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내에서 소수 민족이자 소수 종교를 믿고 있기에 오랫동안 차별을 받아온 베트남 신자들. 그들은 먼 한국에서 자신들을 보러 온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손님을 맞았다. 12일, 썸롱톰성당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마중을 나온 것은 아이들이다. 성당에 모인 50여 명의 아이들은 두 손을 모으고 “줌 립 쑤어”라고 인사를 한 뒤 방배4동본당 신자들에게 와락 안긴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환대에 기쁨을 선물받은 신자들은 그런 아이들이 생계를 위해 초등학교도 졸업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말을 듣고는 가슴 아파했다. 캄보디아에 사는 베트남 아이들은 출생등록을 하지 못해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썸롱톰성당에서 사목하는 윤대호(다니엘) 신부의 설명이다.
“남대문에 가면 아이들이 신을 양말이나 티셔츠를 잔뜩 사올 수 있을 텐데….”
홍보분과장 조영애(체칠리아)씨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느라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양말을 가져오지 못한 게 마음에 남았다. 여성부회장 박미정(스테파니아)씨도 미사 중에 순수한 목소리로 성가를 부르던 아이들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혔다. 박미정 여성부회장은 “노랫말은 알 수 없지만 그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마음이 울컥했다”며 “내가 알고 있던 것 이상의 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선교사제에게서 발견한 예수 그리스도
“한국의 1970년대 모습 같네.”
197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신자들은 캄보디아의 풍경을 보며 40여 년 전 한국을 떠올렸다.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들 대부분이 불가능한 캄보디아. 40여 년 전 한국을 기억하는 신자들은 열악한 곳에서 사목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선교사제에 대한 걱정과 응원의 마음을 기도로 전했다.
2001년 캄보디아에 파견된 한국외방선교회 선교사제들은 본당사목 외에도 코미소 기술학교, 무료진료소 등 NGO 활동을 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불교국가이기에 자유롭게 선교활동을 하기 어렵다. 이에 선교사제들은 교육 등을 통해 아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본당에서 하는 일은 미사거행만이 아니다. 교육시설을 만들고, 마을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을 만들고,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때는 방역까지 책임지며 ‘주민센터’ 역할을 도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