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반짝반짝…다채롭게 빛나는 성탄 축제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오는 24~25일 서울 명동대성당 일대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가 마련된다. 서울대교구 주최로 열리는 ‘명동, 겨울을 밝히다’ 축제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명동을 찾는 많은 이에게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알리고 나누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올해는 음악극, 야외 공연, 전시, 성탄마켓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파밀리아 채플에서는 서울가톨릭연극협회가 음악극 <네 번째 동방박사>를 선보인다. 아기 예수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난 네 번째 동방박사 알타반 앞에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펼쳐진다. 예수를 만나지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알타반은 노인이 되어서야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를 만난다. 그제야 예수를 따르는 길이 무엇인지 깨닫는다는 이야기로 양일간 세 차례 공연한다(24일 16·19시, 25일 16시). 성모동산에서는 cpbc 소년소녀합창단(24일 18시40분·19시40분)과 퓨전 국악밴드 그라나다(24일 20시40분, 25일 19시40분),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25일 17시40분·18시40분)이 이어진다. 갤러리1898에서는 희년 기념 특별전 ‘희망의 빛’(15~22일)과 서울대교구 가톨릭 청년 미술가회의 정기전 ‘언덕 위에 등대-명동대성당’(24~31일)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와 연계해 희망의 묵주, 초 만들기 프로그램도 마련되며, 축제 기간 동안 갤러리 복도 공간에는 기도방과 포토존 등이 차려진다. 음악극과 야외 공연, 전시 모두 무료이며, 음악극은 사전 신청을 통해 관람 가능하다. 성탄마켓에서는 ▲17개 공방과 작가들이 참여하는 묵주와 기도초, 성물, 도자기 등을 판매하는 공예품 부스 ▲소시지, 군밤, 뱅쇼 등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사제 부스를 운영하며 ▲기도 카드를 걸 수 있는 희망나무 등이 설치된다. 이번 행사에는 2027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청년대회’(WYD) 홍보 부스와 함께 WYD를 상징하는 조형물 등이 곳곳에 꾸며진다. 또 지난 11월 말부터 명동대성당을 LED 조명으로 수놓은 장미 정원 빛 축제는 1월 5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부국장 이영제(요셉) 신부는 “예수님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이라는 빛을 전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축제 기간 동안 명동을 찾는 사람들이 아무리 어두운 때라도 분명한 ‘빛’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희망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4-12-25

성십자가·빅토리아여왕 귀걸이…전 세계 보석 한눈에

전 세계 귀중 보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 ‘The Art of Jewellery: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이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일본 보석 수집가 아리카와 가즈미의 수집품을 소개하는 자리로, 그가 40년간 모은 보석 208점이 전시된다. 아리카와는 세계적인 보석 수집가로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고대부터 20세기 중반의 보석 500여 점을 모아 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계의 라파엘로라 불리는 발레리오 벨리의 <그리스도와 전도사의 십자가> 등을 볼 수 있다. 아리카와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의 십자가에는 바티칸에서 공식 인정한 예수님이 십자가형을 당했을 때의 실제 십자가 유물 ‘성십자가’(True Cross)의 일부가 담겨 있다. 해당 작품은 현존하는 벨리의 십자가 3점 중 하나로, 정교한 세공 기술로 십자가 가운데 예수님의 모습이 표현됐다. 머리 위에는 ‘유다인의 왕, 나자렛 예수’를 의미하는 ‘INRI’가 새겨져 있으며, 십자가 사방에는 요한이 독수리로, 루카가 소, 마태오가 천사, 마르코가 사자와 함께 표현됐다. 십자가를 받치는 받침대는 1762년 프랑스 파리의 금세공인 피에르 제르맹이 제작한 것이며, 받침대 중심부엔 예수가 짊어지고 못 박힌 십자가의 작은 조각 두 개가 보관돼 있다. 이외에도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3세가 사용한 인장 반지를 비롯해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장녀 앙굴렘 공작 부인이 착용한 팔찌,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대관식 귀걸이, 100개가 넘는 토파즈로 장식된 뷔르템베르크 왕국(현 독일)의 파뤼르(Parure, 티아라·목걸이·귀걸이·팔찌·브로치가 한 세트를 이루는 장신구) 등이 전시된다. 아리카와는 이번 전시를 두고 “지구가 선사하는 궁극의 아름다움이자 인간 소망의 정수인 보석이 자아내는 감동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은 내년 3월 16일까지.

