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돌보지 않는 2만 명 아이들에게 관심을”

‘유럽미술 300년’ 전시회가 12월 13일 대구대교구 주교좌범어대성당 드망즈갤러리에서 열려 26일까지 계속된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역임했던 김진수(시몬) 유로 오스트리아 아츠 대표가 자신의 소장 작품을 전시한다.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유럽 문화의 중심지였던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알브레흐트 뒤러, 파블로 피카소, 르누아르, 구스타프 클림트, 마크 샤갈,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등의 명작 원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대문호 헤르만 헤세가 편지지에 직접 그린 그림도 만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오스카 코코쉬카의 작품을 관심 있게 살펴봐 주십시오. 여성 화가들의 작품도 추천합니다. 당시 차별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열정과 천재성으로 빛났던 몇 안 되는 천재 여성 화가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10년 동안 공부했던 김 대표는 유학 시절을 시작으로 귀국 후에도 유럽 출장과 빈대학교 교환 교수 시절 등을 기회로 해서 40여 년 동안 명화 수집을 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전시 수익을 베트남 귀환 여성 자녀들의 교육 지원에 쓴다고 밝혔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을 꾸렸으나 다시 베트남에 돌아간 여성들의 자녀 수를 2만 명가량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중 절반 정도가 한국 국적을 갖고 있습니다. 베트남도 한국도, 그들에게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귀환 여성 자녀들 대부분은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농사일에 투입된다. 고등학교 교육마저 사치라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자녀들은 대학 진학을 엄두도 못 낸다. 어린 시절부터 미래에 대한 꿈이 차단된 그들을 위해 김 대표는 도움을 결심했다. “전시회 판매 수익금으로 내년부터 자녀들의 4년 대학 등록금 지원사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대학 성적이 좋으면 국비 장학생으로 한국에 올 수 있고, 대학원을 마치면 그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문이 열리는 것입니다.” 김 대표는 독자들도 함께 마음 모아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신다면 꿈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학생이 훨씬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 아이들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 자비의 손길을 내밀어 주십시오.” ※ 후원 하나은행 333-18-00993-2 김진수

2024-12-15

“실질적 도움 되는 피정으로 청년들을 초대합니다”

“청년들을 보면 남 같지 않아요. 저도 지난날 10년 넘게 우울증이 심하다가 동생 때문에 기도 모임을 나가며 하느님을 대면하게 됐고, ICPE 초기 멤버인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했죠.” 가톨릭 세계복음화 ICPE 선교회(이하 ICPE) 한국지부장 우기홍(미카엘) 선교사는 일과 인간관계, 사랑, 신앙에 있어 부침이 많았던 지난 삶을 소회하며, 하느님을 만난 뒤 서울가톨릭연극협회 회원이자 성극(聖劇) 배우로 활동하게 된 이야기를 나눴다. ICPE는 신자 대상 선교 단체로 교회 내 복음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청년 대상으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1920~2005)이 강조한 몸 신학을 중심으로 두고 이에 관한 여러 피정을 개최한다. 하느님 자녀로서의 정체성 피정, 청장년층의 혼인 성소를 찾기 위한 만남의 장인 ‘지저스 시그널’, 그 후속 모임이자 성·생명·사랑을 주제로 다루는 몸 신학 피정, 하느님과의 관계 치유와 회복인 SONE, 이혼한 신자들의 만남과 치유의 장인 ‘비긴 어게인’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이중 2022년부터 시작한 지저스 시그널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 지부장은 “코로나19로 비대면에 익숙해진 청년들이 만남을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론 만남에 갈증을 느끼는 걸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며 “이들을 신앙 안으로 불러들이고 그 안에서 자연스러운 친교를 이루게 하며,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이고 삶을 충만하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저스 시그널에서는 2박 3일 동안 남녀 동수가 모여 미사와 강의뿐만 아니라 올림픽과 데이트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다. 현재 5차까지 진행된 지저스 시그널을 통해 두 쌍이 결혼하고 여러 커플이 탄생하는 등 실질적 결실도 맺었다. “점점 떨어지는 결혼·출산율을 보며 하느님의 창조 사업을 위한 일을 해보자는 비전으로 시작했다”는 지저스 시그널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의 후원도 받고 있다. 참가자들은 일회성 만남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 지부장은 “지저스 시그널 1차~5차까지 모두 모인 단체채팅방도 있고 북클럽이나 공연 관람 등 후속 모임도 하고 있으며, 내년쯤 전체 기수가 모이는 운동회도 계획하고 있다”며 “단순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뛰어넘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친교의 충만함과 풍족함을 느끼는 기회이자, 그 완성인 혼인과 성가정으로 가는 첫걸음이 되는 피정”이라고 밝혔다. 청년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경험을 한 인생 선배로서 우 지부장은 본당과 지구 차원에서도 지저스 시그널 등의 피정 지원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며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희망했다. “지저스 시그널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에 대한 바람을 읽었어요. 앞으로도 처음 설정한 선의의 목적과 교회 질서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참가자들이 영적·육적으로 새로 태어나는 여정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2024-12-15

