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열망하는 천진한 눈망울에 변화의 희망이… 전쟁과 빈곤에 고통받는 아이들 수명 짧아 인구 70%가 청년층 배움 열의 높아도 교육시설 부족 학교 100개 세우기 계획 진행 중
사람들이 작대기 하나씩(적지 않은 경우, 끝에는 무기라고 함직한 쇠붙이가 달려 있다)을 들고 열심히 황톳길을 거닌다. 하지만 딱히 정해둔 곳은 없어 보이고, 기껏해야 큰 나무 밑이다. 오가지 않는 이들은 집 앞이나 거리 한켠에서, 오가는 우리 ‘가와자’(외국인이라는 뜻의 딩카어)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멍하니 앉아 있다.
수업이 있는 시간에 일부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한다. 나머지 아이들은 거리에서 시간을 보낸다.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노는 건 자유다. 학교 가는 아이들과 안 가는 아이들의 비율은 반반 정도란다. 그래도 지금은 ‘배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 학교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도 훨씬 나아졌고, 교육에 대한 아이들의 열의도 높아졌다고 한다. 톤즈의 아이들, 열악한 현실 원조 물자로 나름 급식도 하는 학교, 그 울타리 밖의 환경은 열악하다. 마을은 전기도, 수도도, 화장실도 없다. 여기저기 쓰레기더미에 소, 개, 염소, 거기에 사람의 분뇨까지 보태져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사람들이 오가고 아이들이 논다. 아침마다 비질을 해서 깔끔하고, 익은 망고가 주렁주렁한 나무가 있는 수도원 마당은 아이들이 놀기에 제격이다. 떼 지어 노는 아이들에게 나이를 물었다. “몇 살?”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린다. 지나던 수녀님이 이유를 말해준다. 정확한 나이를 아는 아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 출생 신고라는 것이 없고, 가족들도 기록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생일도, 나이도 모른다. 기억할만한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태어난 해의 기록이고, 씨뿌리기를 시작했는지 추수를 할 때였는지로 태어난 달을 추정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성당을 찾는 이들은 세례 기록이 남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들을 많이 낳지만, 어려서 잃는 아이들이 많고, 전쟁과 빈곤, 질병으로 인해 평균 수명은 짧다. 놀랍게도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25세 이하이다. 미사 시간에도 아이들이 어른보다 배 이상 많다. 서너 살 많은 여자 아이가 어린 동생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건 아주 흔한 장면이다. 울지 않는 아이들, 고통스러운 체험들 옷은 거의 피부 같다. 한 번 입으면 올이 술술 풀리고 구멍이 숭숭 나도 끝까지 입는다. 빨아 입는 일도 없어 보인다. 배를 곯고 종일 망고만 씹고 다니는 아이들을 바라보자니 가슴이 아리다. 다만 그리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눈이 어찌 그리 반짝일 수 있는지는 지금도 의아하다. 여유만 있으면 몇 번씩 혼인을 해도 되는 일부다처제 남성 중심 사회, 그 속에서의 여아 선호는 아이러니이다. 여자 아이들은 소로 값을 쳐 시집을 보내니 큰 재산이다. 선교회에서 운영하는 여자 기숙사는 나이가 찬 아이들이 팔려가지 않게 해주는 방패막이다. 톤즈, 남수단의 아이들은 울지 않는다. 우는 일은 수치라고 가르치는 전통, 특히 성년식의 경험이 지독한 것이 한 가지 이유이다. 이마 양쪽으로 여러 줄의 상처를 내고, 멀쩡한 생니를 후벼 파내는 성년식 때, 아이들은 절대로 울어서는 안 된다. 눈물을 흘리면 평생의 수치이다. 물론 지금은 이렇게 지독한 성년식을 치르지 않아도 애 취급을 받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라고는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톤즈의 아이들이 워낙 울어야 할 일들이 많으니 그때마다 울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치는 아이가 어깨에 총을 둘러메고 있는 장면은 오히려 기자가 울고 싶은 장면이다. 공민호 수사가 남수단의 소년병(child soldier)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적지 않은 아이들이 납치되어 맹목적으로 살인을 일삼는 사병으로 키워진다는 것이다. 