2024-12-25

‘보로미니와 베르니니’ 두 건축가가 꽃 피운 바로크 성당 건축 이야기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 두 건축가의 삶과 건축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보로미니와 베르니니. 완벽을 위한 도전>이 최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영화는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프란체스코 보로미니(1599~1667)와 잔 로렌초 베르니니(1598~1680)의 일화를 중심으로 이들의 첫 만남부터 건축가로서 어떻게 각자의 예술 세계를 발전시켜 나갔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영화는 서양 건축 예술의 중심지였던 로마에서부터 출발한다. 성당 제도사로 일하던 청년 보로미니는 당시 성 베드로 성당 재건 책임자였던 카를로 마데르노의 눈에 띄어 건축계에 본격적인 발을 내디딘다. 시간이 흘러 건축가로서 높은 명성을 떨치던 베르니니는 연로한 마데르노를 이어 재건 책임자로 임명된다. 베르니니는 초대 교황 베드로의 무덤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청동 구조물 ‘발다키노’ 제작을 위해 보로미니를 조수로 삼았고, 그의 조언과 도움으로 발다키노를 완성한다. 성격과 환경 등 모든 게 달랐던 둘은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로마의 대표 건축가로 성장한다. 하지만 과거 베르니니가 설계한 성 베드로 성당에 생긴 균열은 보로미니와 베르니니의 사이도 벌려 놓았다. 보로미니가 성당 위에 설치된 과중한 무게의 종탑 때문이라며 베르니니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베르니니는 자괴감에 빠지고, 두 건축가는 서로 등을 돌리고 상대를 앞서 나가기 위해 달려 나간다. 극이 흐를수록 증폭되는 두 건축가의 경쟁과 고뇌는 끝내 비극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미술학자 등 전문가들의 상세한 서술을 통해 두 건축가의 작품과 삶을 추적해 건축, 역사 등 전문 지식이 없는 관객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보로미니와 베르니니 역을 맡은 두 배우가 재연을 펼쳐 극에 재미와 긴장감을 더했다. 로마를 대표하는 성 베드로 성당을 비롯해 라테라노대성당, 산티보 알라 사피엔차 성당, 나보나 광장의 4대강 분수 등 이제는 걸작이 된 두 건축가의 작품에 숨겨진 얘기를 따라가 보자. 치열한 경쟁으로 꽃 피운 바로크 건축 기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105분.