쪽방촌에 파자마 나눔…“존중받는 아늑함 선물했어요”

“쪽방촌이라는 공간이 조금이라도 아늑한 휴식의 집이 되었으면 해서 저희 파자마를 기부하게 됐어요.” 이틀째 이어진 폭설로 수도권이 온통 빙판이 된 11월 28일, 파자마 브랜드 ‘폴앤안나’를 운영하는 박안나(안나·서울대교구 수서본당) 대표와 박한아(로사·서울대교구 잠실7동본당) 부대표 자매는 이날 서울 동자동 쪽방촌을 찾아 주민들에게 손수 파자마를 나눠줬다. 봉사 계기에 대해 두 자매는 “편한 소재와 핏이 특징인 파자마의 ‘편안함’이, 거동이 불편해 집에 오래 머무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아늑함을 가져다주길 바란다”는 진심을 밝혔다. 두 자매는 생산된 상품 중에서도 가장 따뜻하고 원단이 편안한 제품을 선별해 기부했다. 주민들이 존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가올 성탄의 기쁨도 안겨주고자,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눈사람 스노우볼이 자수로 놓인 파자마,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적록 계열의 파자마 등 계절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선물을 준비했다. 디자이너인 박 부대표는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활기찬 생동감과 긍정의 이미지가 소외된 이웃에게일수록 필요하다”고 밝혔다. 폴앤안나가 지향하는 가치는 브랜드 로고의 노란색처럼 활기찬 생동감과 긍정의 이미지다. 파자마를 입는 사람들과 그 공간에 생명력과 에너지를 선사하고자 생동감 있는 색깔의 패턴과 원단을 사용한다. “쪽방이라는 말대로 좁은 곳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하루를 거의 혼자 보내는 병든 분이 특히 많죠. 그런 분들일수록 ‘활기차고 긍정적인 생활은 내 것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하느님 안에 모두가 평등하다면, 그분들의 생동감과 긍정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되찾아 줘야지 않겠어요?” 어머니를 따라 무연고 노인들의 목욕 봉사 등 소외 이웃을 섬겨온 박 대표도 “가난한 이들 중에도 더 특별한 관심과 정성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어머니가 자신을 봉사에 데리고 다니며 새겨주던 말을 덧붙였다. “아이들은 예뻐서 도움의 손길이 한 번 더 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누군가는 그조차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가르침이었다. 폴앤안나는 화려한 색감과 디자인으로 인해 품격 있는 라운지웨어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브랜드 가치를 위해서라면 기부와 봉사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이윤 창출과 정반대일지 모르는, 잠재 구매력이 없는 이웃을 위한 ‘나눔’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쑥스러워하며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패션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모두의 마음속에는 사실 인간을 향한 따뜻함, 인간을 위한 참된 미(美)의 갈망이 있다고 믿어요. 우리의 나눔이 그 진정한 아름다움을 실현해 나가는 작은 봉헌이 되길 바랄 따름이죠.” “선한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생산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진심으로 담아낸 상품을 만드는 데 있다”는 박 대표와 부대표. 두 자매는 “파자마 선물을 나눔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럽지만, 쪽방촌 이웃들이 파자마를 입고 거울을 보며 잠시 즐겁고 따뜻한 마음이 든다면 우리에게도 크나큰 뿌듯함과 행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4-12-08

