 주교는 매일 독서·복음 묵상을 SNS에 올린다. 누구를 가르치거나 무엇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 주교 스스로 성경을 묵상하기 위해서다. 최 주교는 “제 서품성구는 공동번역에서는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로 번역되는데, 하느님께서 제게 해주시는 말씀인 것 같다”라며 “성경 말씀은 제게 삶의 힘이 되고 하루하루를 살 수 있도록 해준다”라고 말했다.

발행일 2025-07-20 제3451호 10면

서울대교구 최광희 주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예방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최광희(마태오) 주교는 7월 17일 수원교구청을 찾아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를 예방했다. 이 주교는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둔 지금, 주교님의 임명은 한국교회의 더욱 큰 기쁨이고 경사”라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또 “‘경청의 자세’를 강조한 인터뷰를 인상 깊게 봤는데, 경청은 주교에게 특히 필요한 덕목”이라며 “주교직 수행이라는 부담에 걱정과 근심이 있을 수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할 수 있는 만큼 맡겨주신다”고 격려했다. 최 주교는 “로마에서나 세계청년대회 관련 행사 등에서 의장 주교님을 뵐 때마다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기억이 있다”며 “주교 임명을 받아 아직은 당혹스러운 마음이지만, 주교님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언을 듣고 싶어 찾아뵙게 됐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최 주교에게 아프리카에서 옥수수로 만든 <검은 성모와 예수> 작품과 「아들아! 하늘을 향해 숨쉬어라:사제 생활의 길잡이」(박성운 지음)를 선물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부국장 진슬기(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 홍보위원회 언론홍보 담당 이재협(도미니코) 신부가 동행했으며, 수원교구에서는 성직자국장 심재형(예로니모) 신부, 관리국장 이재현(요셉) 신부, 홍보국 부국장 정석화(베드로) 신부가 배석했다. 이에 앞서 최 주교는 경기 용인 소재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을 찾아 역대 서울대교구장 묘소를 참배하고, 자신의 신학교 추천 사제인 고(故) 최용록(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절친한 동기였던 고(故) 김진규(다니엘) 신부의 묘소를 찾아 기도했다.

입력일 2025-07-18

유흥식 추기경, “경청하는 새 교황님…한반도 평화 위한 역할 기대”

