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공동체 생활 등 생애 담겨
11개 언어로 번역… 전세계서 인기
“화해·평화·희망 키우는 계기되길”
떼제공동체 엮음 / 신한열 수사 옮김 / 141쪽 / 1만 5000원 / 신앙과지성사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화해와 일치의 중요성을 드러내 보인 대표적 인물로, 프랑스 떼제공동체 창설자인 로제 수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화해란 복음말씀을 직접 살아갈 때 가능하며, 공동체 생활은 화해의 징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인에게, 특별히 청년들에게 널리 전해준 그리스도인이었다.
「사랑을 선택하다」는 이러한 로제 수사의 인격과 사상의 핵심을 한눈에 드러내는 책이다.
지난 2005년 그가 떼제공동체 저녁기도 중 정신병을 앓는 여성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조문들을 보내왔다. 당시 떼제공동체 회원들은 이 조문들을 통해 로제 수사의 면면을 또다시 발견했다고 밝히고, 이듬해 「사랑을 선택하다」를 엮어냈다.
책은 로제 수사가 생전에 쓴 책과 편지, 녹화를 했지만 출판되지 않았던 대화록 등에서 발췌한 내용들로 엮어, 그의 메시지들을 더욱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누구에게든 다정하고 인자하게 다가간 그리스도인, 가난한 지도자, 그리스도의 사랑을 널리 알리고 바로 자신의 삶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 여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비교적 적은 분량으로 엮은 책이지만, 로제 수사의 어린 시절에 이어 공동체 생활, 잊을 수 없는 다양한 만남들, 그리고 평화를 위해 바친 삶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것도 특징이다. 각 글과 같은 내용의 사진도 다채롭게 담아냈다. 로제 수사의 ‘못다 쓴 편지’와 그 죽음의 의미를 되새긴 형제 수사의 글에 이어 로제 수사의 연보와 저술 목록 등도 소개하고 있다. 덕분에 이 책은 정식 전기문 출간에 앞서 빠르게 전 세계인의 입소문을 통해 전해지면서, 현재까지 11개 국어로 번역됐다.
이 책을 한국어로 옮긴이는 「사랑을 선택하다」 공동편집을 맡아 책을 엮었던 떼제공동체 신한열 수사다. 로제 수사의 의도를 가장 잘 담아낸 프랑스어 판을 번역한 신 수사는 “이 책에 실린 로제 수사의 글은 웅변도 설교도 아니며, 곁에 있는 친근한 벗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깝다”며 “그분 특유의 맑고 작은 목소리에 담긴 뜨거운 열정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특히 신 수사는 “로제 수사는 인류와 교회의 어두운 시절에 그 희망을 간직하고 전하기 위해 공동체를 세우고 지구 곳곳을 찾아갔으며, 자신의 삶을 바쳤다”며 “정치·경제·사회·종교적 분열의 많은 상처를 지닌 한반도에서 이 책을 읽는 분들이 평화와 일치, 화해와 신뢰의 희망을 키울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