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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야훼’와 ‘여호와’ (하)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6-06-07 수정일 2016-06-08 발행일 2016-06-12 제 299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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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훼’ 대신 ‘주님’으로 표현

기원전 587년 예루살렘이 함락돼 많은 이들이 바빌론 땅으로 끌려가면서, 유다인들은 점점 하느님 이름을 발음하지 않게 됐습니다. 하느님 뜻을 거역하고, 큰 불행을 불러들인 것이 자신들이라는 자책감 등으로 감히 하느님 이름을 부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구약에 6000번 넘게 나오는 하느님 이름을 (때로는 우물우물 넘어가거나) ‘아도나이(나의 주님)’라고 읽었습니다.

750~1000년경 사이 유다인 성경 전문가들은 큰 작업을 벌입니다. 히브리말 모음 체계를 확립해 자음으로만 쓰인 성경 본문에 모음 부호를 붙이는 일이었습니다. 성경을 정확히 봉독하려는 뜻에서였습니다. 히브리어를 보면 아래위 작은 점들이 있는데 모음 표시입니다. 모음 부호를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야훼(Yahweh)로 읽히기도 하고 여호와(Jehovah)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래전 조상들이 쓰던 옛 히브리말 발음과 당시 발음 사이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느님 이름은 네 개의 자음 ‘YHWH’으로 되어 있는데, 성경학자들은 사람들이 성경을 봉독할 때 혹시라도 하느님 이름을 부르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까 염려해서 이 이름에다 ‘아도나이’ 또는 ‘엘로힘(하느님)’의 모음들을 붙였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유다인 성경학자들이 모음을 붙인 히브리말 성경을 읽고 하느님 이름이 ‘여호봐(Jehovah)’라고 믿게 됐습니다. 이 발음을 널리 퍼뜨린 사람은 가톨릭 사제였습니다. 1518년에 레오 10세 교황의 고해신부였던 갈라티누스(Petrus Galatinus)가 처음으로 하느님 이름의 발음을 라틴어식 발음 ‘여호와’로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이 발음도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갈라티누스는 자음으로만 쓰인 히브리어 성경 본문에 모음을 붙인 ‘맛소라 학파’가 붙여놓은 모음을 하느님 이름의 발음으로 오해해 ‘여호와’로 음역했던 것입니다.

본래 발음에 가장 가까운 것은 ‘야훼’입니다. 야훼는 유다인들이 자신들의 말로 ‘하느님’을 부르는 소리인 것입니다. 서양에서는 하느님 이름을 ‘여호봐’나 ‘여호와’로 발음하지 않습니다.

한국 주교회의는 지난 2008년 ‘야훼’라는 말 대신 ‘주님’이란 표현을 쓰기로 했습니다. ‘거룩한 네 글자’로 표현되는 하느님 이름을 ‘전례에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교황청 지침을 따른 것입니다. 유다인의 발음이 아니라 자국의 발음으로 ‘하느님’을 부르자는 것이 교회의 뜻입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