휴가차 한국을 찾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7월 3일 주교회의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황 선종과 콘클라베, 새 교황 즉위 등 중대한 교회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분주한 나날을 보낸 유 추기경은 이날 잠시 숨을 고르며, 레오 14세 교황과의 일화를 비롯해 교황의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개인적인 소회와 근황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전했다. Q.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현재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은? 2021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돼 올해로 4년째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성직자부는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모든 사제와 부제를 관할하며, 사제 양성을 위한 교육과 예비신학생들의 준비 과정 역시 성직자부의 책임입니다. 모두가 각자의 직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장관 임명 당시, 한 주교님이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신부 하나라도 기쁘지 못한 모습으로 있다면 그것은 네 책임이라는 걸 명심해라.” 그 말씀이 마음 깊이 남아, 그때부터 ‘세상 어떤 신부님도 슬픈 모습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품게 됐습니다. 지난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로마에서는 전 세계 신학생과 사제, 주교님들이 함께하는 희년 행사가 열렸습니다. 주제는 ‘행복한 신부들’이었습니다. 사제가 행복할 때 많은 사람에게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고, 젊은이들도 그 모습에 매력을 느껴 사제성소가 늘어날 것입니다. 성직자부 장관으로서의 제 직무도 행복하게 수행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저를 ‘웃는 추기경’이라 부르셨습니다. 교황청 안에서 저는 아주 잘 웃는 사람이고 모든 이들과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Q. 가까이에서 본 레오 14세 교황은 어떤 분인가? 교황님은 저보다 1년 뒤에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부임했습니다. 주교 직무와 사제 직무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공식 회의 외에도 자주 가까이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교황님이 추기경이었을 때 교황님은 3층, 저는 바로 위 4층에 살았습니다. 제 방 바로 아래가 교황님 방이라 승강기에서도 자주 만났습니다. 제가 윗방에 사니까 “층간소음 괜찮냐”고 물으니 교황님은 “걱정하지 말라”면서 “한국 사람은 방에 들어가면 구두를 벗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농담을 건넨 기억이 납니다. 콘클라베 후 많은 이가 ‘어떻게 미국 사람이 교황이 되었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콘클라베에 참여한 추기경님들은 교황님을 단순히 ‘미국인’으로 보지 않고, ‘선교사’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교황님이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선교사로 헌신한 그 삶을 높이 평가해 교황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진취적인 면이 강했다면, 레오 교황님은 조용하고 특별히 잘 경청하는 분입니다. 무언가를 앞서 주도하거나 자신의 뜻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되도록 많은 이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교황님과 독대할 기회가 종종 있습니다. 마주 앉아 담담하게 대화를 나누고, 필요하다 싶으면 직접 메모까지 하며 기억하려 합니다. 무척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이뤄지는 진심 어린 만남입니다. Q. 한국·한국교회와 관련해 교황과 나눈 대화가 있다면? 휴가 전, 교황님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2027년 열릴 세계청년대회(WYD)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되기까지의 과정과, 그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나눴던 대화를 전했습니다. 한국은 남북으로 분단된 나라이고, 그런 만큼 평화가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신앙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이 순교 정신을 세계 젊은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씀드렸습니다. WYD는 가톨릭교회 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이가 모이는 큰 행사이기 때문에, 한국이 그 무대를 맡는 것은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교황님께서도 제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 들으셨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과 대통령에 취임한 후 두 차례 교황님께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를 제가 직접 교황님께 전달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또 한국과 교황청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고, 교황님은 우리나라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가 현 상황을 이야기하자 교황님은 진지하게 경청했습니다. 사실 레오 14세 교황님이 선출됐을 당시, 제 마음속에 가장 먼저 스친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분이라면 남북관계에 있어 뭔가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 하는 직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교황님께서 앞으로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와 한반도 평화 증진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Q. 국민 통합과 갈등 치유를 위해 필요한 자세는?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레오 14세 교황님도 말씀하셨듯 우리가 사랑을 실천하고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마음이 닫혀 있고, 관계에 있어 경직된 태도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로마에서 지내다 보면 많은 한국 분을 만납니다. 제가 그분들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하면 어떤 분들은 이상한 사람을 보듯 합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추기경님이세요’라고 소개하면 얼굴이 180도 바뀝니다. 그럴때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추기경, 주교, 신부니까 잘 대해야 하고, 아니면 아무렇게 대하는 것은 그리스도 정신이 아닙니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조금만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며,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성경 말씀 중 하나가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19)입니다. 내가 먼저 거룩해질 때, 다른 사람에게도 거룩해지게 하는 힘을 줄 수 있습니다. 우선 자신부터 거룩해져서 가능하면 모범을 보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가톨릭신자가 600만 명 가까이 됩니다. 우리 신자들이 하느님을 믿고 이웃을 신뢰하면서 소금과 누룩의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정치인은 누구보다도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대화로 마음을 잇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진심으로 애써 준다면, 분열된 사회를 치유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국민 통합, 사회 통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책임 있는 분들이 지혜를 모아 우리 사회를 바른 길로 이끌어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Q. 특별히 마음에 두고 기도하는 지향이 있다면? 가장 먼저는 교황님을 위한 기도입니다. 제가 가까이에서 교황님을 모시는 만큼, 교황님이 성령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교회뿐 아니라 온 인류를 이끌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12월 7일 전 세계 추기경들이 로마에 모인 자리에서 정말 많은 분이 제게 ‘한국은 괜찮은가?’라고 물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어떻게 한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냐’며 ‘한국이 (이 위기를) 잘 벗어나길 나도 기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솔직히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됐고, 이제 저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위기를 이겨 낸 나라’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부끄러움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잠재력도 있고, 세상에 나눌 수 있는 것이 참 많은 나라입니다. 저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 다른 이들에게 베풀고 함께 잘 사는 나라, 그런 한국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2면

최광희 신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임명

최광희(마태오) 신부가 7월 8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레오 14세 교황은 7월 8일 오후 7시(로마 현지시간 정오) 서울대교구 최광희 신부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Auxiliary Bishop of the Archdiocese of Seoul)이자 엘레판타리아 디 마우리타니아(Elefantaria di Mauritania) 명의 주교로 임명했다. 이 내용은 같은 시간 교황청 공식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에 발표됐다. 최광희 주교는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4년 7월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묵동·신사동본당 보좌를 거쳐 해외유학을 떠나 2012년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교 성서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가톨릭 청년성서모임 담당 사제로 사목했다. 2021년부터 2년간 성 엥베르 센터 부센터장을 역임했으며, 2023년 2월부터 현재까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겸 홍보위원회 총무를 맡아 왔다. 2024년 9월부터는 서울대교구 대변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최 주교는 현재 한국 주교단 가운데 최연소 주교다. 서울대교구는 2024년 2월 이경상(바오로) 주교에 이어 1년 5개월 만에 새 보좌주교를 맞이했다. 최 주교 임명으로 서울대교구는 모두 4명의 보좌주교를 두게 됐다. 최 주교는 임명 후 첫 공식 일정으로 8일 오후 7시30분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를 예방한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면

‘안락사’ 허용 확산세…생명 존엄성 ‘적신호’