“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항상 이뤄주심 느껴”

“저는 ‘봉사’하고 있지 않아요. 그저 하느님 부르심대로 살고 있을 뿐이에요.” 아프리카 케냐와 말라위에서 활동 중인 전교가르멜수녀회 정춘실(데레사·케냐 키텐겔라 공동체 원장) 수녀가 제4회 마리안느·마가렛 봉사 대상 간호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정 수녀는 봉사를 하지 않는데 봉사 대상을 수상한 것이 너무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간호학을 전공한 정 수녀는 2003년 케냐 성 소화 데레사 진료소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진료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는 말라위 음텡고완텡가의 병원에서 11년간 대표를 맡기도 했다. 성 소화 데레사 진료소는 거의 무료 수준으로 진료비를 받고 있어 다른 곳에 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한 달에 외래진료만 약 1300명, 예방접종을 원하는 어린이와 산부인과 진료를 보는 임산부까지 합하면 한 달 방문 환자는 2000명을 훌쩍 넘는다. “형편은 항상 빠듯하지만 직원들 월급을 못 준 적은 없어요. 하느님께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늘 돌봐주심을 느낍니다.” 정 수녀는 아프리카에 있던 지난 20여 년간 거의 4개월 단위로 헌혈을 했다. 첫 헌혈은 심한 빈혈로 혼수상태 직전에 있던 한 여학생을 위해서였다. 케냐에는 당시만 해도 다른 사람에게서 수혈받는 걸 금기시하는 풍조가 있었는데 정 수녀에게서라면 받겠다고 해서였다. 그 뒤로 정 수녀는 산모들을 위해 항상 혈액을 비축해두려고 헌혈을 해왔다. 정 수녀는 “검사실에서도 혈액을 못 구하면 제게 연락하기로 돼 있을 정도”였다며 “재작년에 무리한 진행으로 쓰러진 뒤 헌혈을 중단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학구열이 높은 케냐 학생들을 돕기 위해 전교가르멜수녀회 재속회원들의 지원도 받았다. 2003년부터 재속회를 통해 모금 활동을 벌여 한 가정 돕기 운동을 해오고 있다. 정 수녀는 “학생들이 자라서 의사, 간호사, 회계사 등이 돼 함께 일하게 됐을 때 뿌듯했다”고 전했다.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투신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해요.” 이번 봉사 대상 추천도 한사코 거절했지만 결국 하느님께서 이뤄주심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지나가는 길에서 마주친 누군가가 “아플 때 도와줘서 고마웠다”는 인사를 건넬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정 수녀는 상금을 이동 진료를 위한 자동차 구입에 사용하겠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앞으로도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입회 때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습니다.” 제4회 마리안느·마가렛 봉사 대상 시상식은 11월 29일 전남 고흥군 주최로 마리안느·마가렛 나눔 연수원에서 개최됐다. 마리안느·마가렛 봉사 대상은 소록도에서 40여 년간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았던 두 간호사의 숭고한 정신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제정됐다.