2024-12-25

[이준형의 클래식 순례] 제임스 맥밀런 <오 빛나는 새벽이여>

이제 대림 시기도 중반을 넘었고, 성탄이 곧 다가옵니다. 대림 시기에는 유독 아름다운 전례문이 많다는 느낌입니다. 우리에게는 가톨릭 성가 94번, 95번으로 익숙한 <하늘은 이슬비처럼 의인을 내려다오>(Rorate caeli desuper)와 <별들을 지어내신 주>(Conditor alme siderum)가 대표적이지요.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림 시기의 막바지인 12월 17일부터 7일 동안 시간 전례의 ‘마니피캇’과 미사에서 바치는 일곱 개의 노래(후렴)입니다. 모두 처음에 ‘오’라는 감탄사에 이어 그리스도의 호칭을 부르기 때문에 ‘오 안티폰’으로 불리지요. 늦어도 6세기부터 쓰인 유서 깊은 전례문으로, 중세 시대부터 지금까지 많은 작곡가가 곡을 붙였습니다. 특히 17세기 프랑스 작곡가 마르크-앙투안 샤르팡티에의 연작은 정말 신비롭고 숭고하지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작품은 현대 스코틀랜드 작곡가인 제임스 맥밀런(James MacMillan)의 <오 빛나는 새벽이여>(O radiant dawn)입니다. 이 작품의 가사는 ‘오 안티폰’ 중 다섯 번째, 그러니까 12월 21일에 부르는 노래인 <오 동방의 빛이시여>(O Oriens)를 영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깊은 영성을 지닌 가톨릭 신자로 유명한 맥밀런은 뛰어난 교회음악을 많이 썼는데, <요한 수난곡>이나 <마니피캇> 등은 현대의 클래식이라고 할 만합니다. 또 그가 쓴 미사곡 중에는 신자들이 참여해서 함께 부를 수 있는 작품이 많은데, 가령 2000년에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요청으로 쓴 미사곡은 신자들이 함께 노래하는 부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2010년에는 영국 주교회의의 의뢰로 헨리 뉴먼 추기경에게 바치는 미사곡을 쓰기도 했는데, 이 미사곡은 영국을 방문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집전한 시복 미사에서 초연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또 교황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방문을 위해서 <너는 베드로다>(Tu es Petrus)를 쓰기도 했지요. <오 빛나는 새벽이여>는 맥밀런의 <스트라스클라이드 모테트>(The Strathclyde Motets) 중 한 곡입니다. 2008년에 ‘영국 작곡가상’을 수상한 <스트라스클라이드 모테트>는 28곡의 모테트 작품집으로,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 합창단을 위해서 썼기 때문에 이런 제목이 붙었습니다. <오 빛나는 새벽이여>는 맥밀런 작품 중에서도 특히 전통적인 요소가 돋보입니다. 4성부 합창단이 단순하면서도 힘찬 선율을 노래하며 점점 더 강렬해지는데, 첫 주제를 르네상스 시대 영국 작곡가인 토마스 탈리스의 찬가로부터 가져오면서 영국 음악 전통에 대한 존경심과 강한 자부심을 담았습니다. 되풀이되는 ‘오소서’(Come)라는 가사에서 긴장감을 더하는 인상적인 표현 역시 르네상스 시대부터 헨리 퍼셀까지 옛 영국 작곡가들이 즐겨 썼던 기법입니다. 서로 다른 음향 공간을 중첩시킨 대조의 미가 인상적이며, 아마추어 합창단도 부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글 _ 이준형 프란치스코(음악평론가)

2024-12-15

“온 인류여 포옹하라!” 인류애와 평화를 노래하다

12월 연말연시를 맞아 악성(樂聖)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이 클래식 팬들을 만나고 있다. <합창>은 1824년 완성된 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됐는데, 당시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줬다. 오케스트라 연주로만 구성하던 교향곡에서 벗어나 사람의 목소리까지 결합한 최초의 시도였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혁명적인 시도는 교향곡은 물론 클래식 음악의 폭을 확장했고, 후대 작곡가 바그너, 브루크너, 브람스, 말러 등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합창>은 1~3악장 오케스트라 연주를 거쳐 하이라이트 4악장에 이른다.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등 네 명의 독창자와 대규모 합창단이 함께 부르는 노랫말은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에 부쳐>(1785년)에서 따온 것이다. 청년 시절 베토벤은 인류애와 평화, 자유 등의 의지를 담은 이 시를 마음에 품었다. 30여 년이 지나 오래 간직해 온 시를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완성했다. 청력을 상실한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시의 순서를 바꾸고, 임의로 일부 구절을 추가하며 희망을 표현했다. “오, 벗들이여! 이 선율이 아니오! 좀 더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지 않겠는가!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낙원의 딸들이여! 우리 모두 정열에 취해 빛이 가득한 성소로 들어가자……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 온 인류여, 서로 포옹하라! 온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 강렬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이 합창으로 본래 베토벤이 붙인 표제 ‘실러의 송가 〈환희에 부침〉에 의한 종결합창을 수반한 관현악, 독창 4부와 합창을 위한 교향곡 제9번’ 대신 <합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18년 12월 31일 열린 ‘평화와 자유에 바치는 콘서트’에서 지휘자 아우트루 니키쉬는 베토벤의 <합창>을 연주했고,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성탄절에 열린 음악회에서도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합창>이 울려 퍼졌다. 유럽에서 희망과 인류애의 상징으로 연주돼 온 <합창>이 국내 클래식 공연계의 연말 단골 레퍼토리가 된 것은 지난 2008년이다.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전국 교향악단으로 차츰 퍼져 나갔다. 올해는 ▲19~21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19일 충남교향악단이 당진문예의전당, 경주시립합창단·포항시립합창단이 경주예술의전당 ▲20일 대전시립교향악단이 대전예술의전당, 강릉시립교향악단이 강릉아트센터 ▲21·22·24일 KBS교향악단이 롯데콘서트홀, 천안예술의전당, 서울 예술의전당 ▲27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부천아트센터에서 연주해 전국에서 <합창>을 감상할 수 있다.

