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패배자만 존재하는 전쟁, 멈추지 않으면 생명·환경 모두 잃어

민경화
입력일 2024-04-29 수정일 2024-04-30 발행일 2024-05-05 제 339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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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 특집]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전쟁과 군비경쟁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에는 여러 요인이 지목된다. 쉽게 소비하고 버리는 개인 삶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전쟁이 없는 평화를 지키는 일도 지구온난화를 막는 방법이다. 군사 활동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평화를 생각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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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세계군축행동의날을 맞아 시민사회단체들이 4월 2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과 지구를 위해 군비를 축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 녹색연합 제공

전쟁과 지구온난화

전쟁은 환경파괴의 원흉으로 지목된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2022년 발표한 전쟁으로 인한 환경영향 발표에 따르면, 화학산업이나 오염물질을 다루는 시설이 밀집한 공업도시에서 군사작전이 이뤄지며 주변 지역의 수질과 토양, 대기 오염 피해가 심각하다. 경작지의 40%, 토지 3분의 1이 농업에 사용될 수 없거나 잠재적 위험 상태라고 발표했다.

게다가 전쟁으로 생태계 관리가 어려워지자 희귀 동물에 대한 밀렵, 불법 벌목이 늘어났다. 또 유럽의 녹색 심장이라 불렸던 우크라이나의 삼림보호구역은 군사기지나 난민들의 피난처로 사용되면서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같은 해 11월 우크라이나 환경부 등이 군사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계한 결과, 전쟁 7개월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는 약 1억 톤CO²eq(이산화탄소 환산량)에 달했다. 이는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가 같은 기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와 유사한 수준이다.

2022년 ‘국제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들’(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군사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7억5000만 톤CO²eq로 전 세계 배출량의 5.5%를 차지한다. 이는 민간 분야의 항공(1.9%), 해운(1.7%), 철도(0.4%), 파이프라인(0.3%)을 합한 것보다 많다.

이처럼 군사 활동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군용기, 함정, 전투차량 등 주요 무기와 장비가 대부분 다량의 화석 연료로 기동되고 연비도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연비는 30mpg(휘발유 1갤런 당 운행할 수 있는 마일) 정도인데 반해 전투용 지프차는 자동차의 5분의 1 수준인 6mpg, F-35 전투기는 50분의 1인 0.6mpg, B-2 전략폭격기는 100분의 1인 0.3mpg에 불과하다.

다량의 연료 소비와 낮은 연비는 탄소배출로 연결된다. 1회 작전 임무 수행시, 전투용 지프차는 260kgCO²eq, F-35는 2만7800kgCO2e, B-2는 25만1400kgCO2e를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폭등하는 군사비는 기후위기 대처에 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야기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23년에 전 세계가 지출한 군사비는 전년 대비 6.8% 증가한 2조4430억 달러(약 3373조 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로,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및 중동 지역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2023년 군사비 지출은 전 세계 11위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는 2.8%로, 우크라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미국에 이어 5번째로 높다.

이에 따라 제27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군사 활동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국제규범 안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군사 활동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기밀로 처리해야 한다는 반대에 부딪혀 국제적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우려하며 2021년 12월 세계 각국의 노벨상 수상자 50여 명은 전 세계를 상대로 향후 5년간 군비를 2%씩 감축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다른 나라들이 군비를 늘리면 옆에 있는 나라도 군비를 늘리는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군비 감축액의 절반을 유엔에 보내 전염병 대유행과 기후변화, 빈곤 문제 해결에 쓰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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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단체 하마스 사이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1월 11일 이스라엘군 탱크가 이스라엘 남부 가자 국경 근처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 OSV 자료사진

군비 지출, 이산화탄소 배출량 높은 한국

세계 군비경쟁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위산업 수출 수주액이 2020년까지 연평균 30억 달러를 유지하다가 2021년 72.5억 달러로 증가했고, 2022년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170억 달러를 달성했다.

방위사업청은 “방산 수출의 성과는 방위산업을 미래 경쟁력 성장을 촉진할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바탕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2020년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88만 톤CO²eq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공공부문 전체 배출량 370만 톤CO²eq 보다 많은 양이다.

우리나라는 군비 지출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저먼워치와 기후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가 발표한 ‘2022 기후변화대응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63개국의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평가한 이 지수에서 최하위권인 60위를 기록했다. 우리보다 못하는 국가는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은 군비 지출을 줄이고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 재원을 사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멸종반란가톨릭 등이 포함된 시민사회단체는 4월 2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024 세계군축행동의 날 기자회견을 열고 “'1분에 64억 원, 1초에 1억 원’이 군비로 사라지고 있다”며 “우리가 가진 예산과 자원 사용의 우선순위를 ‘군사 안보’가 아닌 ‘인간 안보’, 전쟁과 파괴가 아닌 모든 생명의 공존을 위해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