2024-12-01

“우리 신앙에 큰 도움 될 공주 향옥터 발굴에 관심을”

“신앙선조들의 삶은 지금 내 신앙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 신앙은 공동체성을 띄기 때문이지요. 순교자들의 삶과 자취를 더욱 명확하게 따르기 위해서 교회 유산과 과거의 기록을 찾고 보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박해시대 197명이 순교한 것으로 알려진 공주 향옥터의 시굴에 힘쓴 대전교구 내포교회사연구소 소장 김성태(요셉) 신부는 “신앙을 매개로 한 과거의 기록도 신앙인들에게 성사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선시대, 당시 전체 천주교 신자의 4분의 1 정도가 살았을 것으로 알려진 충청도, 그 중 공주는 지방 행정의 중심지인 감영의 소재지이자 관찰사가 부임하는 행정 중심지였다. 이러한 이유로 공주에 향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정확한 터의 위치는 밝혀지지 않았다. “내포의 사도 이존창(루도비코)이 참수된 황새바위는 성지로서 알려졌지만, 공주 향옥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습니다. 학술대회 개최와 연구를 통해 공주향옥에서 197명이 순교했다는 것을 밝혀냈고 그 터를 찾는 것이 교회사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연구소를 공주로 옮기며 향옥터를 찾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한울문화유산연구원이 유적 시굴조사를 실시한 충청남도 공주시 교동 114-5 일원은 내포교회사연구소 바로 뒤에 자리하고 있다. 시굴조사 결과, 연구원은 이곳이 공주 향옥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공주 향옥은 손자성(토마스) 성인이 교수형으로 순교한 곳으로 알려졌고 그 밖에 많은 신자도 고문 후유증으로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순교지로서 뿐만 아니라 이존창이 조선에 성직자를 요청하는 서한을 작성해 보내고 소통했던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죠.” 연구소를 옮기고 옥터로 추정되는 곳을 시굴하며 역사적 증거를 구체적인 현실로 만들어 낸 것에는, 현대 신앙인들이 신앙을 되찾을 수 있는 힘이 과거의 기록에 있다는 것을 알고 물심양면 지원한 대전교구 성지위원회 위원장 한정현(스테파노) 주교의 동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국에 수많은 성지가 있고 우리는 그 곳에 담긴 순교자들의 신앙과 삶을 알고 있습니다. 막연히 알고 있는 것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체험하는 신앙은 깊이와 애착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유산과 과거의 기록을 찾고 보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공주 향옥터 발굴은 이제 시작이지만 신자들은 물론이고 신자가 아닌 분들도 이곳에 와서 신앙적 감성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 또한 좋은 선교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2024-12-01

“성경과 친해지면 말씀에 주님 사랑 느낄 수 있어요”

“이제 이웃에게 가서 전하라.” 17년여 전, 수원교구 제2대리구 성경교육봉사자회 김인희(안나·분당성요한본당) 회장은 어느 날 미사 참례 중 들은 신부님 강론이 하느님께서 직접 그에게 이야기하신 것처럼 들렸다. 세례 후 봉사와 기도, 성경 공부를 하며 나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고 여겼던 날들이 하느님이 아닌 인간의 생각으로 살았던 것이라는 깨달음으로 밀려왔다. 그날로 성경교육봉사자회 문을 두드렸고, 지금 양성 기간을 포함하면 17년째 ‘말씀’에 빠져 성경교육 현장에서 신자들에게 말씀을 나르고 있다. “삶이 혼란스럽고 복잡하다고 생각했는데 질서를 잡아주시고 다듬어주시고 다독여주시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그저 ‘사건’들로 여겼던 삶의 부분이 말씀으로 해석돼 은총과 섭리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성경 교육 봉사를 통해 김 회장이 느끼게 된 삶의 전환이다. “여전히 과정 중에 있지만 가정과 교회, 사회와 사람들 안에서 나와 이웃의 변화가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본당에 파견 나가서 학기를 시작할 때 그는 ‘셀카’, 수강생들이 각자 자신의 얼굴을 찍게 한다. 그리고 학기 마칠 때 다시 한번 찍어보도록 한다. 말씀을 경험하기 전과 후, ‘비포 앤 애프터’를 확인을 위해서다. “짧은 기간 안에 바뀌는 분도 있고 느리게 서서히 표가 나는 분도 있지만, 많은 분이 표정 변화가 생기는데 그것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제일 많이 바뀐 사람은 나 자신”이라고 덧붙였다. “성경 묵상 나눔을 통해, 표정으로 변화가 드러날 때 말씀이 역사하시는 힘에 다시 감사드리게 되고 사람들이 변모하는 모습이 보람”이라는 그는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가는데, 그 시간에 하느님이 일하고 계심을 매번 체험하며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말했다. 성경 교육 봉사자로서 가장 큰 기쁨은 수업을 통해 함께 했던 이들이 말씀으로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고 하느님 자녀로서의 자존감과 세상에 대해 담대함을 회복할 때다. 그는 “수강생들에게 말씀을 선포한다고 하지만 그 시간의 최대 수혜자는 봉사자”라며 “여러 어려움과 상황들이 있지만, 그런데도 계속 신자들을 만나 말씀을 전할 힘은 그런 감사함과 함께 선포한 말씀을 살아내야 한다는 책임감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성경 읽기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김 회장은 일단 ‘성경을 먼저 펼쳐 놓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한 절씩 짧게 읽기로 출발하는 것도 좋고, 읽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듣기를 먼저 해도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본당 등 교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했다. 여럿이 함께 읽고 공부하면 좀 더 지속해서 성경을 가까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말씀, 한 주의 말씀, 이달의 말씀, 올해의 말씀, 우리 가정의 말씀 등으로 짧은 성경 구절을 현관, 차량 내부, 식탁 등 손이 닿는 장소에 준비해 놓는 것도 늘 말씀을 가까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성경이 더욱 필요한 만큼, 말씀을 느끼는 시간을 하느님께 더 내어드렸으면 한다”는 김 회장은 “성경은 사랑으로 구원하시어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섭리의 하느님 말씀이기에, 보다 많은 이들이 하느님 말씀에 친숙해져 그분 사랑을 느끼면 좋겠다”고 성서 주간의 변을 밝혔다.

