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고 또다시 한 해를 맞이하는 것, 우리네 인생살이 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란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것이고, ‘시간’이란 마음 비우고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며 사는 것이라 말하지만, 그래도 한 해, 한 해 바뀌는 날짜와 한 살, 또 한 살을 먹어가는 나이를 보면서 문득 우리네 인생, 즐겁게 살기에도 짧은 삶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즐겁게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잘 아시는 하느님은 즐거움과 함께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신다는 사실 또한 살면 살수록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분명한 하느님의 마음을 알게 되면 우리의 일상에서 경험하게 되는 모든 일들 또한 좀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이 생겨나게 됩니다. 특히나 아무리 힘들어도, 짜증나는 일만 있다 하더라도, 서운하고 섭섭한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행복해지기를 바라시는 하느님, 바로 그분의 마음을 믿고 살아간다면 모든 일들 안에는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의 영적성장을 위해 당신 친히 살짝 감추어두신 소중한 보물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성찰을 통한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으며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떠나는 한 해를 건강하게 돌아보면서 ‘아, 그때 그랬던 것이, 다 하느님의 뜻이 있었구나! 아, 그 모든 것이 나를 성장시키시려는 하느님의 배려였구나!’하는 단순하지만 의미 깊은 영적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수도원에서 소임으로 ‘순교영성 연구소 소장’과 함께 오는 10월 우리 수도회 주최로 ‘순교’를 주제로 ‘국제 학술 심포지엄’이 열리는데, 행사의 전체 준비를 맡아 하라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큰 중책에서 오는 중압감, 마음의 부담으로 걱정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한 달 후, 총원장신부님께서는 ‘어느 성지를 책임 맡고 있는 본당 신부님이 전화를 했는데 올 연말까지 매주 한 번 미사를 정기적으로 도와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 왔다고 했습니다. 당신 생각에 ‘성지 미사’라 잘 됐다며 저에게 그곳 ‘성지 미사’를 도와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사실 그 부탁 자체가 거부할 수 없는 요청인 것이지요. 왜냐하면 당연히 순교정신을 살아가는 수사신부로서 외부에서 ‘성지 미사’ 요청은 발 벗고서라도 가야할 것이며 총원장신부님께 편안한 마음으로 순명해야 할 사항인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입장에서는 전혀 달랐습니다. 당시 국제 학술 심포지엄은 준비 초반이라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라 뭔가 정신없이 움직이면서도, 늘 불안하고 초조하던 때였습니다. 오죽했으면 방에서 잠을 청할 때마다 몸을 부대끼며 잠도 잘 못 이룰 그럴때였습니다. 그런 인간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느닷없이 총원장 신부님께서 매주 한 번, 정기적으로 ‘성지미사’를 도와주러 갔으면 좋겠다는 요청은 기쁘게 ‘예’하며 받아들이기 무척 힘든 상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