프랑스 하원에 이어 영국 하원에서도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안락사를 허용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7월 안락사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등 안락사 합법화 시도가 이어져, 인간 생명 존엄성이 위협받고 있다. 영국 하원은 6월 20일 ‘생의 말기 성인에 대한 임종 선택권’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생존 기간이 6개월 이하로 예측되는 말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는 ‘의사 조력 자살’ 형태의 안락사를 허용한다. 5월 27일 프랑스 하원이 유사한 내용의 안락사 법안을 통과시킨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안락사 합법화 움직임은 서구 사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조력 존엄사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발의했다. ‘조력 존엄사’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오리건주의 ‘존엄사법’(Death With Dignity Act)에서 온 말로, ‘존엄한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돼 불려지지만, 사실상 안락사를 의미한다. 안 의원은 앞서 2022년 6월에도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개정해 발의했으나, 가톨릭교회와 의사협회 등의 반대로 제정이 무산된 후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안락사는 “모든 고통을 제거할 목적으로 그 본성에서나 의도에서 죽음을 유발하는 작위나 부작위”(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생명의 복음」 65항)로 정의된다. 타살, 자살을 막론하고 고통을 피하기 위해 저지르는 모든 ‘살인’은 안락사에 해당한다. 때문에 교회는 안락사를 “생명 자체를 거스르는 행위”로 보고 “이는 인간 문명을 부패시키는 한편 창조주의 영예를 극도로 모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27항 참조) 자살을 돕는 행위 역시 “요청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불의한 일에 협조하는 것이며, 때로는 실질적인 가해자가 되는 것”이라고 단호히 반대한다.(「생명의 복음」 66항) 안락사 합법화 움직임은 사회의 분위기와도 맞물려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국민의 많은 수가 안락사 합법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락사 허용 법안이 처음 발의된 해인 2022년 7월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의사 조력 자살 합법화에 대해 찬성으로 응답한 이가 82%에 달했고, 지난 6월 주간조선이 발표한 설문에서도 찬성이 83%로 조사됐다. 이런 경향은 사회 전반에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다는 방증이다. 안락사의 저변에는 생명의 가치에 차등이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건강하고 즐거운 삶(생명)만 가치 있고, 고통 받는 생명은 죽여도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며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목숨을 직접 해칠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하느님만이 그 시작부터 끝까지 생명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58항 참조)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 박은호(그레고리오) 신부는 “‘특정 조건에서는 죽여도 괜찮다’는 식으로 생명의 가치를 구분하는 경향은 생명권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사회 공존의 기반을 뒤흔들게 된다”면서 “생명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주신 선물이자 소명이며, 아무리 병들고 약해진 생명이라 할지라도 그 생명의 가치는 변함없고, 그 어떤 고통 중에도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고 이끌어주신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발행일 2025-07-13 제3450호 1면

최광희 신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임명

최광희(마태오) 신부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7월 8일 오후 7시 서울대교구청에서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최광희 신부를 서울대교구의 보좌주교이자 엘레판타리아 디 마우리타니아(Elefantaria di Mauritania)의 명의 주교로 임명하셨다”고 발표하며 새 주교 탄생을 알렸다. 새 주교 임명 발표 자리에는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교구청 사제단과 직원뿐 아니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관련 제반사항 논의를 위해 방한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도 함께해 새 주교 탄생의 기쁨을 함께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이 자리에서 “교구에 새롭고 젊은 주교님을 보내주신 것에 거듭 감사하면서, 서울대교구가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혼연일체가 돼서 이 시대에, 한국 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나아가는 그런 새로운 출발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최광희 주교는 “새롭게 주교님이 되신 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항상 준비된 분들이고 꼭 맞는 옷을 입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임명 소식에) 제 자신도 맞지 않는 옷이 눈 앞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은 저를 위한 기도를 간절히 청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교구장님 뜻에 따라 교구가 일치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표 후 최 주교는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을 찾아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했다. 정 대주교는 최 주교를 맞이하며 “최 주교님을 하느님께서 선택해, 우리 교회를 위해 큰일들을 함께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기쁨을 전했다. 또한 ““(최 주교가) 준비한 게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준비를 넘어서서 일 하시는 분”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하느님께 내어 드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격려하고 최 주교에게 「주교예절서」를 선물했다. 최 주교는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4년 7월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묵동·신사동본당 보좌를 거쳐 해외유학을 떠나 2012년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교 성서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귀국 후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가톨릭 청년성서모임 담당 사제로 사목했다. 2021년부터 2년간 성 엥베르 센터 부센터장을 역임했으며, 2023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겸 홍보위원회 총무를 맡아왔다. 2024년 9월부터는 서울대교구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최 주교는 1977년생으로 현재 한국 주교단 가운데 최연소 주교다. 서울대교구는 2024년 2월 이경상(바오로) 주교에 이어 1년 5개월 만에 새 보좌주교를 맞이했다. 최 주교 임명으로 서울대교구는 모두 4명의 보좌주교를 두게 됐다. < 최광희 주교 약력 >

입력일 20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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