2024-11-24

“지역 공동체에 신앙 원동력 되니 기쁨 두 배”

대전교구 배나드리 성지 인근에 있는 한 묘지는 오래전부터 천주교를 믿다 순교한 분의 무덤이라는 말이 동네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구전으로 전해진 이야기였지만 그 지역 신자들은 용동리에 살다 해미에서 순교한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의 묘지라 믿었고 그의 순교정신을 따르며 신앙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지난 11월 1일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교령을 통해 “충남 예산군 삽교읍 용동리 산 9-6번지에서 발굴된 유해가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의 유해라고 선언하며 이에 반대되는 모든 것을 배척한다”고 밝혔다. 신자들의 믿음과 순교자 현양을 위한 삽교본당 주임 신부의 노력이 더해져 구전되던 이야기는 구체적인 현실이 될 수 있었다. 삽교본당 주임 최일현(루카) 신부는 “오랫동안 용동리에 사신 신자분들이 무명의 묘지에서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의 흔적을 찾길 간절히 원하셨고, 그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하느님의 인도하심을 느낄 수 있었던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충청도 덕산 주래(현 삽교읍 용동리) 양반집 출신 인언민(1737-1800)은 한양에서 주문모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에 전념하기 위해 공주로 이주했다. 그러나 1737년 정사박해 때 붙잡혀 해미에서 돌에 맞아 순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63세였다. 이후 그의 시신이 해미에 묻혔을거라 추정했으나 용동리 마을에서는 교동 인씨 선영의 무덤 중 하나가 복자의 것이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었다. “성당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 무덤가에서 놀고 있으면 어른들이 ‘천주교를 믿다 돌에 맞아 돌아가신 분의 무덤이니 함부로 올라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셨어요. 유난히 봉분이 컸다고 기억하셨죠. 여러분들이 같은 증언을 하시니 그 무덤이 진짜 복자의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 신부는 신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 팀을 꾸려 체계적으로 자료 조사에 나섰다. 마을에 오래 산 신자들 덕분에 교동 인씨 문중과 접촉이 가능했고, 족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무덤을 관리하던 후손의 자녀에게서 무덤에 대한 증언도 들을 수 있었다. “족보에서 선영에 인언민 복자가 매장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실제 무덤 위치와 족보상의 위치가 일치한 것도 확인했죠. 주민과 후손들의 증언을 모아 교구 교회사연구소에 자문을 구했고,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교구장 주교님께 묘소 발굴을 청원했습니다.” 발굴을 진행한 결과, 유골의 토양화 진행 정도가 심해 유전자 분석을 통한 개인식별 정보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나 무덤 위치, 매장 방향, 구전증언, 목관의 연륜 연대 등을 토대로 재판관 한정현(스테파노) 주교는 “발굴된 유해가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라는 진정성이 입증됐음”을 선언했다. 이번 판결은 한국 교회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삽교본당 공동체에도 전환점이 됐다. “삽교본당 신자는 고령이신 분들이 대부분이세요. 몸이 힘드니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죠. 63세에 순교한 복자 인언민은 고령이신 신자들에게 신앙생활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날까지 하느님을 잘 섬기며 신앙인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을 이번 판결을 통해 얻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2024-11-24