납치된 아이에 대한 첫 시험이 집에 돌아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을 죽이는 것이라고 하니 아이들 눈물이 마를 만하다. 빛나는 눈동자, 총명한 예술가들 밤하늘의 무수한 별과 함께, 이태석 신부가 수단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 가지 중 하나로 꼽은 아이들의 눈망울. 까만 얼굴에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의 눈동자는 매력적이다. 천진한 미소라도 지을 때면 영락없는 천사들이다. 배움이 짧아서 그렇지 아이들은 총명하다. 수도원 마당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 조금 큰 아이들은 영어를 곧잘 한다. 40년이 넘게 영어를 배운 기자보다 유창하니 기자가 둔하든지 아이들이 유난히 총명하든지, 둘 중 하나다. 이태석 신부는 유일한 저서 「친구가 되어주세요」에서, “기브 미 어 펜!”이라며 돈이 아니라 펜을 구걸하는 아이들이 있다면서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충분한 여건을 마련해주지 않는 것은 어른들의 명백한 직무 유기”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총명함은 특히 음악성에서 두드러지는 듯하다. 여학생 기숙사를 방문한 기자들은 당황스럽게도, 뜨거운 환영 인파에 부딪혔다. 예닐곱 꼬마부터 중고생 어엿한 숙녀까지 기숙사에 있던 학생들이 전통 가락과 팝송이 조화를 이룬 환영 노래와 춤으로 맞아주었다. 악기 반주는 단 하나도 없었지만, 아이들의 노래는 유명한 아카펠라 그룹의 공연인 듯, 마당에서 꺾어 만든 그럴싸한 꽃다발과 함께 방문객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선사했던 이태석 신부는, 이곳의 아이들은 “어려운 금관 악기들을 소치는 아이들이 풀피리 불 듯한다”면서 놀라워했다. 꾸준한 교육 투자, 희망은 있다 지난 10년 동안 톤즈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는 살레시오회 남수단 지부 톤즈 공동체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이뤄졌다. 현재 교회가 운영하는 초·중·고등학교에는 1000여 명의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고 여학생 기숙사에는 60여명이 있 다. 새 초등학교와 큰 강당 축복식을 거행했고, 기숙사도 새 부지에 세운다. 현재 고등학교 졸업반 정도의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교육을 받았으니 지속적인 교육 혜택을 제대로 받은 셈이다. 아이들 중에는 대학교육을 간절하게 원하는 아이들이 꽤 있지만 남수단의 교육 수준이 워낙 낙후한 탓에 아쉬움은 남는다. 30년 동안 수단에서 활동한 살레시오회 제임스 신부는 2000년대 초 처음 나무 그늘 밑에서 학교를 시작하면서 “교육은 이곳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돈보스코 중고등학교 교장인 레오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은 변두리까지 교육 혜택이 주어지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각자 자기 마을로 돌아가서 교육을 하게 되면, 변화는 더 깊이 더 멀리 확산되고, 그것이 바로 남수단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아이들이 바로 톤즈의 미래입니다.” 교육 확산 프로젝트 순항 시골 마을까지 교육을 확산하기 위한 거대 프로젝트가 바로 ‘남수단 학교 100개 세우기’이다. 원선오 신부와 공민호 수사가 지난 2012년에 시작한 이 원대한 계획으로 현재 시골의 마을학교 62개가 세워졌다. 그 중에는 김연아 학교, 김태희 학교도 있다. 후원의 80% 이상이 한국 신자들로부터 왔다. 오래 전 브라스밴드가 첫 합주를 마치고 난 뒤, 음악을 통해 교육의 힘을 체험한 아이들은 소감문을 통해 말했다. “총과 무기를 녹여서 트럼펫과 클라리넷을 만들어 톤즈에서 수십 년간 들려오던 총소리 대신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아이들은 지금도 매일, 10여 년이 지나 너덜너덜해진 악보를 꺼내 들고 연주를 계속하고 있다. 찢어진 북과 낡고 바랜 악기들, 새로운 노래를 가르쳐 줄 음악 선생님이 너무나 아쉽다. 이태석 신부는 묻고 답했다. “예수님이라면 이곳에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 것 같다. 사랑을 가르치는 성당과도 같은 거룩한 학교를.” ※후원 문의 02-591-6210 수단어린이장학회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