2024-12-15

글아캘리아카데미 설립 5주년 회원전 등…갤러리1898 전시

서울 명동 갤러리1898(관장 이영제 요셉 신부)이 12월 4일부터 12일까지 김연행(미카엘라) 작가, 글아캘리아카데미, 김태희(마리아) 작가의 전시회를 개최한다. 김연행 작가는 ‘Blessing’(축복)을 주제로 그린 20여 작품을 1전시실에서 전시한다. 김 작가는 성서 속 비유와 상징을 바탕으로 작업했으며, 그중 축복을 상징하는 거룩한 식물 ‘석류’를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성서 속 말씀을 씨앗으로 형상화한 <말씀이 모여 하느님을 만나다>를 포함해 20여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2전시실에서는 글아캘리아카데미(대표 유임봉 스테파노)의 설립 5주년 기념 회원전 ‘처음와 같이’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캘리그라피를 통해 모인 작가들이 수묵, 민화, 전각, 사진 등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주님을 마주하는 여정을 공개하는 자리다. 세 명의 사제, 네 명의 수도자를 포함해 27명의 회원의 60여 작품을 전시한다. 김태희 작가는 ‘메리's 그림 노트’ 전시를 통해 자신의 브런치에 매주 연재 중인 그림을 직접 선보인다. 김 작가는 산 뒤로 지는 노을을 담은 <억겁과 찰나의 만남>에 직장인이자 화가로서 사는 삶과 자신의 꿈에 대한 고민을 빗대어 그렸다. 김 작가의 그림 이야기는 3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2024-12-08

노트르담대성당 재개관…역사적 가치와 복원 의미는?