“예수께서 그러하셨듯 고립된 가난한 이웃 찾아나서야”

고립감·심리적 빈곤 심화로 오늘날 가난 더 잔인해 특수사목으로 국한하지 않고 빈민과 동행하려는 변화 필요 “과거와 달리 현재의 빈민은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방 안에 숨어 더욱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으니 예수님이 그러하셨듯 교회가 찾아가야죠.” 1990년대 후반, 도시개발로 철거민들이 집을 잃은 현장에 교회는 ‘빈민사목’의 이름으로 동행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고 그곳에 살았던 빈민들은 도시에서, 기억에서 사라진 듯 보였다. 당시 철거지역에 선교본당을 두고 빈민사목에 집중했으나, 빈민들이 사라지자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서울 빈민사목위원회 위원 이영우(토마스) 신부는 가난한 이들을 찾아 나섰다. 예수님이 그러하셨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봉천3동(선교)본당 주임을 하면서 대학동 고시촌에 가난한 중장년층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법고시가 폐지되면서 고시생들이 떠난 동네에 빈민들이 몰려들었죠. 쪽방촌과 이곳이 다른 것은 옆집 이웃의 얼굴도 모를 만큼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하는 분들이라는 겁니다.” 대학동 고시촌에서 가장 싼 방은 월 10만원가량. 고시원의 특성상 옆방과 완전히 분리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없다. “예전에는 가난했을지언정 서로 애환을 나누고 도우며 위로를 받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가난이 더욱 잔인한 이유는 심리적 빈곤이 심화되는 것입니다. 사회복지 기관에서 빈민들을 만나러 오긴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처지인 사람들끼리 만나서 소통할 때 찾을 수 있는 공감대와 시너지가 있기 때문이죠.” ‘참 소중한...’ 센터는 대학동 고시촌에 마련된 작은 쉼터다. 주방과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이곳에서 사람들은 밥을 먹거나 책을 읽으며 쉬어간다. 미사와 교육, 야유회, 운동 등 사람들이 만나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센터에서 이뤄진다. 취재를 위해 찾은 11월 8일, 혼자 라면을 먹고 있는 주민 앞에 앉은 남성은 대뜸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느라 몸이 성한 데가 없다”고 토로한다. 귀찮은듯하면서도 “병원에 가보라”며 걱정 어린 말을 건네는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람 사는 온기가 남았다. 배를 채울 밥과 돈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인 듯했다. 이영우 신부는 미처 밖으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 신부는 “가난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에 이제는 빈민사목을 특수사목으로 국한하지 않고 모든 본당,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을 찾아서 동행하려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루카 14,13)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한번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후원 계좌: 우리 1005-104-121020(예금주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2024-11-17

