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치러져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결과를 낳은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천주교 신자가 총 77명 당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25.7%를 차지하는 것으로 지난 제19대 신자 국회의원 73명(24.3%)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교회 복음화율(2015년 12월 31일 현재 기준 10.7%)을 두 배 이상 상회하는 것이다. 또 50여 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것으로 알려진 불교에 비해 월등히 높고, 80여 명의 당선자를 낸 것으로 보이는 개신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개신교의 경우 제19대 선거에서는 120명이 넘는 당선자를 기록했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크게 그 수치가 줄어들었다. 이는 개신교 신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새누리당 후보들이 이번 선거에서 대거 낙선의 고배를 마시면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구와 전국구로 나눠 보면 전국 253개 선거구 가운데 26.9%인 68명이, 비례대표는 전체 47석 가운데 19.1%인 9석을 신자 후보들이 차지했다.
신자 당선자를 정당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이 45명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냈으며, 여당인 새누리당이 20명, 국민의당 9명, 정의당 3명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역구 신자 당선자 68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1명(60.2%)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배출돼 타 지역에 비해 강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영남권에서 11명, 충청권에서는 8명, 호남권에서 7명, 제주지역에서 1명 당선되는 등 타 종단에 비해 지역별로 고른 복음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자 의원 가운데 초선(비례대표 포함)은 29명(37.7%)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의원 중 초선이 132명(44%)인 것에 비해 다소 낮은 것이다. 신자 의원 가운데 초선은 새누리당이 1명에 불과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21명에 달했고 국민의당 5명, 정의당 2명 순이었다.
20대 국회 여성 의원은 역대 최대인 51명(17%)으로 나타나 여성 특유의 세심하고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사실은 남성적인 권위를 내세우기 일쑤인 정치판에서 신자 국회의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민심은 ‘회초리’를 선택했다. 당초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던 새누리당은 122석을 차지하는데 그쳐 원내 제1당의 위치를 잃어버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근소한 차이(123석)로 원내 제1당을 탈환했으나 호남 지역 민심에 호된 질책을 당했다는 평가다. 구태의연한 ‘공천 파동’, 한국사 국정교과서와 노동개혁으로 대변되는 ‘불통과 밀어붙이기식’ 정부 정책이 결국 여당 참패와 여소야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한국사 국정교과서 정책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사형제도 폐지 등 한국교회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주요 이슈도 20대 국회에서는 활발하게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