지난 2019년 4월 불에 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대성당(이하 대성당)이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약 5년 8개월의 복원 작업을 거친 대성당은 12월 7일 재개관식과 8일 미사를 봉헌하고 일반에 공개된다. 화재 당시 빠른 대처로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하는 ‘가시면류관’ 등 주요 성물과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화를 피했지만, 96m의 첨탑이 무너지고 목조로 만들어진 지붕 대부분이 전소됐다. 이후 프랑스 정부가 2000여 명의 전문가를 투입해 복원에 매진한 결과, 대성당은 이전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대성당의 재개관을 앞두고 수많은 시선이 파리로 쏠린 가운데 의정부교구 통합사목국장 겸 건축신학연구소장 강한수(가롤로) 신부와 대성당이 지닌 건축적, 역사적 가치와 복원의 의미 등을 살펴봤다. 높은 천장·뾰족한 첨탑 두드러진 초기 고딕 건축 기법 집약체 대성당의 상징 스테인드글라스 ‘오순절 성령 강림’ 의미 담은 현대 작품으로 일부 교체 예정 초기 고딕 양식의 정수 1163년 짓기 시작해 1345년 완성된 대성당은 초기 고딕 양식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은 창문과 두꺼운 벽이 특징인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높은 천장과 뾰족한 첨탑이 두드러진 고딕 양식으로 변화한 가운데 높이 35m, 폭 38m, 길이 122m 규모의 대성당은 건축 기법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준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다수 성당의 약 1.5배에 달하는 크기다. 당시 성당은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외부 벽면에 ‘버팀벽’(buttress, 버트레스)을 덧대 벽의 하중을 지탱했는데, 대성당은 일반적인 버트레스가 아닌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아치 모양의 ‘공중 버팀벽’(flying buttress, 플라잉 버트레스)을 설계해 벽을 더 높이 쌓았다. 공중 버팀벽으로 벽면의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벽을 높이 올릴 수 있게 되자 커다란 유리창을 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벽에 그리는 프레스코화에서 유리창에 그림을 그리는 스테인드글라스가 발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 신부는 “대성당은 초기 고딕의 모든 건축 기법이 집약된 건축물”이라며 “대성당을 지으면서 이룬 건축적 성과 덕분에 고딕 양식이 더욱 발전해 이후 전성기·후기 고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톨릭국가 프랑스의 중심 대성당은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녔다. 과거 영국과의 백년전쟁 중이던 1431년 헨리 6세의 즉위식과 이후 1456년 잔다르크의 명예 회복을 위한 재판도 대성당에서 열렸다. 하지만 대성당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 등을 겪으며 크게 훼손됐고, 대성당의 의미와 가치도 추락하고 말았다. 심한 파손으로 대성당이 헐릴 위기에까지 처하자 이를 안타까워한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대성당을 배경으로 한 <노틀담의 꼽추(원제: 파리의 노트르담)>를 펴냈다. 소설이 인기를 끌고 성당 복구에 대한 여론이 이어지면서 1845년 건축가 외젠 비올레르뒤크의 주도로 복원 작업이 시작됐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성당의 모습은 이때 완성된 것. 이후 대성당은 가톨릭국가인 프랑스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성당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때문에 대성당의 화재는 프랑스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전문가가 복원에 매달려 무너진 첨탑과 지붕을 다시 세우며 이전 모습을 되찾았지만, 복원은 2026년까지 계속된다. 앞마당과 정원 등을 비롯해 일부 복원 작업이 남았으며, 특히 스테인드글라스의 교체가 예정돼 있다. 완전 복원은 2026년까지…일부 스테인드글라스 교체 예정 특히 복원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대성당의 상징과도 같은 스테인드글라스를 교체하는 것이었다. 파리대교구장 로랑 울리히 대주교가 스테인드글라스 일부를 현대 작품으로 교체하고, 기존 작품은 향후 건설될 박물관에 전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를 마크롱 대통령이 받아들이자 ‘문화유산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는 복원 계획을 그대로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스테인드글라스 재설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2026년까지 교체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외신 등을 종합한 결과, 교체 대상은 대성당 남측 경당 7개 중 6개의 스테인드글라스다. 현재 남측의 성 요셉, 성 토마스 아퀴나스, 성 클로틸다, 성 빈센트 드 폴, 성녀 제네비브, 성 디오니시오, 성 폴 첸 등 7개 경당에서 형상이 묘사된 작품이 설치된 곳은 토마스 아퀴나스 경당이 유일하며, 6개 경당에는 장식용 패턴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설치돼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 경당엔 ‘이사이의 그루터기’를 담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데, 바로 이를 중심으로 오순절 성령 강림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6개 경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새롭게 꾸민다는 것이다. 강 신부는 이에 “경당이 봉헌된 성인들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고하는 이사야의 예언(이사 11,1-4)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예언에 나오는 주님을 경외하는 것과 지혜, 슬기, 용맹 등 은사를 나타내는 작품들이 스테인드글라스를 채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 신부는 “성모 마리아를 지칭하는 ‘노트르담’ 성당이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맞춰 재개관을 한다고 하니 기쁜 마음”이라며 “스테인드글라스 교체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지만, 큰 의미가 없던 장식용 작품들을 성경 속 성령 강림을 나타내는 연속된 작품들로 채우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판단은 작품이 완성된 후에 할 수 있겠지만 기존의 것과 조화로운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최근 공개된 노트르담대성당 내부 모습 : https://www.instagram.com/reel/DC9WFotsUNc/?utm_source=ig_web_copy_link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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