[인터뷰] 세계주교시노드 다녀온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지난 10월 27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대장정을 마쳤다. 2021년 10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두 회기에 걸쳐 3년여 동안 진행된 시노드에 한국교회에서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전 회기를 참석했다. 11월 7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교계 기자들을 만나 소회를 밝힌 정 대주교는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를 향한 발걸음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하고 “시노드는 모두가 함께 하느님을 향해 걸어가는 여정이기에 서로 존중하고 경청하면서 우리 안에 하느님의 뜻이 있는지 성령의 목소리를 같이 식별해 나가자”고 말했다. 대의원들, 최종 문서에 긍정적 “한국에서 혼자서 참석했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는 정 대주교는 “또 교회 전체가 새로운 시노드 교회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해서 감사한 마음이었다”고 회의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이번 시노드는 첨예한 주제들이 논의된 자리로도 시선을 모았다. 특히 제1회기에는 여성 부제, 성소수자 문제 등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다. 제2회기에서는 의안집에서 이런 민감한 논란 주제들은 제외했지만, 특별 이슈에 대한 연구 그룹을 설치했다. 이에 대해 정 대주교는 “여성 부제 서품 등 특정 문제들이 중요하지 않아서라든가 아니면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큰 틀에서 우리가 모두 시노드 교회를 향해 가는 걸음을 옮기고자 하는 의미”라며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내용들은 10가지 주제로 선정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10가지 주제는 동방 가톨릭교회와 라틴 교회, 가난한 자들에 귀 기울이기, 디지털 문화, 시노드적인 관점에서의 사제 양성, 여성 부제직 등을 포함한 교회 내 여성 역할, 교회일치 등을 포함한다. 정 대주교는 “대의원들은 회의 중 10개 주제 가운데 관심 있는 그룹을 찾아 진행 상황을 듣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10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회기 본회의를 마치며 투표로 승인된 최종 문서를 제출받고 승인했다. 정 대주교는 “대의원들이 최종 내용을 검토하고 항목당 찬반 의견을 들어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것이 최종 문서로 정리됐다”며 “한 달여 동안 함께 나눈 내용들이 잘 담겨 있으면서도 표현들도 평이하게 읽히도록 정리돼 있어서 대체로 대의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저 반복 정도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찬반 지침 내용이 없다’ 등 내용을 다소 못마땅하게 여기는 대의원들도 소수 계셨지만, 논의한 내용들 상당수가 포함돼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회심을 통한 교회의 변화와 쇄신 강조 “최종 문서에는 ‘회심’(conversion)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면서 교회의 변화와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 정 대주교는 “이런 밑그림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선교하는 시노드가 될 것인가’라는 문제가 최종 문서에서 가장 큰 핵심”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느님과 깊게 일치하며 이를 바탕으로 이웃과의 일치, 참여, 증거와 선포를 이루는 과정에서 서로가 성령 안에서 대화하고 경청하고 존중하며 성령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식별해 가는 것이 요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교구나 본당, 단체가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 새롭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투명성’과 ‘책임 있는 설명’, ‘평가’”라고 말한 정 대주교는 “재정적인 것뿐만 아니라 모든 행정적인 것이나 일 처리 등을 투명하게 해 나가야 하고 직권자들은 어떤 결정을 내렸으면 그에 대한 배경이나 지향점을 공동체에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투명성과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2021~2024년 모든 회기 참석…"역사적 순간 함께해 감사" 최종문서는 ‘교회 변화와 쇄신’ 강조 본당 사제의 이해·관심·의지 중요 신자들과 나누며 실현 방법 고민해야 통상 세계주교시노드가 폐막하면 시노드 후속 교황 권고가 발표되는 것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후속 권고를 내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정 대주교는 “대의원들의 승인이 마치자마자 교황님이 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최종 문서를 승인 발표하셔서 굉장히 놀라웠다”며 “그 자체가 시노드적인 결정이라는 반응 속에 환영의 박수가 나왔다”고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교황님의 최종 문서 승인은 전 세계 모든 본당에서 모여진 내용들로 구성된 최종 문서가 모든 신자들의 풀뿌리 신앙과 의견을 담으면서 그 안에 성령의 음성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신 것으로 이해됩니다. 굉장히 특별하고 의미 깊은, 시노드적인 교회의 한 모습이 구현된 것으로 봅니다.” 시노드에 대한 관심 지속돼야 한국교회 교구나 본당 등 사목 현장에서 이 내용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조치가 필요할까. 정 대주교는 “최종 문서가 현재 번역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자들이 시노드적인 교회 정신을 함양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본당 신자들이 이를 숙지하고 나누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본당 사제들의 이해와 관심,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 대주교는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이 지난 9월 열렸고 앞으로도 계속 개최되는 것처럼, 교구나 본당 사제들이 시노드 중요성에 대한 이해와 관심으로 신자들을 독려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그래서 모든 신앙인이 ‘시노드 교회가 무엇인지’, ‘선교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관심 가지며 같이 나누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대주교는 “교구 시노드나 본당 시노드 등 크거나 작게 시노드를 준비해서 직접적으로 시노드를 경험해 보는 시도도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난관이나 도전, 숙제들이 없지 않다. 예를 들면 최종문서 77항은 교회 식별 과정과 의사결정 과정, 더 나아가 평신도 남성과 여성이 교구와 신학교를 포함한 교회 기관의 책임있는 위치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관련해서 정 대주교는 “한국교회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남녀 평신도들이 신학교나 다른 기구에 책임 있는 자리를 맡는 것이 현실적으로 간단하지 않아서 더 연구하고 찾아봐야 하는 부분이지만, ‘어떻게 하면 평신도의 역량을 교회 안에서 좀 더 풀어낼 수 있는가’라는 종합적인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은 어려운 ‘숙제’라고 볼 수 있다”며 “한 번의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또 거기에는 우리의 회심이 필요하고 교회 전체의 어떤 새로운 노력들, 즉 의식의 변화 등이 요구되기에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주교와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같이 걸어가는 모습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회심이, 변화가 요청됩니다. 2025년 희년의 주제가 ‘희망의 순례자’입니다. ‘희망’과 ‘순례’, ‘선교’ 등을 키워드로 삼아 신년을 맞으며 시노드 교회를 향해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2024-11-17

“도시·농촌 함께하며 이해하는 자리 만들 것”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은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랑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죠.” 1980년대, 개방농정 정책으로 수입농산물이 확대되면서 농산물 가격 파동, 적자 영농 증가 등 농민들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특히 1986년부터 진행된 ‘우루과이라운드’는 농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에 교회는 농민과 형제적 연대를 실천코자 1994년 6월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를 설립했고 같은 해 10월 서울교구본부가 생겼다. ‘도시와 농촌이 연대해 하느님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더불어 사는 생명 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도시와 농촌이 함께 걸어온 30년.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서울 우리농본부) 본부장 이승현(베드로) 신부는 그 시간을 “예수님이 말씀하신 사랑을 실천해 온 시간”이라고 말했다. 우리농 운동은 크게 교육과 우리농 생활공동체 활동가 양성, 물품나눔사업으로 구분된다. 각 본당에 나눔터와 활동가를 두고 물품나눔사업을 진행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몇 년간 부침을 겪었다. 이승현 신부는 위기를 발판 삼아 우리농운동의 본래 목표인 도농교류 활성화에 집중할 수 있는 체제 전환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 신부는 “본당 직거래 장터라는 고정적인 공간 안에서 물품나눔이 이뤄지다 보니 주변 환경 변화로 인한 변수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물품나눔도 중요하지만 도시민과 농민들과 만나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쪽으로 우리농운동의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농 생활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제 중심이 아닌 평신도로 꾸려진 생활공동체 중심으로 운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이 신부의 계획이다. 이 신부는 “농민과 도시에 있는 활동가들이 서로 이해해야지 서로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농운동이 신앙인에게 중요한 이유는 성체성사의 정신을 실현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 신부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았던 예수님의 식탁은 하느님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것, 즉 성체성사의 정신이 실현된 곳이었다”며 “우리도 매일 밥을 먹는 식탁 위에서 농민과 피조물, 이웃을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의 정신을 매일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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